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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198화 (198/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98화

“이게 대체 무슨 말이야, 봉태윤.”

“아침에 사장님 만났다고?”

“후속활동? 우리가 모르는 우리 후속활동이 있어?”

“너…… 맛집 간다는 거랑 조깅한다는 거 다 거짓말이야?”

형들이 내 쪽으로 다가오며 점점 범위를 좁힌다.

다들 얼굴 표정에 배신당했다는 감정이 넘실거린다.

특히 연훈이 형은 아직 파리채를 잡고 있는 상태였다.

저 파리채 손잡이 부분으로 맞으면 진짜 아픈데.

아니, 지금은 차라리 맞는 걸로 끝낼 수 있으면 다행인 거려나.

“형들. 일단 차분하게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세요.”

어떻게든 대화로 풀어야 한다.

궤변이 됐든 뭐가 됐든 일단 설득시켜야 한다.

꼴이 꽤 우스워지긴 했다만 일단 살아야 할 거 아닌가.

무엇보다 지금 설득 못 시키면 후속활동도 못 하고 트리플 크라운도 못 하는 걸 테고 말이다.

해서,

“전…… 올해 대상 받고 싶어요, 형들.”

그냥 냅다 아무거나 질러 버렸다.

최대한 지금 사안과 관련 있어 보이면서도 인지부조화를 불러일으킬 만큼 파격적인 단어들을 골랐다.

대상.

그해 데뷔한 신인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영예다.

“뭐?”

“……대상?”

“아니, 진심이야?”

“뭔…… 소리를 하는 거야?”

형들은 내 도발에 잠깐 스턴이 걸린 모양들이었다.

이 사이에 난 연훈이 형 손에 들려 있던 파리채를 뻇어왔다.

“어어? 파리채 도로 안 내놔?”

“우리 대화로…… 대화로 풀어요, 형.”

연훈이 형은 잠시 날 째려보다가 한숨을 쉬며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진심으로 대상을 받고 싶어 한다고? 진짜로?”

“아니, 데뷔한 해에 바로 대상을 어떻게 받아.”

“1년 차에 바로 대상 받는 사람이 어딨어.”

나도 저 의문들에 모두 동의한다.

사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올해 대상 받겠다는 생각 자체도 없었다.

약 1분 전에 만들어낸 소망이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던진 이 화두를 놓치는 순간 난 아침에 왜 사장님 만나러 갔는지에 대한 설득을 실패하게 된다.

사력을 다해 이 화두를 붙잡아야 한다.

“올해 상반기에 저희랑 온리원 말고 초동 50만 장 넘긴 가수나 그룹 있었나요?”

“갑자기?”

“흐음…….”

“……잠시만.”

“……없네?”

“없구나.”

형들은 우리가 신인인 걸 넘어 상반기에 가장 화제되었던 아이돌임을 자각한 모양이었다.

“이제 신인이냐 아니냐는 그닥 중요치 않아요. 지금 이 흐름 잘만 이어갈 수 있고 하반기에 활동량 남들보다 훨씬 많이 늘리면 대상 충분히 노려봄 직해요.”

이건 사실 궤변은 아니고 꽤 논리적인 설득이었다.

실제로 내가 회귀하기 전 2022년 대상을 탄 신인이 있었다.

그해에 데뷔한 걸그룹이었는데 우리랑 상황이 여러모로 비슷했다.

데뷔 초동도 좋았고 후속활동도 거의 1달에서 2달 텀으로 계속 냈으며 대형 가수들은 피해서 대부분의 가요계를 장악했다.

그 결과 신인임에도 대상을 받는 기염을 토해냈고 말이다.

‘생각해 보니까 그 그룹 원래 7월에 컴백 아니었나.’

아마 내가 회귀하면서 그 그룹도 운명선에 변화가 생겼나 보다.

암튼 신인인데 대상 받는 거 분명 가능하다.

여러 지표로 보자면 우리가 그 걸그룹보다 나은 점도 분명 있다.

“지금 저희 신인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임팩트는 다 보여줬잖아요.”

“그렇지.”

“여기서 이 흐름 안 잃고 텀 없이 바로 후속활동 이어간 다음에 1달 쉬고 다시 미니 앨범이나 더블타이틀 싱글 앨범 내고, 정규 한 장 내고, 리패키지 내면 올해 대상 진짜 가능할지 몰라요.”

“……너 미쳤구나?”

“그건 대상 받는 계획이 아니라 도승이 암살 계획일지도 몰라, 태윤아.”

“대체……. 나한테 몇 곡을 쓰라는 거냐, 봉태윤.”

형들은 말도 안 되는 스케줄에 기겁하며 말한다.

만일 내가 형들 입장이었어도 저 스케줄 들으면 욕을 했을 거다.

저렇게 살다간 10년 내로 과로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생 저렇게 살잔 것도 아니고.

딱 1년.

아니지, 사실상 6개월에서 8개월 정도다.

그 정도만 열심히 살아보는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근데 진짜 저 스케줄 소화해 낼 수 있으면 대상 받는 거 가능할 거 같지 않아요, 형들?”

난 형들을 안다.

지금은 다소 놀라서 방어기제를 세우는 중이지만, 이 사람들도 아이돌로서의 향상심이 있다.

예전에 더쇼케2 처음 나갈 땐 그냥 가서 이름만 알리고 데뷔에 도움이나 받자라는 마인드세팅이었다.

하지만 더쇼케2에서 우승하며 형들 심리에도 변화가 생긴 모양이었다.

우리도 하면 되는구나.

진짜 꿈에 다가갈 수 있겠구나.

아마 이런 생각을 조금씩은 하게 됐을 거다.

적어도 내가 봐온 형들은 그랬다.

“대상이에요 형들. 신인이 대상 받는 경우는 제가 아는 한 없었어요. 적어도 현 체재로 개편된 가요계에서는요. 도전해 보고 싶지 않아요?”

“…….”

“대상.”

“……받으면 진짜 대박이긴 할 텐데.”

“장난 아니긴 하겠네.”

형들 표정이 점점 상기되어 간다.

아마 대상 받는 상상이라도 하는 모양이다.

특히 도승이 형은 입가가 조금씩 씰룩거린다.

‘이미 수상소감까지 짜고 있는 거 아니야?’

가오고양이는 상상력이 꽤 풍부한 모양이었다.

지금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

“지금은 저희가 온리원이랑 비슷한 그룹으로 인식되고 있잖아요.”

“그치.”

“이번에 텀 없이 바로 후속활동 이어 내버리면 대중 인지도 면에서는 저희가 훨씬 앞설 수 있어요. 그렇게 서서히 차이를 벌리는 거죠.”

“…….”

“그리고 연말에서 저희는 대상, 온리원은 신인상에 그치는 거예요.”

난 조금 더 자극을 해보려고 온리원과의 라이벌 의식도 끌어와 봤다.

한데,

“아 근데 그건 온리원분들 조금 불쌍하다…….”

“본인들도 아마 우리랑 직접 비교할 텐데…….”

“우리가 너무 혼자 앞으로 치고 나가면 그쪽도 가랑이 찢어지는 거 아닐까?”

‘낭패네.’

이 사람들이 너무 착하다는 속성을 잠깐 잊고 있었다.

“그래도 대상 받는 건 진짜 기대되긴 해.”

“받으면…… 진짜 엄청 기쁠 거 같아요.”

“사실 태윤이 말대로 우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완전 불가능하진 않을 거 같아.”

“어차피 데뷔 첫해에 완전히 자리 못 잡으면 내년은 없는 거잖아. 올해에 좀 더 파이팅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

다만 이전에 쌓아둔 빌드업이 형들에게 확실히 각인된 모양이었다.

형들은 대상을 받겠다는 내 계획에 동의했다.

이미 눈동자는 대상을 향해 전력질주 하고 싶은 경주마들 같다.

만족스러운 상황이다.

이제 슬슬 이 대화를 마무리 지어야겠다.

“그래서 제가 아침에 사장님 찾아가서 세이렌 대상을 위한 초석을 잠깐 다지고 온 거였어요.”

이렇게 흘리듯이 이야기하고 우리 대상 받기 위해 다 같이 힘내봅시다, 라는 걸로 잘 빠질 줄 알았으나,

“그래도 그건 안 되지, 봉태윤.”

“…….”

“왜 우리랑 상의도 없이 혼자 사장님한테 간 거야.”

“뭣보다 우리한테 거짓말까지 하려고 음식집 사진들 보여준 것도 괘씸해.”

“이야~ 봉태윤이~ 이거 음식 사진들 인터넷에서 퍼왔네? 조금만 각도 바꾸고 줌으로 땡겨보니까 너가 보여준 거랑 똑같다~”

“봉태윤. 오늘 헬스장 같이 갈까?”

형들은 좀처럼 쉽게 넘어가 주질 않는다.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저기 가서 손 들고 서 있어.”

“……진짜요?”

“어. 가서 손 들어.”

난 이게 정말 합당한 처벌인가 싶었으나 거실 구석으로 가서 손을 들었다.

이런 체벌은 진심 초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인데.

다 커서 이러고 있으니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이 솟구친다.

이미 이것만으로도 정신적 내상이 큰데,

“옳지!”

“잘한다.”

“손 잘 드네~”

형들이 손 들고 있는 나를 사진으로 남기기까지 한다.

“아니, 사진은,”

“사진은 뭐?”

“……찍으셔야죠.”

“그럼. 찍어야지.”

치욕의 순간이 데이터로 영원히 남게 되었다.

무엇보다 치욕적인 것은,

-다신 형들에게 대들지 않겠습니다.(손 들고 있는 봉태윤 사진.jpg)

이 사진을 승연 씨와 현아 씨가 있는 단체방에 올렸다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머…… 태윤 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나의 치욕의 역사는 승연 씨와 현아 씨에게 흘러갔고, 승연 씨와 현아 씨는 회사에서 만나는 직원분들에게 돌아가며 그 사진을 보여줬다는 후일담을 들려줬다.

* * *

그날 오후 스케줄을 끝낸 후 우린 회사로 이동했다.

오전에 승연 씨와 현아 씨가 이야기한 후속활동 회의를 위해서였다.

난 그 회의의 주요 발언자로서 내 의견들을 많이 털어놨다.

사실 대부분이 즉석에서 만들어진 의견들이었으나 어쨌든 오랜 시간 생각해 둔 것처럼 포장을 해내야 했다.

대상을 받고 싶어 안달이 난 막내가 무리해서 만들어낸 회의라는 컨셉이었으니 말이다.

“흐음.”

“예산만 충분하면 될 거 같기도 한데.”

“확실히 마케팅이 중요하긴 하겠다.”

“챌린지도 중요하겠고. 어쨌든 틱택톡이나 너튜브 장악하는 게 엄청 중요하겠네.”

“결국 10대, 20대, 30대를 광범위하게 장악해야 의미가 있긴 하겠구나.”

형들은 트리플 크라운 올킬을 만들어낼 만큼 파급력 있는 활동을 하자는 내 의견에 동의해 줬다.

“그럼 우리 수록곡 중에 고르자고?”

“네.”

“새로 만들지 말고?”

“새로 만들기엔 시간도 시간이고, 개인적으로는 저희 곡 중에 그 곡이 꽤 가능성 있어 보이긴 하거든요.”

“그 곡?”

난 내가 생각 중이던 수록곡을 말해줬고 형들은 무슨 말 하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 이 곡 평도 엄청 좋아.”

“이 곡은 따로 홍보도 거의 안 했는데 차트에 계속 올라가 있긴 하네.”

그렇게 후속활동에 대한 회의는 꽤 길게 이어졌다.

후반에 가선 내 발언이 줄어들고 형들의 발언이 훨씬 더 많아졌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아이돌 활동에 진심인 것은 나보다 형들이었다.

그렇게 3시간이 넘는 회의 후.

시간이 10시가 넘었을 때.

“오늘 회의는 일단 여기서 하죠.”

“더 깊은 이야기는 일단 회사에서 예산 집행되는 거 보고 결정해야 할 거 같아요.”

“고생 많으셨습니다아~”

“고생 많으셨어요~”

우린 후속활동 회의를 종료했다.

이렇다 할 결과물까진 없었으나 팀원들의 의견과 목표가 하나로 모이는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우리 저녁도 못 먹고 회의했네.”

“오늘 저녁 맛있는 거 먹자고 했는데…….”

“그러니까요! 빨리 맛있는 거! 야식!”

“내일 음방이라고 박동준아.”

“……너무하다 진짜.”

형들과 나는 주차장에 세워두었던 승합차에 올라탔다.

연훈이 형이 운전하는 우리 팀을 위한 개인 차량이다.

이전에 WD엔터에서 가지고 온 차량 말이다.

“오늘 저녁만 참고 넘기면 내일 아침에 맛있는 거 먹자 차라리.”

“오.”

“조금 붓더라도 밤에 먹는 것보단 아침에 먹는 게 덜 부을 거야.”

“오오!”

“내일 아침은 무조건 동준이가 먹고 싶어 하는 걸로.”

“그럼…… 마라샹궈도 오케이?”

“오케이.”

“와 연훈이 형……! 감동…….”

“아니, 형 진짜 박동준 때문에 마라샹궈 시킨다고요? 그날?”

“하루만 넘어가자, 도승아.”

“하아…… 어쩔 수 없죠…….”

형들이 내일 아침 먹을 고칼로리 음식에 대한 토크를 하는 동안.

난 그걸 뒤에서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이런 평온한 저녁이 얼마나 갈까 생각 중이었는데,

[돌발 미션 발발]

‘니미럴…….’

평온하다는 말은 금지다.

이건 거의 트리거나 마찬가지다.

무슨 돌발 미션인가 하고 보니,

[명일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시오.]

[성공 시, 미래시 재획득]

[실패 시, 통찰 전권 회수]

“……망할.”

통찰의 회수를 건 미션이었다.

동시에 미래시를 재획득할 수 있는 미션이기도 했고 말이다.

한데 명일이라니.

‘내일 1등 하라고?’

이거 문제가 꽤 심각하다.

일단 당장 할 수 있는 건,

“마라샹궈…… 저는 무조건 반대예요, 형.”

“……뭐?”

“봉태윤?”

아침에 짠 거 먹는 것부터 막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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