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40화 (40/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40화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경악합니다!]

[수식언을 공개하지 않은 일부 성좌가 수군거립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500골드를 후원합니다!]

한참 정자세로 굳어 있던 김민성의 입에서 멍청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에?”

아직도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 건지 그의 입이 한 번 더 열렸다.

“……에, 엥?”

나는 김민성의 볼을 두어 번 상냥하게 쓸어내렸다.

“아아, 매니저님 볼에 날벌레가 붙어 있어서요.”

슥, 슥-

“이제 괜찮네.”

“……?”

방금 벌어진 일과 현재 자신의 뺨을 쓰다듬는 상냥한 손길에 김민성은 더욱더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나를 빤히 바라봤다.

매니저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그, 근데 왜 주, 주먹으로?”

“아, 아직 긴장이 안 풀렸나 봐요. 손을 편다는 게 그만.”

아, 물론 약하게 쳤다.

그냥 주먹을 가져다 댄 정도?

음, 조금 세게 가져다 댄 정도?

근데 진짜 약하게 쳤다.

그러니까 김민성도 두 발 멀쩡히 붙이고 서 있는 거겠지.

“그, 그럴 수 있지. 어, 그럴 수 이…… 있지!”

연신 아리송한 표정을 짓던 매니저가 입꼬리를 꿈틀거리며 웃었다.

나는 화사하게 웃었다.

“회사엔 말 안 할 게요!”

어차피 말해봐야 해프닝 수준으로 끝날 거다.

“으응, 고…… 고맙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인성에 할 말을 잃어버립니다!]

* * *

“아, 아까는 일부러 그러신 겁니까?!”

내게 다가온 차윤재가 무슨 기밀 사항이라도 말하듯이 작게 속삭였다.

그럴 리가.

“실수였다.”

내가 대답하기 무섭게 소파 옆에 앉아 있던 신유하가 작게 입을 열었다.

“……거짓말.”

“어쩌면 그렇게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을……! 어떻게 실수로 주먹이 나간답니까!”

나는 만면에 미소를 걸치고 차윤재와 신유하를 바라봤다.

싱긋…….

파르르!

몸을 떤 놈들이 내 시선을 피했다.

“내가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매니저님을 칠 리가 없잖아.”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에게 삿대질을 하며 뒷목을 부여잡습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폭소합니다!]

“그, 그런!”

그 순간, 욕실 문이 열렸다.

머리를 탈탈 털면서 다가온 최승하가 근엄한 목소리를 냈다.

“내 머리를 말리며 들어보니, 네 말도 옳고! 네 말도 옳구나~!”

그러고는 내 아래에 털썩 주저앉더니 헤실 웃었다.

“형, 근데 일부러 맞잖아요. 저는 이해해요, 화날 만했지~ 제가 봐도 우리 매니저님은, 조금. 하핫.”

참고로 이 녀석들도 김민성을 그닥 좋아하진 않는다.

당연한 일이었다.

일처리도 엉성한데다가, 서로 간에 예의도 지키지 않고, 팬들까지 경시하는데 그 누가 김민성에게 호감을 품을 수 있을까.

“……소, 솔직히 약간! 아주, 조금 ……통쾌했습니다.”

이어지는 차윤재의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으음?”

“하지만 폭력은 무, 무슨 일이 있어도!”

“에이, 그냥 주먹만 닿은 거지.”

“그, 그런 겁니까? 하긴…….”

뭐지?

이 녀석…….

놀리는 맛이 있다!

최승하가 왜 그렇게 허구한 날 차윤재를 놀려대는지 조금 알 것 같기도 하고.

한참 녀석을 놀려먹고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운 나는 스크롤을 내리다가, 멈칫했다.

“……음,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데.”

조용히 중얼거리며 스크롤을 내렸다.

- 밀리어스가 라이트온이랑 친해지고 싶대ㅠㅠㅠ

가장 먼저 확인한 트윗에 눈을 깜빡, 느리게 감았다가 떴다.

……갑자기 무슨?

‘이런 말 잘못하면 저쪽 팬덤이 가만 안 둘 텐데.’

등골이 서늘해졌다.

나는 이 상황을 자세히 알기 위해 서치를 더 깊게 파고들었다.

- 대박 밀ㄹ어스 의1현이 방금 U앱에서 해온이랑 친하다고 했대

- 성해온 의외의 인맥 (영상)

트윗에 첨부된 영상의 썸네일은 의현이었다.

배경을 봐서는 U라이브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미친 새끼가, 설마?

툭.

영상을 터치하자, 화면 속 의현이 웃으며 어떠한 댓글을 읽었다.

[ 아, 친해지고 싶은 사람 있냐고요. 흐음, 라이트온? ]

……?

애초에 이런 피차일반 곤란할 질문을 왜 읽는 거지.

그냥 넘기면 될 텐데?

솔직한 마음으로는 이런 질문이 정말 올라왔을지도 의심된다.

얘네 정도 되면 라이브 댓글창이 읽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쓸려 버리기 때문이다.

[ 라이트온 어떻게 아냐고요? 아하하, 당연히 관심 있는 후배니까 알죠. ]

한 번 읽은 건 그렇다 치고 두 번이나 언급을 하다니.

아무래도 이 새끼도 제정신은 아닌 모양.

그리고 뭐? 우리랑 친해지고 싶다고?

“지랄.”

이건 진짜 지나가던 개도 안 믿을 소리다.

정말 친해지고 싶었다면 샵에서 그런 행동을 했을 리가 없지.

비틀린 비웃음, 아직까지 생생하다.

우리가 마음에 안 들면 안 들었지, 절대 곱게 보는 기색은 아니었다는 의미다.

그리고 화면 속 인물이 입을 열었다.

[ 누구랑 가장 친해지고 싶냐고, 으음. 말해도 되나? ]

[ 말해달라고요? 하하. 거기 리더분이요. ]

이 새끼, 이거 일부러 이러는 게 확실하다.

‘……이유가 뭘까.’

이런 언급을 하면 본인 팬덤도 좋아하진 않을 텐데?

팬들은 같은 멤버 언급이나 바라지, 타 아이돌 언급은 관심 밖이다.

오히려 싫어할 거다.

그런데 굳이, 굳이 언급을 해댄다고?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내게 성해온의 기억은 단 하나도 없으며, 밀리어스와 라이트온 사이의 연결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문제는 이게 아니었다.

저번 U라이브 때부터 집요하게 라이트온을 까내리고 있는 그 계정이 의현의 U라이브 이후 더 폭주하기 시작했다.

멤버들의 못 나온 사진을 연속으로 올리며 써방, 즉 서치 방지 없이 조롱은 기본이고, 이젠 인격 모독까지 시작했다.

더 기가 차는 건 그 계정 말고도 다른 계정까지 생겨나고 있다는 것.

심지어 서로 리트윗 품앗이까지 해주고 있었다.

사실 빌런 불변의 법칙으로 어느 판에 가나 이상한 사람은 있는 법이다.

물론 라이트온 팬덤에도 있겠지.

우스갯소리로 5명이 모이면 그중 1명은 이상한 놈이고, 이상한 사람이 없으면 본인이 이상할 확률이 크다는 말도 있지 않나.

밀리어스는 팬덤이 어마어마하게 큰 만큼 이상한 인간들도 아주 많을 수밖에 없다.

내가 보기엔 그 사람들이 지금 한마음 한뜻으로 라이트온에 붙은 것 같다.

‘……예감이 안 좋은데.’

망돌 주제에 1군 아이돌이 친한 척을 친히 해주시면 넙죽 고마워해야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럴 리가.

실상 도움 되는 것보다 손해가 더 크다.

밀리어스의 팬덤, 밀러스.

이해성의 측근에서 지켜봤던 결과, 이 팬덤의 기는 장난 아니다.

지금 떠오르는 기억만 훑어봐도 이해성이 이 팬덤 때문에 고통받은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음, 이해성은 밀리어스 아카이브 계정을 운영하며 많은 공격을 받았던 것 같군.

“…….”

한번 물어뜯으려고 작정하면 무슨 짓을 하든 조롱하고 공론화하는 부류인데, 지금 우리가 찍힌 모양이다.

이유는 그냥 간단하다.

감히 망돌 주제에 밀리어스의 입에 오르내리는 걸 고까워하는 거다.

요즘들어 언급도 늘고 있는 것 같으니, 더 꼴 보기 싫겠지.

한창 화제성이 생길락 말락 할 때, 이런 사람들이 붙다니.

‘하필이면.’

게다가 인신공격의 수위가 점점 도를 넘고 있다.

나야 뭐, 괜찮지만 멘탈 약한 놈들이 받을 충격이 걱정됐다.

그리고 진짜 큰일은 생각지도 못하게 다음 날 터져 버리고 만다.

* * *

우리는 평소와 같이 사녹을 돌고 연습실로 향했다.

“오늘 U라이브 켜는 거 어때요?”

최승하가 먼저 라이브 제안을 했다.

어제 의현의 언급 때문에 각종 분탕질이 걱정되긴 하지만, 소통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게다가 팬덤 분위기도 뒤숭숭할 테니까 좋은 제안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 연습실 바닥에 널려 있는 옷가지들을 주워 구석에 몰아놨다.

“그래. 연습실 정리 좀 하고 켜볼까.”

U라이브를 켜자마자, 예상대로 밀리어스 팬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 해온아 의현이가 너랑 친해지고 싶대

- 류인아 나 오늘 생일이야! 축하해 주라!

- 당장 의현에게 전화 연결을 해보십시오.

“생일 축하드립니다.”

그 와중에 류인이 댓글을 발견하고 입을 열었다.

- 얼굴이 복지다

- 망돌 주제에 ㅂㅅㅋㅋㅋ

- 현이랑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 썰 풀어주세요! (웃음 이모티콘)

- 밀리어스 노래 중에 뭐 제일 좋아해?

- 유하 얼굴 안 보여ㅜㅠ

“얼굴 잘린다, 유하야. 조금만 앞으로 와.”

나는 뒤에 찌그러져 있던 신유하를 앞쪽으로 옮겼다.

- 저녁 뭐 먹을 거야?

- 나는 해외팬입니다. 당신은 의현과 무슨 사이입니까?

- 밀리어스가 언급한 거 봤어용?

- 성해온 말 좀 해봐ㅋㅋ 어떻게 아냐니까? 입 닫고 있는 거 꼴 보기 싫당ㅇㅇ

“아! 저녁 메뉴는 저희 닭가-”

“닭으로 만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치킨입니다~!”

순식간에 사각지대에서 등을 꼬집힌 최승하가 하하하 웃었다.

‘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거의 밀러스가 점령한 수준이었다.

라이트온 팬들의 댓글을 찾아내기가 힘들 정도였다.

- 요즘 라이브 자주 켜줘서 고마워 얘들아!

- 못생김~ 망해라~ 해체해~ 죽어~

- 오늘 점심 뭐 먹었어요?(하트 이모티콘)

- 탈퇴해 탈퇴해 탈퇴해 탈퇴해 탈퇴해 탈퇴해 탈퇴해 탈퇴해 탈퇴해 탈퇴해 탈퇴해 탈퇴해 탈퇴해 탈퇴해 탈퇴해 탈퇴해

- 의현이 유라이브 본 후기 궁금해요!

뭐, 대부분은 악의 없이 정말 순수한 궁금증으로 질문을 하는 거겠지만, 악플들과 섬뜩한 댓글도 어렵지 않게 눈에 띄었다.

이쯤되니 멤버들도 악플을 봐버렸는지 분위기가 낮게 가라앉았다.

그 기류를 눈치 챈 팬들이 댓글에서 분개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 밀러스 제발 꺼져 좀 제발 제발

- 왜 남의 라이브에 와서 지랄이야 느그 오빠한테 물어봐

- 진짜 경우없기론 1티어다 1티어

이러다 싸움 나겠는데.

나는 한숨을 삼키며 몸을 앞으로 움직였다.

일상적인 대화를 꺼내 이 착잡한 분위기를 중재하려는 속셈이었다.

이때 속으로 ‘그 정신 나간 새끼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이지? 그냥 울고나 싶다’ 뭐 이런 신세 한탄이 담긴 생각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진심 섞인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정신 나간 시스템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은 모양이다.

띠링!

[천상천하(天上天下)]가 발동됩니다!

주르륵-!

맹세코 진심은 1%도 담기지 않았던, 그냥 지나가듯 생각해 버린 ‘울고 싶다’를 연기로 인식해 버린 미친 특성으로 인하여…….

내 오른눈에서 눈물이 주륵, 흘러내려 버린 것이다…….

고개라도 숙이고 있었으면 모를까, 나서서 말하려던 상황이었기에 얼굴 빳빳하게 들고 있었다.

이 정신 나간 상황에서도, 나는 타계할 만한 방도가 없을까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렸다.

그리고 답은 금세 도출됐다.

음.

답이 없구나.

……정말 없어.

……진짜, 진짜로, X됐다.

주르륵!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선생님들, 무슨 방법 없을까요?’

시간을 돌리는 방법이라든가…….

돌리는 방법이라든가…….

방법이요.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자기 필요할 때만 선생님이라고 부른다며 황당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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