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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197화 (197/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97화

블레슈의 데뷔 티저가 떴다니.

난 SNS를 뒤져 블레슈의 데뷔 일정들을 확인했다.

데뷔일은 7월 11일.

보아하니 우리랑 완전히 비켜서 데뷔하겠다는 게 보이는 데뷔일이었다.

온리원과 우리의 활동 종료일이 7월 4일이니 말이다.

오늘부터 시작해서 티저가 하나씩 공개되는 모양이었다.

이걸 보고 있자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왜 하필 지금이야?’

난 후속활동을 연타석으로 이어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트리플 크라운을 만들어내야 하니까.

아니, 그냥 트리플 크라운도 아니고 트리플 크라운 올킬이다.

이걸 해내야 시스템이 꼬투리 안 잡고 미션 성공시켜 준다지 않는가.

한데 트리플 크라운 올킬을 하기에는 꽤 애매하게 강한 적이 등장해 버렸다.

‘얘네도 팬덤이 결코 작은 건 아닐 텐데.’

사실 온리원이 후속활동 이어간다는 기사 안 본 게 다행이긴 하다.

그게 나왔다면 진심으로 후속활동 접고 다른 기회를 엿봐야 했을 테니까.

다만 블레슈는 후속활동을 접기에는 약간 그 사이즈가 애매하다.

분명 인지도 있는 그룹이다.

아마 우리랑 온리원을 제외하자면 올해 가장 임팩트 있는 신인 남돌이 될 팀이다.

대충 초동으로 계산을 해보자면 15만 장쯤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남돌이랄까.

우리랑 온리원이 말도 안 되게 높게 나온 거지 신인이면 초동 15만 장 찍어도 그해에 신인상 받기 충분한 수치다.

어쨌든 이 정도 덩치는 되는 그룹의 데뷔이니 당연히 걸릴 수밖에 없다.

주요 방송사 세 곳에서 3주 내내 1등을 해내야 하건만,

‘한 번도 지지 않을까? 진짜로?’

활동 자체에서 블레슈에게 화력으로 질 리는 없겠다만, 딱 한 번이라도 1등을 뺏겼다간 미션이 날아가게 된다.

그러니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거다.

방법이 있긴 하다.

블레슈 피해서 다시 후속활동 날짜 잡는 거다.

지금은 데뷔 앨범 수록곡으로 연달아 활동하는 느낌이라면, 조금만 더 텀을 주고 활동하는 느낌으로 말이다.

다만,

‘뭐야.’

블레슈를 비켜 나가면 다른 전쟁터가 펼쳐진다.

‘8월에 걸그룹들 왜 이렇게 많이 컴백해?’

생각해 보니 2022년은 걸그룹들이 대량으로 컴백하고 데뷔하던 해였다.

신인들도 임팩트 있었지만 이미 7년 차가 넘어 한 세대를 풍미했던 그룹들도 이벤트성으로 컴백하던 해이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의 컴백이 8월, 9월에 전부 몰려 있었다.

‘7월이 아니면 트리플 크라운은 답이 없단 거네.’

머리가 아프다.

아프다 못해 깨지겠다.

산 넘어 산이라더니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가 되니 진심으로 피가 마른다.

난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현관문 앞을 뺑글뺑글 돌고 있었다.

한데 생각이 깊어져 시간 가는 줄도 몰랐던 탓일까.

끼익.

“내가 밖에 태윤이 있는지 보고 있으면 잡아 올게.”

“같이 나가요.”

“단체로 다니면 사람들 눈에 띄잖아.”

현관문이 열리며 연훈이 형이 나왔다.

“아.”

“응? 태윤이?”

아파트 복도에서 연훈이 형과 내가 어색하게 눈을 맞췄다.

“얘들아! 태윤이 찾았어!”

형은 문에 대고 그리 말하더니 내 손을 잡아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

난 생각이 아직 정리되지도 않았지만 형 손에 이끌려 거실로 잡혀가고 말았다.

* * *

난 일이 이렇게 험악해져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아침부터 어딜 나가 있던 거야, 봉태윤.”

“너 요즘 계속 밖으로 나도는 거 같아.”

“맞아. 사실 어젯밤에도 밖에 나갔다가 늦게 들어온 거 내가 모른 척해줬는데……. 오늘 아침엔 또 어딜 간 거야?”

“수상하네, 봉태윤~”

형들은 날 거실 바닥에 앉혀두고 자기들은 소파에 주르륵 앉아서 날 심문했다.

그러니까 난 대체 왜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건지를 모르겠다.

내가 생각한 숙소 상황은 이런 게 아니었다.

동준이 형 논란 벗겨진 것에 대해 기뻐하고 방방 뛰며 다 같이 맛있는 걸 먹을 줄 알았다.

그 정도 환대를 받을 정도로는 충분히 노력했으니까.

밤사이에 코피까지 쏟으며 통찰로 사과문까지 게시하게 만들었는데.

이런 심문은 꽤 억울한 처사였다.

한데 이런 내 억울함을 단박에 이해시켜 주는 문장이 나왔는데,

“태윤아. 너 연애하니 지금?”

“……네?”

연훈이 형이 반쯤 확신에 찬 목소리로 내게 이리 물었다.

아니.

연애라니.

세상에.

너무 놀라서 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한데 이런 내 표정이 비밀을 들킨 사람의 표정이라 믿었나 보다.

“이……이이익! 봉태윤! 감히 연애를 해애!”

“이 자식이!”

“맴매 어딨어 맴매!”

“우리가 지금 어떤 시긴지 알고 그러는 거야? 어!”

형들이 단체로 뿔이 나서 날 줘패려고 한다.

“아니, 잠깐만요, 왜들 그렇게 확신하는 거예요. 나 연애 안 해요!”

일단 형들이 내가 오자마자 거실 바닥에 앉히고 심문했는지는 이해했다.

멤버 중 하나가 연애한다 생각하면 나 같아도 그럴 거다.

뭐 평생 연애하지 말란 건 아니다.

연애할 거면 한 20년 차쯤 됐을 때 아주 조심스럽게 팬 기만 안 하는 여성분과 예쁜 관계를 이어가도 된다.

다만 그게 절대로 지금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나도 형들 반응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나 안 했다니까요, 진짜로. 도승이 형은 그 야구 방망이부터 내려놔요, 얼른. 아니 연훈이 형은 그 모기채는 대체 어디서 가지고 온 거예요.”

“……진짜 안 했어?”

“네.”

“……진짜로?”

“네. 안 했다니까요.”

“증거는?”

형들은 아직도 내 연애의 부정을 믿지 못하겠나 보다.

“증거를 대. 빨리.”

다만 증거라니.

이런 걸 어떻게 대냔 말이다.

“아, 제 메신저 어플 보세요.”

내가 그나마 댈 수 있는 증거라곤 메신저 어플 뿐이다.

형들은 내 핸드폰을 가져가서 대화방을 하나씩 확인했다.

“…….”

“……와.”

“……좀 심하네.”

“친구 없어, 태윤아?”

“형. 그거 애 상처 주는 말이에요.”

“아, 미안! 진심으로 걱정돼서 그랬어.”

아마 처참한 내 친구 수와 처참한 대화방을 봤나 보다.

내 대화방은 우리 세이렌 단체방 하나와 승연 씨와 현아 씨가 함께 있는 단체방.

그리고 형들과 하는 개인 대화방 하나씩. 마지막으로 강현성이다.

보통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대화방이 스크롤 하나에 다 안 담겨야 정상이겠지만, 나의 경우엔 스크롤 하나로 대화방이 거의 다 잡힌다.

“넌 어떻게 플러스 친구도 한 명이 없냐?”

“상술에 놀아나기 싫어서 친구 추가 안 해요.”

기업이 운영하는 브랜드 계정도 추가 안 해둬서 훨씬 더 휑한 친구목록이었다.

이런 인맥을 유지하는 인간이 연애는 무슨 연애겠냐 싶었는지 형들은 조심스레 야구 방망이와 모기채를 내려놓았다.

“저 연애 안 하는 거 아셨죠?”

“연애는 안 해도 되는데 친구는 좀 만나, 태윤아.”

“…….”

없는데 대체 어떻게 만나라는 건가 싶다.

난 묵언으로 답을 대신했다.

“근데 요즘 왜 계속 밖으로 돌아다니는 거야? 오늘 아침에도 그렇고 어제 저녁에도 그렇고.”

그때 운이 형이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을 대신해서 물었다.

“조깅 간다고 단체방에 채팅 올렸잖아요.”

“밤에도?”

“네.”

“조깅은 아침에 뛰는 거 아니야? 아침 조에 뛸 깅.”

“박동준아. 그거 인터넷 구라인 거 아직도 몰랐냐?”

“……재수 없어.”

“근데 조깅을 그렇게 길게 다니는 거야, 태윤아?”

형들은 어쨌든 내가 조깅을 한다고만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

사실 이런 질문이 언제든 들어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내가 너무 개인 활동이 많은 것 같은 느낌이긴 했으니까.

“그…… 조깅도 하고. 사실은.”

“사실은?”

“……뭘 좀 먹어요.”

해서 적당한 변명과 증거자료, 그리고 인간 심리를 활용하기로 했다.

“뭘 먹는다고?”

“네.”

“진짜로?”

난 진위 여부를 묻는 형들에게 핸드폰에서 사진을 꺼내서 보여줬다.

우리 숙소 근처에 있는 맛집들 사진과 그곳 음식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어제, 오늘은 좀 더 멀리 있는 맛집 사진들을 찍어두었다.

사실 실제로 이 식당들을 가진 않았다.

전부 다 인터넷에서 고화질로 다운로드 받아둔 거다.

게다가 인터넷 사진을 그대로 저장해 두면 분명 의심 살 거 같아서 핸드폰 간단 편집 기능을 활용해서 구도를 바꾼다거나 사이즈를 조금 조정해 두는 정성도 들였다.

그 결과 누가 봐도 직접 가서 찍어온 사진 같은 느낌이 되었다.

“제가 먹는 거에 그렇게 큰 취미가 없었는데, 요즘 스트레스를 좀 받았나 봐요. 입이 터졌더라고요.”

“……흐음.”

“……와, 맛있겠다.”

“조용히 해, 박동준.”

형들은 꽤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그래. 알겠어. 그래도 한창 활동긴데 음식 조절 못 하는 건 안 되잖아. 앞으로는 자제하는 쪽으로 해보자 태윤아.”

“너무 배고프면 말해. 우리랑 같이 다이어트식으로 레시피 찾아서 같이 만들어 먹으면 되잖아.”

“진짜, 진짜 너무 배고프면 나한테 따로 문자,”

“박동준!”

“……하지 말고 같이 다이어트 레시피 찾아보자.”

형들은 그리 말하며 조금은 측은한 얼굴로 날 바라봤다.

어쨌든 난 팀 내 막내다.

성장기라면 성장기라 할 수 있다.

19살이면 조금 아슬아슬한 느낌이긴 한데.

어쨌든 그런 내가 먹을 거 때문에 밖에 나돌아 다녔다 하면 측은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을 거다.

인간은 먹는 거, 자는 거, 입는 걸로 차별받을 때 가장 상처받는 동물들이니 말이다.

“아침부터 이렇게 불러서 심문해서 미안해.”

“대신 아침밥은 맛있는 거 먹자.”

“아침……이라고 하기엔 벌써 11시가 넘긴 했는데. 어쨌든 맛있는 거 먹자.”

“우리 오늘 오후에 스케줄 하나 있죠?”

“응. 빨리 먹고 준비하고 나가자, 애들아.”

형들은 나에 대한 심문을 종료한 기념으로 맛있는 걸 먹잔다.

대신 그 전에.

“그, 동준이 형 논란 사라졌던데, 다들 확인하셨죠?”

난 그래도 내가 해낸 일에 대해 어떤 칭찬 같은 걸 조금은 듣고 싶었나 보다.

아니, 그냥 형들이 좋아하는 걸 보고 싶었다 해야 하나.

“그걸로 아침에 한 번 난리 났어.”

“진짜…… 이렇게 말끔하게 해결될 줄은 몰랐지.”

“오늘은 치킨 먹어도 된다. 그쵸? 논란도 해결됐는데 오늘 아니면 언제 치킨 먹어요.”

“그래. 치킨 먹자, 오늘은.”

“와, 진짜요?”

“닭가슴살 포케도 치킨이잖아.”

“……강도승 죽여 버려.”

“그래도 오늘은 조금 맛있고 가벼운 걸로 브런치 겸 해서 먹자. 너무 다이어트식은 말고.”

“와, 운이 형 천사.”

“원래 악마는 천사의 모습을 하고 다가온단다, 박동준아.”

“개오글거려.”

난 형들이 나누는 대화를 보며 어젯밤 있었던 일에 대해 충분히 보상을 받았다.

그래.

이런 일상적인 대화를 듣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만 이런 평화를 깨는 문자가 단체방에 올라왔는데,

-오늘 아침에 태윤 씨가 회사 다녀왔다 하더라고요. 이번 앨범 후속활동에 대해서 사장님과 논의하러 왔다던데, 저희 후속활동 관련해서 회의 한번 할까요, 오늘? 오후 스케줄 이후에 회의실 하나 일단 잡아두고 올게요.

승연 씨가 올린 폭탄 같은 문자였다.

“…….”

“……봉태윤?”

“너 맛집 갔다면서……?”

“…….”

생각해 보니 그걸 잊었다.

오늘 내가 회사 간 거 유원동한테 비밀로 해달라 말하려 했는데.

고소 건만 비밀로 해달라 말해놓고 깜빡 잊었나 보다.

“해명해.”

이건 진짜 큰일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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