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203화
-지금 나랑 장난치는 거지 얘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ㅅㅂ개웃김ㅋㅋㅋㅋ…… 사실 안 웃김;;
-아니 이건 진심 선 넘음;;;;;
-얘들아……장난 아니니까 빨리 풀버전 풀어
-진짜 존X 진실의 광대 하고 있다가 노래 뚝 끊기는 순간 개싸해짐;;;
-이걸 넥스트 웨이브가 일을 잘한다고 해야 하냐 못한다고 해야 하냐
-아니 근데 진심 미칠 거 같음;;;연훈이 성대모사 잘하는 사람이 그냥 2절 불러주면 안 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아……진짜 이거 기획한 사람 죽이고 싶음
-이거 기획한 사람 천재인거임 싸패인거임?
-넥스트웨이브 사옥 컴퓨터 털러 갈 사람 없음?
-이 영상 기획하신 분 꼭 복 많이 받으시고 벌도 많이 받으시길
봉태윤이 기획한 우연훈 영상의 파급력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폭발적이었다.
사람들은 기획자가 봉태윤인 줄도 모른 채 해당 영상의 기획자를 저주하는 글들을 마구잡이로 올릴 정도로 말이다.
우연훈이 각 잡고 노래 부르는 영상들이 많지 않기에 팬들에게는 더더욱이나 값진 영상인데.
그 영상을 중간에 뚝 잘라 먹었으니 더 빡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더 약 올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저 자막 폰트랑 화질은 왜 또 갑자기 윈X우 무비메X커임?;;;
-하아……
-진짜 개킹받음
영상 내내 프로들이 찍었을 법한 때깔을 유지하더니 마지막에 자막만 어제 올린 개그 영상 수준의 퀄리티로 떨어진 데에 있었다.
그 어처구니없는 자막 퀄리티에 사람들은 더 열을 내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 자막 부분 또한 봉태윤의 아이디어였다.
어떻게든 버즈량을 하나라도 더 뽑아내야 하니 부릴 수 있는 기교란 기교는 다 부려본 거였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이기도 했고 말이다.
영상 공개 후 우연훈 노래 영상은 파랑새 실트 1위를 점령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노래 영상의 경우 퀄리티가 좋다는 가정하에 인터넷에 퍼지는 속도가 무척이나 높은 영상이었다.
-남돌 메인보컬 클라스ㄷㄷ
-세이렌 메보 노래 클라스 실화임?
-반전실력으로 난리 난 국내 탑티어 남돌
언제나 새로운 소스에 목말라 있는 국내 불펌층들은 신고당하기 전에 조회 수 빨겠다는 일념 하나로 빛과 같은 속도로 해당 영상을 퍼다 날랐다.
우연훈의 노래 영상은 빠르게 퍼져 나가며 사람들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와 미친 얘네 노래 왤케 좋음?
-그거 어쿠스틱 버전임. 원곡 따로 있음
└아 ㄹㅇ?
└음원 차트 1위에서 2위 알박 곡인디 몰랐음?
└나 아이돌 노래 원래 안 들음
슬슬 아이돌을 모르는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영상이 퍼져 나가며 반응을 긁어오기 시작했다.
-와 진짜 노래 개잘하네……
-얼굴 잘생긴 애들은 노래 잘하지 말라고…….
-최근 들은 사람들 중에 얘가 제일 잘하는 듯ㅇㅇ
-사이렌?
└ㄴㄴ세이렌
특히나 아이돌에 크게 관심이 없는 남자들에게 영상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이런 류의 라이브 노래 영상의 경우 여자들보다도 남자들의 수요가 훨씬 많은 편이니 그러기도 했고, 애당초 우연훈 노래 영상을 불펌해 간 채널들 대부분이 남성층을 타겟으로 만든 채널들이기 때문에 그러기도 했다.
물론 남성층은 이런 류의 영상을 본다고 한들 음악방송 투표로까지 이어가진 않는다.
-2절 공개 안 함?
└뭐 음방 1등 하면 공개한대
└할 거 같음?
└몰?루?
그들은 마지막에 나온 자막을 보고 이 정도의 반응만 보일 뿐 이렇다 할 액션을 취하진 않는다.
다만 그렇다 해서 남자들에게 영상이 퍼진 것이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나 남친이 내가 좋아하는 그룹이 얘네 맞냐면서 갑자기 링크 보내줌ㅋㅋㅋㅋ
-우리 엄마 아들이 나한테도 갑자기 연락 옴;; 얘네가 세이렌이냐면서;;
-우리 아빠도 나한테 오늘 갑자기 물어보든디
남성들은 세이렌 영상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하며 입소문을 더 내주는 역할을 했다.
그렇게 우연훈 영상에 몰려오는 시청층의 분포가 다양해지면서 여러 사람의 알고리즘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개그 영상을 올렸을 때보다 훨씬 가파른 속도로 영상의 조회 수가 올라갔다.
그리고 이번 영상의 경우엔 다른 지표들에도 긍정적 낙수효과를 일으켰다.
1위에서 2위 사이를 맴돌던 세이렌의 의 실시간 순위가 1위로 고정되었고, 뮤직비디오 조회 수의 시간당 유입이 10% 증가했다.
물론 당일 지표이기에 금일 방영될 음악방송인 <더 뮤직 쇼>에 반영될지는 미지수였다.
다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손해가 되는 지표는 아니었기에 긍정적이라 볼 수 있었다.
세이렌과 온리원의 1위 경합이 세이렌 쪽으로 서서히 기우는 듯한 흐름이었다.
* * *
스튜디오에서 어쿠스틱 버전 촬영을 끝내고 업로드하고 난 후, 우린 늦은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는다 해서 헤비한 걸 먹을 수는 없었다.
다른 날이면 조금은 염분 있는 걸 먹겠으나 오늘만큼은 안 될 테니 말이다.
“처음으로 1위 후보로 올라가는데 얼굴 빵빵해져서 갈 순 없어…….”
“근데…… 김치찌개 진짜 땡기는 날이긴 하네요.”
“와.”
“김치찌개에 계란말이 탁 해서 먹으면 진짜 극락인데.”
“와…….”
“대접밥에 김가루까지 뿌려서 김치찌개 넣은 다음 비벼 먹으면…….”
“저 사탄의 입을 틀어막아!”
“으읍!”
동준이 형의 입술을 도승이 형이 탁 잡아챘다.
하마터면 동준이 형 헛소리에 홀릴 뻔한 연훈이 형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오늘 우리는 1위 후보가 되어 엔딩 무대에 잡힐 거다.
어쿠스틱 버전 촬영 중에 1위 후보가 됐다는 연락을 받았으니 이는 확정적 사실이다.
해서 일반식을 절반만 덜어내서 먹으려고 했던 계획을 철회했다.
1위 후보라는데 어림도 없지.
바로 샐러드 행이었다.
샐러드도 드레싱을 3분의 1만 뿌렸다.
즉 딱 입에 넣어서 목으로 넘길 수 있을 만큼의 염분만 남기고 칼로리를 제한했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식사를 마치기 전과 마친 후의 공복감 차이가 거의 없다.
배에 뭐가 찬 것 같은 느낌은 든다만 과연 내가 무언가를 먹은 건가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될 정도로 말이다.
“오늘 진짜 1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형들은 밥을 다 먹고 다시 음악방송 대기실로 이동하는 동안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아마 다들 실감이 안 날 거다.
우리가 진짜 음악방송 1등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말이다.
“긴가민가할 때는 지표만 보세요. 지표만이 유일한 팩트잖아요.”
난 그런 형들에게 이런 말을 건네줬다.
불안한 건 이해한다.
나도 형들만큼이나 불안하다.
아니, 사실 내가 더 불안하다.
난 통찰이 걸렸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지표를 보며 마음을 놓았다.
“지금 우리 지표는 1위 못 하면 이상한 수준이에요.”
“온리원분들도 계시잖아.”
“문자투표 생각해 보면 안정권이죠.”
“근데 온리원이 우리보다 대중적 인지도는 높잖아.”
“대중적 인지도가 높긴 하지만 실제 투표해 줄 사람은 우리가 더 많을 거예요.”
“그건 그렇지만…….”
연훈이 형은 어떤 말을 들어도 불안한 모양이었다.
그때 우리에게 도움을 준 건 다름 아닌 승연 씨와 현아 씨였다.
“그…… 여러분께 주제넘은 말이 될 수도 있는데요. 사실 이 바닥에 이상한 징크스 같은 게 있거든요.”
“아, 맞아요. 음악방송 징크스 있어요.”
운전 중이던 승연 씨가 먼저 입을 뗐고 현아 씨도 그 말에 호응해 줬다.
“징크스요?”
우리는 모르는 징크스란 말에 절로 호기심이 동했다.
“이게 저희도 샵 다니고 방송국 다니고 하면서 일하시는 분들한테 들음 징크슨데요…….”
승연 씨는 말을 하기 전에 살짝 긴장감을 주려고 한 건지 끝부분을 길게 늘였다.
“음악방송이 있는 날 매니저가 껌 밟으면 1등 한대요.”
다만 그 결과는 길게 늘인 거에 비해 꽤나 단출하기 그지없었다.
껌 밝으면 무슨 일 난다더라.
엿 먹으면 합격한다더라.
이런 류의 이야기들은 거의 모든 시험들에 붙은 징크스 아니던가.
심지어,
“그래서 껌 밟으셨어요?”
“아뇨.”
“저희 둘 다 안 밟았는데요?”
“……그럴 거면 왜 말했어요?”
이 두 사람은 껌을 밟지도 않았단다.
괜히 사람 불안해지게 왜 저러나 싶었는데,
끼익.
방송국에 도착해 차를 주차시킨 후 승연 씨와 현아 씨는 우릴 차에 가둬둔 채로 밖으로 나갔다.
“잠시만요.”
“금방 올게요.”
“……?”
약 10분쯤 흐른 후 두 사람이 등장했을 때, 둘 다 질겅질겅 무언가를 씹고 있었다.
이걸 눈치 못 챌 사람은 없을 것이다.
“껌 씹으세요?”
“네.”
“아니…….”
“무엇보다 이미 저희 신발에 껌 붙이고 왔어요.”
“네?”
씹고 있는 껌을 이제 신발에 붙이려나 싶었는데 이미 붙이기까지 하고 왔단다.
“껌 뱉고 밟는 게 그렇게 위생적으로 보이진 않잖아요. 괜히 부끄럽기도 하고. 그래서 저희끼리 하고 왔습니다.”
“진짜요?”
“네.”
우린 다 같이 차량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승연 씨와 현아 씨는 껌이 붙은 신발 밑창을 보여줬다.
“혹시 몰라서 양쪽에 다 붙였어요.”
“총 신발 네 족에 붙은 거니까 4주 연속 1등 하란 뜻 아닐까요?”
“와…….”
“이제 조금 긴장 풀렸어요, 다들?”
승연 씨와 현아 씨의 도움에 형들은 아까보다 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네.”
“감사해요.”
“긴장 많이 풀렸어요.”
“껌도 네 개나 붙었는데 오늘 당연히 1등이죠.”
형들 얼굴에 아까와는 분명 다른 편안한 미소가 떠올랐다.
저런 것이 단순 미신임을 나도 모르진 않다.
다만 이렇게까지 우리를 신경 써주는 사람이 있단 것에서.
그런 사람들이 보내주는 믿음이 느껴진다는 것에서,
‘좋네.’
분명 위로가 되는 지점이 있었다.
“얼른 가요. 가서 몸 좀 풀고 무대 준비하죠.”
“네!”
“갑시다!”
“호오오!”
“오늘 1등 하자!”
형들과 나는 대기실로 이동했다.
* * *
생방송 무대를 끝낸 온리원은 대기실로 들어왔다.
“후하!”
“끄으으으!”
“와아아! 끝났다~”
하루 중 가장 큰 스케줄이라 할 수 있는 음악방송 스케줄의 끝이니 다들 퍼지는 거야 당연했다.
물론 아직 공식적인 끝은 아니지만 중요한 건 전부 끝났다 할 수 있었다.
“이제 세이렌분들 올라가셨겠죠?”
“그치.”
“모니터링 할까요?”
“틀어봐.”
온리원 다음 순서가 세이렌이었다.
생방송이기 때문에 티브이를 켜고 채널만 맞추면 바로 세이렌 무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언제나와 같이 세이렌 무대는 퀄리티가 좋았다.
오늘은 교복이 아닌 세라복을 입은 상태였다.
저 세라복을 보고 있자니 강현성은 익숙한 그림 하나가 떠올랐다.
‘대면식?’
더쇼케이스2의 첫 번째 에피소드.
대면식이 말이다.
그때 세이렌의 무대를 보고 강현성은 이런 생각을 했다.
‘……위험하네.’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
그 말은 곧 1등을 빼앗길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단 것과 같은 말이다.
그런 생각은 강현성뿐만이 아닌 다른 그룹들도 다 같이 한 건지 그때 세이렌은 대면식 순위 5등을 차지했다.
다만 이제 와 양심 고백 하자면,
‘그게 1등이었지.’
대면식에서의 1등은 세이렌이 가져갔어야 했다.
어쩌면 그때의 업보를 지금 돌려받는 것일지도 몰랐다.
“1등 하겠네. 오늘은.”
“네?”
“누가요?”
“우리가요?”
온리원 멤버들은 1등이란 말에 우리가 1등 할 거 같다 말 하는 거냐 물었다.
하지만 강현성의 대답은 명료했다.
“아니, 세이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