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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01화 (101/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01화

“크흠! 흠흠!”

저 헛기침 소리만으로도 기분이 빠르게 불쾌해지는 게 참 신기하단 말이지.

“해온이 너! 얼굴이 아주 반쪽이 되었구나!”

대표의 부름으로 멤버들과 불려 갔다가, 핼쑥해졌다는 걱정을 한 삼십 분 동안 들었다.

부디 그걸로 끝이길 빌었는데, 일식집으로 끌려왔다.

프라이빗한 다이닝룸이 있는, 대충 봐도 비싸 보이는…….

‘명훈이만 없으면 정말 즐거웠을 텐데.’

애피타이저로 나온 음식을 먹으면서도 명훈이는 입을 다물 줄을 몰랐다.

“리더라는 놈이 그렇게 허약해서 쓰나! 쯔쯔. 나 김명훈이는 젊었을 때 병치레라는 게 없었어. 요즘 젊은 애들은 이렇게 몸이 약해서 얻다 쓸까 참 걱정이 되는구나.”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거리며 음식을 입에 넣었다.

명훈이 지갑 터는 날인데 허투루 먹을 수는 없지.

내가 젓가락을 들자, 눈치를 보던 멤버들도 젓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너희들!”

움찔!

다른 놈들은 아직 음식을 입에 넣지도 못했는데, 명훈이의 호통에 몸을 파드득 떨며 젓가락을 내려놨다.

나야 명훈이가 만만하다지만, 이 녀석들에겐 아직도 거대한 벽쯤으로 보일 거다.

하지만 예외는 언제나 있게 마련.

“와아, 맛있어요~”

최승하가 생글생글 웃으며 음식을 먹었다.

“허허허! 그래, 그래. 마음껏 먹어! 너희들도 뭣 하는 거냐. 얼른 먹지 않고.”

맛이 없냐는 명훈이의 물음에 고개를 빠르게 저은 멤버들이 음식을 입에 욱여넣었다.

‘저놈들 오늘 체하겠는데.’

“더 시켜줄까? 그래! 더 먹어야지!”

“아니요. 대표님, 저희 바로 연습 들어가야 해서 너무 배부르게 먹으면 연습이 힘듭니다.”

그리고 여기서 더 먹였다간 이 자식들 속이 다 뒤집혀 버릴걸.

“맞습니다. 대표님, 이것들로도 충분합니다.”

“허헛, 우리 류인이가 아주 날이 갈수록 신수가 훤해지는구나. 아니, 아니지. 너희가 요즘따라 더 잘생겨져. 카메라 마사지! 그걸 받은 게지!”

그러면서 은근슬쩍 에 우리의 출연을 허락한 게 본인임을 어필하고 있었다.

“그때 연락이 왔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어쩌구저쩌구~”

나는 고막에 다이렉트로 박혀오는 명훈이의 자랑질을 한 귀로 흘리며 회를 씹었다.

역시 한결같이 재수가 없지만, 오늘은 나도 약간 굽혀야 할 이유가 있다.

“내가 말이야~ 허허, 크흠! 그때 무슨 생각을 했냐면은~”

대표는 아직도 자신에게 심취해 젓가락을 들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고개를 들자, 멤버들의 시선이 공중에서 부딪혔다.

파앗-!

내가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거리자, 다른 놈들도 결연한 얼굴로 끄덕였다.

……사회성 발휘의 시간이다.

“항상 대표님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맞, 맞습니다! 매번 무대도 깜짝 놀랄만큼 좋고, 붙여주신 프로듀서님과 트레이너 선생님들도 너무 좋은 분들이십니다!”

“탁월한 안목이십니다.”

“대표님은 다 생각이 있으시잖아요~ 저희는 대표님만 믿고 가는 거죠, 하핫!”

류인을 필두로 차윤재와 한수현, 그리고 최승하까지.

이쯤 되면 눈물겨웠다.

툭툭…….

나는 옆에 앉은 신유하의 등을 작게 건드렸다.

“……가, 감사합니다.”

“크흠, 흐흐흠. 흠…….”

기분이 심히 좋은지 얼굴 근육까지 움찔거리는 명훈이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내가 입을 열었다.

당연히 아련한 낯짝을 걸친 채였다.

“저희에게 지원을 아낌없이 해주셔서, ……언제나 열심히 정진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명훈이가 헛기침과 함께 말문을 열었다.

“크흠, 흠! 너희가 이렇게 열심힌데! 이 김명훈이가 그 정도의 지원은 당연히 해줘야지!”

“아직 방송은 안 나왔지만, 저희가 유닛 무대에서 1위를 했다는 소식은 들으-”

내 말을 냅다 끊은 명훈이가 헤벌레한 얼굴로 언성을 높였다.

“그럼! 그럼! 당연히 들었다! 나는 대표로서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 너희가 내 복덩이들이란다! 으하하! 크흠. 흐흥.”

나는 적당히 맞장구를 치다가 본론에 들어가기 위해 입을 열었다.

“저희가 다음 무대를 구상한 게 있는데, 아직 재진 대리님께도 말씀을 안 드렸습니다. 대표님께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오오? 나에게 먼저 말이냐! 그래, 어서 말해보거라.”

멤버들과 강찬혁의 아이디어가 들어간 컨셉과 편곡 방향 등을 설명한 것인데, 잠자코 듣던 명훈이가 솥뚜껑 같은 손을 맞부딪혔다.

짝 짝 짝!

뭉툭한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말로만 들어도 무대가 그려지는구나! 크흠, 벌써부터 훌륭한 무대가 예상이 돼!”

“……저 대표님.”

나는 말간 얼굴로 명훈이를 바라봤다.

……툭!

내 가식적인 낯짝을 정면에서 마주한 차윤재가 흠칫하며 집은 회를 떨어뜨렸다.

애처롭게 떨어진 참치회에게 갔던 시선을 명훈이에게 돌린 나는 살며시 말문을 열었다.

“……2차 경연부터는 다른 그룹들이 스케일이…… 참 크더라고요.”

불길함을 느꼈는지 명훈이의 주절거림이 급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안쓰러운 목소리를 장착한 채 말을 이었다.

“확실히 댄서분들이 있으니 무대가 풍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다음 무대에 대표님만 허락하신다면, 댄서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몇 명 정도?”

“한 15분 정도?”

꽤 자세한 오더에 눈을 크게 뜬 명훈이의 표정이 이내 서서히 굳어갔다.

입은 다문 상태였는데, 보아하니 머릿속으로 그들의 단가를 열심히 셈해보고 있는 모양.

사실상 댄서들의 대우는 대부분 그리 좋지 못하다.

끽해야 인당 몇십, 그분들은 무대에 서시는 게 경력에 들어가니 그 턱도 없는 임금을 받고 참여하시는 거다.

그러니 댄서들을 초빙하는 데엔 금전상으로 큰 무리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무대 스케일.

당연하게도 우리 여섯이 무대를 사용하는 것과는 천지 차이다.

무대 세트나 맞춤 의상 등을 고려하자면 돈 좀 깨질 거다.

하지만 명훈이는 의외로 돈이 많고, 이 대화 주제로 넘어가기 직전에 그렇게 자랑을 해댔으니 아마 거절하기 힘들 거다.

이 인간은 자존심이 아주 쓸데없이 강하니까.

이러려고 입바른 소리 한 거지.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간악함에 치를 떱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흡족한 얼굴로 200골드를 후원합니다!]

* * *

“형은 뭐 하는 사람이에요……?”

식사를 마치고 연습실로 복귀하자마자 최승하가 진지한 얼굴로 속닥거렸다.

“이야기 꺼내보자고 말했었잖아.”

“……물론 말이야 했었죠! 근데 정 대리님한테 말한다고 하셨잖아요! 저 심장 떨려서 죽을 뻔했다고요~”

명훈이가 스스로 판을 깔아주는데, 거기서 주저할 필요가 없지.

“멀쩡히 살아 있네.”

“……당연히 살아야 있죠! 잠깐만, 왜 아쉬운 표정이지?”

“내가 언제.”

뒤에서 왁왁대는 최승하를 뒤로하고, SNS를 살폈다.

러쉬와 라이트온 팬덤의 싸움이 한창이었다.

‘화력이 줄지를 않네.’

어젯밤에 커뮤니티에서 신유하가 러쉬보다 낫다는 비교 글이 올라왔더라고.

글을 쓴 본인은 누구의 팬도 아니라고 밝히며 러쉬를 돌려 까댔지만, 라이트하게 덕질하는 사람 입장에선 분명 라이트온 팬처럼 보일 게 뻔했다.

“흠.”

그리고 내가 보기엔, 이거 러쉬 팬이 쓴 거다.

‘어그로 끌려고 작정했군.’

팬들이 걱정이었다.

이렇게 유입이 폭발적일 시기에 이딴 어그로라니, 팬덤 싸움은 엄청난 피로감을 유발한다.

흥미로워서 발만 담갔는데 여기저기서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고 있다고 생각해 봐라.

게다가 라이트온은 화제성이 나날이 높아진다지만 아직은 망돌 신세, 팬들도 기가 죽을 수밖에 없다.

지금도 무슨 싸움만 나면 망돌 팬은 입을 다물라느니, 공중파 1위는 해보고 대들라느니, 망돌 파는 주제에 기고만장해져서 나댄다느니, 다채로운 조롱을 듣고 계시더라고.

* * *

“러쉬 팬들 처리하고 천국 갈랍니다.”

곽덕배가 조용히 읊조렸다.

옆에서 깔깔대는 친구들에게 원망의 눈빛을 보낸 곽덕배가 자신에게 온 익명 질문들을 보며 주먹으로 벽을 강타했다.

쾅!

“아프다.”

“야. 곽덕배 괜찮아?”

“하지만 더 아픈 건 내 마음이겠지…….”

“미친놈 진짜 대박 싫다.”

익명으로 Q&A를 받을 수 있는 질문함.

파란 새가 날아다니는 SNS 프로필에 걸려 있는 링크를 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 이런 종류의 질문함일 거다.

곽덕배는 라이트온의 고인물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웃수저의 자질을 갖고 있었기에 팔로워가 팬덤의 크기에 비해 무척 많았다.

게다가 이후로는 라이트온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늘며 팔로워가 천정부지로 뛰었다.

나름 평화롭던 곽덕배의 질문함에 미친놈들이 끼어든 것도 그 무렵이었다.

- 느그트온 췡 냄새 남

- 곽덕배님 왜 그러고 살아요? 그런다고 라이트온이 알아봐 줄 것 같아요? 광고 걸 돈으로 부모님께 효도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ㅠ

- 신유하 학폭 했다는 거 찐이엥용? 그냥 궁금해서여 근데 진짜 INT를 왜 나왔을까용?

- 님 개한심해요

- 다른 소속사에서 데뷔조 못 든 머저리들 모아서 만든 결과물 = 라이트온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온갖 조롱과 인신공격에도 무던하게 대처하며 속으로 삼키던 분노는 한 익명 질문으로부터 터져 버리게 된다.

- 쫄리니까 맨날 답변 안 하는 거 완전 가오 없음 ㅋㅋㅋ ㅎ 쫄?

쫄?

그래. 이 자존심을 자극하는 메시지.

그러니까, 온갖 조롱과 인신공격까지 못 본 척 무시하던 내가!

하급 어그로 따위 간지럽지도 않았던 내가!

……반응해 버린 것이다.

쫄리는 게 아니고 더러워서 피하는 거라고 쿨하게 답변했다가, 3분 뒤 더러운 건 스폰으로 프로그램 비빈 느그트온이라는 메시지를 받고 만 곽덕배는…….

그만…….

분개해 버린 것이다!

곽덕배는 메시지함에 온 온갖 모욕과 조롱, 인신공격까지 전부 캡처해서 트윗을 올려 버렸다.

박제당한 질문들은 대부분 러쉬 팬의 향기가 풍기는 것들이었기에, 한두 마디 거드는 팬들로부터 시작해 어느새 팬덤 싸움이 되어버린 것이다…….

“너 완전 스타네. 덕배야.”

“……난, 후회 중이니까.”

“야야, 방금 새로고침 한번 하는 데도 새 질문 두 개 들어왔어.”

그녀의 앞에 앉은 친구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곽덕배를 놀려먹기 시작했다.

“아니, 근데 아가리 파이터로 유명했던 덕배가 이런 질문을 받고도 지금껏 참은 거야? 그게 더 신기한데.”

“내 말이. 근데 진짜 어마어마하다. 이것들 분명 좌표 찍고 몰려왔다에 곽덕배 속눈썹 다섯 가닥 건다.”

“왜 내 속눈썹을…….”

“맞아. 러쉬 정병들 비계에서 덕배 계정 좌표 찍혔을 듯. 얘네 한 명은 아닌데, 말투가 비슷비슷하잖아.”

“이야, 근데 이 정도로 어그로 끌리는 거 보면, 라이트온 뜨긴 떴나 보다?”

“그러게? 나도 그 생각 중. 항상 라이징 뜰 기미 보이면 싹 자르려고 이러는 정병들 많잖아.”

그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곽덕배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야! 너 성공했네! 맨날 제발 뜨게 해달라고 제사라도 지낼 것 같이 굴더니, 떴네! 떴어! 근데 얘넨 얼굴이 이래서 언젠간 뜰 줄 알았어.”

“흑흑, X발. 친구가 초 단위로 욕을 얻어먹고 있는데.”

“근데 러쉬 팬들 진짜 지독하다. 이것 봐.”

곽덕배에 맞은편에 앉은 이가 스마트폰을 테이블 중앙에 올렸다.

어느 커뮤니티의 인기 글이었다.

“이거 나만 자아 분열한 러쉬 팬 같냐? 댓글로는 라이트온 팬덤만 얻어맞고 있네.”

잔잔해진 줄로만 알았던 사이버 암투극의 2차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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