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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63화 (63/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63화

강찬혁 이 인간, 거짓말 정말 못한다.

“음. 그러니까 이번에, 음. 2차 경연곡이, 으음. 나온 거죠?”

작업실을 찾아갔던 나로 인해 이미 다음 경연곡은 아는 상황이고, 그걸 모두 비밀로 해달라 했으니 저러는 건 이해가 간다만…….

와중에 류인이 입을 열었다.

“에스더블비 선배님의 을 하게 됐습니다.”

“아하~ 하하. 그, 그! 알죠~ 그 노래!”

그래도 저건 너무 삐그덕대는 거 아닌가.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강찬혁의 발연기에 눈살을 찌푸립니다!]

“그게 아마 섹시한 노래죠? 아아, 이거 큰일 났군요…….”

다행히 멤버들은 별 눈치를 못 챈 것 같다만, 정말 처참한 연기 실력이었다.

“저희도 떠오르는 편곡 아이디어가 없더라고요.”

“맞습니다. 사실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보니 더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한수현과 차윤재가 연이어 말을 잇자-

콰앙!

강찬혁이 곧바로 책상을 내려치며 입을 열었다. ……깜짝이야.

“제게, 아,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힐끔! 힐끔!

심지어 계속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 공을 이야기하지 않는 게 마음이 불편한가 보군.

나는 강찬혁과 눈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프로듀서님, 무슨 계획이신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의 뻔뻔한 연기에 만족합니다!]

“이 남성스러움이 물씬 나는 섹시함은 라이트온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진지하게 운을 뗀 강찬혁이 아차 싶었는지 곧바로 말을 정정했다.

“아! 안 어울린다는 게 ‘아직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소리였습니다. 아무래도 다들 너무 어리시니까요.”

하여간 착한 인간이다.

멤버들은 모두 강찬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미 신뢰가 쌓인 상태기에, 강찬혁이 하는 말이면 우선 믿고 볼걸.

강찬혁이 내 쪽을 계속해서 힐끔 바라보더니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저는 이 섹시한 분위기를 다른 방향으로 비틀어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여섯 개의 시선이 강찬혁에게로 향했고, 그에 응답하듯 그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금욕적인 컨셉입니다.”

멤버들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는지, 잠시 정적이 흘렀다.

“저는…… 좋은 것 같은데요?”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역시 나였다. 잔뜩 놀란 표정은 당연히 기본 장착이었다.

스스로 얼굴에 금칠하는 것과 다름이 없지만, 뭐 어떤가.

내 반응 이후로 호의적인 반응이 우후죽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멤버들은 요 근래 계속 짬이 날 때마다 무대를 찾아보며 한숨을 쉬어댔는데, 실마리가 보이니 기쁜 모양이다.

“후, 훌륭한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솔직히 금욕적이라는 키워드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차윤재가 눈을 빛내자, 한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좋습니다. 혹시 프로듀서님이 세부적으로 생각하신 방향도 있으신가요?”

……휙!

강찬혁이 곧장 내게로 눈길을 돌렸다.

어지간히 양심에 찔린다는 얼굴이었다. 정작 양심에 찔릴 짓을 한 건 나인데 말이다.

명훈이 같은 양아치들이 도사리고 있는 이 더러운 사회에서 저 물러터진 성정으로 어떻게 살아가려고.

쯧쯧쯧…….

내가 슬며시 시선을 피하자, 강찬혁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은 금욕이라는 키워드에서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그때 최승하가 긴가민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는 종교적인? 그런 분들이 떠오르네요.”

강찬혁은 곧바로 고개를 살풋 끄덕이며 대답했다.

“제가 생각한 컨셉도 사제입니다.”

그의 대답에 여기저기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휙!

강찬혁이 다시금 내게 시선을 던졌다.

이러다가 짜고 친 거 걸리겠네.

다시 한번 양심 없이 시선을 스윽, 돌리자 안색이 눅눅해진 강찬혁이 마지못해 운을 뗐다.

“저는 거기서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 * *

강찬혁은 편곡을 내일까지 해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내가 미리 말해주긴 했지만, 편곡을 이렇게 단시간에 해내겠다고 자신하다니, 정말 대단한 인간이란 말이지.

연습실의 문을 열고 익숙하고 그만 보고 싶은 얼굴이 걸어들어왔다.

구희승이었다.

1차 경연이 끝나고 처음 보는 거였다. 아, 참고로 그거 녹화할 때 구희승도 있었다.

잠깐 우리 무대만 보고 간 것 같지만.

“야아~ 얘들아 너네 무대 잘하더라?”

출연진들 중에도 몇몇은 구희승에게 안무 가르침을 받은 전적이 있는지 아주 극진할 정도로 대우를 하더라.

무시만 당하는 우리와는 다른 처지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보는데, 크으. 실수도 없고? 누구 제자인지 몰라도 아주~”

일단 저는 당신 제자 아닙니다.

“우리 해온이 표정이 어쩐지 불손한 건 내 착각일까?”

“그럴 리가요. 저는 선생님의 1호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사회생활을 안타깝게 바라봅니다!]

구희승은 내 답변이 마음에 들었는지, 내 어깨에 팔을 걸쳤다.

“너희 2차 경연곡 나왔다며? 이번에도 뽑기였다는 소린 들었다.”

그 프로그램이 아주 작정을 했다며 혀를 끌끌 차는 구희승이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문라잇이라, 그거 편곡 방향은 정했어?”

“네. 프로듀서님이 내일까지-”

참고로 내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휙!

구희승이 일언반구도 없이 서 있는 멤버들의 상의를 하나씩 젖히기 시작한 거다.

가장 먼저 내 반팔 티가 매가리 없이 들려 올라갔다.

“해온이 너는, 으휴.”

“…….”

진짜 딱 한 대만 치고 싶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골드 주머니를 흔듭니다!]

나는 생각을 더 이어갈 수 없었다.

휙! 휙! 휙!

구희승이 저벅저벅 걸어다니며 멤버들의 옷을 젖히기 시작한 것이다.

‘이봐, 이해성. 진정해라.’

나는 눈알을 굴려 연습실 사방에 붙어 있는 거울을 봤다.

‘다행히 코피는 안 나는군.’

내 자아가 이긴 것이다.

이해성의 기억과 정보는 정말 유용하다.

하지만 감정적으론 아니다.

없앨 수 있다면 없애고 싶다. 확실한 방법이 있다면 주저 없이 없앨 거다.

같은 거 달린 놈들한테 이딴 생각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내 생각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도, 이건 정신 건강에 무척 해롭다.

사실 요즘은 이해성의 자아가 치고 들어온대도 금세 사라진다.

‘내 자아가 날이 가면 갈수록 커지고 있거든.’

그나마 긍정적인 일이었다.

“에잉……. 어째 쓸 만한 복근이 어째 하나도 없…… 오우~”

구희승이 기분 나쁜 감탄사를 내뱉으며 류인 앞에서 멈춰 섰다.

“너는 무슨 운동 하니?”

당황한 기색의 류인이 목덜미를 긁적였다.

“……옛날에 조금 했습니다.”

구희승이 우리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게 조금 한 배때기니? 그런 겸손이 쟤네를 슬프게 하는 거야. 이럴 땐 인정을 하라고.”

정말 사람 열받게 하기로는 1등인 인간이다.

“몸이 말라서 기대를 안 했는데, 이야.”

그리고 곧바로 최승하의 옷까지 젖힌 구희승이 연이어 감탄사를 내뱉으며 휘파람을 불었다.

“오? 오우? 야야, 이번 센터는 너희 둘 중 한 명으로 해야겠다!”

“잠깐만요. 희승 쌤 저 다시 까보세요.”

장난스러운 말과 동시에 더 선명한 복근을 만들려는 듯 최승하가 숨을 들이켰다.

“흡!”

그래봤자 전과 비슷한 것 같지만 말이다.

바로 최승하의 옷자락을 젖힌 구희승이 그것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최승하는 기대감으로 반짝거리는 눈을 장착한 채 대답을 기다렸다.

“음~ 정했다! 센터는 류인이~”

“와! 이렇게 센터를 정하시겠다? 저는 근데 찬성입니다!”

구희승이 최승하의 머리카락을 헝클이듯 쓰다듬으며 말을 꺼냈다.

“귀여운 놈.”

“너희 근데 그 곡으로 무슨 컨셉 한다고 했더라? 아까 제대로 못 들었어. 아, 다들 앉아라. 연습은 얘기 좀 하고 하게.”

척!

구희승이 말을 바꿀세라 바닥에 곧장 주저앉은 나는 입을 열었다.

“금욕적인 느낌을 살려서 원곡과 다른 방향의 섹시로 편곡하고, 컨셉은 사제-”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희승이 손뼉을 짝, 치며 입을 열었다.

“아아, 사제랑 뱀파이어랬지. 원래 이런 현실이랑 동떨어진 컨셉이 잘만 하면 퍼포먼스로는 기깔 나게 빠진단 말이지. 누구 아이디어야?”

“당연히 강찬혁 프로듀서님 아이디어죠.”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의 망설임 없는 거짓말에 찬사를 보냅니다!]

“오우~ 그 프로듀서님, 언제 얼굴 한번 뵙고 싶네. 몇 년만 지나면 너희가 곡도 못 맡기는 사람 되는 거 아니야?”

정확하다.

강찬혁은 언젠가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듀서로 급부상할 테니까.

“에잉.”

구희승은 벌써 머리가 아프다는 얼굴로 연습실 바닥에 벌러덩 누웠다.

“너희 안무에 넣고 싶다~ 하는 포인트 생각해 둔 거 있음 지금 말해. 나도 서둘러서 안무 구상해야 하니까.”

그때 가만히 앉아 있던 차윤재가 입을 열었다.

“아! 프로듀서님이 그 부분 넣으면 어떻겠냐 하셨습니다!”

“무슨?”

“금욕적인 사제와 욕구를 참지 않는 뱀파이어 사이의 약간의 스토리-”

벌떡!

차윤재가 말을 마치지도 않았는데 구희승이 눈을 번들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오! 목 물자!”

“아, 안 그래도 프로듀서님이 그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차윤재의 대답에 구희승이 감탄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 사람 누군지 몰라도, 정말 이 바닥 캐치 잘하는 사람이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저 인간이 당신의 칭찬을 하고 있다고 친절히 알려줍니다!]

나는 눈앞에 둥실 떠오른 메시지를 익숙하게 무시했다.

그래. 내가 비밀로 하자고 했던 건, 아무래도 내 입으로 저런 걸 하자고 말하기가 머쓱했다.

그리고 이놈들은 착한 건지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도 모자랄 판에, 의견을 냈다 하면 의견 낸 사람에게 그 기회를 넘겨주는 편이다.

그래서 강찬혁에게도 내 이야기는 하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부탁했던 거지.

이해성의 자아가 있는 이 몸으로 그딴 걸 했다가는, 진지하게 무대에서 코피를 흘려 버릴지도 모른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한강에 뛰어들고 싶은 일이다.

근데 저 인간이 먼저 목을 물자는 말을 꺼낼 줄은 몰랐다.

구희승은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너넨 모르겠지만, 팬들은 그런 거 좋아하신다. 컨셉도 그런 거면 무조건 해야지. 안 하면 서운하지.”

과연 K-pop 안무가로 이름 좀 날린 사람이라 이건가.

나는 속으로 구희승에 대한 평가를 상향했다.

“그래서 누가 물릴래? 이런 건 춤 실력보단 표정 연기가 중요해.”

척! 척! 척! 척!

구희승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선이 모여들었다.

“연기? 연기는 해온 형 아닌가? 연기 천재잖아요.”

“맞습니다. 심지어 형님은 눈물을 자유자재로 부리지 않으십니까! 물리는 퍼포먼스할 때 눈물까지 흘려주신다면 최고일 것 같습니다!”

천상천하 특성의 정신 나간 크리피함을 눈앞에서 본 멤버들이 한술 더 뜨며 눈을 반짝였다.

“아니, 나는…….”

“듣고 보니 그러네. 정말 해온이가 해야겠는데.”

……류인까지?

잠깐만, 이거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는데.

나는 안 한다.

아니,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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