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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209화 (209/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209화

퍽-!

둔탁한 타격음이 주차장에 울려 퍼졌다.

저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다면,

‘팔 부러지는 줄 알았네……!’

내가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다는 점과 손목시계 부분으로 야구 방망이를 방어했단 거다.

머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방망이 앞에 팔을 가져다 댐으로써 한 차례 공격은 어찌저찌 막아낼 수 있었다.

다만 공격 한 번 막혔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그랬다면 저 남자도 이렇게 미친 척하고 우릴 덮치려 들진 않았겠지.

저 남자의 목적은 분명하다.

“……우리 죽이는 게 네 미션이라 그랬지 전에?”

우리를 죽이는 것.

즉 우리가 죽기 전까지 저 남자는 방망이질을 멈추진 않을 거란 말이다.

일전에 야산에서 만났을 때 저 남자에게도 ‘시스템’이 붙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내게 미션을 주는 시스템과는 다른 작동원리로 움직이는 시스템이 말이다.

저 남자가 그 시스템에게 받은 미션은 아마도 ‘우리 팀의 전원 몰살’일 것이다.

내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온갖 발버둥을 치는 것처럼, 저 남자도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사력을 다할 거다.

결국 저 남자와의 전면전은 피할 수 없다.

“니네 형들 어딨어?”

남자가 야구 방망이를 잠시 내려놓고 묻는다.

“어차피 다 죽여 버려야 끝나는 게임일 테니까, 기왕 부를 거면 지금 여기에 다 불러.”

“내가 미쳤다고 부르겠냐.”

난 남자를 노려봤다.

분명히 이전과는 사람의 성격이나 말투가 많이 변해 있었다.

거의 다른 사람이라 봐도 될 정도로 말이다.

남자는 아무 감정조차 없는 사람처럼 날 바라봤다.

숙련된 살인자 같은 얼굴이다.

놈은 야구방망이를 내던지더니, 주머니에서 날의 길이가 한 뼘쯤 되는 칼을 꺼내 들었다.

“뭐, 어차피 너부터 죽이고 가야 하긴 했어……. 그게 미션이었으니까. 나머지는 천천히 하지 뭐.”

“아…….”

아까 야구방망이 들고 있을 때는 그래도 도발해 볼 만했는데.

칼은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저거에 찔리면 당연히 안 되기도 하거니와 얼굴을 베이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내 연예인 수명은 끝나는 거나 마찬가지니 말이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여기서 뒤도 안 돌아보고 사력을 다해 달릴까?

아까 해본 결과 금방 붙잡힌다.

저 남자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전반적인 신체 스펙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발달한 상태다.

아마 저 남자에게 미션을 주는 시스템의 개입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한다.

“시간 끌 생각하지 마.”

한데 남자도 내 생각을 읽었나 보다.

시간 끌면 경찰이 온다는 것쯤은 알고 있는 눈치였다.

남자가 칼을 쥔 채 내 쪽으로 쇄도하기 시작한다.

피할 수 없다면 막아야 한다.

지이잉-!

한 번 풀린 적은 있지만 바로 통찰을 사용했다.

이번엔 아까처럼 억지로 명령을 내리려는 짓은 안 할 거다.

저 자식에게 붙어 있는 시스템 덕에 내 통찰을 강제로 벗겨낼 힘 정도는 갖춘 것 같으니 말이다.

대신,

‘저 새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

저 새끼의 시스템이 신체스펙을 강화시켜 줬다면, 내게 붙은 이 빌어먹을 시스템은 통찰이라는 능력을 줬다.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극한으로 올려주는 거다.

분석은 어렵지 않았다.

내 복부를 노리고 들어오는 칼.

난 그 칼을 쥐고 있는 손등 위로 내 손을 가볍게 올렸다.

내가 힘을 쓸 필요는 없다.

내 쪽으로 달려오는 힘의 방향을 바꾸어놓기만 하면 되니까.

아주 살짝 툭.

팔을 옆으로 돌려 방향을 바꾼 것만으로도,

후웅!

남자의 칼질은 허망하게 허공을 스칠 뿐이었다.

“흐아아압!”

첫 번째 공격이 어이없이 끝나자 바로 두 번째 공격을 이어서 해왔다.

칼을 역수로 쥐고 그대로 대각선으로 그어 올리는 방식이었다.

어찌나 빨리 그어 올리는 건지 저 남자의 몸에서 뚜두둑 하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였다.

아마 신체스펙을 뛰어넘는 힘을 또 끌어다 쓰는 중인가 보다.

하지만 통찰을 사용하는 지금.

저 칼의 궤적이 너무도 선명하게 보였다.

살짝 뒷걸음질 치는 것으로 그어 올리는 칼을 살짝 피해줬다.

공격은 쉴새 없이 이어졌다.

아래로 내리긋고.

머리를 노리고 찔러오고.

다시 역수로 쥔 채 어깨를 내리찍으려 했다가.

칼을 다시 정방향으로 잡은 채 심장을 노린다.

그 모든 칼의 궤적이 내 눈엔 보인다.

동시에 통찰을 쓰지 않았다면 지금쯤 한 5번은 죽었겠구나란 생각도 들었다.

저 남자의 신체 능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통찰을 쓰면 세상이 멈춘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한데 그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저 남자의 몸짓만큼은 어느 정도 속도감을 갖고 있었다.

즉 통찰을 쓰지 않았다면 일반인들은 눈으로 좇기도 어려울 만큼 빠르게 칼을 휘두르고 있단 뜻이다.

이런 식이라면 저 남자와 내 싸움은 불 보듯 뻔한 결말이다.

저 남자가 내가 갖고 있는 ‘통찰의 전권’에 비할 만한 강력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이상 결국 제풀에 꺾여 넘어지고 말 것이다.

아무리 빠르고 깊게, 치명적인 곳을 노리며 칼질을 한다 해도 통찰은 그 모든 궤적을 내게 알려주고 피할 방법까지 알려줄 테니 말이다.

이전처럼 저 남자의 신체가 스스로 붕괴하길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지금 꽤 무리하고 있으니 아마 얼마 안 있어 온몸의 근육에서 실핏줄이 터지기 시작할 거다.

아니나 다를까.

남자의 목 쪽에서 힘줄이 크게 도드라진 것이 보인다.

아마 곧 있어 몸이 스스로 붕괴할 것 같다.

이번에 들어오는 공격은 옆구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찌르기였다.

이 또한 어떻게 피하면 될지 궤적이 보인다.

한데,

“흐으읍!”

남자의 팔 근육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더니,

후웅!

‘이런 미친!’

옆구리를 노리고 들어오던 직선적인 공격이 궤적을 비틀더니 내 얼굴 쪽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찌르던 공격이 갑자기 그어 올리는 형태의 베는 동작으로 급선회한 거다.

이건 인간의 신체 능력을 한참 벗어난 수준이다.

팔이 기괴하게 꺾이는 것을 봤으니 말이다.

서걱-!

무언가 베이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려 퍼진다.

난 반사적으로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댔다.

혹시나 싶어 만져봤으나,

‘아…….’

천만다행인지, 잘려 나간 건 앞머리칼 조금이었다.

다만 앞머리칼이 잘려 나갔으니 망정이지.

얼굴이라도 베였다면 대형사고다.

통찰을 이겨낼 정도의 속도는 처음이다.

통찰이 만능이 아니란 걸 또 한 번 깨닫는다.

이제부턴 이판사판이다.

난 최대한 피하는 것 위주로만 가려 했는데,

‘귀찮아지더라도 조금 손을 대야겠어.’

육탄전을 벌여야 할 거 같다.

후에 경찰이 왔을 때 정당방위로 끝날 수 있을 만큼의 방어기술 위주로 남자를 제압해야 할 거 같았다.

남자가 비릿하게 웃으며 날 바라봤다.

감정 같은 건 없고 오직 살의만 느껴지는 미소였다.

다시 한번 남자가 내 쪽으로 쇄도한다.

칼날이 내 얼굴을 노리고 위에서 아래로. 대각선 방향으로 내리그어지려는 찰나.

-멈춰.

아주 잠깐이지만, 통찰의 명령을 사용했다.

이게 먹혀들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흡!”

아주 잠깐이라도 남자의 행동을 저지하는 것은 가능하다.

“후아아아악!”

남자는 기합을 내지르며 다시 한번 내 명령을 거부해 낸다.

이제 곧 내 통찰이 벗겨질 거다.

다만,

후웅-!

외부에서 벗겨내기 전. 내가 먼저 벗겨내 버렸다.

그러면 다리에 힘이 풀리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후 남자의 칼이 내게 닿기 전.

지이잉-!

난 다시 통찰을 사용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 시작한다.

느려진 시간 속, 남자가 칼을 들고 있는 오른쪽 팔을 바라본다.

안 그래도 반복된 전투로 인해 팔에 많은 무리가 온 상태일 거다.

심지어 방금 전엔 내 명령을 거부하기 위해 더 힘을 끌어다 쓴 상태고.

명령을 거부하는 순간 팔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는 게 보였다.

그러니,

‘지금이야.’

확률상 지금이 가장 팔이 약해져 있을 거다.

난 내 얼굴 쪽으로 내려오는 남자의 팔을 잡아챘다.

원래 같았으면 잡는다고 내 쪽으로 끌려올 리 없는 팔이다.

워낙에 힘이 강하니 말이다.

하지만 큰 힘을 끌어다 쓴 상태에서 곧바로 추가적인 저항이 들어온다면 바로 힘을 끄집어내기란 어려운 일일 거다.

난 남자의 팔뚝과 손목을 동시에 잡은 뒤,

“흐으읍!”

마치 걸레 짜듯 그대로 비틀었다.

동시에 몸을 회전시켜 엎어치기도 이어갔다.

“끄아아아악!”

남자의 비명이 들리고, 손에 꽉 들고 있던 칼이 바닥에 떨어진다.

동시에,

쾅!

남자가 바닥에 쾅 하고 바닥에 처박혔다.

지금이 기회다.

난 칼을 발로 멀리 차버렸다.

동시에 남자의 가슴팍 위로 올라타…….

‘전에도 그랬다가 역습당했네.’

……지는 않았다.

대신,

콰직!

“끄아아악!”

남자의 오른쪽 손목을 있는 힘껏 짓밟았다.

지금 저 남자의 몸에서 가장 약해진 부위가 바로 이곳이다.

가장 많이 사용한 부위이니 말이다.

그러니 이 부위 하나만 제대로 망쳐놓아도 이 남자가 추가로 공격할 수 없게 된다.

칼을 들든 몽둥이를 들든 그걸 들 손이 제대로 있어야 공격을 하는 거지.

그렇다고 익숙하지도 않은 왼손으로 든다 한들 이전 같은 힘이 나올 리도 없고.

즉 주요한 공격 수단을 원천 봉쇄해 버리는 거다.

콰직!

콰직!

콰직!

한 번으론 불안하기에 반복해서 있는 힘껏 짓밟았다.

다신 저 손목을 쓰지 못하게 만들겠단 일념 하나로.

지금 저 손목을 박살 내놓아야 우리 형들이 안전해진다는 생각으로.

한 지점만을 집중공략 했다.

“아아아아아악!”

남자의 비명이 커진다.

이내 내 발목을 잡아채려고 손을 뻗었으나,

탁.

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것으로 남자의 손길을 벗어났다.

“하아…… 하아…… 하아…….”

남자가 거친 숨을 몰아쉰다.

몸을 함부로 쓴 것에 대한 반작용이 돌아오나 보다.

특히 저 오른쪽 손목은 100% 부러졌다.

덜렁거리는 게 보이니 말이다.

이제부턴 내가 공격할 차례다.

경찰이 오기 전까지 최대한 붙잡아 놓을 생각이었는데,

타다다닥!

“뭐?”

남자가 대뜸 도망치기 시작한다.

한데 방향이,

‘주차장 안쪽으로 달린다고?’

저건 도망치는 게 아니라 더 깊은 곳으로 숨는 거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이상행동인가 싶은데,

부우우웅-!

남자가 사라진 저 먼 곳에서 자동차 엔진음이 들려왔다,

이윽고,

끼이이익-!

남자가 다 낡은 승용차 한 대를 끌고 날 빠르게 지나쳐 간다.

순식간에 남자가 주차장에서 사라졌다.

남은 거라곤 남자가 쓰다 버린 야구방망이와 칼 한 자루뿐.

승산이 없어서 도망간 걸까?

아니면 지금 저 차를 타고 동준이 형을 잡으러 간 걸까.

만일 형들을 잡으러 간 거라면,

“안 돼.”

이대로 있을 수 없다.

일단 나도 주차장을 빠져나가야겠다 싶은 순간,

“태윤아아!”

“어?”

저 멀리서 동준이 형이 날 불렀다.

뒤이어 경찰차가 들이닥친다.

그러자,

‘설마…… 이걸 알고 도망친 거라고?’

그 남자가 어째서 도망친 것인지가 보다 분명해졌다.

“아까 그 남자 어디 갔어? 그 미친 새끼 어디로 튄 거야 지금!”

형이 잔뜩 흥분해서 묻는다.

“아…… 튀었어요. 방금 전 주차장 빠져나간 하얀색 낡은 승용차 한 대가 그 사람 차예요.”

“뭐?”

“방금 뭐라고 하셨죠? 낡은 승용차 한 대요?”

“네.”

“차종은 기억납니까?”

“아마 어반테였던 거 같아요.”

경찰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어딘가로 무전을 때렸다.

무전기에 대고 구형 흰색 어반테에 범인 탑승 중, 이라는 말을 하는 걸 보니 아마 인근을 도는 경찰들에게 안내를 나간 것 같다.

“태윤아, 괜찮아? 문제없지? 괜찮지?”

동준이 형은 내 몸을 꼼꼼히 훑으며 다친 곳은 없는지를 자꾸 확인했다.

“네……. 없어요.”

난 이제야 긴장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았다.

“태윤아!”

형이 내가 쓰러지지 않게 부축해 줬다.

그때 하필이면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세 사람의 형상이 보였는데,

“……태윤이?”

“지금 저거 박동준 아니야?”

“태윤아! 동준아!”

바로 연훈이 형과 도승이 형, 운이 형이었다.

셋 다 잠옷 차림으로 주차장에 내려온 상태였다.

형들은 이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단 시선으로 우릴 쳐다봤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겠지.

주차장으로 내려와 보니 경찰들이 와 있고 내가 주저앉은 채로 동준이 형에게 부축받고 있으니 말이다.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이걸 일일이 다 설명하자니 벌써부터 골이 아파 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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