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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95화 (95/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95화

한편, MH Entertainment의 회의실.

“우선 입장문을 내야 합니다.”

정재진의 말에 직원들이 곤란한 얼굴을 했다.

“……아직 의식도 찾지 못했다던데, 입장문을요?”

“게다가 지금 기자들까지 연락해 대서 저희 업무 마비됐습니다. 이 상황에서 입장문을 내면 더 기름을 붓는 꼴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참담한 얼굴의 정재진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지금 SNS에 온통 이 이야기입니다. 사진까지 꽤 여러 장 찍힌 바람에 대중들이 모두 주목하고 있고요.”

요즘의 국내 분위기는 그 어떤 사건 사고도 없이 잔잔했다.

그런 와중에 이런 일이 터져 버렸으니, 이미 SNS는 물론, 커뮤니티와 각종 추측성 기사들까지 쏟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대중들의 추측이 라이트온으로 기울었기에, 현재 MH는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사실 처음부터 라이트온임이 밝혀졌다면 이렇게 화제가 되진 않았을 거다.

요즘 반응이 오고 있다고 해도, 이렇게 떠들썩해질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그룹은 아니니까.

의 다른 출연진들과 엮이면서 불길이 이렇게 커진 거다.

여기서 입을 다물고 있으면, 논란은 점점 부풀어질 게 뻔했다.

입장문을 내도 비난을 거세게 받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리스크를 줄이려면 최대한 빠르게 입장문을 낼 필요가 있었다.

제가 아는 성해온이라면 분명 논란이 커지는 걸 원치 않을 테니까.

“……우선 입장문부터 냅니다.”

정재진의 말에 직원 하나가 손을 들며 말했다.

“그럼 부장님에게 먼저 컨펌을…….”

“아니요. 그냥 우리 선에서 바로 냅니다. 그럴 시간도 없거니와…….”

황 부장, 그 인간이 허락해 줄 리 없지.

“일이 커진다면 제가 책임집니다.”

* * *

처음에 대중들은 들것에 실려 나가는 게 누구인지 유추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스태프의 간증글이 뜨고, 쓰러진 이에게 덮여 있던 재킷이 라이트온의 것임이 밝혀지며 웬만한 사람들은 바보가 아닌 이상 눈치챌 수 있었다.

- 그냥 공식 입장 뜨기 전엔 아무것도 믿지 말자

└ 222 믿을 거 하나 없음 공식 입장만 기다리면 되는 거임

- 사실 오늘 TTT 퇴근길 찍으러 갔다가 구석에서 쉬고 있었는데 앰뷸런스가 제 앞으로 왔거든요 지금 추정되는 그분인 줄은 모르겠으나 ㅁㄹㅇㅅ 의1현 님이 같이 타고 가셨어요 (사진)

- 오늘 의현 사생들이 거기 많이 간 걸로 앎 ㅇㅇ 뭐 팬들 안 불렀으니 심사 위원 있었을 거 같고 거기 참여한 거 아닐까?

└ 그리고 ㅅㅎㅇ이 의혀니랑 친분 있잖아 그래서 같이 타고 간 거 아님? 지금 보니까 쓰러진 거 걔 맞는 거 같던데

└ 의효니 사생들 진짜 지독하닼ㅋㅋㅋ 다 쫓아다니네

- 우리 애는 다친 데 없겠지?ㅠ 아 불안하네

└ 네네ㅜ 의현이는 다친 데 없는 것 같아요……!

└ 에구 다행이에여ㅠㅠㅠ

안 그래도 떠들썩했던 주제에 덩치와 입김이 가장 큰 팬덤이 끼어드니, 논란이 빠르게 확산됐다.

- 공식 입장 떴어요(링크)

- 해온이 어떡해… 괜찮은 거 맞아?

- 입장문 보니 실신이었다네요 건강에 큰 문제도 없다 하니 다행입니다

“……!!”

곽덕배는 다급하게 링크를 눌렀다.

[이하 엠에이치 엔터테인먼트 공식 입장 전문]

금일 일어난 일에 대해 당사의 입장을 전합니다.

성해온은 오늘 오후 갑작스러운 실신으로 정밀 검사를 진행했으며, 큰 이상이 없다는 병원 측의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사 역시 이번 일에 큰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소속 아티스트들의 케어에 더욱 신경을 기울이겠습니다.

다시 한번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곽덕배의 손이 덜덜 떨렸다.

SNS와 커뮤니티 등지에서 이어지는 추측이 점차 선명해질 때도, 본인은 애써 무시하며 공식 입장만을 기다렸다.

“……아 어떡해.”

실신, 실신이라면 촬영장 구조물에 사고를 당한 건 아니라는 뜻인가?

촬영장에서 일어나는 구조물 사고는 사실 꽤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대부분 몇 달을 쉬어야 할 정도의 중상을 입는다.

이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가?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라이트온 팬덤의 반응도 서늘하기 그지없었다.

- 근데 실신인데 피가 왜 묻어 거짓말 아님? 좀 말이 안 되는데

- 공식 입장이 저게 다라고?ㅋㅋ

- 멀쩡하면 입장문 왜 이리 늦게 냄? 이 야밤에 입장문 띡 올려두면 땡임?

- 아 미쳤나 봐 진짜 너무 걱정돼서 일이 손에 안 잡혀 입장문 지금 저게 맞는 거냐고

- 나 진짜 속상해 죽겠다… 얼마나 굴려댔으면 쓰러지는 거야 진짜 마음 아파 죽을 것 같아

* * *

“안 되겠습니다. 저, 저는 다시 병원으로 가보겠습니다.”

차윤재의 말에 최승하가 고개를 저었다.

“……윤재야, 지금은 안 돼. 날 밝으면 일찍 가보자.”

지금 가도 들어갈 수도 없을 거라는 말에 차윤재가 그대로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그냥 저도 남았어야 했습니다. 무슨 말을 듣던 거기에 남아 있었어야 했는데…….”

그때, 한수현이 입을 열었다.

“저희가 가봤자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현실적으로 저희는 다음 무대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그리고 그 말은 끝을 맺지 못한다.

“……그런 식으로 말 하지 마!”

차윤재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한수현의 말을 끊어먹은 것이다.

한수현은 애써 평정을 지키고 있는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럼 여기서 울기라도 해야 해요? 그럼 상황이 나아지나요? 아닌 거 알잖아요. 그 형이 깨어났을 때 더 도움 되는 건 제가 말한 쪽이에요. 안 그래도 촉박한 경연인데,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해온 형도 그쪽을 더 바라실 거고요. 일어났을 때 자기 때문에 경연 준비가 지지부진한 상태면 더 죄책감 들지 않겠어요?”

입술을 짓씹은 한수현이 중얼거리듯 말을 이었다.

“……저라고 걱정 안 되는 건 아니라고요. 하지만, 저희만큼은 중심을 지켜야 해요.”

“그래도……!”

최승하는 이 상황을 중재하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소의 서글서글한 얼굴이 아니었다.

웃음기를 모두 지워낸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차가웠다.

“너희 다 그만해.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말다툼할 때는 아니잖아.”

최승하는 마른 얼굴을 쓸어내리며 말을 이었다.

“지금 너네 둘 다, 감정이 격해졌어. 그리고 수현이 말도 일리가 있어. 윤재야, 너도. 지금 가는 건 불가능해. 기자 때문에 들어가지도 못할뿐더러, 논란만 더 커질 거야. 내일 아침 일찍 연락해 보자.”

“…….”

그 순간, 울먹이던 차윤재가 입을 열었다.

“……우리 그때!”

모든 시선이 차윤재에게 쏠렸다.

“컴백 전에, 대표님께 받았던 돈……!”

눈을 질끈 감은 차윤재가 말을 이었다.

“……형님이 대표님께 부, 부탁드린 거였어.”

“……!!”

비밀을 지켜달라는 성해온의 당부로, 오직 차윤재만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다른 멤버들도 처음 듣는 충격적인 사실에 눈을 크게 떴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의 차윤재는 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을 이었다.

“예전엔 싫어했던 거 맞고, 지금도 사실 좋아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흡, 아니, 사실 좋아해…….”

차윤재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 나도 이렇게 굴어봤자, 아무것도 해결 안 된다는 거 알아! 근데, 걱정돼서 손에 아무것도 안 잡히는 걸 어떡해!”

조금 놀란 듯한 얼굴의 한수현은 한참 말이 없었다.

“……저도 그래요.”

본인의 얼굴을 반쯤 가린 한수현이 말을 이었다.

“예전엔 아니었는데, 요즘은…… 저희 그룹에 없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팀원으로서도, 개인으로서도 존경해요.”

“……!”

“걱정도 했어요. ……그 방식과 크기가 형에 비해 초라했던 것 같지만요.”

오늘 일은 본인이 잘못했고, 맹세코 악의는 없었다는 말을 남긴 한수현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드르륵, 탁-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숙소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 * *

“흠.”

죽은 건가.

방금까지 느껴지던, 온몸이 갈래갈래 찢어지는 것만 같던 고통이 씻은 듯 사라졌고, 피로에 찌들어 젖은 솜처럼 무겁던 몸이 가벼웠다.

게다가 시야를 내려보니 이건 꽤 익숙한 손이다.

‘내 몸이네.’

웃기지도 않는 상황에 피식 웃으며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러다가 성불도 못 한 채 구천을 떠도는 영혼이 되는 건 아닌가 모르겠군.

나는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살폈다.

그나저나, 여긴 왜 온 거냐고.

‘연습실 귀신이라도 되어라, 뭐 이런 건가.’

나는 다리에 얼굴을 파묻은 채 중얼거렸다.

“……멍청한 새끼.”

조금만 더 생각했다면 그런 선택하지 않았을 텐데.

답지 않게 조급했다.

하물며 스튜디오에서 그런 선택을 하다니, 돌아도 제대로 돌아버린 게 틀림없다.

얌전히 골드만 빌려줄 리는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으면서.

‘……하지만 이렇게 죽여 버릴 줄은 몰랐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런 경고 사항 있었으면 그냥 준대도 안 받았다.

나도 목숨은 꽤 소중하게 생각했다고.

“뭐야, 지금 설마 억울한 건가.”

오늘 죽나, 10일 뒤에 죽나, 언젠가 미션에 실패해서 죽나, 그게 그거인 걸 알면서도.

“…….”

처음 느껴보는 생경한 감정이 불쾌했다.

그 순간이었다.

파지직!

머릿속에서 전류가 통하는 듯한 기분이 듦과 동시에.

[아아, 귀찮은 것들을 처리하느라 조금 늦었군.]

“……!!”

난데없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보고 싶었다네. 내 오늘 그대를 기쁘게 해주려 꽤나 애를 썼는데 말이야.]

휙! 휙!

나는 급하게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나 혼잔데?’

이 공간은 여전히 텅 비어 있는 실내였다.

[내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게야?]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

잠시 정적이 흘렀다.

[하하하하하! 아하~ 아주 큰 오해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로군?]

내 생각을 읽은 건지, 뭔지는 몰라도 목소리가 시시각각 달라지는 게 정말 호러였다.

웬만한 담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거품 물고 기절했을지도 모르겠다.

[이거 어쩌나. 안타깝게 되었네. 애석하게도 그대는 죽지 않았거든.]

“안 죽었으면 돌려보내 주세요.”

[내 선물을 준비한 것이라고 몇 번을 말하나? 흐응, 오늘따라 멍청하게 구는군그래.]

이게 선물이면 너나 가져, 정신 나간 새끼야…….

[크핫, 하하하하하!]

여성, 남성, 어린아이, 중년층, 노년층의 목소리가 마구 뒤섞인 웃음소리에 절로 소름이 돋았다.

점점 들려오는 목소리에 지지직, 거리는 노이즈가 뒤섞이며 간헐적으로 끊기기 시작했다.

[……내 역시 그대가 마음에 든다네]

이 말을 마지막으로 통신이 끊겼다.

선물은 X발, 무슨 선물…….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황당하게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그 순간이었다.

드르륵-

연습실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두 인영이 걸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아~ 제발 같이 가자고~ 기다려 주세요~ 유하 님~”

동시에 내 동공도 미세하게 확장됐다.

……신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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