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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15화 (115/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15화

파이널 안무도 강렬한 퍼포먼스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역시나 정신 나간 난이도였고 구희승에게 굴려지다 못해 죽어가고 있었다.

……말장난이 아니라 진짜 죽어가고 있었다.

“희승 쌤! 해온 형 죽어요!”

“맞, 아요……! 형, 쉬게 해야……!”

최승하의 말에 신유하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항변했다.

말도 제대로 못 꺼내던 저 녀석이 언제 커서 내 목숨 걱정을…….

“흐아아악! 희승 쌤! 살인자(?) 해온 형 죽어가잖아요! 안광 흐려지고 있는 거 안 보이시냐고요!”

달려온 최승하가 내 볼을 붙잡고 마구잡이로 흔들었다.

“죽지 마요, 형!”

“놔라…….”

“승하야, 사람은 쉽게 안 죽어. 해온아 이 파트 한 번 더 해볼까?”

“…….”

“어? 힘들어? 못 하겠어?”

구희승 코를 딱 한 번만 때려보고 싶다.

나는 결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희 오후에 녹음하러 가야 하니까…… 그 체력은 남겨주세요.”

참고로 여기서 힘들다고 하면, 체력을 높여주겠다며 연습실 안에서 극기 훈련이 진행된다.

그것만은 피해야 한다.

퍼억!

“그 열정!”

구희승이 내 등짝을 후려치며 방긋 웃었다.

“아주 마음에 들어~? 자 그럼 얼른 해봐. 너희들은 알아서 파트 외우고.”

* * *

“프로듀서님!”

“아, 여러분……!”

오늘도 피곤해 보이는 강찬혁이 웃으며 우릴 반겼다.

“바로 녹음 들어갈까요?”

강찬혁과 어느 정도 가까워진 멤버들이 화기애애하게 녹음 준비를 마쳤다.

“음, 이번엔 류인 씨부터 녹음 들어갈게요.”

류인이 녹음 부스에 들어가자, 장비를 점검하던 강찬혁이 입을 열었다.

“아, 딴말인데 이번 컨셉 정말 좋습니다. 어떻게 아이디어들이 이렇게 좋으신지, 하하. 어제도 갑자기 떠오르는 것 때문에 밤을 새웠지 뭡니까…….”

어쩐지 과도하게 퀭하다 했다.

너털웃음을 지은 강찬혁이 말을 이었다.

“마지막 경연인 만큼, 끝까지 열심히 만들어보겠습니다.”

음.

듣기론 이 업계에 암암리에 강찬혁에 대한 소문이 퍼졌다던데.

하긴 속 우리 무대의 편곡은 강찬혁이 책임지다시피 했으니, 입소문이 났대도 이상할 건 없다.

그런데도 아직 저자세로군.

우릴 하대해도 이상할 게 없는데 말이지.

“워, 원곡이 워낙 좋으니까 그렇습니다……!”

“……!!”

놀랍게도 이 비즈니스의 기운이 철철 넘치는 멘트는 차윤재의 입에서 나왔다.

나는 다른 멤버들이 녹음을 진행하는 동안 모니터링이나 할 요량으로 스마트폰을 들었다.

“흠.”

계속 어떠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시간만 있었으면 한 번 갔겠지만, 파이널 경연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도통 시간이 나지 않았다.

스크롤을 내리던 내 눈이 살짝 커졌다.

……여기라면 녹음실 근처 같은데.

“흠.”

나는 잠시 고민했다.

“류인 씨, 다시 한번 갈게요! 조금 더 서늘한 느낌으로요!”

부스 안의 류인과 소통하고 있는 강찬혁의 눈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프로듀서님, 다음 녹음은 누구인가요?”

“아! 수현 씨입니다. 그다음은 승하 씨를 생각했는데 그건 왜……?”

“잠시 근처에서 커피 좀 사 오겠습니다.”

밖에 대기하고 있는 매니저에게 부탁하면 되지 않겠냐는 강찬혁의 물음에 잠시 바람을 쐬고 싶다는 억지를 부려서 나왔다.

이 녀석들을 주렁주렁 달고 말이다.

녹음하고 있는 녀석과 그다음 타자만 두고 왔다.

애초에 한수현은 집중 깨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달달한 거나 사다 줄 작정이다.

바깥으로 나오면 매니저가 곧바로 제지할 줄 알았는데 역시나 근무 태만의 본보기답게 잡지도 않더라.

‘차에 있기는 할까?’

어디 골목에서 담배나 피우고 있을 것 같은데.

내 어깨와 신유하의 어깨에 길쭉한 팔을 양쪽으로 걸친 최승하가 방긋 웃었다.

“카페~”

“…….”

나는 자연스럽게 팔을 치워내고 앞서 걸었다.

“너무해! 진짜, 나는 형의 관심이 필요할 나인데!”

최승하가 뒤에서 왁왁댔으나, 나는 흐릿한 낯짝으로 무시했다.

저 사람 좋아하는 강아지 같은 놈.

“형님! 근데 갑자기 무슨 카페입니까?”

“음, 그냥.”

대충 말을 뭉갠 나는 지도를 보며 걸었다.

분명 여기 근천데.

“……아, 저기다.”

도보 5분 거리 정도에 있는 개인 카페.

짤랑-!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벽에 포스터 등을 붙이고 있던 인영과 눈이 마주쳤다.

여자의 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입은 벌어진 지 오래였다.

데구르르르…….

여자가 들고 있던 스카치테이프가 황망하게 바닥을 뒹굴었다.

사아아-

순간적으로 정적이 흘렀다.

당황한 건 비단 저쪽뿐이 아니었다.

나도 적잖게 당황했다.

‘……음, 이런.’

“뭐야? 뭘 이렇게 다 떨어뜨, 어?”

게다가 실내에 있던 이는 한 명이 아니었는지, 뒤편에서 컵홀더로 탑을 쌓고 있던 이가 소음에 등을 돌렸다가 나와 정통으로 눈이 마주쳤다.

타앗-!

“……어? 어? 어?”

양손에 컵홀더를 든 여자가 눈을 부릅뜬 채 우리 쪽을 가리켰다.

나는 눈을 설핏 접어 그분들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아마도, 팬분…….’

내가 본 공지 속 생일 카페 이벤트는 어제부터였는데, 아무래도 주최한 팬분의 시간이 맞지 않아 뒤늦게 카페를 꾸미고 있었던 모양.

위치와 시간대가 굉장히 애매해서 솔직히 아무도 안 계실 줄 알았다.

‘……난감하게 되었군.’

모자와 마스크는 전부 썼으나, 팬이라면 당연히 알아본다.

한 놈도 아니고 넷이나 우르르 왔으니 더더욱.

“헛! 뭐예요? 여기 제 사진이 너무 많은데? 와하, 여기에도 저 있네요!”

이미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눈치챘다는 걸 캐치한 최승하가 헤실 웃으며 카페 내부로 발을 내디뎠다.

“으아아악!”

갑작스레 들린 비명에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최승하의 생일 카페니, 주최자는 당연히 최승하가 최애인 사람일 테다.

카페 내부를 꾸미고 있었는데, 갑자기 본인의 최애가 다가오다니.

인터넷 소설도 이렇게 쓰면 욕먹는다.

“이거, 아직 제 생일 아닌데 벌써부터 축하해 주시는 거예요?”

최승하가 해사하게 웃으며 마스크를 내렸다.

“미, 미쳤, 아 죄송합니다! 네! 네! 마, 맞아요!”

굳어버린 두 명의 팬이 눈빛 교환을 하더니, 뚝딱이며 종이를 건넸다.

“사, 사진은 안 되시겠죠? 그럼 여, 여, 여기에 사인 한 번만 부, 부탁드려도.”

고인물답게 이 판의 도리를 아는 두 팬이 종이를 건넸다.

최승하는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그것을 받아 들었다.

이 녀석도 정말 난놈은 난놈이군.

생일 카페인 줄도 모르고 왔을 텐데, 놀라기는커녕 싱글벙글 웃는 녀석을 보며 나는 혀를 찼다.

“당연하지요~ 주세요!”

“으아악! 어떡해! 감사합니다! 어떡해!”

다른 멤버들의 사인까지 마친 후, 우리는 커피를 한 잔씩 테이크아웃해서 나왔다.

짤랑!

출입문에 붙은 종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고 최승하는 곧바로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형~ 이거 알고 저 데리고 오신 거죠~?”

“……팬분이 있을 줄은 몰랐다.”

곧장 눈이 마주쳐 버려서, 발걸음을 슬쩍 옮기기에도 민망한 상황이었다.

매니저도 대동하지 않았는데, 아무런 소동이 나지 않아서 다행이었지.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재수 없는 매니저에게 한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매너가 넘치는 스위치였다.

우리가 나갈 때 저 멀리서 등만 찍으시더라.

“형은 저를 너무 좋아하신다니까요~”

“커피 뱉어. 내가 샀으니까.”

“……이렇게 치사할 수가! 곧 생일인 사람한테 이러고 싶어요?”

내가 곧바로 고개를 끄덕거리자, 차윤재가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근데 정말 신기합니다! 그분들은 카페 사장님이신 겁니까? 이 컵홀더도! 컵홀더에 승하 형님 얼굴이 들어 있습니다!”

오타쿠를 향한 순진한 질문이 시작된 것이다.

지익-

차윤재는 선착순 특전으로 추정되는 OPP 봉투를 열더니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특, 특전? 이 작은 여우는 승하 형님인 걸까요? 벽면에도 온통 형님의 액자였으니 맞겠죠? 그나저나 이건 무슨 용도로 쓰이는 걸까요. 그저 스티커일까요?”

“음.”

차윤재의 물음에 답을 해보자면, 우선 카페 사장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부분 카페와 협의 후 이벤트를 진행하니까.

그리고 차윤재의 손에 들린 작은 스티커는 전차스다.

크기도 작은 주제에 단가가 꽤 비싼 굿즈지.

지금 뇌리에 저 굿즈들은 어디서 뽑는 게 저렴한지, 어디가 인쇄 퀄리티가 좋고 나쁜지 등의 잡다한 정보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이해성은 정말 전문가나 다름없군…….’

나는 눈을 흐릿하게 뜬 채, 연신 눈을 반짝이며 조잘조잘 떠드는 차윤재의 옆에서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걸었다.

신유하는 카페에서 산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물었다.

“……선물, 갖고 싶은 거 있어?”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있으면 말해.”

“저요~? 흐음.”

눈을 질끈 감고 생각에 빠진 듯한 모션을 취하던 최승하가 실없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는~ 음, 유하랑 해온이 형이면 돼요~ 윤재도 윤재면 돼~ 하핫!”

“안 줄래…….”

곧바로 이어지는 신유하의 대답에 나와 차윤재도 말을 이었다.

“나도.”

“저도요.”

그리고 그날 밤, SNS에 한 트윗이 올라왔다.

생일 카페를 주최한 스위치가 올린 것이었다.

- 오늘 승하 생일 카페 준비하고 있는데 라이트온 왔다 갔어요 (눈물 이모티콘)

- 흑흑 애들 진짜 진짜로 잘생겼고요… (하트 이모티콘)

(참고로 벽에 걸린 포스터, 액자, 컵홀더 이런 거 보면서 엄청 신기해했어요… 해온이랑 승하는 사진도 찍어 갔고요!)

- 사인은 액자에 넣어서 카페에 걸어뒀으니, 훼손은 하지 말아주세요! (사진)

- 오늘 승하가 사 간 라떼는 내일부터 <승하가조하라떼> 이름으로 판매됩니다! (사진)

이 트윗은 순식간에 천 단위로 알티를 타기 시작한다.

- 와 진짜 애들 사랑꾼 레전드다 여기 녹음실 주변이래요ㅠㅠㅠ 녹음하다가 들렀나 봐

- 사진 보고 오열함 성해온 이 블루베리 미친 거 아니냐 쫄래쫄래 따라오는 멤버들을 통솔하는 블루베리라니 너 뭐야 너 뭐냐고

- 덕계못… 왜 나만 못 마주쳐… 카페 주최진분들 오늘 로또 사세요

- 역시 덕을 쌓아야… 행운이… (쿨럭)

- 진짜 애들 너무 천사 같다 하 ㅅㅂ 죽겠어 이 매력이 끝도 없는 남자들로 인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이다

- 저 카페 일빠로 간다 기다려라… 오픈런한다…

* * *

“기가 차는군.”

계정 이름부터 ‘알계’인 계정이 갑작스레 이런 트윗을 올렸다.

- 지금은 일반인으로 살고 있지만, 저는 INT 연습생이었습니다.

12시간 정도만 질문받고 그 뒤엔 계폭하겠습니다.

이런 게 올라오자, 난데없이 알티되며 화제가 쏠린 것이다.

‘누가 봐도 하급 어그론데, 이걸 믿어?’

-라고 생각해도, 이런 걸 믿는 사람은 생각보다 아주 많다.

놀랍게도 말이다.

벌써 이 트윗에 달린 멘션이 이백 개를 돌파했다면, 믿어지겠는가.

- ㅅㅇㅎ 인성 궁그매요ㅠ

- 인증 까 인증도 없으면서 개나댐

- 왜 질문받는다면서 답 안 해줘요?!!?!? 저 궁금한 거 있는데 님 아이큐 몇이에요?!?!

- 이거 믿는 애들 지능 실화냐고

- ㄹㅅ랑 ㅅㅇㅎ 어땠어요?

반절은 어그로를 욕하는 것이었지만, 관심이 쏠렸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

- 신ㅇㅎ 인성은 사내에서도 아주 유명했습니다.

남들 위에 군림하려는 성격이었고, 다른 연습생들과도 관계가 좋진 못했습니다.

그분이 소속사를 나간 건 제가 연습생 생활을 마치고 난 뒤 나간 것이라 자세한 것까진 모르지만 인성으로 유명했던 건 사실입니다.

‘100미터 밖에서 봐도 어린 러쉬 팬이군.’

나중에 본인의 흑역사가 될 텐데 말이다.

어그로는 착실하게 끌었지만, 존재할 리 없는 인증으로 인해 얻어맞은 충격이 꽤 컸는지 트윗을 올린 지 3시간 만에 계정을 폭파하더니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상황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국면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어?”

처음은 연습 도중 온 전화를 확인하겠다며 스마트폰을 꺼낸 차윤재의 놀란 목소리였다.

“무슨 일인데?”

내 물음과 동시에 연습실 문이 쾅, 소리를 내며 열렸다.

문 앞에 서 있는 건,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는 정재진이었다.

“……대리님?”

내가 말을 걸자, 식은땀까지 흘리며 뛰어온 정재진이 다급하게 연습실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손에 든 스마트폰을 이쪽으로 건네며 말이다.

물음표를 띄운 채 그것을 받은 내 얼굴도 일순간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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