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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31화 (31/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31화

“……때가 됐다.”

“……어, 뭐라고?”

내가 중얼거리자 류인이 상체를 빙글 돌렸다.

“……할 때가 됐다.”

그래, 슬슬 라방 켤 때가 됐다.

데뷔 후 처음 차트인까지 했는데, 그냥 넘어가는 건 아이돌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나는 회사 측에 곧장 문자를 보내 라이브 방송 허락을 맡았다.

“……지금 연습복 차림인데, 괜찮을까요. 따, 땀도 조금 흘렸습니다!”

차윤재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답을 대신했다.

‘얼굴만 잘생겼다면, 거적때기를 입어도 괜찮다.’

방송을 켜기 전, 나는 멤버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전했다.

“……스밍 강요는 절대 안 돼.”

이건 정말 최악이다.

굳이 말 안 해도 팬들은 공기계까지 총동원해 스밍을 돌려주고 있을 테니까.

이 외에도 말 많이 할 것과 댓글을 열심히 읽어줄 것 등등을 당부하고 라이브 방송 시작 버튼을 눌렀다.

[ LIGHT ON ] ●라이브 시작

감사합니다! (하트 이모티콘) (하트 이모티콘)

U앱, 아이돌과 팬들의 대표적인 소통 어플이다.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는 알림을 받은 팬들이 SNS에 재빠르게 소식을 전했다.

- 애들 U앱 킴

- 얼른 들어가세요! 방금 시작함 (링크)

- 와 진짜다 어뜨케 ㅈㄴ 귀여워 (사진)(사진)

- 연습실에서 라이브 켰나 봐ㅋㅋㅋㅋㅋㅋ

소식을 들은 팬들이 라이브 방송에 하나둘씩 접속하고 있었다.

“어, 들어오신다.”

나는 천연덕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작은 테이블 위에 태블릿 PC를 올려두고, 연습실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라이브를 켰다.

그리고 내가 대표로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댓글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 안녕!

- 윙크해 줘 윙크

- 대바규ㅠㅠㅠㅠ 얘들아 안녕!!

- 춤춰주면 안 돼?

- 저 오늘 생일인데 생일 축하해 주세요

- 일본 말로 인사해 주세요

-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ㅜ 속상

“윙크해 달래요. 윙크!”

내 옆에 달라붙어 댓글을 읽던 최승하가 곧바로 한쪽 눈을 찡긋 감았다.

-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Say hello to INDONESIA

- 뭐야 나 방금 들어왔어 제발 한 번만 더 제발

- 오늘 주제가 뭐야?

- 수현아 나 오늘 생일인데 축하해 주라

- 저녁 뭐 먹었어?

“아 저희 저녁은 김밥 먹었어요.”

- 더 맛있는 거 먹어야지

- 김밥 가지고는 안 돼!

“하핫! 맞아요. 저 치킨 너무 먹고 싶은데 해온 형이~”

나는 다급하게 최승하의 등짝을 후렸다.

당연히 카메라 사각지대였다.

“……시, 시켜준대요~ 오늘 야식으로!”

- 치킨 열 마리 먹어ㅠㅠㅠㅜ

- 1인 1닭 해 제발

“……패, 팬분들은 저녁 드셨을지…….”

뒤에 있던 차윤재가 우물쭈물 질문을 던졌다.

라방을 켜기 전, 귀에 피가 나도록 말 많이 하라고 한 보람이 있다.

- 당연한 걸 왜 물어??

- 우린 한 끼도 안 걸러(듬직)

- 못생겼다

못생겼다? 라이트온이 내세우는 장점이 비주얼인데, 가장 타격 없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댓글창의 어그로를 쳐다보던 순간, 입을 꾹 닫고 있던 차윤재가 말문을 열었다.

“……꼭 끼, 끼니를 챙겨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 ㅅㅂ끼니래 끼니…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 거임? 윤재도?

- 그래 할미 꼭 끼니 챙겨 먹을게 손주도 많이 먹어…

- 나보다는 윤재가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아아, 팬분들 많이 들어오셨네요.”

나는 한껏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사실, 팬분들에게 너무 감사해서요.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맞아 얘들아 차트인 너무 축하해!

- 아니야 너네가 노력한 거지ㅜㅜㅜ

- 역시 인성과 얼굴은 비례한다

- 차트인 축하해 (하트 이모티콘) (폭죽 이모티콘)

- 밀리어스 숙소 쪽으로 절 해야되는 거 아님?ㅎ

‘……흠.’

예상했던 대로 밀리어스 언급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마 어그로 댓글의 반절 정도도 그 팬덤에서 나온 거겠지.

댓글창은 순식간에 밀리어스 이야기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이런.’

아주 극소수만 왔겠지만, 팬덤의 크기가 워낙 크다 보니 댓글창을 점령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쪽 팬들 사이에서도 의현과 이 그룹 사이에 무언가 접점이 있다고 확신하는 눈치였다.

- 의현이가 올린 거 봤을 때 기분 어땠는지 궁금해요ㅎㅎ

- 밀리어스랑 무슨 사이예요?

- ㅋㅋㅋㅋㅋ망돌 역겨워 해체해

- 밀리어스 노래 중에 뭐 좋아해?

- 의현이랑 친한 멤버가 누구예요?

이렇게 댓글이 쏟아지는데 언급 제대로 안 하면, 이건 무조건 패인다.

나는 댓글창의 분위기를 살피다가 적당한 때에 입을 열었다.

“아 당연히 봤습니다. 선배님들 정말 존경하는데, 저희 노래를 추천까지 해주시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영광입니다.”

내가 먼저 말문을 열자, 다른 멤버들도 눈치껏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 의현이랑 어떻게 아는지 알려달라니까 ><

- 밀리어스 노래 하나 불러주라~

- 타팬 도배 좀 그만하세요ㅋㅋ 정도껏 해야지;;

- 제일 좋아하는 밀리어스 노래는?

- 밀리어스랑 라이트온 조합 보기 좋다!

- 타이틀 처음 받았을 때 어땠어?

“아, 처음 데모 받았을 때 어땠냐고.”

내가 댓글을 읽자 자연스럽게 류인이 넘겨받아 답했다.

“저희는 처음 듣자마자 정말 반했어요. ……어, 거짓말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반복재생으로 한 시간 넘게 들었거든요.”

“……마, 맞아요.”

신유하도 고개를 붕붕 끄덕으며 긍정했다.

“저거 거짓말이에요. 얘네 한 시간이 아니라, 두 시간은 넘게 들었거든요. 팬분들은 어떠셨어요?”

자연스럽게 팬에게 질문을 넘기자 질문창이 빠르게 움직였다.

- 잘생긴 녀석들이… 귀엽기까지…?

- 맞아 진짜 너무 좋아!! (웃음 이모티콘) (엄지 이모티콘)

- 근데 더 좋은 건 너희가 소화를 잘해서 그래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할게요.”

- 찰칵 파트 비하인드 풀어줘 찰칵 파트!!!

“찰칵 파트 비하인드? 하핫! 이거 찰칵 소리는 원래 없었고, 가사도 다른 거였는데 갑자기 변경되어서 이 부분은 녹음도 다시 했어요. 근데 너무 좋아요! 수현이도 귀엽고~ 파트도 귀엽고~”

- ㅁㅊ 귀여운 놈이 귀여운 놈을 귀여워하는 현장 고발합니다

“다음 사녹 때는 커플 포즈 뭐 할 거냐고요? 으음! 이건 비밀~ 알면 재미없잖아요!”

- 벌써 프로 아이도루다

- 제발 알려줘

“오! 포즈 추천받아 볼까요?”

최승하의 말에 댓글창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 손하트 아님 큰하트?

- 제발 공주님 안기 (미안합니다)

- 한수현 말고 다른 멤버랑도 해주면 안 돼? ㅎ

- 망돌 우웩~

계속해서 어그로성이 짙은 댓글들이 달렸다.

밀리어스 팬덤은 규모가 큰 만큼 정신머리 이상한 놈들도 많다.

이해성의 기억을 잠깐 훑어봐도 발에 채일 정도니.

‘음. 오늘은 여기로 좌표를 찍었나 보군.’

여러 기기로 복붙을 하는 건지, 엄청난 속도로 올라오는 비하 발언에 멤버들의 안색도 점점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 아ㅋㅋㅋ제발 어그로들아 입 닥쳐 애들 곤란해하잖아…

이런 댓글들이 달릴 정도로 분위기가 싸해졌다.

- 신유하 금발 레전드

마침 분위기 환기시키기 딱 좋은 댓글이 눈에 들어와 바로 읽었다.

“유하 금발 레전드라고 하시는데?”

“와우~ 인정이죠. 유하 너무 잘생겼죠~”

“맞아요. 형은 정말 잘생겼죠.”

매일 놀리는 최승하는 그렇다 치고 한수현까지 거드니 신유하의 귓불이 화르륵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금발 미남~ 본인도 본인이 잘생긴 걸 알고 계시나요?”

최승하가 뒤에 앉아 있는 신유하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는 모션을 취하며 능글맞게 질문을 던졌다.

“……저보다 잘, 생긴 분들…… 많으신데.”

“음? 그 말은 본인이 잘생긴 건 인정하신다~?”

“…….”

- 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두 분 뭐 하시는 거냐고요 그냥 둘 다 잘생기셨습니다.

“이러다 유하 얼굴 터지겠어요.”

류인의 재치 있는 마무리 발언으로 댓글창 분위기가 다시금 화기애애해졌다.

그럼에도 분탕 칠 의도가 다분한 댓글이 꾸준히 올라왔지만, 팬들도 그걸 의식했는지 댓글을 더 많이 쓰면서 어그로성 댓글을 빠르게 위로 올려 버리고 있었다.

- 잘생긴 애들끼리 저러니까 흐뭇하다

- 라이트온 흥해라

- 내가 저 얼굴이면 매일 거울 보면서 “너 좀 생겼다?” 50번씩 외침

- 그냥 너네 다 잘생겼어…

- 오늘의 TMI 알려줘

“하핫! 아 티엠아이! 이건 또 제가 말할 게 있어요. 아까 차에서~”

팬들과 떠들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음.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해야겠군.’

대화를 하다 보니 조금 재밌기도 해서, 예상보다 오래 했다.

적당한 타이밍을 잡아, 말문을 열었다.

“저희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희 앞으로 더욱더 열심히 할게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팬분들의 성원에 뒤처지지 않도록……!”

“음, 여러분 진짜 저희가 많이 사랑해요. 안녕! 하핫, 자주 올게요!”

[라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

* * *

“……찢었다.”

같은 시각, 곽덕배는 중얼거리며 U앱 녹화본을 편집하기 시작했다.

차오르는 덕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얼마 전 라이트온 영상계를 만든 그녀였다.

“어디 이거~ 반응 좀 검색해 볼까나.”

흐뭇한 표정으로 스크롤을 내리던 곽덕배의 손이 멈췄다.

“이런 X발, 미친.”

계정 이름부터 ‘라이트온=망돌ㅋㅋ’인 계정이었다.

거의 도배 수준으로 글을 올리고 있었는데, 모든 트윗에 멤버들의 이름과 그룹명 해시태그까지 달고 있었다.

“……허어?”

내용은 이러했다.

- 라이트온 = 양심 출타한 ㅈ돌ㅇㅇ

의1횬이 덕에 차트인 간신히 한 망돌 주제에 개싸가지 없음

어휴ㅠㅅㅂ 왜 의1횬이는 너무 착해서 자선 사업까지 하는지ㅜ

그냥 망해서 해체하게 냅뒀어야함ㅎ

특히 차윤재ㅋㅋ 밀ㄹ어스 팬 많다고 꼽 주는 것 좀 보셈

(영상)

첨부한 영상을 확인하니, 고개를 쭉 빼 댓글창을 읽으며 오늘은 팬분들이 많으시다며 작게 중얼거린 것뿐이었다.

곽덕배의 손이 분노로 바들바들 떨렸다.

- 그리고 성해온 얘도 싸가지 걍 ㅈㄴ 없음~~

고맙다는 얘기 딱 한 번 하고 댓글 올라오는 거 다 씹음 ㅋㅋ

응응 해온아~ 평생 그렇게 싸가지 없이 살아라!

벌써부터 눈깔이 쎄한 게 곧 동태 될 기미 보임 ㅎㅎ

“그냥 할 말이 싹 사라진다, X발.”

이건 그냥 어떻게든 꼬투리 잡고 싶어 하는 정병이 틀림없다.

더 기가 차는 건 겨우 이딴 게 백 단위로 리트윗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분개한 곽덕배는 알계의 계정을 인용해서 미친 듯이 팼다.

물론 자물쇠 탄탄하게 걸린 비밀 계정에서 말이다!

아이돌판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 곽덕배는 공계에서 싸워봤자 쪽수로 밀릴 걸 알고 있었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대응해도 쪽수는 못 이긴다.

싸움이 벌어지면 목소리 큰 팬덤이 무조건 이긴다.

눈물 나지만 어쩔 수 없는 불변의 법칙이다.

* * *

나는 습관적으로 SNS의 반응을 살피다가 ‘라이트온=망돌ㅋㅋ’인 계정을 발견했다.

3분 단위로 복붙 트윗을 올리고 있을뿐더러, 아예 트윗마다 라이트온 멤버들의 이름을 단 해시태그를 동반하고 있었다.

“…….”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군.

“……음.”

밀리어스 멤버가 우리를 언급했을때부터 이런 상황을 대충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더 끈질긴 사람이 붙은 모양.

사실 이런 근거 없는 분탕질은 굳이 대응하지 않아도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사라지긴 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타 팬덤과 이런 일이 생기다니, 여러모로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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