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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92화 (92/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92화

출연진석은 물론 심사석에서도 박수 세례가 이어졌다.

“…….”

이건, 이겼다.

숨길 수 없는 미소가 지어졌다.

입을 가리려다가 그냥 웃었다. 속한 그룹이 잘했는데, 이 정도는 괜찮겠지.

심사 위원석의 클라우드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Wow.”

약간 상기된 듯한 얼굴의 클라우드는 말을 이었다.

“Cheat gainer?”

정확히 차윤재를 바라보며 하는 말이었다.

클라우드는 한국말이 능숙하지 않은 사람이어서, 옆에 앉은 자이가 일일 통역을 해주기로 협의되었는지 무어라 말을 전하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듣던 자이는 웃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아름답고 완성도 있는 무대라고 하시네요. 특히 차윤재 씨의 프로필을 보면 안무 전공이 아니라고 하는데, 그게 사실인지 궁금하시대요.”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은 차윤재가 전공이 아니라고 대답하자, 클라우드는 재밌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 동작을 고작 몇 주 만에 한 거라면, 어음, 하하. 천재라는데요. 동작과 모든 게 뷰티풀했대요. 그리고 무대에 선 다섯 명의 합이 멋있었대요. 마리오네트를 연상케 하는 부분에서는 무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고.”

그 이후로도 찬사는 이어졌다.

결과는 마지막에 합산되니, 여운을 즐길 틈도 없이 내 차례였다.

갑자기 조금 심장이 거세게 뛰는 것도 같았다.

……음, 조금 떨리나.

옆에 앉은 최승하가 작은 목소리로 속닥였다.

“져도 되니까 마음 편히 해요.”

누구 맘대로, 난 이겨야 한다.

* * *

무대 아래에선 실시간으로 심사진들의 점수를 집계하고 있었다.

100% 전문가 평가로 이루어지는 경연이니만큼, 무대가 끝난 뒤 곧장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그렇기에 가장 정신없는 건 무대 아래였다.

“PD님!”

스태프들은 바쁜 와중에도 남희연을 반갑게 맞았다.

“어어, 그래그래. 수고들 한다.”

인사를 건넨 남희연은 그 주변에 의자를 끌어와 착석했다.

상체를 길게 빼내 집계되고 있는 점수를 힐끔 살핀 남희연이 휘파람 소리를 냈다.

‘아, 정말 재밌어 죽겠네.’

* * *

“이게 저 둘이 만든 곡이래요.”

자이가 구원에게 말을 건네자, 구원이 흥미로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하네요.”

MC의 무대 소개가 끝난 뒤, 곧바로 음악이 흘러나왔다.

- Okay~ lets go!

아무런 반주가 나오지 않았을 무렵, 케이의 쾌활한 목소리가 곡의 시작을 알렸다.

보컬 디렉터, 자이는 흘러나오는 인트로에 몸을 바짝 세웠다.

“……오?”

하이틴 느낌이 물씬 나는 전주였다.

약간 빠른 미디엄 템포에 힙합 베이스가 뒤섞인 듯한 느낌, 경쾌한 리프 멜로디가 귀를 간지럽혔다.

자이는 웃으며 옆에 앉은 프로듀서, 구원에게 속닥거리듯 말을 걸었다.

“좋은데요?”

구원은 고개만 끄덕거릴 뿐, 무대에 집중했는지 대답조차 없었다.

자이는 다시 무대에 집중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 곁에 있어 줘 Oh

벌스의 도입부를 맡은 성해온의 목소리가 끝내주게 좋았기 때문이다.

‘……뭐야?’

처음부터 고음으로 치고 시작하는 건 흔치 않은데, 그걸 또 특이한 보이스로 소화하니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지경이었다.

성해온의 고음이 끝나기도 전에, 그루비한 몸짓과 함께 재롱을 떨며 앞으로 나온 케이가 짐짓 장난스러운 얼굴로 파트를 넘겨받는다.

- 나와 함께 있자 너랑 나랑 둘이

with you with you yeah

‘끼가 엄청나네.’

게다가 잘한다.

INT의 보컬 트레이너들은 두말할 것 없이 우수한 사람들.

그렇다 보니 그 아래에서 몇 년을 레슨받은 연습생들이야 약간의 재능만 있다면 기본 이상은 한다.

자신도 러쉬의 몇 멤버를 가르쳤던 기억이 있기에 그들의 실력이 좋다는 것이야 익히 알고 있었다.

‘의외는 저쪽이지.’

자이는 성해온을 바라봤다.

어느새 케이와 함께 간단한 웨이브를 곁들인 그루비한 동작을 소화하고 있던 성해온이 웃으며 마이크를 잡았다.

- A little bit 조금만 다가와 줄래

아주 조금만 그래 그렇게 말야 mm Alright, let’s go

라이트온이라는 그룹 메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랩까지?

노래에 기본기가 있으면 멜로딕 랩도 중간은 한다지만, 성해온은 그 이상이었다.

심지어 멜로딕 랩이라고 치부하기엔…… 템포가 일반 랩핑에 가까울 정도로 빨랐다.

게다가 시시각각 변주되기까지하는 복잡한 음정을 0.1의 오차도 없이 소화하고 있었다.

“놀라운데…….”

자신도 모르게 입매 사이로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경쾌했던 멜로디에 글리치 사운드가 섞이기 시작했다.

랩 경연임에도 둘은 계속해서 재치 있는 안무를 이어갔다.

- Come come come to me

내게로 와줘 천천히, 그래 천천히

상체를 아래로 낮게 숙인 케이가 성해온의 앞에서 알짱거리며 재치 있는 안무를 선보이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계속해서 흐르던 경쾌한 멜로디가 그 순간 뮤트됐다.

갑작스러운 정적에 스튜디오 내에 있는 모든 이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 Tik Tak Tik Tak

바로 그 순간, 입으로 내는 시곗바늘 소리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다.

‘……아니, 무슨 목소리가 저렇지?’

자이는 성해온을 바라보며 약간의 경악을 삼켰다.

수많은 연습생들을 데뷔시킨 본인이지만, 이렇게 색다른 보이스는 또 오랜만이었다.

자연스럽게 멜로디가 천천히 섞여들기 시작했다.

이전과 비슷한 멜로디지만, 조금 더 글리치함이 강해진 멜로디.

그 속에서 성해온이 파트를 이었다.

- Stop it, Ah Stop it

멈춰 버린 시간과 고장 나버린 나

“……!!”

잠깐의 뮤트 효과로 곡의 분위기가 극대화되었다.

파트를 짤막하게 나눠 가지던 이전과 다르게 2절 벌스부터는 각 파트가 길게 이어졌다.

- 내 세상이 너로 가득 채워져

눈을 감아도 all about you woo woo

“……와하하.”

헛웃음이 자꾸만 새어 나올 정도로 성해온의 목소리엔 범접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물건이네?’

고막에 과하게 자극적인 목소리였다.

원래도 멜로딕 힙합곡치고는 비트가 빠른 편이었으나, 마지막 코러스 파트가 다가오자 비트가 더욱더 빠르게 쪼개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타격감 있는 사운드까지 더해지자, 감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고조됐다.

탁, 탁, 탁-

시시각각 변주되는 리듬에 맞춰 테이블을 두드리던 자이의 손가락이 멈춰 들었다.

‘전략적인 선택을 했네.’

재밌는 광경에 그녀의 입꼬리가 서서히 말려 올라갔다.

* * *

“……하아.”

마이크에 숨소리가 들어갈까 숨을 최대한 참았다.

격한 춤을 춘 건 아니지만, 노래를 각 잡고 100% 라이브로 소화하면서 안무까지 더하려니 숨이 찼다.

‘실수한 건 없었나?’

……솔직히 모르겠다.

중반부터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 것 같은데.

“와아아아-!”

케이와 맞춘 마지막 모션을 취한 채로 숨을 참고 있었는데, 함성과 함께 박수 소리가 쏟아져나왔다.

카메라 감독의 컷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무대 아래쪽에 있던 생수를 벌컥 들이마셨다.

‘……좀 살겠다.’

역시 체력을 길러야 한다.

가장 먼저 자이가 마이크를 들었다.

“보컬, 와. 보컬, 와우. 성해온 씨 보컬 진짜 좋네요.”

머리까지 헝클어뜨리며 감탄사를 내뱉는 자이를 향해 목을 꾸벅 숙였다.

“랩, 랩……. 아, 잠깐만요. 조금 흥분한 거 같네. 우선 케이 씨.”

“네!”

이 새끼는 힘들지도 않은지 방글방글 웃고 있었다.

“러쉬 래퍼답게 멋진 래핑이었어요. 딕션은 말할 것도 없었고, 음감도 좋았어요. 박자에 그루비함을 싣는 게 정말 나이스했습니다.”

케이가 본인의 칭찬에 어깨를 들썩거리며 허리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자이가 마이크를 고쳐 잡으며 이번엔 나를 응시했다.

“성해온 씨는, 와하하. 목소리 톤이 어쩜 그래요?”

뭐라 답을 하기 곤란한 질문에 하하 웃자, 자이가 말을 이었다.

“멜로딕 랩, 그거 그냥 노래를 빠르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그거 아니거든요. 일반적인 보컬과 비슷하면서도 달라요. 이건 박자를 타는 감각을 타고나야 하고, 딕션은 물론, 성량과 톤까지 맞아떨어져야 되거든!”

조금 상기된 얼굴의 자이가 숨을 한 번 들이쉰 뒤 말을 이었다.

“제가 평생 보컬 디렉팅을 한 사람이라 장담하건대, 이거 어려웠어요. 기본 템포가 빨랐던 건 둘째치고 박자랑 멜로디가 처음부터 늘어졌다가 조였다가, 일정한 패턴 없이 계속 바뀌었거든요. 근데 음정 하나도 안 나갔습니다. 해온 씨랑 케이 씨 둘 다요. 그렇죠?”

자이가 옆에 앉은 구원을 바라보며 멘트를 넘겼다.

“이 노래, 정말 두 분이 만든 건가요? 다른 프로듀서의 도움 없이?”

구원의 물음에 케이가 해맑게 대답했다.

“네! 어어, 근데 솔직히 이 형이 7, 케이가 3. 도움은 Nothing.”

러쉬 놈들은 지금 속으로 케이의 멱살을 잡고 있을 거다.

나는 카메라를 의식하며 마이크를 들었다.

“아니요. 저희 둘이 누가 더 많이 했다, 이런 걸 나누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함께 제작했습니다.”

“혀엉…….”

내 말이 끝나자마자 케이의 올망졸망한 눈빛이 느껴졌다.

이미지나 얻으려고 겸손을 떨어본 건데, 어쩐지 더 귀찮아질 것 같은 예감이 강렬하게 밀려들어 왔다.

지금도 이놈은 시도 때도 없이 메시지를 보낸다.

심지어 저번엔 갑자기 영상 통화가 오길래 편곡에 관한 이야기인가 싶어 덥석 받았더니, 미국에 계신 자기 부모님에게 나를 인사시켜 주더라.

노트북 속 케이의 부모님과 갑작스럽게 인사를 나누던 그 어이없던 기억은 아직까지 생생하다.

정말이지 이해하기 힘든, 자유분방한 사고 회로의 소유자다.

‘상성이 안 맞아…….’

하지만 이놈을 무시하기엔 카메라가 너무 많았다.

나는 케이와 눈을 맞추며 얼굴에 미소를 걸쳤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번호부터 바꿔야지…….’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사회성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놀랍네요. 두 분이서 프로듀싱은 물론, 작사까지 했다고 적혀 있는데, 으음. 하하. 이거 정말 제가 긴장해야겠는데요.”

“……!”

현재 가장 주가를 올리고 있는 프로듀서가 자기 입으로 저런 말을 하다니, 엄청난 찬사다.

“자이 님 말대로 두 분, 플로우를 잘 타요. 기본적으로요. 저는 우선 프로듀싱하셨다는 곡 위주로 평가해 보겠습니다. 중간에 들어간 뮤트, 이 뮤트가 좋았어요. 저는 이때부터 몰입감이 확 살았거든요. 게다가 성해온 씨의 랩톤은 굉장히 유니크해요.”

“…….”

칭찬이 어색했다.

냉랭한 얼굴로 심사평을 듣는 것보단…….

‘음. 이런 상황에서 망돌은 일단 감격하겠지.’

나는 눈을 반짝이며 과한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는 망돌의 얼굴을 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다가 전체적인 곡의 흐름이 좋아요. 저는 굉장히 영리한 곡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보컬 멤버와 랩 멤버의 조합인데, 이 무대에선 제가 보기에 두 분 다 멋진 래퍼였거든요. 전반에는 성해온 씨의 독보적인 음색으로 귀를 집중시켰다면, 마지막 후반에는 케이 씨의 휘몰아치는 래핑이 정말 멋졌습니다.”

계속 심사평을 이어나가는 구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살폈다.

스으윽-

최승하가 입을 터업 가리고 나에게 엄지를 보이고 있었다.

……넣어둬라.

심사 위원 셋의 심사평이 마무리되고, MC는 특별 심사 위원들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랩 무대였던 만큼 특심단에 있는 래퍼에게 가장 먼저 질문이 들어갔고, 그다음으로 마이크를 든 사람은 정신 나간 새끼였다.

“음, 제가 들어도 훌륭한 노래였어요. 이걸 직접 만드셨다니 놀랍습니다.”

허튼소리를 하는 건 아닐까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생각 외로 제정신 박힌 대답이었다.

‘그래, 저 새끼도 공인이지.’

-라고 생각하자마자 의현이 말을 이었다.

“특히 심사 위원들이 극찬하신 성해온 씨의 목소리, 감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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