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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82화 (82/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82화

화악!

팔목을 잡고 끌어당기자, 신유하의 몸이 속절없이 끌려 나왔다.

나는 미리 챙긴 후드집업을 신유하에게 걸친 뒤, 모자까지 씌웠다.

“자, 잠깐, 잠깐만요. ……저 잠옷이에요……!”

“……? 괜찮아.”

잠옷이라 해도 남색의 무늬 없는 긴 팔 긴 바지 잠옷이라, 이 정도면 나가도 아무도 이상하게 안 본다.

“……괘, 괜찮긴 뭐가……! 자, 잠깐. ……옷만 갈아입을 테니까 팔 놓고 나, 나가 있으세요.”

“뭘 믿고? 나가자마자 문이 잠길 것 같은데.”

정답이었는지 신유하가 파드득 몸을 떨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나는 신유하의 팔목을 붙잡은 채로 무작정 숙소 근처에 위치한 공원으로 이끌었다.

‘우중충한 숙소에선 무슨 말을 해도 해결이 안 돼.’

“……이, 이것 좀!”

신유하가 끙끙대며 팔을 쳤다.

내 체력이나 힘도 좋은 편은 아니다만, 이 녀석은 더하다.

아마 다른 놈들이었으면 내가 붙잡은 팔목 따위 5초 만에 빼고도 남았을걸.

“그래, 다 왔으니까.”

스륵-

자신의 팔을 빼는 데에 성공한 신유하가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왜, 왜 이렇게 제, 제멋대로……!”

나는 그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난 원래 그랬어.”

할 말 없을 땐 성해온인 척 뻔뻔하게 나가야 한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에게 재능이 있다고 말합니다!]

“……가, 볼게요.”

내 대답에 할 말을 잃었는지 한참 대답이 없던 신유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꽈아악-

나는 신유하에게 입힌 후드집업의 옷자락을 잡아끌었다.

밥도 먹지 않아 기력 따위 존재할 리 없는 신유하가 매가리 없이 끌려와 내 옆에 주저앉았다.

“…….”

“잠깐이면 되니까 이야기 좀 하고 가자.”

“…….”

신유하가 후드를 뒤집어쓴 채로 고개를 푹 숙였다.

‘음.’

끌고는 나왔는데, 뭐라고 운을 떼야 하지.

21년 평생 위로를 주고받을 만큼 가까운 친구를 곁에 둔 적이 없다.

그런 내가 남 위로를 할 수 있을 리가.

택시 안에서 급하게 검색해 봤던 위로되는 말, 상대방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말 등등을 떠올렸다.

죄다 낯간지러운 말뿐이라 혀에 가시가 돋고 입이 바싹 마르는 기분이었다.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제기랄.

“우리가 말은 안 하지만 너를 많이 믿고, 의지하고 있어.”

“…….”

“요즘 네 표정이 안 좋아 보여서 나도 그렇고 멤버들도 걱정하고 있는 건 알지. 우리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네가 편하게 기댈 수 있는 버…….”

이런 말을 맨정신으로 하다니. 숙소 들어가기 전에 술이나 마셔볼 걸 그랬나.

“버팀목이 되고 싶어. 말은 안 했지만, 너를 많이 아끼고 걱정해.”

나는 숨을 들이켠 후 말을 이었다.

“……그냥 우리가 널 믿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뒈질 것 같다.

역시 소주라도 한 병 들이켜고 들어갔어야 한다.

이런 말을 맨정신으로 도전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크나큰 오판이었다.

심지어 이제 외웠던 말도 소진됐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뜻이다.

나는 눈을 굴려 옆에 앉은 녀석을 살폈다.

신유하는 아무런 대답 없이 고개를 바닥 쪽으로 박고 있었다.

혼자 이런 말을 떠들고 있으려니 민망해 죽겠군.

그 순간, 신유하의 바지에…….

나는 다급하게 상체를 숙여 신유하를 살폈다.

그리고 내 얼굴엔 뜻밖의 당황이 물들기 시작했다.

“……울어?”

어떻게 생겨먹은 놈이길래 이렇게 음소거로 눈물을 흘릴 수가 있는 거지.

훌쩍이는 건 그렇다 쳐도 보통 몸을 조금 들썩이기라도 하지 않나?

어떻게 매번 쥐 죽은 듯이…….

얼마나 조용했으면 눈물이 뚝뚝 떨어져 바지 색이 짙어지는 걸 보고 알아챘다.

……그리고 나 티슈도 없다고.

벌떡 일어난 나는 외투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있을 리가 없지.

나는 상체를 돌려 근처에 있는 편의점과 신유하를 번갈아 응시했다.

지금 혼자 갔다 오면, 이 녀석이 도망칠 확률은?

‘음, 안 봐도 비디오군.’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녀석이 입고 있는 후드집업을 당겨 올렸다.

“이거 어제 빤 거야. 이걸로 닦아.”

신유하가 고개를 도리질 치기에 그냥 내가 옷자락을 올려서 녀석의 눈가를 훑었다.

순간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 녀석은 곧바로 고개를 돌리더니, 집업의 옷소매로 눈물을 벅벅 닦기 시작했다.

눈물은 얼마나 많은지 회색 후드집업이 군데군데 젖어 드는 게 보였다.

“네가 힘든 일이 있고, 그걸 쉽게 털어놓을 수 없다는 건 알아. 아마 다른 애들도 알걸.”

“…….”

“내키지 않으면 평생 말 안 해도 괜찮아. 뭐, 재촉하는 건 아니니까.”

“근데 너무 힘들면, 그걸 남에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던데.”

“멤버들은 믿을 만한…… 음.”

나는 잠시 멈칫했다.

“내가 못 미덥다면 다른 애들한테만 털어놔도 괜찮고.”

이렇게 혼자 오래 지껄이기는 또 처음이네.

입안이 버썩 마르는 기분이었다.

계속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눈물만 닦던 신유하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녀석과 눈을 마주친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눈빛이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달랐기 때문에.

반짝반짝…….

나는 서둘러 눈을 최대한 크고 동그랗게 떴다.

그래 봤자 성해온 얼굴로는 순해 보이지 않겠지만.

‘이봐, 어서 털어놔라.’

오O영 선생님처럼 상담해 줄 자신 있다. 그딴 망돌의 그림자 따위 순식간에 내려주지.

꺼내려는 게 쉬운 말이 아닌지, 신유하의 귀가 벌게졌다.

“오늘 감사…….”

“뭐라고? 잘 못 들었어.”

하필이면 트럭이 지나가는 바람에 제대로 못 들었다.

“……!”

왜인지, 내 대답에 신유하의 동공이 팽글팽글 돌기 시작했고, 이내 녀석이 내 후드집업을 가리켰다.

“……오, 오늘 이거! 세, 세탁해서 돌려, 드릴게요.”

“……그러든지.”

세탁물 이야기 꺼내기가 그렇게 수줍었던 건가.

별게 다 수줍군.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그게 아니라며 가슴팍을 두드립니다!]

“……?”

뭐라는 거야?

* * *

“너무 안 오시는 거 아닙니까?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건 아닐지…….”

그도 그럴 게, 이미 그들이 연습실에 도착한 지는 세 시간이 지났고 성해온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게. 바로 여기 밑인데, 으음……. 혹시 대표님한테 불려 간 걸까.”

“가능성 있는 이야기입니다…….”

차윤재와 최승하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스쳤다.

투머치토커인 대표에게 불려 가면 한 시간은 기본이었으므로 이 가정이라면 충분히 납득되는 소요 시간이었다.

멤버들이 안쓰러운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을 때, 연습실 문이 열렸다.

드르륵-

“형님! 오셨습-”

“해온 형!”

둘의 입이 동시에 다물렸다.

문 틈 사이로 보이는 인영이 다름아닌 정재진이었기 때문이다.

“아, 전달 사항 드리러 왔습니다. 왠지 오랜만에 뵙는 것 같네요.”

방긋 웃으며 들어온 정재진은 엄청난 위화감을 느꼈다.

연습실에 있는 네 명의 멤버들이 그에게 의문이 담긴 묘한 눈빛을 보냈기 때문이다.

정재진의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한 줄기 흘렀다.

“……음, 제가 혹시 타이밍을 잘 못 맞췄을까요? ……조금 이따가 올까요?”

머쓱한 얼굴로 뒷걸음질 치는 정재진을 넋 놓고 바라보던 최승하가 당황한 얼굴로 팔을 휘저었다.

“아니, 아닙니다! 저희가 조금 당황해 가지고! 오늘 해온 형이랑 만나신 거 아니었나요?”

“예? 해온 씨랑요? 최근에 연락만 했지, 본 적이 없는데요.”

사아아아-

순간적으로 연습실에 정적이 감돌았다.

차윤재는 입을 반쯤 벌린채 중얼거렸다.

“자, 잠깐, 와아…… 이 형님이, 그럼!”

“무슨 일이 있으신 건가요?”

“그 형이 그럼 저분 핑계로 연습 펑크, 으븝.”

진실의 입으로 곧장 사실을 전달해 버리려는 한수현의 입을 류인이 틀어막았다.

“해온이는 잠깐 나갔고, 유하는 아파서 안 왔습니다. 제게 전달 사항 전해주세요.”

“아, 어쩐지 두 분이 안 보이신다 했습니다!”

이제야 의문이 풀렸다는 얼굴을 한 정재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Nnet 측에서 연락이 왔는데, 3일 뒤부터 유닛 촬영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들어보니 러쉬 측과 유닛 대결을 하게 되셨다고요.”

촬영은 INT Entertainment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는 말과 각종 전달 사항을 풀어놓은 정재진은 응원의 한마디와 함께 연습실에서 나갔다.

문이 닫힘과 동시에 최승하가 입을 열었다.

“이 형, 진짜 뭐 하는 사람이지? 아니아니, 우선 어딜 간 거지?”

류인도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음, 그러게……. 외출할 거면 우리한테 말하고 가도 됐을 텐데.”

‘잠깐만, 설마?’

팟-

최승하와 류인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그리고 둘은 같은 생각을 했다.

‘……숙소 갔구나!’

“와 이 형, 진짜 잠깐만. 제가 연락해 볼게요.”

그때 차윤재가 놀랍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 형님은 개인적으로 연락도 주고받으십니까?”

최승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응. 이제 그 형, 개인 톡 해도 뭐라 안 해. 아, 10번 보내면 1번 정도 답장도 해줘! 이모티콘은 선물해 줬는데 죽어도 안 쓰더라고. 아니, 잠깐만 이걸 말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최승하가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보냈다.

[형 어디예요?]

바로 읽었는지 1이 사라졌다.

하지만 답장 따위 오지 않았기에 최승하는 벌떡 일어나 전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몇 번이나 갔을까,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형! 어디예요?”

- 곧 들어가.

“정재진 대리님 만나셨어요?”

- 어.

“와아아, 와아 이 형. 자연스러운 것 봐. 방금 정재진 대리님 다녀가셨거든요?”

- ……쯧.

“방금 혀 차신 거예요? 그래서 형 어디서 뭐 하고 계시는데요?”

- 잘못 들었겠지. 곧 간다니까.

“……설마 숙소 가신 거예요?”

- 음, 아니.

“거짓말! 숙소 가셨죠!”

- 눈치가 빠르네…….

“하핫! 감사합니, 가 아니라~ 형, 숙소 갈 거면 무슨 말이라도 하죠.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니죠?”

- 음.

“잠깐만, 이 형 왜 말이 없지?”

그 순간 전화 연결이 끊어지는 소리가 연습실 내에 울려 퍼졌다.

뚝-

뚜, 뚜, 뚜……

“푸하하하……!”

차윤재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몸을 들썩거렸다.

“아, 죄송해흐하하핫.”

한창 최승하가 놀림거리가 되고 있을 무렵, 그의 스마트폰에 메시지가 들어와 화면이 반짝였다.

“해온이한테 왔나 본데.”

모두의 시선이 스마트폰으로 향했다.

[해온 형 : 들킨 김에 나도 쉰다]

[해온 형 : 숙소에서 혼자 랩 연습할 거니까 너넨 늦게 들어와]

“……풋.”

“잠깐마안~ 류인 형까지 웃어요? 내가 뭐가 돼!”

웃으며 말한 최승하는 옷가지를 챙겨 일어났다.

그때 류인이 최승하의 앞을 막으며 말했다.

“잠깐 나갈까?”

둘은 곧장 한적한 복도로 향했고, 류인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지금 숙소 가려고?”

“……으음. 네.”

“불안해?”

“…….”

“음, 승하야. 나도 솔직히 얼떨떨하지만, 이제 전과 달라.”

주어는 없지만, 둘은 이 대화에서 지칭하는 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류인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아마 그건 네가 가장 잘 알 테고.”

“으으으으음.”

길게 한숨을 내쉬며 침음성을 내던 최승하가 이내 말을 이었다.

“저도 알아요. 달라졌다는 거. 그리고 저 역시, 해온 형을 믿어요. 그 형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뻔히 아는데, 어떻게 못 믿겠어요? 근데 제가 걱정되는 건…….”

“하하.”

“형, 왜 웃어요?”

“유하는 너 같은 친구가 있어서 참 좋겠다는 생각을 좀 했네.”

류인은 작게 웃으며 최승하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우린 여기서 연습이나 하자. 수현이 화나겠다.”

“…….”

마른 얼굴을 쓸어내린 최승하가 이내 사르르 웃었다.

“……흐음. 그건 그렇네요. 아까 보니까 우리 귀여운 막내 짜증난 것 같던데~ 하긴 제가 없으면 연습 진행이 안 되니까~”

“그래. 네가 없으면 전혀 진행이 안 되지.”

“역시 다들 날 너무 좋아한다니까!”

언제 진지했냐는 듯 실 없는 웃음을 걸친 최승하가 지나가듯이 말을 건넸다.

“음, 정말 괜찮겠죠?”

“응. 해온이도 생각이 있을 거야.”

류인은 최승하의 머리칼을 잔뜩 흩뜨리며 웃었다.

“좋아요, 그럼 리더 형을 믿고 저흰 연습이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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