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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07화 (107/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07화

“……?”

나는 멍청한 얼굴로 눈앞의 상태창과 신유하를 번갈아 살폈다.

[신유하]

체력 C

정신력 C-

비주얼 S-

노래 A-

춤 B+

※ 망돌의 그림자 수치 : 47%(*위험 2단계)

상태에 문제가 생겼을까, 다급하게 확인한 게 무색할 정도로 깨끗한 상태창이었다.

오히려 그림자는 3%나 옅어졌다.

‘……좋아서 우는 건가.’

“음.”

나는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더 복잡한 일이 생겼기 때문에, 미안하지만 감정을 소모할 여력이 없었다.

저 녀석들이 알아서 위로해 주겠지.

[성좌, ‘황금의 신’이 당신의 무자비함에 미간을 찌푸립니다!]

그래. 바로 이 성좌 말이다.

매일 내게 말을 걸던 건 단 두 명의 성좌였는데, 오늘 새로운 성좌가 말을 걸었다.

신유하가 천을 걷고 나갈 때쯤 갑작스럽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수식언을 공개하지 않은 한 성좌가 감탄사를 내뱉습니다!]

[수식언을 공개하지 않은 한 성좌가 자신의 수식언을 드러냅니다!]

천 뒤에 얌전히 앉아 있던 상태여서 망정이지, 무대 중이었으면 실수할 뻔했다.

[성좌, ‘황금의 신’이 당장 저 아해의 눈물을 닦으라 명령합니다!]

골드.

[성좌, ‘황금의 신’이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아니면 쓸 만한 특성이나, 힐링포션이나 스탯업 쿠폰 같은 아이템도 좋겠군…….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이건 안 당해보면 모른다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냅니다!]

[성좌, ‘황금의 신’이 당신의 진의를 파악합니다.]

[성좌, ‘황금의 신’이 시스템과 협상을 시도합니다!]

깜짝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리더의 덕목을 지켜라!]

동료를 위로해 주는 건 리더의 덕목이 아닐까요?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보세요.

덤으로 수고한 멤버들에게 따사로운 한마디를!

성공 시 ▶ 500G

휙!

척, 척-

곧장 몸을 돌린 나는 넓은 보폭으로 그들에게 돌아갔다.

신유하에게 딱 붙어 있는 몇 놈들의 옷을 잡아당겨 치운 뒤에, 녀석의 곁에 섰다.

그러고는 소매를 들어 신유하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울지 마라.”

주변에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살짝 돌려 주변을 바라보니 멤버들의 눈이 당장에라도 튀어나올 듯 커져 있었다.

‘그래. 저 새끼가 미쳤나 싶겠지.’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성좌, ‘황금의 신’이 마음을 더 토닥이라며 언성을 높입니다!]

“……뚝.”

내 입에서 나온 한 글자의 소리에 신유하의 눈물이 멈췄다.

귀신이라도 본 듯 하얗게 질린 신유하가 파바밧 뒷걸음질 쳤다.

‘이제 따사로운 한마디…….’

나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멤버들을 바라봤다.

“수고했다.”

화들짝!

동시에 몸을 떤 놈들이 서로 흘깃거리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쯧.’

아직도 성공 알림이 뜨지 않았다.

나는 한숨을 삼키며 눈을 조금 더 착하게 떴다.

“너희들의 리더라 정말 자랑스럽다…….”

[축하합니다! 퀘스트 클리어!]

[성공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형. 저희 뭐 잘못한 거 있어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죄, ……딸꾹!”

진짜 열받는다.

간단한 수정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스태프는 신유하의 꼴을 보고 경악하더니 수정 메이크업 신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대단하군.’

벌게진 눈가에 메이크업이 더해지니 흔적이 순식간에 지워졌다.

대기실에 들어온 우리는 다른 무대의 리액션을 위해 곧장 착석했다.

스으윽-

주변을 둘러보니 카메라가 전보다 많아졌다.

“흠.”

작정하고 분량 뽑아내겠다는 방송국의 의지가 돋보이는군.

[PPL 제품 라벨 보이게 마셔주세요!]

앞에 주저앉아 있는 작가가 스케치북에 써서 적은 지령대로 음료를 마셨다.

[다른 멤버분들도 부탁드려요!]

PPL을 얼마나 받은 건지, 저번 경연 때보다 가짓수가 훨씬 많았다.

그게 끝이 아닌지 잠깐 주어진 휴식 시간에는 피자까지 들어왔다.

유명한 브랜드의 피자다.

피자는 테이블을 가득 메울 만큼 여러 판이 세팅됐다.

전부 신메뉴로 추정되는 놈들이었다.

“와하~ 이거 네 가지 맛이에요~ 저는 이런 다양한 맛이 있는 게 좋더라!”

작가가 내린 지령대로 멘트를 친 최승하가 헤실 웃었다.

멤버들이 한 조각씩 피자를 해치웠다.

그만 먹으라는 의미가 담긴 온화한 눈빛을 보내자, 피자로 손을 뻗던 최승하와 차윤재가 멈칫하며 손을 거뒀다.

‘너무해요!’

최승하가 입 모양으로 벙긋거렸다.

“아.”

그 순간, 정신이 확 들었다.

우리 무대 끝났지.

다음으로 갈 스케줄도 없고.

이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파이널 무대만 준비하면, 전부 끝이다.

‘……내가 정말 정신없이 살긴 하나 본데.’

최승하에게 얼굴을 가까이 갖다 대자, 놈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여 위치를 맞췄다.

“더 먹어라.”

“와아~”

최승하가 짝, 하고 박수를 치더니 차윤재와 함께 남은 피자를 해치웠다.

“자, 목마를 텐데.”

마찬가지로 PPL 제품인 음료를 건네자 차윤재가 아무 의심 없이 받아 들이켰다.

……꿀꺽!

카메라 앞에서 뱉을 수도 없으니, 음료를 삼킨 차윤재가 배신감에 젖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저런 반응이 나올 만도 한 게, 내가 준 건 ‘그’ 비타민 음료였기 때문이다.

큰 눈을 잠시 굴리던 차윤재가 같은 음료의 뚜껑을 친절히 제거하고는 최승하에게 건넸다.

“……형님, 목마르실 텐데.”

“윤재야.”

“예……?”

차윤재에게 가까이 다가간 최승하가 벙글 웃으며 속닥였다.

“……안 속아.”

“……!!”

나는 피식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드륵-!

마지막 팀인 러쉬의 무대가 끝나기 무섭게 대기실의 문이 열렸다.

보이는 건 익숙한 얼굴이었다.

“아, 서민정 작가님.”

“하하, 이름을 기억해 주시네요? 아, 오늘은 후속 촬영 있으니까 남아주셔야 해요.”

파이널 경연 주제를 오늘 알려주려는 모양이군.

기분 탓인지 몰라도, 분위기가 평소보다 온화했다.

우리가 망돌이라 무시한다거나 그런 것보단, 서민정 작가는 다른 출연진들에게도 쌀쌀맞은 태도로 일관하는 인물이다.

‘흠.’

남희연의 눈에 들어버린 라이트온이 불쌍해서 착하게 대해주기로 결심한 서민정의 속내를 알 리 없는 성해온은 의문스러움을 접어두고 생글 웃으며 서민정과 눈을 마주쳤다.

타앗-!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혀들었다.

‘본론이 있을 텐데?’

프로그램 메인 작가께서 겨우 이런 일로 대기실을 찾아올 리 없다.

이런 간단한 공지는 아래에 있는 스태프들 시키겠지.

“혹시 무슨 할 말씀이 있으신가요, 작가님.”

조금 놀란 듯 눈을 크게 뜬 서민정이 작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아, 인터뷰 좀 따려고 왔습니다.”

“저희 단체 인터뷰는 무대 올라가기 전에 했는데, 다시 찍는 걸까요.”

일부러 말을 흘리자, 서민정이 곧바로 대답했다.

“개인 인터뷰 좀 따려고요.”

이럴 줄 알았다.

대기실 내부를 빠르게 훑은 서민정이 곧장 나와 신유하를 골라냈다.

“리더분이랑 여기, 유하 씨 정도만 인터뷰 따면 될 것 같네요.”

앰뷸런스에 실려 가서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든 놈과 인성 논란이 돌고 있는 놈.

편집으로 재밌게 엮어먹기 딱 좋은 둘만 콕 집어서 호명하는 게 참 Nnet 답다고나 해야 할까.

“예. 알겠습니다. 저희 잠깐만 채비하고 가겠습니다.”

예의 바르게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식의 말을 꺼내자, 서민정이 떨떠름한 어투로 대답했다.

“……그래요, 천천히 와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최대한 빨리 오라는 뉘앙스였다.

하긴, 끝내주는 편집을 하려면 고민할 틈도 없이 집어넣어야겠지.

나는 작가가 나가자마자 신유하에게 다가가 속닥였다.

“할 수 있겠어?”

“……네.”

평소 같았으면 가타부타 주의 사항을 덧붙였겠지만, 오늘 이 녀석이 보여준 태도가 평소와 달랐으니 믿어볼까.

“그럼 가자.”

인터뷰가 진행되는 공간에 발을 디딤과 동시에 서민정 작가가 대본을 넘겨줬다.

신유하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 걸로 봐선…….

‘음, 역시.’

내가 쓰러졌던 날에 대한 대본이었다.

요약하자면, ‘저 그냥 과로로 잠깐 쓰러졌던 거예요~ 멀쩡합니다!’를 보여달라는 거다.

프로그램 측도 그 일로 거센 비난과 오해까지 받았으니 이 정도야 뭐, 당연히 할 수 있다.

인터뷰용 의자에 착석하자 서민정이 직접 질문을 하려는 듯, 사람 좋은 얼굴을 하며 앞에 앉았다.

“그날 해온 씨가 코피 엄청 나셨잖아요. 저희 전부 걱정했어요.”

“……?”

카메라에 아직 불도 안 들어왔는데, 왜 벌써 연기를?

코피는 내가 깨어나자마자 유라이브에서 한 변명일 뿐, 실제로는 각혈이었다.

“작가님, 벌써 촬영 들어간 건가요?”

“음? 무슨 소리예요~ 잠깐 긴장 풀기용 대화죠. 이제 카메라 켭니다?”

사아아-

갑자기 누군가 내 뇌에 얼음물을 들이부은 기분이었다.

……얼어붙은 사고 회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장난일까?’

짧은 개인 인터뷰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는 짐짓 미소 지으며 작가에게 질문을 던졌다.

“제가 그때 바로 의식이 날아가서 그러는데, 제가 코피를 흘렸었나요? 부끄럽네요.”

“하하, 해온 씨가 갑자기 쌍코피 터뜨리면서 픽 쓰러지는데 저희가 얼마나 놀랐게요. 그래도 크게 아픈 곳이 없다고 하셔서 다행입니다.”

“……!!”

쿵.

쿵.

이 와중에도 느릿하게 박동하며 평온을 유지하는 심장이 우스웠다.

어쩐지 무언가 이상하다 싶었다.

‘몇 주 전에 피 토하며 쓰러진 놈을 보는 시선들치고는 꽤 자연스러웠거든.’

보통 각혈한 사람을 눈앞에서 봤다면, 큰 병에 걸렸을 거라고 생각될 만큼 놀라지 않나?

내가 병실에서 깨어나자마자 당장 다른 병원에 가서 재검을 해봐야 한다고 난리를 쳤던 멤버들처럼 말이다.

오늘 스튜디오에 와서 마주쳤던 사람들의 반응들을 되살펴 보자.

우선 클락션.

- 어이~ 해온이! 괜찮냐? 그렇게 픽픽 쓰러져서 어떡해. 형이 보약 하나 지어서 보내줘? 연습도 좋지만, 쉬는 게 더 중요하다?

- ……괜찮습니다. 보약은 이미 멤버들이 평생 먹어야 할 정도로 사놨거든요. 선배님, 조언 감사합니다.

그다음, 인사를 자주 나누던 음향팀 스태프.

- 몸은 괜찮아요?

- 예. 괜찮습니다.

- 잠 좀 잘 자고~ 연예인도 건강이 생명이에요~

……나는 그저.

듣는 내가 민망할까 봐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반겨준다고 생각했다.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지만, 만약에, 아주 만약에.

누군가가 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한 거라면?

아니, 그 전에 내가 미쳐서 착각했을 가능성은?

전자는 글쎄, 모르겠다.

시스템이니 성좌니, 현실감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정말 타인들의 기억이 조작되었대도…….

……정말 모르겠다.

후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착각했을 리 없다.

아직도 입에 흥건하게 남았던 미끌거리고 비릿한 맛과 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던 고통이 생생한데, ……그게 착각일 리 없다.

신유하를 기다려 주기로 했는데, 그 짧은 시간을 기다리지 못할 정도로 속이 울렁거렸다.

느릿하게 박동하는 심장이 느껴질 때마다 기분이 더러워진다.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목적지까지 단숨에 도착한 나는 문고리를 돌리지 못한 채 그 앞에서 멈춰 섰다.

“…….”

뭐라고 물어야 하지?

나조차도 생각 정리가 이렇게 안 되는데, 뭐라고 물어야 하냔 말이다.

그 전에, 대체 무슨 소리를 듣고 싶은 건데?

“……하.”

나는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이성적으로 생각하자.’

기억 조작이든, 뭐든, 그 일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변형되었다면 나야 좋은 일이다.

괜히 방송가에서 이상한 이미지로 점철되는 건 질색이니까.

분명 객관적으로는 좋은 일임이 분명한데, 나는 왜 이러는 거지.

도대체 왜?

어째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 순간, 문이 열렸다.

“……!!”

아직 표정을 정돈하지 못했다.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을 게 틀림없는데.

“음? 해온아, 거기서 뭐 해. 얼른 들어와.”

“어엇?! 뭐야~ 벌써 인터뷰 끝났어요? 유하는 아직 하고 있나 보네요?”

“……형님! 인터뷰하면서 이상한 소리는 안 들으셨습니까? 걱정했습니다!”

대기실은 평소와 다름없이 시끄러웠다.

“…….”

익숙한 소음이 복잡한 속내를 덮어주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었다.

나는 그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자연스럽게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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