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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09화 (109/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09화

몸이 흔들리는 기분에 눈을 떴다.

“……!”

“……?”

자기가 깨워놓고, 왜 놀라는지.

최승하가 놀란 듯 눈을 느릿하게 껌뻑이더니 웃었다.

“형 맨날 일찍 일어나더니, 오늘은 늦잠이네요~”

“몇 신데.”

암막 커튼으로 무장된 방에서 시간을 가늠하기란 불가능했다.

“지금 12시 다 되어가요!”

……뭐라고?

“저희 어제 밥만 먹고 바로 기절했잖아요. 거의 13시간 잤어요.”

머리맡에 던져둔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11시 46분.

“…….”

“오늘 진짜 간만의 휴식이네요. 으, 좀 살 것 같네.”

최승하가 기지개를 켜더니 다시 침대에 털썩 엎어졌다.

물론 내 침대에 말이다.

“네 침대로 가라.”

“넵!”

매번 경연이 끝난 뒤, 딱 하루 정도는 아무 생각 없이 휴식을 즐기기로 정했었다.

그러므로 나도 오늘은 하루 종일 누워서 방전된 체력이나 회복할 요량이다.

성해온의 체력은 아주 낮은 편으로, 현재 상태는 누가 툭 치면 곧바로 쓰러질 정도라고나 할까.

한마디로 죽기 일보 직전이란 뜻이다.

[성좌, ‘황금의 신’이 우리 아해의 얼굴이나 보러 가자고 종용합니다!]

시끄럽다.

아까부터 계속 신유하에게 가자고 떠들어대는 게 정말 귀찮고 어이없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언행에 경악합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흐뭇하게 지켜봅니다!]

나는 연속적으로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무시한 채 SNS를 살폈다.

역시나 오늘도 팬덤 간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유닛 무대의 결과는 오늘 방송분에서 나올 예정이라,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저번 주에 방영된 방송분에서 신유하의 실수를 크게 조명했기에, 우리 쪽 팬덤은 물론 다른 팬덤까지 예상 우승 후보에 라이트온을 끼우지 않았다.

랩 유닛에 자원한 내가 보컬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당연스럽게도 랩 유닛에서 내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제로에 수렴했다.

- 제발 흑역사만 적립 안 되게 해주세요

- 랩 멤 없는 그룹한테 랩 경연이라니…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는 거임…?

- 나 오늘 방송 마음 아파서 못 보겠어 ㅅㅂ

벌써부터 이런 반응들이 속출하고 있다.

팬들도 이러는데, 라이트온에게 악감정을 가진 쪽은 얼마나 행복해하고 있을지 안 봐도 뻔했다.

“……죽겠군.”

쑤시지 않는 곳이 없었다.

물을 마시러 주방에 가는데도, 다리가 미친 듯이 떨렸다.

나는 한쪽 손으로 허리를 붙잡고 섰다.

척추가 뒤틀리는 느낌은 기본이고 온몸의 근육이 아우성을 치는 기분이다.

“형, 밥은요?”

“나는 됐다.”

끼니도 거른 채 온종일 시체처럼 침대에만 누워 있다 보니 어느덧 본방송 10분 전이었다.

거실로 나온 내가 TV를 켜니, 그 소리를 들은 멤버들이 하나둘씩 밖으로 나왔다.

아까 늦은 점심을 시켜 먹을 때도 느꼈지만 다들 꼴이 말이 아니었다.

다크서클이 줄넘기라도 할 수 있을 것처럼 내려온 안색이 퍽 안쓰러웠지만, 내가 할 걱정은 아니었다.

‘체력 B-따리가 누굴 걱정해.’

겨우 리모컨을 채널을 누르는 데도 팔이 아려서 헛웃음이 절로 났다.

- 레전드로 떨린다 하 ㅅㅂ 맨정신으로 볼 수 없어서 맥주 깜

- 내가 무대 한 것도 아닌데 왜 떨고 있는 거지? 꼴깝 레전드다 진짜

- 얘들아 오늘도 파이팅 (하트 이모티콘)

이윽고 TV 화면에는 의 로고가 등장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광고들.

저번 주 순간 시청률이 5%에 육박했다더니, 광고가 점점 길어진다.

아마 저번 주에 특별 심사단으로 의현이 출연하는 것까지 나왔으니, 이번 주 시청률은 더 높아질 거다.

방송국 놈들의 곳간이 두둑해질 꼴을 생각하니 뒷목이 당겼다.

내가 이딴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나와는 사뭇 다른, 아름다운 감상이 들려왔다.

“저는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저희가 1등을 하다니……!”

평소 같았으면 차윤재의 말에 딴지를 걸었을 한수현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순식간에 거실의 분위기가 밝아졌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차윤재의 말에 긍정했다.

사실상 정식 경연은 팬 투표 비중이 50%를 차지하는 데다가, 파이널은 생방송 문자 투표로 진행되기에 우리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1위를 거머쥘 가능성은 없다.

다른 그룹들이 무대에서 자빠지고 버벅거린다 해도, 편집팀이 회까닥 돌아서 우리에게 좋은 편집을 몰아준다 해도 불가능하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의 정확한 객관화에 눈물을 콕콕 닦습니다!]

“…….”

아무튼 고정 팬덤이 확고하게 자리를 지키는 이 원하는 라이트온의 역할은 엑스트라, 감초, 편집에 필요한 장작, 뭐 이딴 것들이었을 거다.

하지만 1차 경연 때부터 우리는 꽤 좋은 반응들을 얻어냈고, 최상위권은 터치해 보지 못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게다가 전문가 투표만으로 이뤄지는 유닛 평가에서 1위를 거머쥐었다.

이건 오로지 ‘실력’으로 결정되는 싸움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최고의 감투다.

- 라이트온 국내외 팬덤 작아서 순위는 낮은데 실력은 최상위권이야 전문가 투표도 1위 함

요컨대 이런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거다.

‘망돌’에 거부감을 느끼던 사람도 매력적인 감투에 눈길이 갈걸.

이것만으로 우리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얻어낼 이득은 초과된 셈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본방송이 시작됐다.

시작하자마자 신유하의 클로즈업 컷이 나왔다.

[성좌, ‘황금의 신’이 어쩜 저렇게 곱게 생겼냐며 고함을 칩니다!]

그래, 분명 바짝 말린 우거지상인데도 참 곱게 생…….

짜악-!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이해성의 사고 회로를 자제하려고 얼마나 노력하는데, 이제 이상한 것까지 합세하니 무의식적으로 X같은 생각을 해버렸다.

뺨을 침과 동시에 여러 쌍의 시선이 몰렸다.

“……벌레.”

내 말에 최승하가 싱글 웃었다.

“저희 숙소의 벌레는 다 형만 좋아하나 봐요.”

“입.”

“넵!”

심사 위원들의 혹평을 듣는 화면 속 신유하가 고개를 툭 떨구자, 시청자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 얼굴 미쳤는데

- 내가 대신 혼나주고 싶음 응응

- 실수만 안 했어도ㅠㅠㅠ 진짜 잘했는데 왜 갑자기 절었을까 많이 떨렸나… 에휴

저번 주에 실수 부분이 나가고, 오늘은 보컬 유닛의 심사평 위주였기에 팬들의 반응도 나름 평온했다.

애초에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연 프로그램은 혹평의 강도가 엄청나지만, 은 프로그램 특성상 혹평도 매우 순한 맛이었다.

이어서 댄스 유닛의 차례가 왔다.

사전에 INT 엔터에서 촬영한 영상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나온 건, 식당가에 방문한 우리였다.

“저희 얼굴이 웃기네요…….”

안광을 잃은 한수현이 중얼거렸다.

……정말 도시에 발을 처음 내디딘 자연인같이 편집을 해놨다.

- ㅋㅋㅋㅋ 와 인트 밥 명물이잖아 먹으러 갈 줄 알았다

- 애들 얼굴 너무 화들짝인데 명훈아! 명훈아! 어휴 ㅅㅂ 명훈아!

- 잠깐만요 너무 놀란 것 같은데

- 상대적 빈부격차

- 개맛있겠다 러쉬 부럽다 맨날 저거 먹는 거 아니야

원체 유명한 INT의 식당가라서, 시청자들도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는 듯했다.

이어서 연습실에 도착한 우리가 대형 기획사의 자본력이 느껴지는 거대한 연습실을 보며 놀라는 장면이 나왔다.

다음이 댄스 유닛인 만큼, 류인과 차윤재 그리고 러쉬 쪽의 댄스 멤버들이 연습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 러쉬 그저 빛이다 계속 무용 동작 힘들지 않냐고 살피고 배려해 주넹 ㅎ

- 저쪽 팬덤 배려 뜻 모르는 거 아님? ‘배려’할 줄 아는 돌이 지들 전공인 무용 하자고~ 하자고~ 어필을~ 아주~ 다! 해드세요~

- 애들 연습복 너무 짜릿하다 심플 이즈 더 베스트…

“…….”

실시간으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걸 봐버렸다.

댄스 유닛의 무대가 시작되자, SNS가 불타올랐다.

- 차윤재 춤선 도랐나 미쳤나 봐 저게 전공자가 아니라고?

- 류인 팔다리 길어서 진짜 더 소름 돋음 아니 어떻게 저렇게 딱 딱 끊지? 관절이 tlqkf 어떻게 된 거야

-뭐야 ㅈㄴ 컨셉 내 취향인데

기대도 안 했던 라이트온 쪽이 생각보다 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와 인형사가 실 끊은 거임? 아님 인형들이 스스로 끊은 건가? 그래서 제목이 더 페스티벌임? 잠만 오타쿠 흥분 상태 ㄷㄷ

- 전공자한테 안 꿇리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환상적이고 달콤한 동화 같은 멜로디 속에서 다섯 댄스 멤버가 고난이도의 안무를 소화하자 SNS 반응은 대부분 호평 일색이었다.

- 아니 류인이 날아다니는데

- 눈이 못 쫓아가겠어 너무 황홀해서 ㅅㅂ 진짜 무료로 봐도 되는 건가? 저 돈 내고 볼게요

‘이제 그건가.’

내가 생각하기 무섭게 최승하가 시동을 걸었다.

“윤재야! 이제 그거네!”

“형님! 제발 그, 그만 좀 놀리십-!”

“이게 왜 놀리는 거야. 네가 얼마나 잘했는데? 칭찬이지. 안 그래요~?”

최승하가 시선을 빙글 돌려 류인을 바라보자, 류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화르륵!

또다시 얼굴이 탈 듯 붉어진 차윤재가 시선을 모니터에 고정한 채 입을 꾹 닫았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차윤재의 마샬아츠 테크닉, 하우스턴(Cheat gainer)이 펼쳐졌다.

‘……오.’

일차적으로 차윤재가 훌륭하게 소화하긴 했지만, 편집이 예상보다도 더 잘 들어갔다.

차윤재의 마지막 독무 직전에 긴장하는 출연자들과 심사 위원들의 얼굴을 비춰주고, 성공한 테크닉을 세 번쯤 반복해 주며 리액션 컷을 중간중간 삽입했다.

하기야, 이 프로그램도 양심이 있다면 편집 잘해줬어야 할 거다.

댄스 유닛의 무대가 마무리되고, 곧바로 흥분한 얼굴의 클라우드가 마이크를 잡았다.

- 와 근데 클라우드 어케 섭외했대 진짜 엔넷이 이 프로그램 신경 진짜 많이 썼네

└ 그니까 심사진 + 특심단 라인업 미쳤는데?

- 나도 입 벌린 게 안 다물어짐 ㅅㅂㅋㅋㅋ 저 외국인분 표정 = 내 표정

- 미쳤어 윤재는 아기천사천재고양이야

- 차윤재 전공자지!!! 무용수지!!!! 저게 무용수 아님 뭔데!!!

- 이거 진짜 초보자는 얼씬도 못 하는 테크닉인데 진짜 감탄만 나온다 와

클라우드는 전체적인 칭찬과 함께, 전공자가 아님에도 테크닉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차윤재에게 찬사를 보냈다.

언어가 통하지 않음에도 자이가 직접 통역해서 전해주는 극찬은, 팬들의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동시에 이번 주에 라이트온과 그 팬덤을 조롱하기로 마음먹은 일부 팬덤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 그래봤자 결과는 정해져 있음 (신유하 실수 영상 클립)

- 어휴 지루해 얼른 랩 유닛 했음 좋겠다

그럼에도 남은 랩 유닛에서는 모두가 케이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기에, 러쉬 팬들은 기죽지 않고 조롱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들에게 닥쳐올 미래도 모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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