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227화
지금 팝업존의 추세로 보자면 우리가 음원 차트와 음악방송을 동시에 차지할 것은 거의 명확해 보인다.
올 한 해 동안 홍보 자체만으로 이렇게까지 버즈량을 쏟아낸 팀은 없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트리플 크라운 올킬에 가장 필요한 조건 중 하나.
대중성.
그 대중성을 이번 팝업존 홍보를 통해 꽤 많이 확보한 상태다.
팝업존 자체의 퀄리티가 높다 보니 대중들이 힐링 겸 데이트 느낌으로도 많이 찾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골치 아플 거라 생각했던 트리플 크라운 올킬 미션이 이젠 손에 닿을 것 같은 곳에 놓여 있다.
다만 내가 주목한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는데,
‘빌보드 핫 100도 가능할 거 같은데.’
이번에 준비 중인 으로 바로 빌보드 핫 100도 가능할 것 같단 거였다.
근거가 명확하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다만 조짐이 심상치 않단 거다.
‘숏폼 영상 화력이 갑자기 늘었단 말야…….’
현재 아이돌들의 새로운 홍보 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인 숏폼 영상들.
그 숏폼 영상 플랫폼 중에서도 글로벌에서 가장 큰 파이를 갖고 있는 틱택톡에서 의 음악이 소스로 자주 사용되고 있었다.
틱택톡을 통해 입소문이 나서 미국 본토에서 뒤늦게 유행하게 되는 케이스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요즘.
도 그 역주행의 주인공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었다.
무엇보다 아무런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의 화력이라면…….
‘홍보하면 진짜 가능성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 한번 퀀텀 점프를 단행해 보려는 거였다.
내가 보기에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바로,
‘단일곡으로 트리플 크라운 올킬과 빌보드 핫 100 진입.’
두 미션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 말이다.
단순히 두 미션을 하나로 합치기만 할 것이냐.
그건 아니었다.
미션의 난이도가 높아진 만큼 나도 얻어가는 것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동준이 형 회귀자 기억도 가져와야지.’
보상으로 회귀자와의 만남을 가져올 생각이다.
대충 계산해 보기로는 도승이 형이 1번부터 15번까지의 회귀자고.
운이 형이 16번부터 32번까지의 회귀자다.
그러니 33번째 이후부터의 순번을 부르면 랜덤 확률로 동준이 형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동준이 형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 봐야 남은 건 연훈이 형이다.
동준이 형이 아닌 연훈이 형을 만나더라도 대세에는 지장은 없다.
어차피 내 목표는 형들의 기억을 이 세계로 다 모으는 것이니까.
연훈이 형의 세계를 먼저 붙이든, 동준이 형의 세계를 먼저 붙이든, 그저 순서의 차이일 뿐이지 결과물은 동일하다,
내가 형들의 세계를 다 합치려는 이유야 간단하다.
‘이 시스템 자체를 끝내야지.’
도승이 형과 운이 형은 무한 굴레에 갇힌 것처럼 회귀와 미션을 반복했지만 난 사실 그럴 생각이 없다.
어떻게든 이 시스템을 끝낼 거다.
시스템과 합의를 봐서 끝내든, 강제적으로 끝내든, 어쨌든 이 무한 굴레를 벗어날 생각이었다.
내가 시스템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건 아니니 확언할 순 없다.
하지만 시스템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미션을 주고, 계속해서 죽으라는 듯이 등을 떠미는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 봤다.
그러자니 나온 결론은 이러했다.
‘대충 쓰고 버려도 되니까 겠지.’
시스템 입장에서 우리들의 우주 하나하나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거다.
만일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말도 안 되는 미션 던져주며 실패를 종용한 후 다음 회귀로 유도하면 되니 말이다.
그러니 시스템과 동등한 입장에 서서 진짜 거래를 이끌어 내려면 그 점부터 보완해야 했다.
대충 쓰고 버려도 될 우주라는 점 말이다.
해서 모든 세계선을 모으려는 거였다.
대충 쓰고 버릴 우주가 아니라, 모든 우주가 다 합쳐진 단 하나의 우주가 되기 위해서 말이다.
일단 이다음은 다 모은 후에 생각하기로 하고.
어쨌든 트리플 크라운 올킬 미션과 빌보드 핫 100 진입 미션의 통일을 통해 회귀자와의 만남을 얻어내는 것이 목표다.
난 심호흡을 하고 앉았다.
지금 시각은 새벽 1시.
형들은 다 잠든 시간이다.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한 후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곤,
지이잉-!
통찰을 사용했다.
거실의 공기가 일순 정지하고 허공에 나부끼는 먼지조차 그 자리에 멈춰 선다.
오직 나와 시스템만 인지하는 속도로 세상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전에 해본 것처럼, 허공 위에 내가 받은 미션들을 글자로 새겨넣기 시작했다.
해본 적 있던 작업이라 그런가.
이전보다 분명 수월하다.
‘통찰’의 능력이란 게 쓰면 쓸수록 는다는 게 신기하다.
원래 이런 초현실적인 능력에는 숙련도 같은 게 없을 것 같으니 말이다.
뭐 쓸수록 는다면 나야 좋은 것이니 딱히 군말하고 싶진 않다.
난 허공 위에 두 개의 미션을 모두 적어냈다.
원래라면 이 지점에서 시스템이 허용되지 않은 접근이라며 통찰을 풀었겠지만 오늘은 어째선지 조용했다.
이제 남은 과정은 이 두 미션을 합치는 거다.
난 두 미션의 내용을 적절히 조합하여 하나로 만들어냈다.
[3개월 안에 국내 음악방송 트리플 크라운 올킬과 음원 차트 1위, 빌보드 핫 100 차트 진입을 이뤄내시오.]
[성공 시, 40번째 회귀자와의 만남.]
[실패 시, 강도승, 이운, 박동준의 사망 및 세계선 분리.]
만들어놓고 보니 아주 살벌한 내용만 가득하다.
미션 하나에 세 사람의 목숨이 걸린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 기회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짓이다.
빌보드 핫 100 진입?
애초에 지금 으로 진입하지 못하면 3개월 안에 들어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미국 진출을 3개월 안에 어떻게 한단 말인가.
현지 프로듀서랑 매니지먼트도 다 구해야 하고.
천문학적 돈을 써가며 맨땅에 헤딩하듯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니 말이다.
그러니 에 모든 걸 걸고 시스템에 단판 승부를 걸어볼 때였다.
만들고 보니 쫄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할 수 있어.’
난 쿵쾅대는 심장을 잠잠히 가라앉혔다.
벌써부터 겁먹으면 될 일도 안 된다.
시스템도 내가 수정한 미션이 적합하다 판단한 걸까.
[미션이 수정되었습니다.]
내가 수정한 미션이 받아들여졌다.
‘확실히 이전보다 편해졌네.’
한 번 길을 뚫어놓으면 수월하게 가능해지는 건가 싶다.
아니면 시스템이 보기에 내가 제안한 리스크와 보상의 균형이 적절하게 맞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말이다.
어쨌든 내가 얻으려는 성과는 얻었으니 길게 생각은 안 하려 했다.
통찰을 해제하고 이제 슬슬 잠이 들 생각이었는데,
끼익.
갑자기 연훈이 형이 튀어나왔다.
거실 한가운데에 말이다.
‘……뭐?’
거실에 연훈이 형이 나올 수야 있는 일이다.
이런 걸로 일일이 놀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건 조금 예외 상황인 것이…….
‘지금 통찰을 쓰는 중인데?’
난 아직 통찰을 끝내지 않았는데 연훈이 형이 걸어서 움직이고 있다는 거였다.
먼지마저 허공에 멈춰서 떨어지는 데에 한참이나 걸리는 이 시간 속에 멀쩡한 속도로 움직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난 고개만 살짝 꺾어서 연훈이 형을 바라봤다.
이런 일이 과거에 몇 번 있었기에 난 놀란 마음을 빠르게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러곤 연훈이 형을 가만히 바라봤다.
“연훈이 형 아니죠?”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은 연훈이 형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내가 아는 바로 그 연훈이 형은 아니었다.
그 예시로,
[허용되지 않은 접근입니다.]
[허용되지 않은 접근입니다.]
[허용되지 않은 접근입니다.]
연훈이 형을 바라만 봤을 뿐인데도 시스템이 허용되지 않은 접근이라며 시스템 로그를 쏟아내는 중이니 말이다.
내가 아는 그 연훈이 형이었다면 이런 시스템 로그가 뜰 리가 없다.
난 이 지랄 맞은 시스템 로그를 그만 듣기 위해서라도 우선 통찰을 해제했다.
그때까지도 눈앞의 연훈이 형은 작게 미소만 지을 뿐, 다른 대답은 하지 않았다.
내가 시스템과 딜을 하거나 무언가를 알아내려고 할 때면 늘 나타나서 적절한 해법을 전달해 주고 가던 사람이다.
이젠 자연히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누구세요……? 그쪽은.”
연훈이 형의 탈을 쓴 이 사람이 과연 누구냐는 말이다.
눈앞의 존재는 내 물음에 가만히 시선을 떨굴 뿐이었다.
“우연훈이지. 달리 누구겠어.”
그러곤 묵묵히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내가 아는 그 연훈이 형이 맞아요?”
난 질문을 좀 더 구체화해서 물었다.
“……아니.”
좀 더 명료한 대답이 돌아왔다.
눈앞의 연훈이 형은 우연훈이 맞지만 내가 아는 그 연훈이 형은 아니란 거다.
그렇다면,
“……회귀자 연훈이 형이에요?”
이 가능성밖에 남지 않는다.
다만 그렇다면 해결되지 않는 또 다른 의문들도 생긴다.
왜 이 회귀자만 다른 회귀자들과 다르게 자기 마음대로 내 우주에 드나들 수 있냐는 거다.
한데 이런 의문이 무색해지는 대답이 돌아왔다.
“거기서 조금 달라진 거야.”
“조금 달라진 거요?”
“응.”
연훈이 형이 날 보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모든 것을 초탈한 것처럼 보이는 미소였다.
한데 초탈한 사람은 수수께끼를 해야만 하는 병이라도 걸린 걸까.
“그게 뭔데요. 조금 달라진 게.”
왜 속 시원히 말하지 않고 이렇게 빙 둘러간단 말인가.
이런 내 의문에 연훈이 형은 아무 말 없이 날 바라만 볼 뿐이었다.
“좀만 더 오면 알 수 있을 거야.”
그러곤 또 한 번 사람 애태우는 말을 던졌다.
좀만 더 오면?
그 말은 즉 내가 걸어갈 길을 이 사람이 대충은 알고 있단 거다.
마치 어떤 초월적 존재처럼 말이다.
그러자니 드는 생각은…….
“……시스템?”
지금 눈앞의 연훈이 형이, 시스템일지도 모르겠단 거였다.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연훈이 형에게 다가갔다.
“……형이 시스템이에요?”
만일 맞다는 대답이 돌아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형들을 죽이고 이 거지 같은 회귀 루프에 가둔 후 자기 입맛대로 죽였다 살렸다 하는 게 시스템이다.
몇 번이나 생각했다.
만날 수만 있다면 한 대 패보고 싶다고 말이다.
한데 그 패버리고 싶은 존재가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 중 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만일 그렇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때 연훈이 형의 입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제발 아니라는 답이 나오기를 바랐는데,
“맞아.”
기대와 다른 답이 나와 버렸다.
그리고 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 순간 깨달았다.
퍼억-!
내겐 외형은 중요하지 않았다.
내용물이 중요한 거였다.
눈앞의 상대가 내가 그토록 증오해 마지않던 시스템임을 아는 순간,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내 주먹이 시스템의 안면을 강타했다.
한데,
“끝났어?”
내 주먹은 때렸다, 라는 감각만 느꼈을 뿐 실제론 그 무엇도 때리지 못했다.
연훈이 형의 얼굴에 주먹이 닿는가 싶더니 그 순간 수우욱 하고 형의 얼굴을 통과해 버렸으니 말이다.
“……진짜 ……엿 같네.”
난 증오의 대상을 만났건만 주먹 한 대 제대로 날릴 수 없었다.
“잘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다음에 다시 찾아올게.”
그때 연훈이 형은 그리 말하며 소파에 가서 앉았다.
이내 눈을 감는가 싶더니,
‘뭐야.’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난 허탈한 마음이 되어 연훈이 형을 바라봤다.
연훈이 형은 본인의 입으로 스스로를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한데,
‘진짤까?’
과연 그 말이 어디까지가 사실일지에 대한 의문이 내 속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때,
“으으음.”
연훈이 형이 눈을 떴다.
“뭐야? 나 왜 여깄어?”
그리고 과거에 이미 몇 번이나 있었던 상황을 똑같이 되풀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