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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77화 (77/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77화

“마지막 두 팀만 저렇게 훈훈하게 편집해 주는 게 어딨어요~ 우린 뭐가 돼~!”

클락션의 투덜거림에 그저 웃어 보였지만, 나도 속으론 불길함을 느끼고 있었다.

‘무슨 속셈이지.’

내가 아는 Nnet이라면, 가타부타 다른 말은 편집으로 다 잘라내고 ‘러쉬?’라고 대답한 것만 내보내서 도발 구도에 불을 붙여야 하는데?

믿기지 않지만 내가 했던 입에 발린 말들을 100% 다 살려줬다.

대체 왜?

“이번 유닛 대결의 팀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1차 매칭에 성공한 팀은 단 두 팀입니다!”

아, 예상은 했다만.

“서로를 지목한 러쉬와 라이트온!”

결국 러쉬와 우리를 경쟁 구도에 올려서 화제성을 끌어올리려는 심산이었나.

지금껏 편집에 써먹지 않았던 노 리스펙을 이제야 들먹인 건 그저 이 구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음.”

그럼에도 이해가 안 가는 건 마찬가지다.

안그래도 신유하의 악편으로 인해 나오는 말들이 많은 상황에서, 내가 했던 말들을 다 잘라내고 러쉬를 고르는 부분만 내보내면 더 자극적으로 편집될 텐데.

* * *

유닛이 정해지지 않은 4개의 그룹은 게임으로 2차 매칭이 이루어졌다.

“이로써 유닛 대결을 할 팀이 정해졌습니다! 다들 각자의 경쟁 상대에 만족하시나요!”

여기저기서 큰 호응 소리와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유닛 A! 러쉬, 라이트온!”

“유닛 B! 스피디, 블랙 보이즈!”

“유닛 C! 올타임, 트웰브! 이렇게 총 세 개의 팀이 결성되었습니다!”

MC는 힘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제 이 팀 내에서 각자 보컬, 댄스, 랩 파트 경쟁이 이뤄집니다! 곡은 서로 협의 후에 정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가장 궁금하실, 베네핏!”

모든 출연자들의 시선이 MC에게 모여들었다.

“이번 유닛 무대엔 어마어마한! 베네핏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말끝마다 힘을 잔뜩 주는 게, 정말 대단한 혜택을 줄 모양인 듯하다.

“첫 번째 베네핏! 가장 많은 점수를 부여받은 팀은 3차 경연의 주제를 직접 고를 수 있습니다!”

“……!!”

여기저기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그도 그럴 게, 출연자가 주제를 고르게 해준다고?

무대 순서가 아니라?

그때 올타임의 멤버 하나가 입을 열었다.

“각 팀에게 곡을 지정해 주는 것도 가능한 건가요?”

MC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당연히! 됩니다! 유닛 우승팀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하나 더!”

이걸로도 어마어마한 특전인데, 하나가 더 있다는 말에 귀추가 주목됐다.

“4차 경연, 즉 파이널 경연에 가산점이 부여됩니다!”

“오오오!!”

“……센데?”

“이건 무조건 우리 스피디가 이겨야겠는데~”

“오, 자신감~”

곳곳에서 감탄이나 환호 소리가 터져 나왔다.

비록 정식 경연은 아니지만, 혜택은 그보다 더 엄청났다.

마음만 먹으면 3차 경연을 본인들에게 유리한 게임으로 만들 수 있으며, 그다음 경연인 파이널에서 작은 가산점까지 부여받게 된다.

‘이건 무조건 우리가 먹는다.’

팬덤의 영향력이 끼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유리한 판 아닌가.

“다들 얼굴에 의욕이 가득합니다! 하하! 보기 좋습니다! 자, 지금 시간이 몇 시죠?”

스마트폰도 없고 시계도 없으니 다들 뭐라 대답을 하지 못했다.

MC도 아차 싶었는지 곧바로 말을 이었다.

“지금 시간이 3시에 가까워져 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지금 배고프진 않으신가요!”

당연히 고프다. 아침에 끌려와서 지금까지 먹은 게 없으니까.

“이런 곳에서의 묘미는 무엇인가요. 여러분!”

출연진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대답하기 시작했다.

“바비큐!”

“맛있는 거 먹어요!”

“고기! 고기!”

“맞습니다! 야외에 나왔으면 고기는 구워 먹어야지요~ 저기 뒤에 보이시나요?”

스윽-

MC의 말에 시선을 돌리니 제법 큰 바비큐장이 줄지어 있었다.

비가 와도 구워 먹는 데에 지장이 없게끔, 천막 형태로 설계되어 있는 공간이었다.

“저희 제작진분들이 녹화하는 동안 고기를 세팅해 놨다고 하는데요~ 유닛 대결 하셔야 할 분들이 친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빌어먹을 방송국 놈들.

차라리 먹다 체해서 뒈지라고 굿이나 한판 때리지 그래.

“유닛 A팀, B팀, C팀! 각 팀은 함께 바비큐를 즐기며 이번 기회에 가까워지시는 건 어떨까요~?”

진짜 싫다.

“너무 좋습니다!”

“네에~ 라이트온 리더분 대답 빨랐습니다! 유닛 A에 투플러스 소고기 한 팩 추가!”

“와아~”

* * *

그런 사연으로 지금 우리는 이렇게 어색한 놈들과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저놈들 낯짝만 봐도 속이 안 좋아지는군.’

아무래도 신유하가 걱정되어서 끝자리에 앉히고 내가 그 옆에 앉았다.

“하하, 안녕하세요.”

러쉬의 리더, 태오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러쉬 선배님과 함께 유닛 무대를 할 수 있다니 영광입니다.”

혹시라도 먼저 묘한 멘트를 내뱉을까, 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물론 진심이라곤 먼지만큼도 담기지 않았다.

“……허어.”

차윤재가 얼빠진 얼굴로 목소리를 내기에 곧바로 상체를 내밀어 눈을 마주쳤다.

“윤재야, 배고프지?”

좋은 말 할 때 얼굴 펴라는 뜻이었다.

순식간에 얼굴이 새파래진 차윤재가 고개를 재빠르게 끄덕였다.

바비큐장 안에는 정말 호화롭게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돼지고기부터 소고기, 닭꼬치, 새우, 소시지, 마시멜로까지.

척, 척!

나는 구비되어 있는 집게 두 개를 손에 쥐고 일어섰다.

그때, 러쉬 멤버 중 하나가 자신이 굽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나는 정말 정색하는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제 취미가 고기 굽는 겁니다.”

여기서 러쉬한테 고기구이나 시키면, 그쪽 팬덤한테 얼마나 얻어맞을지 벌써 아찔했다.

데뷔 연차는 몇 개월 차이뿐이지, 거의 비슷하지만 인지도는 러쉬가 안에서 1위일 정도로 라이징 스타니까.

그에 비해서 우린 관심을 받고 있다 해도 한참 모자른 망돌이고, 행동 하나하나에 욕을 먹을 수 있으니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평범한 행동을 해도 Nnet의 화려한 편집이 들어가면 구제 불능 쓰레기처럼 연출되는 것도 한순간이기에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나랑 같이 굽자.”

류인이 다가오길래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 취미를 방해하지 마.”

우리 쪽에서 둘이나 서 있으면 분명 저놈들이 이제 자기들이 구울 테니 먹으라느니, 그런 배려를 의무적으로 할 텐데 편집이 어떻게 들어갈 줄 알고?

끝까지 내가 구울 거다.

치이익-!

불판에 올린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만이 공간을 메웠다.

테이블 쪽은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고기를 펼쳐놓으며 러쉬를 살폈다.

러쉬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저쪽도 우리와 같은 6인조 그룹이다.

이해성의 정보를 토대로 미루어봤을 때, 아마 러쉬에도 래퍼는 한 명이니 랩 쪽엔 한 명, 보컬 쪽에 둘, 댄스 쪽에 셋을 배분했을 거다.

문제는 저쪽 리더, 태오라는 놈.

참고로 촬영을 하는 동안 우리에게, 아니, 신유하에게 이상한 기류를 풍기던 게 저 새끼다.

선공개 영상 때 쓸데없는 멘트를 쳐서 악편 각을 세워준 것도 저놈, 우리가 현장 팬 투표 1위를 해 베네핏으로 2차 경연 무대 순서를 정할 때 신유하에게 친한 척 말을 건 것도 저놈이다.

물론 전자나 후자나 둘 다 고의가 아니고 악감정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신유하의 반응으로 미루어볼 때 저놈이 악의 근원임이 틀림없다.

관상도 영 재수가 없는 게 성격 안 좋게 생겼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본인은 어떤지 생각해 본 적이 있냐고 묻습니다!]

나는 메시지를 무시한 채 불판에 소시지를 올렸다. 맛있겠군.

각설하고, 태오라는 놈은 러쉬의 보컬 라인이니 분명 보컬 유닛으로 들어갔을 거다.

그렇게 되면 신유하와 같이…….

내가 있으면 조금 막아줄 수야 있겠지만, 음.

나는 최승하를 흘깃 바라봤다.

‘그나마 눈치 빠른 놈이 옆에 있으니 다행인가.’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고기를 굽는데, 저쪽 팀의 래퍼 케이가 입을 열었다.

“더 잘생겨졌다! Blonde, 아. 금! 금발 잘 어울려!”

한국어는 곧잘 하지만, 묘하게 어눌한 말투였다.

북미 쪽에서 살다가 온 놈이라는 것 같은데.

눈치가 없는 건가, 사이 안 좋은 거 뻔히 알 텐데 왜 다짜고짜 말을 거는 거지.

역시나 신유하가 곤란한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 있기에 집게를 내려두고 가서 커버 쳐줄 생각이었는데, 최승하가 빨랐다. 하여간 눈치 빠른 놈.

신유하의 어깨에 팔을 툭, 걸친 녀석이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유하는 옛날부터 이렇게 부끄러움이 많았어요? 지금도 잘생겼다는 소리나 칭찬만 들으면 얼굴 빨개져서 대답도 못 해요~”

맞은편에 앉아 있던 태오가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그렇죠? 하하, 옛날부터 그랬어요. 으음, 저희 유닛 대결 연습은 어디서 하면 좋을까요?”

“우리 회사에서 하자!”

케이의 말에 뭐라 이견을 내놓을 수 없었다.

……MH엔 가수 연습실이 하나밖에 없거든.

애초에 저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지만 역시 신유하가 걸렸다.

음, 이걸 어쩐다.

우리 쪽이 아무 대답도 못 하고 있으니 러쉬 멤버 중 한 놈이 입을 열었다.

“아, 저희가 라이트온 쪽으로 갈까요? 그래도 됩니다!”

그때 테이블에 시선을 떨구고 있던 신유하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갈게.”

신유하가 먼저 긍정했으니, 답은 정해졌다.

“저희야 초대해 주시면 감사하죠. 갈 때 맛있는 거 사 가겠습니다.”

내가 구워진 고기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말을 얹자, 최승하도 벙글 웃으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었다.

“INT 밥이 그렇게 맛있다던데! 저희 먹을 수 있는 건가요?”

“당연하죠. 오시면 저희 같이 먹으러 가요.”

“Wow! 이거 고기 진짜 맛있어요!”

마냥 해맑은 얼굴의 케이가 내 쪽으로 엄지를 치켜올렸다.

저 녀석은 신유하와 러쉬의 관계를 모르는 건가?

……아니면 그냥 눈치가 없는 타입일 수도.

“맛있게 드세요. 불판에 고기 많이 올려놨어요.”

아직 고기가 익으려면 한참 남은 시점이라, 잠시 자리에 앉았는데 그새 태오가 벌떡 일어났다.

“해온 씨는 이제 쉬세요! 제가 구울-”

어딜?

벌떡!

나는 의자에 붙어 있을 새도 없이 일어났다.

“여기 이 공간 불판과 집게는 제가 컨트롤합니다. 쉬세요.”

“맞아요~ 태오는 고기 못 구워~ 다 태워~”

“하하, 케이? 지금까지 잘도 먹었으면서 그런 말을?”

“팬들이 난 솔직한 게 매력이랬어!”

대형 출신, 데뷔하자마자 성공 반열에 오른 그룹의 멤버답게 그림자 한 점 없이 쾌청한 바이브였다.

일어선 채로 고기를 구우며 알아서 먹고 있었는데, 차윤재가 쌈을 싸 오더니 내 입 지척까지 내밀었다.

심지어 이 녀석, 긴장한 얼굴이다.

“…….”

싫다고 돌려보내려는 내 시야에 여러 대의 카메라가 들어왔다.

나는 별수 없이 입을 벌려 쌈을 받아먹었다.

한번 받아주니 계속 쌈을 나르는 놈에게 뭐라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가식으로 똘똘 뭉친, 제법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식사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저쪽에서 신유하 관련 이야기를 꺼내진 않을까 계속 신경을 곤두세운 상태였는데, 다행히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딱히 악편 각을 만들 만한 말도 없었고.

이 새끼들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평화롭게 식사가 끝난 줄 알았는데…….

“저희가 유하 좀 데려가도 될까요?”

카메라가 꺼지자마자 이럴 줄은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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