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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99화 (99/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99화

그다음으로는 매칭된 유닛 팀끼리 바비큐를 즐기는 장면이 아주 짤막하게 나왔다.

다행히 고기는 전부 내가 굽고 있었는데, 이 분위기에서 집게를 러쉬가 들고 있었다면?

“음.”

생각만 해도 아찔하군…….

- 라이트온 후배 맞음? 상전이 따로 없네

- 싸가지 ㄹㅈㄷ임 진짜 Nnet이랑 뭐 있는 거라니까ㅋㅋ 으

이런 반응들이 올라왔을 거라고 감히 예상할 수 있다.

5화 본방송이 끝나고, 멤버들은 갑작스러운 편집 공격에 멘탈이 약간 손상된 것 같았으나 결과론적으로 1위를 했다는 사실 덕분인지 버틸 만해 보였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태평하게 앉아 있을 때가 아니었다.

“형! 아까부터 전화 오는데요?”

최승하가 무음인 상태로 화면만 밝아진 내 스마트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010-8765-XXXX

나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뒤집으며 말했다.

“스팸이야.”

“그런 전화 진짜 짜증 나죠~ 차단해요! 제가 차단해 드릴까요?”

최승하가 맑게 웃으며 이리 줘보라는 듯이 웃었다.

나도 마음 같아서는 당장 차단해 버리고 싶었다.

‘……음, 할까?’

생각해 보니 못 할 이유도 없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며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동시에 화면이 반짝였다.

[퇴원했다는 소식 들었어요.]

나는 속으로 욕을 읊조리며 키패드에 손을 올렸다.

병원까지 같이 가줬다는 소식 들었다, 감사하다. 이런 답장을 보내려던 차에 새로운 문자가 왔다.

[지금 숙소 앞으로 갈 테니까 잠깐 나올래요?]

이 소름 돋는 새끼, 숙소 주소는 어떻게 아는 거지?

나는 다급하게 답장을 보냈다.

[병원까지 가주셨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제가 몸이 성치 않아서 다음에 밥이라도 한 끼 대접하게 해주시겠습니까?]

물론 밥 살 생각 따윈 죽어도 없다.

[잠깐이면 되는데요.]

‘설마 지금 숙소 밑에 있는 거 아니겠지.’

나는 기함을 토하며 답장을 보내기 위해 키패드를 두드렸다.

하지만 이 새끼가 더 빨랐다.

[이래 봬도 스케줄이 바빠서요. 오늘 안 되면 내일 새벽 어때요?]

당연히 안 되지.

거절의 답장을 하려는 차에 또 문자가 날아왔다.

미친 새끼, 답장은 또 왜 이렇게 빠르고 지랄이야.

[아니면 제가 숙소로 갈까요? 후배님 숙소가 궁금하기도 하네요.]

“……정신 나간 새끼.”

내 중얼거림에 마침 방에 들어온 최승하가 흠칫 몸을 떨었다.

“저, 저요? 아앗, 나갈까요?”

“아니. 너 말고.”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나는 한숨을 삼키며 답장을 보낸 뒤, 스마트폰을 침대에 던졌다.

“……형 저한테 뭐 할 말 있어요? 눈빛이 좀 무서운데.”

나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

이걸 뭐라고 물어봐야 하지?

그나마 이 녀석은 친구 많을 것 같이 생겼으니, 질문 상대론 제격이다.

“너는 대충, 음. 몇 번 본 정도의 아는 사람한테 이 정도로 가까이 갈 수 있어?”

훅!

“……!!”

의현이 다가왔던 것처럼 최승하의 지척으로 훅 다가가자, 녀석이 눈을 크게 떴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음. 형 여자 친구 생겼어요?”

“……? 그럴 리가.”

나는 곧바로 정색했다.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연애라니.

약간 안도한 얼굴의 최승하가 입을 열었다.

“근데, 으음. 사실 웬만큼 친하지 않은 이상 이 정도 거리로 다가오는 사람은 없을 것 같긴 해요.”

“친한 사이?”

내 질문에 최승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님 저처럼 장난치기 좋아하는 성격일 수도 있죠? 저도 이렇게!”

후욱!

코앞까지 단숨에 얼굴을 들이민 최승하가 방긋 웃었다.

“다가가는 건 할 수 있으니까요.”

“음.”

나는 곧장 생각에 잠겼다.

친한 사이거나, 장난치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이해성의 빅데이터 속 의현은 장난스러운 성격은 아니었다.

‘그럼 친한 사이?’

……그렇다기엔, 걸리는 게 많다.

뭣보다 그 서늘한 눈빛.

‘성해온을 좋게 보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이내 나는 고개를 털며 생각을 지워냈다.

어차피 성해온의 기억도 없는 거, 이런 고민 해봤자 다 쓸모없다.

어떻게든 되겠지.

성해온 자체가 인성이 바르게 생겨먹지 못한 놈이니, 대충 냉랭하게 굴면 그쪽도 알아서 정이 떨어질 거다.

침대에 누운 나는 잠들기 전, SNS와 커뮤니티 등지의 반응을 살폈다.

“음.”

스크롤을 내리던 내 눈엔 의문이 담겼다.

……왜 이렇게 나에 대한 언급량이 많은 거지.

[나만 눈에 밟히냐……?]

(성해온 캡처)

나 원래 투더탑 안 봄 근데 한창 누구 다쳐서 실려 나갔다고 난리 났을 때 관심 있게 보다가 그 쓰러졌다는 멤버가 회복하자마자 유라이브 킨 거 클립을 봐버림

근데 안색도 아직 안 좋은데 팬 걱정부터 하는 게 호감이더라고… 그래서 투더탑 몰아봤는데 무대도 개잘함ㅅㅂ

그러다가 오늘 본방 보고 그냥 치여 버린 듯 보컬인데 멤버들 배려하면서 랩 포지션 지원하는 거 진짜 ㅜ

난 열심히 하는 아이돌 사랑하지 않는 법 모른다고ㅅㅂ

- 나도 눈에 밟힘 ㅅㅂㅋㅋㅋ입덕 직전임 심지어 다른 애들도 ㅆㅅㅌㅊ라서 그룹 덕질하기 좋을 듯

- 아 나도 마음 아프더라 얼마나 열심히 했으면 녹화하다가 실려 나가? 했는데 진짜 매사에 진심인 캐릭터였음

- 솔직히 초반에 빽이다 뭐다 욕하는 애들이 많아서 덩달아 비호감 이미지였는데 왜 그랬나 싶음

└ 2222 여론에 휩쓸렸는데 나도 다시 봄

- 방송이니까 이미지 관리하는 거지 본판은 싸가지 없는 거 누가 모름?

└ 네 다음 ㄹㅅ팬~

└ 라이트온 빠들은 다 하나같이 대가리에 총 맞았나 뭐만 하면 ㄹㅅ래 진짜 그만 엮어 기분 더러움

└ 느그 오빠에 자아의탁 스탑해 그나저나 지 입으로 ㄹㅅ팬 인증하네 지능 ㅆㅅㅌㅊ

의외로 내가 고평가되고 있었다.

이번 방송분에서 보컬 멤버인 내가 랩 파트에 지원하는 걸 제작진이 감동적인 서사같이 편집해 주긴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는데.

음, 아무래도 내가 쓰러진 게 사람들의 무언가를 자극한 모양이다.

동시에 러쉬 팬들이 물밑 작업을 시작한 것 같다.

벌써부터 이런 뇌피셜 글들이 떠돌기 시작했거든.

[알 사람은 다 아는 러쉬와 라이트온의 관계]

이미 알 사람은 알 텐데 라이트온 신유하는 INT연생이었음 ㅇㅇ

당시에도 인트 사생들이 얘 잘생겼다고 정보 알아놓고 미리 찜해놓고 그랬어

근데 모종의 이유로 러쉬 데뷔 몇 개월 전에 나감

그리고 타 그룹으로 데뷔

보니까 얼굴도 안 빠지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그 정도면 나쁘지 않던데 왜 빠졌을 거 같음?

바로 인성 혹은 과거 전적이겠지 ㅋㅋㅋ

요즘 돌판 인성 관련 이슈 예민해서 아무리 잘나도 이런 문제론 짤 없는 거 알지?

판단은 너희가 알아서 ㅎㅎ

- 정치질 멈춰~~~

- 러쉬 팬들 선동과 날조는 하여간 알아줘야 함

└ 이게 왜? 합리적 추론이지 등신아 ㅋㅋ

- 라이트온이 뜨긴 떴나 보다 벌써부터 견제가 다 붙고 이야~

- 근데 진짜 의문이긴 함 왜 나갔을까 뭔 문제가 있는 거겠지?

└ 백퍼ㅋㅋㅋ 학폭이라든가 연애질이라든가 언젠가 터질 듯

‘미안하지만, 문제는 그쪽 리더한테 있다.’

나는 흐릿하게 떠오르는 태오의 낯짝에 고개를 저었다.

삽시간에 기분이 더러워지고 있으니 그만 생각하도록 하자.

* * *

애석하게도 다음 날은 금세 밝아왔다.

나로 인해 3차 경연의 준비가 2일 정도 딜레이된 상황이라, 멤버들과 이른 시각부터 연습실로 향했다.

“형은 어디 가요?”

“잠깐 정재진 대리님.”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자연스러운 거짓말에 혀를 내두릅니다!]

“형님, 설마……?”

같은 주제로 사기를 쳤던 전적이 있어서 그런지, 눈을 가느스름하게 뜬 차윤재가 고개를 기울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알 게 뭐야.

나는 30분 안에 들어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곧장 등을 돌렸다.

금세 지하에 당도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작게 심호흡을 했다.

“후.”

절대 말려들지 말아야지.

사옥의 지하 주차장에 당도하자, 멀리서 봐도 값비싸 보이는 검은색 세단이 보였다.

‘……저건가.’

어젯밤 의현이 보내온 본인의 차 번호와 같다.

차량에 가까이 다가서기 무섭게.

스르륵-

운전석의 창문이 스르륵 내려갔다.

그 안에 앉아 있는 의현이 해사하게 웃었다.

“얼른 타요.”

- 의현이 얼굴 좀 봐 X발.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해야 해.

- 세상에 콧대 좀 봐라. 아주 미끄럼틀을 넘어서서 스키를 타도 되겠어.

- 남자인 주제에 왜 나보다 속눈썹이 긴 거야~?! 하긴 의현이는 거대 요정이니까 그럴 수 있지.

순간적으로 이해성과 나눴던 대화들이 단편적으로 떠올랐다.

키가 180도 훌쩍 넘는 멀대 같은 놈을 요정으로 모에화하는 걸 보고 기함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밀리어스의 비주얼 멤버답게, 객관적으로도 잘생긴 얼굴이겠지만 X같은 행실 전적으로 영 밥맛이었다.

조수석에 올라타자 의현이 곧바로 물었다.

“몸은 괜찮아요?”

“예.”

단답식으로 대꾸하자 눈을 가늘게 뜬 의현이 시트에 등을 기댄 채로 작게 말했다.

“이거 속상하네요. 뭐 티 내려는 건 아니지만, 제가 해온 씨 데려가고 입원 수속까지 밟았는데.”

아, 그 어마어마한 1인 병실이 이 인간의 짓이었군.

“나온 금액 돌려드리겠습니다.”

돈이 얼마가 나왔든 이 새끼한테 빚을 지는 것보단 낫다.

게다가 성해온은 돈도 많다고.

“하하, 됐어요. 그깟 푼돈 받자고 꺼낸 얘기 아니니까요.”

나는 단호한 어투로 대답했다.

“제가 드리고 싶어서요. 아무래도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럼 그렇게 불편해해요. 나야 뭐, 내 생각 많이 해주면 좋으니까?”

오소소!

순간적으로 소름이 퍼졌다.

‘어떻게든 알아내서 돈 보낸다.’

이 새끼랑 더 이상 엮이면 안 된다는 경고음이 울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내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선배님. 저는 이만 연습이 예정되어 있어 가보겠습니다.”

차 문을 열려고 몸을 기울이는 순간, 의현이 돌연 내 쪽으로 몸을 틀며 가까이 다가왔다.

“흐음.”

“……!!”

“이상하다. 왜 이렇게 열심히 해요?”

할 말이 사라지는 물음에 나는 미간을 팍 찌푸렸다.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내 대답에 피식 웃은 의현이 중얼거리듯 읊조렸다.

“원래 그렇게 열정 넘치고 그런 사람 아니잖아?”

“…….”

‘역시 이 자식, 성해온과 잘 아는 사이다.’

최승하의 말을 빌리자면, 여태껏 성해온과 나눈 대화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첫날 내가 말을 붙인 게 아주 놀라웠다고 했지.’

웃기게도 그런 성해온의 전적 덕에 라이트온 멤버들은 나에 대해 별 의심을 하지 않는다.

1년이 넘게 같이 살았어도 성해온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니, ‘갑자기 저 새끼가 갑자기 왜 저러지’ 정도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는 소리다.

……하지만 성해온을 잘 알고 있는 놈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자리를 피해야 한다.’

달칵-

나는 차 문을 열며 입을 열었다.

“갑자기 열심히 하고 싶어졌습니다.”

“으음.”

내 대답에 샐쭉한 표정을 지은 의현이 뜸 들이는 소리를 내더니 말을 이었다.

“내가 도와줄게요.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이 바닥에서 영향력 꽤 있잖아요? 분명 도움이 될걸요.”

정신 나간 놈의 도움 따윈 공짜로 줘도 필요 없다.

“필요 없습니다.”

“아하하, 필요하게 될걸요?”

“아니요.”

“흐음.”

나는 운전석에서 해사하게 웃고 있는 의현을 향해 작게 목례한 뒤, 주차장 바닥으로 발을 내디뎠다.

“선배님, 살펴 가세요.”

“그래요.”

곧장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나는 거울 속 얼굴을 살폈다.

역시나 한껏 썩어 있었다.

“음.”

다시는 마주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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