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22화 (122/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22화

“하하하!”

남희연이 난데없이 웃자, 주변 스태프들이 모두 긴장에 몸을 움츠렸다.

‘저 또라이는 또 왜 저러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남희연은 이보다 즐거울 수 없었다.

‘어쩌면 이렇게, 항상 내 예상을 벗어날까?’

게다가 이번엔 그 재수 없는 INT까지 자신의 즐거움을 돋웠다.

그 고고한 INT가, 겨우 라이트온의 무대를 베껴?

남희연은 당장에라도 폭소하고 싶은 것을 참아냈다.

신유하와 러쉬 멤버들, 특히 태오라는 멤버 사이에 무언가 악연이 있다는 건 진즉에 눈치챘지만 이건 몰랐다.

이 정도로 행동에 옮겼다는 건, INT 윗선이 나섰다는 건데…….

‘INT와 신유하 사이에 정말 뭐가 더 있는 모양이지?’

남희연은 손에 쥔 펜을 빙글빙글 돌렸다.

“푸핫, 하하.”

“PD님, 뭐 좋은 일 있으세요?”

서민정의 목소리에 몸을 휙 돌린 남희연이 웃었다.

서민정은 불길함을 느꼈다.

‘……저 웃음은 뭔가 꿍꿍이속이 있을 때나 짓는 건데.’

“오늘 방송 끝나고, 출연진들 전체 회식하자.”

종방 시에 회식은 굉장히 흔한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그걸 왜 지금 말하세요?”

분명 엊그제만 해도 그딴 허례허식 질색이라며, 커피나 사 오라고 했던 인간이.

역시 또라이는 권력을 쥐면 안 된다.

서민정은 분노를 꾹 참고 대답을 기다렸다.

“음, 그야. 지금 하고 싶어졌으니까?”

이 답도 없는 인간…….

* * *

옆이고 뒤고, 오두방정을 떠는 놈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아앗, 어떡해요! 저 긴장되는 것 같아요!”

“……형님, 저도 그렇습니다!”

나는 녀석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벙긋거리는 입 모양이 전달하는 의미를 알아챈 놈들이 입을 합, 다물며 자세를 바로 했다.

아무리 광고 시간이라지만, 카메라 앞이니 조심해야지.

광고가 끝날 타이밍인지, 앞에서 스태프가 MC에게 스타팅 사인을 주고 있었다.

“자! 이제 의 우승자를 발표!”

정확한 타이밍에 마이크를 올린 MC가 어그로를 끌었다.

“할까요?”

세트장에 관중은 없지만, 아마 팬들은 온갖 욕을 날리고 있을 거다.

- Nnet 내가 죽임

- 진짜 저 지랄 할 거 예상했는데 또 분개하는 내가 ㄹㅈㄷ

- 광고 좀 작작해 돈독이 올라도 유분수지라고 욕하다 트웰브 광고 나오는 거 보고 잇몸 웃음 지음

대충 이런 식으로 말이다.

출연진 중에도 긴장됨을 어필하기 위해 과장된 액션을 취하는 이들이 여럿이었다.

생방송 리액션 컷을 차지하기 위한, 분량 다툼이었다.

물론, 그런 데에 내가 빠질 리는 없다.

나는 가식적인 낯짝을 걸친 뒤, 심장을 부여잡고 미간을 찌푸렸다.

빨간 불이 켜진 카메라가 내 앞으로 집중되는 게 보였다.

‘방송 타고 있나 보군.’

- 해온이 긴장되나 봐 ㅋㅋㅋㅋ 귀여워

- 빨리 발표해라 미친놈들아

- 그 와중에 진짜 제복 은혜롭다 tlqkf 미쳤나 봐

그 와중에 MC가 장난이라는 듯이 목을 큼큼, 가다듬으며 다시금 말을 이었다.

“별들의 전쟁, To The Top! ‘Top’의 자리를 거머쥔 주인공을 발표하겠습니다!”

* * *

- [속보] 라이트온 3위!!!

- 우리 애들 3위예요! 와 와 와 미쳤다 얘들아 수고했어ㅠㅠㅠ #라이트온_수고했어

- 나한텐 너희가 1등이다…

- 미쳤다 투표 100%였는데 성적 미쳤음 2위 한 팀이랑 진짜 차이 얼마 안 남

- 진짜 눈물 나 ㅠㅠㅠ 얘들아 수고했어 진짜루 (눈물 이모티콘)

- 지금 실트 봐 ㅋㅋㅋㅋ 온갖 #누구누구_수고했어 로 가득 찼어 물론 나도 올릴 거임 #라이트온_수고했어

실시간 트렌드는 각 팬덤들이 올린 해시태그와 언급으로 가득 찼다.

SNS는 물론, 커뮤니티도 프로그램과 관련된 내용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라이트온 진짜 감탄 나오지 않냐]

무대 솔직히 진짜 개잘함 지금까지 수납된 돌이었다는 게 이해가 안 갈 정도임

왜 이런 애들을 수납시켰지? 예능만 돌렸어도 어련히 떴을 와꾸인데 사장 개멍청이인 듯

안무 디렉팅 구희승이던데 그 덕인가? 진짜 개쩜 무대 자체가… 안무도 매번 감탄인데 구성이나 기획 이런 게 진짜 팬들의 니즈를 정확히 아는 것 같아

난 오늘 자 무대 보고 진짜 기함했음 그 컨셉을 어떻게 그렇게 소화를 잘하지?ㅅㅂ

구라 안 치고 왕좌 쓴 퍼포 무대 중에 제일 잘한 듯 검무도 개미쳤더라 전문 액터들이랑 맞춘 걸까? 아니, 진짜< 네 글자만 반복하게 됨

아니, 진짜……

- 팬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다는 거 ㄹㅇ 맞말 진짜 팬들이 뭘 원하는지 아는 느낌이야

- 맞음 걔네밖에 안 들어옴 눈에 ㅋㅋㅋ 하필 첫 무대라서 다음 팀들이 좀 죽어 보임

└ 다음 스위치

└ 아닌데 ㅋㅋㅋ 그렇게 생각하려면 해라

- 이번 무대 진짜 레전드 중에 레전드였음

[이번 TTT 최종 순위]

1위 – 러쉬

2위 – 트웰브

3위 – 라이트온

4위 – 올타임

5위 – 블랙보이즈

6위 – 스피디

러쉬, 트웳은 솔직히 국내부터가 팬이 많아서 예상했는데 라이트온은 진짜 의외 아님?

국내 문자 투표에, 심지어 해외 앱 투표 비율이 그렇게 높았는데 얘네 해외 파이 없지 않나?

이 정도면 국내 득표수로는 트웳 이겼다고 봐도 되는 거 아닌가? 첫 무대부터 강렬해서 뭔가 표가 쏠렸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음

- 라이트온은 유닛 우승해서 파이널 가산점 받았자너 ㅋㅋ

└ 그거 기껏해야 1프로도 안 됨 억까 멈춰

└ 진짜 이렇게 행복 회로 돌리는 빠들이 있구나

- 근데 이렇게 댓글 X창 나는 것 보니까 라이트온 뜨긴 떴네

* * *

의외의 결과에 멤버들도 과하게 들뜬 상태였다.

“음.”

……사실 3위는 나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온 세상이 도와야 4위 정도에 안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희 오늘 맛있는 거~ 먹어요~ 신난다!”

“……혀, 형님! 저희가 3위, 3위를 ……!!”

류인이 웃으며 차윤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래, 3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갈 무렵, 누군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 궁금한 게 있어요.”

동시에 모든 시선이 한수현에게로 쏠렸다.

“……1위 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기뻐할 수 있는 거예요?”

악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진지한 궁금증이 담겨 있는 얼굴이었다.

“으음, 그거야~ 우리 노력했으니까? 수현이도 최선을 다했잖아?”

방긋 웃으며 한수현의 어깨에 팔을 걸친 최승하가 능글맞게 대꾸하자, 한수현이 고개를 아래로 떨궜다.

“……그건, 그렇네요.”

* * *

촬영이 끝나고, 스튜디오 밖으로 나서자 모두의 눈이 커졌다.

“……!!”

그도 그럴 게, 파이널이어서 그런지 오늘은 퇴근길을 기다리는 팬들이 엄청났다.

척! 척! 척!

수많은 대포 카메라와 스마트폰 카메라가 이쪽을 향했다.

그러자 차윤재가 내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이분들이 모두 저희 팬이신 겁니까?”

그럴 리가.

현실을 말해주려다가, 착각하고 있는 편이 조금 더 행복할 것 같아서 고개를 대충 끄덕였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그냥 귀찮았던 거 아니냐고 묻습니다!]

나는 메시지를 무시한 채 주위를 빠르게 스캔했다.

수를 봤을 때, 이건 여섯 팬덤이 모두 모인 거다. 퇴근길은 여기 하나니까.

대부분 우리 팬이 아니실 테지만, 차윤재가 저런 착각을 할 만큼 우리를 열심히 찍으시는 이유야 간단하다.

데이터 교환이나, 판매를 하려는 목적이겠지.

착! 착착차착착!

보아라, 정확히 단가 높은 놈들에게 플래시 세례가 터지고 있지 않은가.

요즘 나에 대한 관심이 기하급수적으로 는 것 같던데, 그래서 그런지…….

“해온아! 여기 보면서 하트해 줘!”

“성해온! 여기! 여기 봐!”

나는 오더대로 빠르게 제스처를 취하며 천천히 밴으로 걸음을 옮겼다.

“음.”

그중에 우리 쪽 팬으로 추정되는, 안면이 익숙한 분들이 있기에 그 카메라 위주로 바라봤다.

나를 제외한 다른 놈들도 갖가지 오더에 영혼이 반쯤 탈곡되어 있었다.

시트에 몸을 기댄 놈들이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익숙지 않은 관심이라서 더 당황스러웠던 모양.

그때, 매니저가 입을 열었다.

“얘들아, 막방 회식 잡혀서 그쪽으로 이동할 거야.”

“회식이요?”

전달받지 못했던 소식에 반문했더니 매니저가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방금 갑자기 잡혔더라고~ 원래 없었어. 한우집에서 회식한다니까 많이 먹어라~”

퍽이나 많이 먹겠군.

내성적인 놈들의 안색이 거무죽죽해졌다.

안 그래도 피곤한 상황에 회식이라니, 그것도 당일에. 대체 어떤 인간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일까.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며 잠시라도 눈을 붙였다.

* * *

이 상황을 설명하자면 한 시간쯤 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우린 일찍이 도착해 스태프들의 인사를 받으며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우릴 배려하는 건지, 자기들끼리 놀고 싶은 건지는 몰라도 외진 테이블에 우릴 방치한 채 자기들끼리 즐기더라.

‘우리야 좋지만.’

덕분에 눈치 보지 않고 고기나 먹을 수 있었다.

뒤이어 도착한 다른 그룹들도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는지 조용히 자리에 앉아 고기만 먹고 있었고, 유일하게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출연진은 예상했겠지만 이 사람이었다.

“여러분! 이번엔 제가 건배사 올리겠습니다~!”

클락션이 벌떡 일어나 잔을 들자-

“우오오~”

환호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송가 사람들이 말술이라는 소문은 익히 들었으나, 정말 소주를 입에 깔때기처럼 꽂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우리는 대충 사이다 따른 잔을 든 뒤 건배사에 응했다.

“에레? 이쪽은 술 안 먹어요?!”

이미 취기가 올랐는지 얼굴이 벌게진 관계자가 셀프로 냉장고에서 소주 8병을 꺼내 가며 물었다.

손가락 사이사이에 소주를 한 병씩 끼운 게 가히 진기명기였다.

“네, 저희는 음료면 됩니다.”

딱히 술 강요도 없는, 나름대로 평화로운 회식이었다.

대부분의 인원이 도착해서 즐기고 있을 무렵, 통째로 빌린 한우집의 문이 열렸다.

드르륵-

식당 내에 있는 모든 관계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여럿이 뒤늦게 등장한 인물에게 붙었다.

“아이고~ PD님! 왜 이렇게 늦게 오셨나요. 어서 이리 앉으세요!”

척 봐도 연륜 있어 보이는 음향 감독이 상석을 가리키며 웃었다.

하지만 이내 무시당했고, 감독은 머쓱한 얼굴로 제자리에 앉았다.

Nnet의 간판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두 개를 총괄하는 사람.

아마 PD 중엔 가장 실세일 테지.

‘권력자로군.’

그래서 그런지, 출연진들까지 일어나 설설 기었다.

“PD님! 저희 술 한잔 받으시죠!”

남희연은 빙그레 웃으며 달라붙는 이들을 순식간에 떨궈냈다.

그러고는 가장 구석탱이에 위치한 우리 테이블로…….

우리 테이블로?

……왜 오는 거지?

“……!!”

고기를 먹던 놈들도 수상한 기류를 느꼈는지 눈을 크게 떴다.

“안녕하세요?”

그다지 안녕하지 못한데요.

“저 여기 앉아도 될까요?”

자신이 던진 물음과 동시에 의자를 꺼내 착석한 남희연이 하하, 웃었다.

‘이럴 거면 왜 물어본 거지?’

황당함을 느낄 새도 없이 식당 내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리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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