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226화 (226/227)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226화

세이렌의 팬은 우연훈의 얼굴을 보자 심장이 터질 것처럼 부푸는 것을 느꼈다.

팬싸인회에 가서도 이렇게 가까이 있어 본 적은 없었다.

그땐 경호 인력들도 있고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다소 공적인 분위기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경호 인력도 없으며, 살짝 조명의 밝기도 낮아선지 프라이빗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게 더 그녀의 심장을 빠르게 뛰게 만들고 있었다.

‘미친…… 미친…….’

이 정도 박동으로 심장이 뛰면 분명 타인에게도 들리지 않을까 싶었다.

그때 우연훈이 다시 한번 입을 뗀다.

“손 안 잡아줘도 괜찮아요?”

“아뇨!”

지금 안 잡으면 다신 못 잡을 것 같은 두려움에 냅다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뒤늦게야 공적인 장소에서 큰 소리를 냈단 자각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죄송해지려는데…….

‘아…….’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곳에 함께 입장한 다섯 명의 사람들 곁에 멤버들 한 사람이 각각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연훈에 정신이 팔려서 다른 멤버들이 등장하는 걸 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제야 왜 다섯 명씩 끊어서 입장하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가요.”

“……네?”

그때 우연훈이 그녀의 손을 잡고 어딘가로 이끌었다.

뭔가 하고 보니 다음 코너로 그녀를 데려간 거였다.

그곳은 기존의 공간들과 달리 훨씬 환한 조명으로 꾸며진 공간이었다.

이전까지의 공간이 ‘전시’에 가까운 느낌이었다면 이 공간은 ‘홍보’에 초점이 맞춰진 곳이었다.

각종 선반이 달려 있고 그 선반 위로 세이렌의 굿즈들이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저희가 7월 25일에 다시 활동에 들어가거든요. 조금 빠르긴 하죠?”

“……아뇨! 가능하면 365일 활동해 주면 좋을 거 같아요……!”

“하하하! 진짜요? 고마워요.”

이동하는 동안 그녀와 우연훈은 크게 활동 스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365일 활동해도 365일 내내 우리 많이 사랑해 주고, 지켜봐 줄 거죠?”

“당연하죠!”

대화 중, 우연훈은 가장 마지막 코너 쪽에 멈춰 섰다.

이곳은 전시를 끝까지 다 보고 나온 사람들에게 한정 굿즈를 주는 곳이었다.

굿즈 종류로는 팝업존에서만 볼 수 있는 한정 포스터였다.

포스터 사진은 방금 전시공간에서 보고 온 요트에 타고 있던 세이렌 멤버들이었고 말이다.

“여기에 사인 해줄까요?”

“네!”

심지어 거기에 우연훈의 사인까지 들어간다니.

팬싸보다 더 좋은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팬서비스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는데.

“어제 멤버들이랑 같이 얘기해서 추가한 마지막 이벤트도 있는데, 드릴까요?”

“뭔데요?”

“잠시만요.”

우연훈이 선반 아래쪽에서 무언가를 꺼내왔다.

“짜잔! 사진기 예쁘죠?”

우연훈이 가지고 온 것은 폴라로이드 사진기.

우연훈은 그 자리에서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찍더니 그 밑에 날짜와 함께 싸인을 더해줬다.

“어디에도 공개된 적 없는 미공개 폴라니까 소중히 간직해 줘요.”

그녀는 우연훈이 건네주는 폴라를 받아들었다.

동시에 속으로 다짐했다.

‘이건…… 금고에 넣어야겠다.’

만으로 5년 동안 해온 직장생활 중 수 많은 반차와 연차를 썼지만 이보다 알차고 행복한 반차는 단언컨대 없었다.

그녀는 팝업존의 마지막 관문인 ‘SNS 게시물 올리기’와 ‘세이렌 채널 구독여부 확인’을 받고 팝업존 밖으로 나갔다.

방금 전까지는 분명 환상 속에 있던 거 같은데 고작 문 하나 넘었다고 다시 현실이었다.

땡볕의 거리 위에 서 있다 보니 갑자기 현실감각이 돌아왔다.

어딘가 힘이 빠지는 느낌도 들었지만,

‘아냐. 충분해.’

오늘 이미 분에 넘치는 행복을 느껴설까.

왠지 어떤 불행이 와도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 * *

팝업존이 열린 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가 하나둘 SNS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특히나 사람들의 집중 관심을 받은 것은 실제 세이렌을 만나고 온 사람들의 후기글이었다.

-진심 연훈이 목소리가 뒤에서 들리는데 심장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고개를 돌리니 진심 개작은 얼굴에 이목구비 와다다 들어가 있는 개존잘왕자님이 날 쳐다보고 있는데……. 하아……. 진짜 소리 지를 뻔한 거 겨우 참음

-스크린에 올라온 애들 얼굴 보면서 와 진짜 얼굴 볼맛 나네ㅋㅋ 이러고 있었는데 뒤에서 갑자기 봉떤이 영상 괜찮냐고 물어봤음. 진심 갑자기 훅 들어오는데 아니 X발 이게 어떻게 열아홉 살임 X나 오빠 느낌인데;; 하면서 걍 X나 끌려다님

-하아…… 동준이 실제로 보니까 영상보다 한 200% 더 귀여움…… 진심으로 한 마리의 갱얼쥐가 말도 하고 나한테 웃어주기도 하고 다정하게 걱정해 주고 해달라는 거 다해주고……. 다들 지갑 열어서 팬싸라도 꼭 가세요…….

-이운 공녀님 영접했습니다……. 공녀님 존안 걍 미쳐 버렸습니다……. 아니 진심 머리카락만 길면 나보다 예쁠 거 같습니다……. 공녀님 말투 진짜 사근사근한데 듣고 있다 보면 통장 비밀번호까지 알려줄 거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지독한 환술쟁이가 분명합니다…….

-여러분 강도승 실제로 보면 몸 개 큽니다. 구라 안 치고 개 큽니다. 저거 고양이 아니고 재규어입니다. 그냥 100걸음 밖에서 봐도 강도승입니다. 개낮은 목소리로 뒤에서 갑자기 말을 거는데 구라 안 치고 갑자기 눈앞에 그림자가 생길 정도로 큽니다.

세이렌이 오전부터 시작하여 저녁 늦은 시간까지 서울과 경기권 일대를 돌며 팝업존에 나타난 덕일까.

SNS에는 1일 차임에도 불구하고 세이렌 실물 후기글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화제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분명 활동을 마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다시 세이렌이 파랑새 실트 순위를 장악하는 일이 벌어진 거였다.

그리고 이때를 기다린 걸까.

마치 묻어가듯이 블레슈의 데뷔 지연 소식도 전해졌다.

다만 세이렌의 후기글들에 묻혀 크게 퍼지지는 못하고 블레슈 팬들 사이에만 퍼진 후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블레슈 데뷔 지연 소식이 사그라드는 와중에도 세이렌 전시 후기글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었다.

전시 자체의 퀄리티가 높다 보니 팝업존 자체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거였다.

-이게 암실 밖으로 나가면 보이는 공간인데 진짜 나 여기 들어가자마자 소리 지를 뻔함. 사진에는 반의 반의 반도 안 담길 정도로 X나 예쁨;;(바다 전시 공간.jpg)

-딱 들어가면 반딧불이 같은 게 막 돌아다니는데 리얼 있지도 않은 여름방학 추억 생각나 버림;;

-모래 발가락에 닿는 순간 약간 울컥함. 왠진 모르겠음.

└미친 나도 그랬음

└바다 안 가본지 얼마나 오래됐나 싶어지면서 서글퍼지더라

-근데 진짜 좋았던 게 그냥 빔으로 바다 영상만 쏘면서 바다라고 우기는 게 아니라 모래도 깔고 음향도 진짜 영리하게 세팅하고 바다 향이랑 바람까지 구현해 두니까 진심 바다 같았음

-난 이건 진심 세이렌 팬 아니어도 갈 만하다 생각함. 들어갔다 나오니까 엑기스로 여름 휴가 갔다 온 느낌이었음ㅋㅋㅋ

└ㅋㅋㅋㅋㅋ가성비 여름휴가 세이렌

이러한 전시공간에 대한 후기글은 파랑새뿐만이 아닌 다른 SNS에도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실시간 반응 대박이라는 남돌 팝업존

-여름 느낌 낭낭한 남돌 팝업존 후기

-한 번쯤 가볼 법한 기간제 팝업존 모음 zip

단순히 아이돌 덕후들만 가볼 만한 공간이 아닌 시간이 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도 괜찮을 법한 공간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거였다.

-와 진짜 개예쁘네

-여기 어딨음?

-아 홍대에 있던 게 저거였음?

-내일 점심시간에 함 가봐야겠네

-아이돌 홍보 팝업존임?

-요샌 이렇게도 홍보를 하네ㅋㅋ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퍼져 나가는 홍보성 게시글 덕에 세이렌의 수록곡 활동은 점점 더 널리널리 알려지고 있었다.

2일 차가 됐을 때엔 1일 차보다 훨씬 긴 웨이팅이 생길 정도였다.

1일 차의 경우 20분 웨이팅 시 일반적으로 입장이 가능했는데 2일 차부터는 기본 1시간 단위로 올라간 거였다.

그 덕에 팝업존 인근 매장들의 매출이 급격히 뛰는 낙수효과까지 발생했다.

다만 시간을 기다려도 아깝지 않다는 후기가 늘어났고, 무료로 이 정도 전시라면 가서 대충 시간 때우다가 들어가도 괜찮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3일 차엔 웨이팅이 2시간으로 늘어났지만 자동줄서기 기능이 있기에 인근 매장에 사람들이 넘쳐나기만 할 뿐이었다.

4일 차부터는 사람들의 근본적 물음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세이렌 어떤 곡으로 컴백하는 거임?

└ㅋㅋㅋ이걸 컴백으로 봐야 함?

└일주일 만에 컴백ㅋㅋㅋ

-뭘 할라고 이렇게까지 일을 크게 벌이는 거임?

-ㅇㅇ그러니까

-진짜 찐 정규활동은 아닐 거 같고 기업이랑 뭐 엮어서 홍보하는 거 아닐까?

└그러기엔 기업홍보 느낌은 전혀 아니지 않았음?

-뭐 얘네 리얼리티 같은 거 나오는 거 아님?

└오 이건 가능성 있을지도

└ㄴㄴ 나 아는 사람이 넥스트 웨이브 다니는데 노래 나온다고 함

-7월 25일까지 걍 기다려봐야 할 듯.

-세이렌 이러다가 진심 연말 대상 각 아님?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까지 하는 건 연말 대상 받으려고 그러는 거 같기도 함ㅇㅇ

-아니 신인이 데뷔 첫해에 대상 어케 받는데요ㅋㅋㅋ

└? 이미 받은 여돌 있음;;

└아니 세이렌 6월 데뷔잖음

└그래서 이렇게 활동하는 거 아닐까?

└아 맞네;;

사람들은 이제 ‘전시’가 아닌 ‘세이렌’ 자체에 흥미를 갖고 지켜보기 시작했다.

세이렌의 팬이 아님에도 말이다.

이 조짐이 워낙에 심상치 않아설까.

세이렌 팬덤 내부에서는 훨씬 더 격한 반응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진짜 뭔 일 나는 거 아님?

-나 용꿈 꿨음. 용이 세이렌 물고 승천함. 세이렌 대상 받음.

└그건…… 세이렌 납치 아님……?

-7월 25일…… 넥스트 웨이브야…… 대체 뭘 할라고 이렇게 판을 벌였냐…… 여기서 트롤링하면 전국민 망신이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진짜 무슨 일이 날 거 같다는 반응과 이번에 제대로 터뜨리지 못하면 대중들에게 안 좋은 이미지만 얻을 거라는 우려까지 다양한 반응들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주목이 모인 채로 7월 25일까지 시간은 흘러가기 시작했다.

* * *

난 소파에 앉아 팝업존 관련 대중들 반응을 모니터링 하다가 핸드폰을 덮었다.

지금 시각은 새벽 1시.

형들은 이미 다 잠든 시간이고 나 홀로 깨어 있는 상태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대박이긴 하네……. 팝업존이…….”

팝업존이 끌고 온 화제성이 내 생각보다 더 강력해서 계획을 일부 수정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받은 미션은 총 두 개다.

하나는 음원 차트 1위와 트리플 크라운 올킬을 동시에 달성하라는 미션.

다만 이건 트리플 크라운 올킬을 달성하면 음원 차트 1위야 당연한 것이니 그냥 트리플 크라운 올킬 미션이라고 생각 중이다.

또 다른 하나는 빌보드 핫 100 진입 미션이다.

각각의 리스크는 동준이 형 사망과 운이 형, 도승이 형 사망 및 세계선 분리.

어느 것 하나도 중하지 않은 리스크가 없는 미션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후우…….”

난 일종의 ‘퀀텀 점프’를 단행해 보려고 한다.

팝업존의 화력이 이토록 강해진 지금.

수록곡 으로 대형사고를 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지금이 기회야.’

원래 가장 큰 기회는 가장 큰 위기 속에 온다고.

난 시스템이 죽으라고 던진 미션을 역으로 사용해 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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