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11화 (111/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11화

“푸, 핫. 푸하핫…….”

“뭐야 왜 그렇게 웃어? 무섭고 기분 나쁘네.”

곽덕배는 자신의 동생이 인상을 찌푸리든 말든 음험하게 웃으며 스마트폰을 새로고침 했다.

“푸흣…….”

갑자기 뚝 끊긴 메시지 함을 바라보며 그녀는 웃음을 삼켰다.

- 느그해온이 케이랑 붙으면 바로 짐

- 흑역사 어떡해용 덕배 님ㅠㅠ!!

- 해온이 랩 배틀 망해서 분량 얻으려구 쓰러진 거 아님?ㅋㅋ 킹리적갓심

- 으그으그 울 해온이 이기구 싶어서 바득바득 프로듀싱한다고 나대는 것 봐ㅠ 망신살 끼칠 미래가 보인다

이런 메시지들이 분마다 들어왔다고 하면 믿을 수 있겠는가.

괜한 어그로에 먹이를 주지 않기로 결심한 곽덕배는 이를 바드득 갈며 방송을 시청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성해온이 끝내주게 잘해 버린 것이다!

“아~ 라이트온 진짜 밸런스 못 맞추네, 이래도 되는 건가? 아무리 내가 팬이라지만 이건 좀 그렇다.”

곽덕배의 혼잣말을 들은 그녀의 동생이 질색했다.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하는 것 봐, 어이없어……!”

아직 승패는 알 수 없다만 확실한 건 러쉬에게 뒤처지긴커녕 비등했다는 것.

자꾸만 올라가려는 얼굴 근육을 간신히 제어한 곽덕배는 구원의 심사평에 물개박수를 쳤다.

“우리 애들이 짱이지.”

그리고 이어지는 의현의 심사평에 곽덕배는 눈을 가늘게 떴다.

정신 나간 의현의 악개 때문에 해온이가 라이브에서 눈물 흘렸던 것만 생각하면 아직도 속에서 천불이 난다.

물론 100% 헛다리 짚은 착각이지만, 고인물들은 그로 인해 성해온이 여전히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자신도 밀러스로 오랜 시간을 지냈다지만, 그건 과거일 뿐.

이제 밀리어스에 대한 정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역시나 의현과 엮여서 더 좋을 건 없어 보이는데.’

밀러스는 쪽수가 많은 만큼 빙글 돌아버린 놈들도 상상 그 이상이기에 자연스럽게 라이징될 라이트온에겐 해롭다.

얼굴과 실력, 인성까지 딸리는 게 하나도 없는 보석 같은 아이돌에게 초장부터 어그로가 붙게 할 수는 없지.

자연스럽게 팔불출 같은 생각을 한 곽덕배는 유닛 C의 무대가 이어질 동안 SNS를 살폈다.

“난리났네.”

한마디로 축제 분위기였다.

라이트온 팬덤은 실제로 요 몇 주간 러쉬 팬덤에게 신물이 날 정도로 얻어맞고 조롱당했다.

그런 상황에서 찾아온 천금 같은 기회!

러쉬 팬덤을 열받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더 행복한 뉘앙스를 풍겨야 하는 것이다!

그런고로 현재 라이트온 팬덤은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었다.

말수가 급격히 줄어든 건 러쉬 쪽 팬덤이었다.

- 라이트온 덕질해서 행복하다

- 랩 멤버도 아닌데 프로듀싱에 랩까지 진짜 천재말랑기존쎄아가야

- 진짜 성해온 때문에 아직까지 소름 돋음 ㅅㅂㅜ 진짜 정체가 뭐지? 프로듀싱까지 잘할 일이냐고

“……그러게.”

곽덕배는 이 트윗에 하트를 누르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프로급에 버금가는 실력인데, 왜 진작 드러내지 않았을까.

‘하긴 부담스러웠을 수도?’

여러 아이돌이 프로듀싱 실력을 내세웠다가 부담감에 시들시들해지는 걸 본 게 한두 번이어야지.

그 순간, 곽덕배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니네, 생각해 보니 말할 만한 컨텐츠도 없었네.”

역시 만악의 근원은 김명훈, 우리 명훈이였다.

“에휴, X발.”

뒤늦게라도 정신 차렸으니 일단 봐주기로 하고, 곽덕배는 TV에 시선을 돌렸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고 있는 유닛 C는, 음~ 굉장히 애매했다!

‘1위는 아무래도 러쉬려나.’

아무래도 소속사의 압력이 있을 테니까.

곽덕배는 아쉬운 얼굴로 입맛을 다셨다.

[ 하진) 메인 심사단 3명, 특별 심사단 10명, 총 13명의 심사진의 점수 합산이 방금 마무리되었습니다! ]

MC가 박진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이런 프로그램의 특성상, 중간 순위부터 공개되는 건 안 봐도 뻔했기에 곽덕배는 침을 삼켰다.

‘제발!’

2위! 아니면 3위라도!

솔직히 잘한 걸로 따지면 1위였지만, 그건 라이트온 위치상 기대하기 힘들었다.

4위, 5위, 3위가 차례로 공개되고 남은 등수는 1위와 2위, 그리고 꼴등인 6위뿐이었다.

‘카메라가 계속 블랙보이즈를 잡아주는 게, 꼴등은 정해진 것 같네.’

곽덕배는 그렇게 생각하며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거, 이거 라이트온이 1등 하는 거 아니야? 푸하핫~ 핫핫~”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 버렸습니다.

“어, 어……?”

13명의 심사단의 점수가 합산된 최종 스코어가 슈웅, 파앗- 소리를 내며 전광판에 새겨졌다.

[ 하진) ……대망의 1위는, 라이트온! ]

벅벅벅!

곽덕배는 본인의 눈을 사정없이 비볐다.

“……어?”

벅벅벅!

“……어라?”

* * *

“남희연 네가 제정신이야!”

고막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고함이 천둥처럼 쏟아졌다.

“이게 네 프로그램 같아? 어? 네 프로그램 같냐고!”

‘네.’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남희연을 세워둔 남자가 서류를 던지며 말을 이었다.

“이건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이야! 네가 제정신이 박혔다면 이럴 수가 없어!”

화를 이기지 못하고 남은 서류마저 남희연에게 던진 남자가 고성을 이어갔다.

“네가 계속 운 좋게 성공한다고! 그게 네 실력이라고 생각하나 본데!”

‘내 실력 맞지 않나?’

하지만 이걸 말했다간 종이 싸대기를 한 번 더 맞을 것 같으니 입을 다물자!

얼마나 지났을까, 슬슬 분이 내려간 듯한 남자가 이마를 짚으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 뒤로도 한참 훈계를 들은 남희연은 터덜터덜 복도를 걸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하아, 침 튄 것 같아…….”

얼마나 소리를 질러대던지, 복도는 물론 한참 동떨어져 있는 사무실에도 들렸을 거다.

봐라, 다른 직원들이 측은한 눈빛을 장착하고 본인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남희연은 그들을 향해 방긋 미소 지으며 편집실로 들어갔다.

편집실 문을 걸어 잠근 남희연이 중얼거렸다.

“너무 혼났다.”

하여튼 간에 이놈의 윗대가리들은 다 제멋대로라니까.

자기들이 메인 PD 하든가, 쯧쯧.

오늘 꾸중의 주제는 그것이었다.

왜 라이트온의 비중을 그렇게 많이 넣었냐!

‘그럼 1위 하는 애들인데 비중을 죽이리?’

이런 말을 대놓고 했다가, 점수 차이도 얼마 안 나던데 살짝 건드렸으면 되는 일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쯧쯧, 윗대가리들은 위에서 곱~게 돈이나 세면 될 것이지.

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야.

실제로 방송 초반부가 나갔을 때부터 각 소속사에선 라이트온의 비중이 커지는 걸 언짢아했다.

“그럼 지들이 잘하든가.”

러쉬가 1위 했으면 내가 편집도 잘 해줬을 거 아니야?

오늘 혼난 것도 분명 INT 측에서 윗선에 압력을 넣은 게 분명했다.

차라리 BK는 재수 없어도 원하는 건 직설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INT는?

“아주 고고하시지~”

은근슬쩍 불쾌함을 드러냈을 게 뻔했다.

내가 심사 점수를 조작한 것도 아니고.

러쉬가 1위 못한 걸 왜 나한테 대신 지랄인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남희연은 굉장히 억울했다.

‘물론 내가 라이트온 서사를 넣어주긴 했지만?’

그것도 최종 단계에서 몰래 넣었다.

‘내가 메인 PD인데, 이 정도야 내 권한이지.’

남희연은 비싯 웃음을 짓곤 푹신한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편집용 영상을 재생했다.

라이트온의 3차 경연, 무대였다.

“아, 진짜 재밌단 말이지.”

요즘같이 즐거웠던 적이 없다.

라이트온 멤버 중 하나를 몰래 불러내서 주제를 찔러준 것도 딱 이 상황을 보고 싶었던 건데.

분명 이 곡 정한 것도 성해온, 그놈이겠지?

타악!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남희연이 기지개를 켜며 빙글 웃었다.

역시 흥미로운 놈이다.

* * *

나는 반응들을 빠르게 훑었다.

‘오, 생각보다.’

물밑에서 담합을 한 건지, 꽤 대놓고 공격 태세를 잡기 시작했다.

[오늘자 TTT 의문스러웠던 부분]

(영상 클립)

보면 아예 가사 저는 금발 애가 ㄹㅇㅌㅇ 멤버거든.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감점 요소잖아?

근데 어떻게 1위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드네.

그리고 하나 더 언짢았던 부분은 이건데, 랩 파트 유닛 나만 그랬나?

솔직히 멜로딕 랩이 랩의 한 장르라는 건 알고 있는데, 너무 자기 좋을 대로 간 거 아닌가 ㅋㅋ (참고로 ㄹㅅ의 랩멤의 주 장르는 빠른 템포의 래핑임)

그냥 나는 모든 게 한 그룹을 너무 배려해 준 것 같다고 느껴지네.

반박 시 네 말이 맞음. 나는 그저 의견일 뿐?

이런 게시글이 한두 개가 아니다.

“흠.”

결과는 이미 나와 버렸으니, 이런 식으로 매도하겠다는 건가.

- 사실 나도 그렇게 느낌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군 ㅎ

- 진짜 쎄함ㅋㅋㅋ 아 우리 애들이랑 더 이상 안 엮였으면 좋겠음

- 진짜 뇌피셜로 이러는 거 안 부끄럽나

└ 냅두자 선동이라도 하셔야 마음이 편안~ 하시단다~

└ 이게 왜 뇌피셜임? 신유하 실수해서 무대 망친 것도 성해온이 지 좋을 대로 무대 끌고 간 것도 찐인데?

└ 아주 심사 위원 납셨다 ㅂㅅ아 ㅋㅋㅋㅋㅋ진짜 꼴같잖아서 말이 안나오네

여태껏 러쉬 팬이 아닌 척 교묘하게 라이트온을 돌려 깠다면, 이제 대놓고 비난하는 바이브로 노선을 정했는지 본격적이다.

케이에게 멜로딕 랩을 들이밀 때부터 이 정도 소음은 예측했다.

다만 심사 위원들도 인정한 랩 퍼포먼스 자체로 비난하긴 영 아다리가 맞지 않는지 신유하까지 끼워 넣어 욕하는 게 문제였다.

“음.”

이미 저번 주 방영분에서 신유하의 실수가 나왔기에 한차례 조롱과 비난을 받았었는데, 나로 인해 꺼져가는 장작에 다시 불씨가 붙은 거다.

‘조금 미안한데.’

[성좌, ‘황금의 신’이 당장 우리 아해에게 사과하라며 독촉합니다!]

나는 어이없는 메시지에 잠시 눈을 느릿하게 껌뻑였다.

이건 인간적으로 미안한 거지, 사과할 거리는 아니다.

[성좌, ‘황금의 신’이 당신을 강하게 내려다봅니다!]

“…….”

이건 사실상 다른 놈들이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일이다.

내 소중한 골드를 사용해서 프로듀싱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1위는 러쉬의 것이었을 테니까.

‘실제로 스코어 차이도 근소했고.’

하지만 사용한 골드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실보다는 득이 몇 배나 크다.

“1위.”

심지어 전문가 투표로만 이루어진 결과물.

온전히 ‘실력’만으로 이들 사이에서 최정상을 차지했다는 타이틀은 엄청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첫 번째, 팬들의 자부심을 살려주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며.

두 번째, 유입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것까지.

우리에게 큰 관심이 없던 이들도, ‘쟤네 진짜 잘하네?’와 같은 생각이 뇌리에 크게 박혔을 거라는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여태껏 진행한 경연들도 실력을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모두가 이를 갈고 준비하는 정식 경연과, 오직 실력으로만 맞붙게 되는 유닛 경연은 결이 다르다.

심지어 우리의 상대는 매번 1위를 거머쥐던, 모두가 우승자로 점찍었던 러쉬다.

이러한 전제에서 우리가 그들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으니 얼마나 극적인 반전인가.

게다가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가들의 인증까지 더해졌다.

라이트온은 아직까지도 ‘얼굴만 반반한 남돌’과 같은 꼬리표가 따라다녔는데, 각 멤버의 기량을 뽐낸 이번 경연으로 그런 말이 확연히 줄어들 거라고 예상한다.

‘뭐가 됐든, 유닛 1위는 우리에게 여러모로 값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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