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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6화 (16/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6화

나는 다급하게 계정에 접속했다.

올린 트윗이 해당 SNS 내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되며 퍼져 나가고 있었다.

라이트온의 작고 소중한 한 줌 팬덤은 물론이고-

- 아니 시발 여기 이세계 아니지?

- 진짜 이거는 미ㅁ미친 거 아니냐고

- 나 지금 침 흐르는 중

└ 음식 보고 흐르는 거 맞지…?

└ 입 닫아

- 얘들아(0명)라이트온 좀 제발 봐줘 제발 싹싹 빌게 제발 제발

- 저런 얼굴에 저런 요리 실력 가져도 되는 거임? 이 정도면 불공평하게 창조했다고 신 재판장에 끌려갈 듯…

- 나 지금 너무 웃고 있어서 잇몸 메마름 빨간 마스크 되기 직전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서까지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 이 남성 누구신데? 누구시냐고

- 와 요리사로 전직해야 되는 거 아님?

└ ㄹㅇ망돌 인생보다 훨 나을 듯ㅋㅋ

- 저 얼굴에 부엌일 잘하는 조신남이 실존한다고 왜 나한테 안 알려줌?

- 뭔데 이렇게 요리 잘함?ㅋㅋㅋㅋㅋㅋㅋㅋ

- 이 그룹 다들 얼굴이 볼만하네

- 나 남편 찾음 결혼하러 간다 ㅅㄱ 여보 돈은 내가 벌게

조롱하며 비꼬는 말도 있지만, 대부분이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큰 관심은 아니고 그저 잘생긴 남자에게 보내는 관심, 딱 그 정도였다.

‘나쁘지 않다.’

이런 관심이 모여 나중에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법이니까.

올린 트윗에는 뒷모습 사진 한 장, 멤버들과의 셀카 한 장, 음식 사진 한 장.

이렇게 총 세 장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해당 SNS에 세 장을 올렸을 경우, 첫 번째 사진이 길게 세로로 뜬다.

‘그걸 노리고 첫 번째 사진엔 요리 중인 류인의 뒷모습을 찍은 전신사진을 넣었다.’

내 안의 오타쿠 자아가 그 녀석 같은 비율의 소유자는 무조건 전신 사진이라고 주장하기에 넣어본 건데, 생각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다.

애초에 이걸로 큰 반응을 바란 것도 아니고, 여러 장르의 팬들이 모여 있는 이 SNS 내에서만 화제 되는 정도면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쳤기에 나는 만족스럽게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밥에 진심인 K-아이돌의 밥상 수준]

(사진)

(사진)

(사진)

남돌들이 저렇게 해 먹는 게 신기해서 가져옴 ㅋㅋㅋ

- 뭐야 누군진 모르겠지만 나 키워주라… ㅜ

- 밥보다 저 넓은 등짝과 얇은 허리에 눈이 가는 저는 구제불능 변태인가요?

└ 2222

- 누군지도 알려줘야지

└ 라이트온!

- 나도 밥에 진심인데 왜 저만큼 못 해…?

└ 22

└ 3333 ㅋㅋㅋ 그냥 밥에 진심이기만 한 사람들

다음 날 일어나 보니 각종 커뮤니티에도 사진이 소소하게 퍼져 나가며 ‘라이트온’이라는 그룹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흠. 이거 생각보다 화제성이 더……?”

‘일단 지금 한가하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란 건 확실하군.’

난 생각을 마치자마자 어딘가로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 * *

목적지는 대형 마트였다.

스윽.

주방용품 코너 한편에 있는 행거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손에 들린 물건의 정체는 바로 유치한 레이스가 잔뜩 달린 분홍색 앞치마.

이걸 본 순간 내 안의 오타쿠 자아가 이걸 누군가에게 입히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나는 앞치마를 손에 든 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그래도 남자한테 이런 걸 입히기는 좀 그렇지 않나.’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걸 천연덕스럽게 건네기엔, 나도 양심이란 게 있는 놈이라고.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그러면서 왜 카트에 담고 있는지 몹시 궁금해합니다!]

나는 잘 모르겠다만, 이런 일에선 오타쿠 말 들어서 나쁠 게 없다.

모르긴 몰라도 덕후 마음은 같은 덕후가 잘 알겠지.

지금 난 자체 컨텐츠를 찍는 데 필요한 것들을 사 오겠다는 핑계로 나온 상태였다.

실제로 청소 도구들도 사야 하고.

“으음? 앞치마 사시려고요?”

“……어.”

나오는 길에 들켜서 누굴 달고 나오게 되었지만.

“흠…… 그거보다 이게 더 심플하니 괜찮지 않아요?”

최승하가 그냥 아무런 무늬가 없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검은색 무지 앞치마를 집어 들며 말했다.

숙소에 있는 검은색 앞치마와 비슷하게 생긴 것이었다.

나는 카트에 담긴 휘황찬란한 레이스가 존재감을 뽐내는 앞치마를 힐끔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난 이게 더 맘에 드는데.”

“웬일로요? 형은 옷도 다 무채색으로만 사잖아요. 심지어 양말까지.”

어쩐지 옷장에 다 검은색, 회색, 하얀색밖에 없더라니.

“……이런 것도 나쁘지 않아.”

방금 어쩌다 보니 성해온의 사회적 체면을 심각하게 떨어뜨린 것 같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폭소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100골드를 후원합니다!]

“…….”

떠오른 메시지를 흘겨보고 있던 그 순간, 최승하가 행거에서 내가 고른 것과 같은 레이스 앞치마를 집더니 본인 몸에 가져다 대며 환하게 웃었다.

“어때요. 저도 잘 어울려요?”

“어.”

짤막하고 무성의한 대답이 빛의 속도로 튀어나왔다.

‘……지금 코피 흘리고 있는 거 아니겠지.’

음.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저 광경을 본 순간 오타쿠 자아가 싸이렌을 울리며 난리를 쳤으므로.

스윽!

재빠르고 자연스럽게 코 밑을 훑었으나 천만다행으로 건조했다.

“그럼 저도 좋아요! 저희 이번엔 저쪽 가요.”

구경이 재밌는지, 녀석은 나를 데리고 이곳저곳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체력 A+답게 지치지도 않는 모양.

“형! 이거 저희 방에 놓을까요? 귀엽다!”

최승하가 식물 코너 앞을 지나치지 못하고 작은 다육식물이 담긴 화분을 손에 쥔 채 물었다.

“그래.”

“흐음…… 근데 제가 이걸 잘 키울 수 있을까요?”

‘그 식물도 너 같은 미남이 매일 들여다보고 물도 주고 하면 좋아할, 아. 빌어먹을.’

이해성은 매일 이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는 걸까.

차라리 내가 오타쿠였다면, 이런 생각을 하는 걸로 매일같이 고통받지 않을 텐데.

“그거 다육식물이잖아. 쉽게 안 죽어.”

“정말요? 그럼 사야지, 헤헤.”

“우리 청소 도구도 사야 해. 가자.”

그렇게 이것저것 담다 보니 카트가 꽤 채워진 상태였는데 녀석이 카트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저 어릴 땐 이 카트에 타는 거 진짜 좋아했거든요. 어렸을 때 키가 빨리 자라서 오래 못 탔지만요.”

어렸을 때 친구들은 다 타는데 왜 자기는 이제 안 태워주냐며 서러워서 울고불고 난리 친 적도 있다며 말을 이었다.

“나중에 라이브 소통할 때 말해.”

팬들은 멤버들의 저런 사소하고도 귀여운 어린 시절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니까.

“흠, 팬분들이 이런 시시한 이야기를 좋아하실까요?”

“……? 당연한 걸 묻는군.”

“형, 뭔가 새로워요. 어쩐지 다른 모습……?”

또 쓸데없이 예리해지려고 하다니, 귀찮아지기 전에 피해야지.

나는 카트를 손에 쥔 채 빠르게 녀석에게서 멀어졌다.

“형! 형! 가, 같이 가요!”

기어코 지척까지 쫓아온 녀석이 다시 말을 걸었다.

“아니, 사람이 이렇게 매정해! ……저희 장도 봐 가요.”

“그럼 오늘 먹을 것만 사 가자.”

내 대답에 최승하가 고개를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였다.

“음? 온 김에 한 일주일치 먹을 거 사 가는 게 낫지 않아요?”

“장 보러 가는 영상도 찍고 싶어서.”

“……! 형은 계획이 다 있으시네요!”

그렇다.

자체 컨텐츠, 즉 자컨 촬영이 어느새 성큼 다가온 것이다.

촬영 일자는 내일모레였다.

첫 숙소 컨텐츠에서는 숙소 소개와 함께 장 보러 가는 영상, 구매한 식재료로 류인이 요리하는 영상을 담아낼 계획이었다.

‘직전에 설득해서 앞치마도 입혀야지.’

뭐, 결사코 안 입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싫다고 하면 진짜 안 입힐 거냐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냅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그래도 양심은 있을 거라며 고개를 젓습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비웃으며 내기를 제안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콧김을 내뿜으며 내기를 받아들입니다!]

“진짜 지랄하는군…….”

“……?”

갑작스럽게 면전에서 욕을 들은 최승하가 물음표를 띄웠다.

“……너한테 한 소리 아니다.”

저 작자들한테 한 소리지.

왜 남의 행동을 가지고 내기를 하는지 심각하게 어이가 없었다.

“아하~”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눈치를 살피던 최승하가 하하, 웃으며 입을 열었다.

“형, 그럼 저희 오늘 떡볶이 해 먹을까요? 저 떡볶이는 자신 있는데!”

“너 요리 잘해?”

“아니요. 그냥 뭐 떡볶이, 볶음밥 이 정도밖에 못 해요. 요리는 류인 형이 지~ 인짜 잘하죠!”

대충 고개를 끄덕이자 녀석이 말을 이었다.

“류인 형이 만드는 빵이랑 과자도 웬만한 제과점보다 맛있지 않아요?”

나는 식품 코너로 가던 걸음을 우뚝 멈춰 섰다.

……뭐?

‘숙소에 있던 미니 오븐의 정체가 그거였나.’

솔직히 이런 숙소에 오븐이 왜 있나 궁금했지만 1년 넘게 같이 산 입장에서 갑자기 물어보는 행위 자체가 수상하니까 궁금함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저 무언가를 데워 먹는 용도겠거니 생각했었다.

요리도 그렇게 수준급인데 베이킹까지 한다니.

‘……음.’

“무슨 생각 해요?”

그 녀석은 정말 컨텐츠를 위해 태어난 놈인 것 같다는 생각…….

“아무것도 아냐. 가자.”

* * *

촬영이 하루 전, 오늘은 대청소를 해치우기로 작정한 날이었다.

숙소가 비좁고 추레한 건 괜찮으나, 더러우면 마이너스 점수가 되기 때문.

이른 아침부터 멤버들과 청소 구역을 나눴다.

나는 욕실, 류인은 베란다와 창틀, 최승하는 주방, 신유하는 냉장고 정리, 차윤재는 베란다, 한수현은 바닥 쓸고 닦기.

“시작할까.”

나의 말에 각자 청소 장비를 든 멤버들이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각자의 구역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숙소는 깔끔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쌓인 먼지나 생활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물때 등등…….

대청소를 계획하기 시작하니 할 일이 꽤 많았다.

좁디좁은 욕실에 웅크려 앉아 청소를 하려니 허리도 욱신거리고 다리도 저려왔다.

락스 냄새에 눈도 좀 매운 것 같고.

그렇게 청소를 시작한 지 두 시간쯤 되었을까, 나만 힘든 게 아닌지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벌레, 벌레! 혀, 형님들! 여기 벌레가 나왔습니다!”

차윤재가 펄떡 뛰자, 최승하가 쏜살같이 달려갔다.

“내가 잡아줄, 으악~ 나 못잡겠어!”

“형님은 도움이 되지 않으니 저리 가십시오!”

“이잉……. 으음? 류인 형 뭐 해요? 부쉈어요?”

“……어, 이거 왜 이러지. 설마 내가 부순 건가.”

콰당탕!

‘……난장판이군.’

고개를 절레 저은 나는 물티슈를 챙기기 위해 욕실 문턱을 넘어 거실로 향했다.

“……왜, 안 닦이는…….”

냉장고 속의 얼룩을 박박 닦으며 중얼거리는 신유하가 눈에 들어왔다.

“으음? 그거 안 닦이는 얼룩이네~”

옆에서 싱크대 청소를 하던 최승하가 넌지시 대답하자 신유하가 왜 그걸 지금에야 알려주냐며 한숨을 쉬었다.

그걸 멀리서 지켜보던 나는 흐음, 소리를 냈다.

‘저 둘, 티키타카가 꽤 괜찮은데.’

둘이 동갑즈로 개별 컨텐츠 찍으라고 해도 나쁘지 않겠어.

그때 최승하가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형, 왜 이렇게 무섭게 쳐다봐요! 저 뭐 잘못했어요?”

“…….”

말을 말자.

“저 끝났는데 누구 도와드릴까요.”

숙소 바닥을 윤이 나도록 닦은 한수현이 사용한 걸레를 빨며 말하자, 여기저기서 기다렸다는 듯 반응이 터져 나왔다.

“나나나나 제발 나 도와줘.”

“……나.”

“여기도…….”

나는 아무런 말 없이 물티슈를 챙겨 보란 듯이 어깨를 늘어뜨리고 터덜터덜 욕실로 향했다.

“……욕실이 제일 힘들어 보이니까 도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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