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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86화 (86/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86화

눈앞의 이 말 많은 놈도 적잖이 충격받았는지 입을 벌린 채로 굳어버렸다.

촬영을 하고 있는 제작진들조차 당황한 분위기였다.

내 발언 하나로 적막이 찾아왔다.

“……Ummm, 할 줄 알아요?”

이 녀석은 나에 대해서 미리 찾아보긴 한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카메라가 훤히 돌아가는데 ‘할 줄 알아요?’라니, 넌 러쉬라서 산 줄 알아라.

……라이트온 멤버였으면 그런 말 내뱉은 순간 먼지 나게 패였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고개를 끄덕이며 안쓰러운 얼굴을 합니다!]

나는 아직도 얼빠진 얼굴의 케이를 곧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음. 솔직히 자신은 있어.”

여기서 괜히 겸손 떨었다가는, ‘저 새끼 괜히 분량 받으려고 나대네?’와 같은 악플을 마주할 수 있기에 나는 당당한 어투로 대답했다.

“……Ha Ha! 형이, 어, 음. 할 수 있음 저야 좋죠.”

드디어 자신이 카메라 앞이라는 걸 인지한 건지, 케이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을 늘어놓을 때 나는 무척이나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물론 내면은 정반대였지만 말이다.

‘……X발.’

[천상천하(天上天下)]

: 온 세상이 내 발아래!

원하는 분야에서 기간 동안 정점이 될 수 있습니다.

▲ 48시간 지속 후 자동 소멸

아끼고 아낀 골드를 또 이런 일회성 특성에 써야 한다니.

나는 이를 악물었다.

구매하시겠냐는 메시지 앞에서 나는 망설였다.

기간이 정해져 있는 특성상 최대한 늦게 구매하면 좋을 텐데.

……생각해 보니 오늘 꼭 프로듀싱을 한다는 이야기도 없잖아?

오늘만 넘기면 굳이 골드를 쓰지 않아도 강찬혁에게 빌붙어서 속성 강의를 들어보면 될 일이다. 외우는 건 자신 있으니까.

정 안 되면 그때 특성을 사도 되는 거고.

‘이거, 급한 마음에 실수를 저지를 뻔했군.’

역시 사람은 차분해야 한다. 당황해 버리면 될 일도 안 된다고.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케이가 자신의 옆에 의자를 끌고 와 앉으라는 듯이 두드렸다.

“얼른 곡 만들어요! 신난다!”

미친 새끼…….

순간적으로 경멸의 눈빛이 나올 뻔한 걸 간신히 수습하고 나는 싱긋 웃었다.

“아, 오늘부터?”

내 속을 알 리 없는 케이가 흥얼거리듯 말했다.

“빠르면 빠를수록 Good~”

“…….”

“혹시 오늘내일 스케줄 있어?”

“No~ 없어~”

띠링!

[구매가 완료되었습니다!]

[원하는 분야를 설정해 주세요!]

‘……곡 프로듀싱.’

[등록 완료!]

구매를 마치기 무섭게 나는 눈을 더욱더 곱게 접어 웃었다.

“우리 여기서 밤새워도 되는 거지?”

“……Ha?”

“오늘내일 안에 끝내자.”

“……??”

……48시간, 알차게 써먹어주지.

X발.

아까워서 눈물이 다 날 것 같았다.

* * *

띠리릭-

경쾌한 도어락 소리와 함께 숙소 문을 열자, 멤버들이 놀란 눈으로 시선을 모았다.

“아니, 형! 괘, 괜찮아요? 얼굴을 이틀 만에 보네……!”

“형님은 이게 괜찮아 보이십니까? 핏기가, 핏기가 하나도 없습니다!”

“……뭐 먹을 걸 만들까? 열량 높게…….”

류인의 말에 고개를 휘저었다.

“잘래…….”

지금은 밥보다 잠이 우선이다.

그렇다.

……나는 정말 장장 48시간 동안 INT에서 살다시피 했다.

잠은 단 한 시간도 자지 못했다.

안 그래도 가성비 없는 [천상천하(天上天下)] 특성인데, 괜히 여유 부리고 두 번 구매했다가는 아까워서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났을 것 같거든.

그렇다고 48시간보다 기간이 긴 걸 사기에도 심각하게 아까웠다.

‘뒈질 것 같군.’

나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혈관에서 에너지드링크가 흐르는 기분이었다.

영혼이 반쯤 탈곡된 케이를 붙들고 곡을 만들었는데도, 다 끝내지 못했다.

하지만 얼추 완성은 되어서 자연스럽게 케이에게 마무리를 시키려는 생각이다.

특성이 적용된 상태인 내가 거의 주도하다시피 했으니, 그 녀석도 시켜주면 좋아할 거다.

‘방송 분량도 뽑을 만큼 뽑았고.’

나는 쓰러지기 직전인 상태임에도 히죽 웃었다.

* * *

“으으음? 형이 프로듀싱을 한다고요?”

“할 줄 아셨습니까? 어, 언제 배우신 겁니까?”

프로듀싱에 관한 건 일절 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멤버들이 질문을 던져왔다.

그리고 나는 그냥 입을 다무는 걸 택했다.

특성으로 만들어낸 프로듀싱 실력을 자랑해 봤자, 쓸데없는 후폭풍만 몰려올 게 자명했다.

‘예를 들어 다음 앨범 프로듀싱을 나한테 맡긴다거나.’

멤버가 주도한 자체 제작 곡이 수록된 앨범, 마케팅으로 얼마나 매력적인 주제인가.

‘역시 입 닫고 있는 게 최고다.’

방송이 나간 후에는 케이가 대부분 했는데 편집이 잘된 거라든가, 이런 식으로 대충 얼버무릴 생각이다.

“흠.”

나는 곁눈질로 최승하를 훑었다.

방금 묘하게 서늘한 시선이 닿은 것 같았는데 착각인가.

정말 찰나였어서, 잘못 본 걸지도 모르겠군.

지금은 또 헤실대고 있으니 말이다.

그때, 류인이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까 오늘 우리 무대 나오는 날이네.”

“오! 맞습니다! 다 같이 모니터링을 하는 건 어떨까요?”

“좋죠~! 완전 찬성입니다!”

“저는 연습이나 더 하다가, 편집돼서 올라오는 거 볼게요. 형들 먼저 보세요.”

“나는 수현이랑 무조건 같이 볼 건데?”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는 최승하에, 한수현이 가자미눈을 떴다.

“형, 솔직히 연습 쉬고 싶어서 그렇죠?”

“하핫, 들켰어?”

최승하와 차윤재의 대화를 들으며 뒷목을 부여잡은 차윤재에게 다가간 최승하가 마치 원수를 보는 눈빛으로 한수현을 바라봤다.

“윤재야! 죽지 마! 수현이, 너!”

“뭐요.”

“아주 깜찍해~?”

옆에서 잠자코 앉아 있던 신유하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엉망진창.”

정상인 놈을 찾아보기 힘든 광경에 온화한 미소를 짓던 나는 연속적으로 진동이 울리는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누구지?

[K : 형 뭐 해?]

[K : 뭐 해?????]

[K : 나는 작업 중~~(사진)]

첨부된 사진은 녀석의 셀카였다.

언제 친해졌다고 사진까지 보내는지 정말 귀찮다.

[K : 다음에 오면 저랑 이거 먹으러 가요! 회사 앞에 맛있어! (엄지 이모티콘)]

나는 한숨을 쉬며 답장을 적어 내려갔다.

이 녀석, 원래 나한테 이 정도로 친근하게 굴진 않았는데, 프로듀싱 능력을 본 뒤로 이런다.

‘그냥 스마트폰 없다고 할걸.’

쯧쯧…….

작게 혀를 차며 답장을 써 내려가자, 최승하가 상체를 내 쪽으로 기울였다.

“뭐야? 형은 벌써 친해졌어요? 잠깐만, ……친구로 등록되지 않은 사용자?”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와 화면을 번갈아보던 최승하가 말을 이었다.

“와, 이 형 뭐지. 저장도 안 해놓은 거예요? 그러면서 답장은 이렇게 친절하게 보내고?!”

당연하지.

Nnet에서 이런 대화 내역도 짤막하게 편집해서 방송에 내보낼지 누가 알아.

나는 흐린 눈으로 답장을 마저 보내고 대화방을 나왔다.

‘반응이나 찾아볼까.’

오늘 Nnet의 공식 유O브에서 4화 선공개 영상을 짤막하게 공개했는데, 그걸로도 이미 반응이 뜨거웠다.

오늘 선공개 영상에선 인트로의 사제 파트가 스치듯이 나왔다.

‘……그래서 그런지 반응이 더 많은데.’

- 미친 변태새끼들 가만 안 둠 사제랑 뱀파이어 엮을 생각 한 놈 나와라 감사합니다

- 솔직히 ㅈㄴ 설정 과단데 얼굴이 개연성이라 고개 끄덕이게 됨 분명 멋진 무대일 듯 ^^b

└ ㅅㅂㅋㅋㅋㅋ ㅈㄴ 공감

- 뱀파이어 블루베리 미쳤나… 포엣셔츠 성해온이라니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 성해온 헤메코 미쳤음 걍;; 진짜 찰떡임

연습실에서 각자 연습을 하다 보니 어느새 본방송 시간이 다가왔다.

멤버들은 태블릿 PC를 사이에 두고 모여 앉았다.

오늘 리액션 컷으로는 러쉬나 트웰브 같은 놈들이 주로 나오고 있다.

‘음, 시청률을 위한 선택이군.’

무대가 툭툭 끊기는 느낌이 날 정도로 리액션 컷이 과한 느낌이었다.

팬덤이 가장 큰 그룹들의 무대가 3화에 몰려 버렸으니, 4화 시청률이 떨어질까 봐 저렇게 구는 게 틀림없다.

‘재수 없는 낯짝들 그만 보고 싶군.’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가장 재수 없는 녀석이 누군지 궁금해합니다!]

요즘은 당연히 이태오, 저 녀석이다.

사사건건 재수가 없는 놈이랄까. 쯧, 심지어 오늘 분량도 많다.

“무대들이 빠짐없이 화려하십니다……!”

“그러게에~ 엄청 준비하셨네.”

“다들 칼을 가셨어.”

“……멋진 무대.”

차윤재가 감탄사를 내뱉자, 최승하와 류인, 신유하까지 긍정했다.

“놀랍네요. 기간 내에 댄서 수십 명 의상까지 제작하다니.”

한수현의 말에 나도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확실히 다들 돈을 아끼지 않은 티가 난다.

우리도 이번 무대에 돈 꽤 썼을 걸로 추정되지만, 다른 팀이 워낙 화려했다.

하지만 마냥 돈 냄새나고 화려한 무대보다는, 컨셉이 제대로 드러남과 동시에 색다른 방향으로 맞물리는 무대가 더 큰 임팩트를 선사할 때도 있지.

우리의 이번 무대는 원곡의 섹슈얼한 분위기를 비틀어 해석했다.

자작곡으로 이런 느낌을 낸다면 투머치하다는 의견도 많을 테지만, 애초에 이성에게 사랑을 갈구하며 달빛이 흐르는 밤 함께하자는 가사가 대놓고 나오는 곡을 바꾼 거라 크게 걱정되진 않는다.

편곡 과정에서 노골적인 원곡의 가사를 여러 번 수정했을 정도로, 는 대놓고 섹스어필 분위기의 노래다.

블랙보이즈와 스피디의 무대가 끝나고 이제 우리 차례였다.

……곡 뽑기 부분이 나오고 있었다.

이 룰에 대해선 3화에서 이미 설명을 마쳤기에, 별다른 자막 없이 긴장한 얼굴의 라이트온과 제작진이 내민 종이가 담긴 통이 나왔다.

- 남자는 핑크라고 외치는 성해온 미친 듯이 호감

└ 222ㅋㅋㅋ 함께 외치는 라이트온도 급호감

- 아 ㅅㅂㅋㅋㅋㅋ이상한 거 나왔나 봄 얼굴 갑자기 동태 됐는데

- 성떤남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종이 접는 거 왜 이렇게 웃김

곧이어 카메라가 종이에 써져 있는 곡명을 비추자 팬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 미미미쳤나 에스더블비? 문라잇? 내 눈 비빔

- 해온이 반응 양반이었네 나 같으면 책상 엎고 배 째라고 드러누움

- 더러운 취향 공개합니다 사실 저는 문라잇 직캠 좋아합니다…

└ 진짜 대단하다 난 그 직캠 1분 이상 넘긴 적이 없어ㅅㅂ 윗옷 까고 꿀렁거리는 파트에서 견디지 못함

└ 그게 맛있는 건데 맛못알이네… 잠만 애들도 윗옷 까서 꿀렁여 주면 안 되나? 제발 갑자기 간절해짐

“…….”

봐선 안 될 걸 봐버린 기분이라 다급하게 시선을 돌렸다.

“이제 무대 나온다.”

류인의 말에 멤버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 와중에 한수현 놀리기에 시동을 걸려는 듯, 최승하가 입을 열었다.

“흠흠, 다들 집중하세요. 사제님 나오신다고요.”

“……놀리지 마세요. 자꾸 그러시면 저 같이 안 봐요.”

“부끄럽구나~”

“……하아아, 저는 연습이나 할래요.”

“막내가 무대를 안 보면 쓰나! 알겠어! 그만할게!”

……역시 가장 기가 센 건 최승하라고 확신한다.

화면 속에서 긴장감 넘치는 효과음이 울려 퍼지며 MC의 멘트가 흘러나왔다.

[ 하진) 별들의 전쟁, Top의 자리를 차지하라. 라이트온의 ! ]

드디어 무대다.

빛 한 줄기 없는 암흑 같은 무대에서, 멜로디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잠깐 잠, 잠깐 엔젤 이즈 히얼

- 사제복 오타쿠 심장 밟고 간다 이러지 마 나 죽어

- 무릎 꿇고 기도하는 거임? 아니 잠깐만 진짜 아기 천산데 저거

나는 조용히 반응을 읽어 내리다가 읊조리듯 중얼거렸다.

“수현아. 팬분들이 너한테 아기 천사라는데.”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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