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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23화 (123/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23화

“반가워요. 이번 프로그램 총괄했던 남희연입니다.”

눈앞의 여자가 호탕하게 웃으며, 누군가가 갖다 바친 소주를 가득 따랐다.

……맥주잔에 말이다.

황당하다는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남희연이 빙긋 웃으며 물었다.

“아, 혹시 소맥?”

끄덕! 끄덕! 끄덕!

내게 꽂힌 질문에 곧바로 고개를 세차게 주억거렸다.

저 잔을 소주로만 받았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직 성해온, 이 몸의 주량도 알지 못하는 데다가 남 앞에서 취하는 건 사양이다.

“오케이, 오케이. 소맥…….”

남희연은 홀로 중얼거리며 잔에 술을 쏟아 넣어 조합하기 시작했다.

“…….”

콸콸콸!

맥주잔에 소주가 반 이상 찼고, 남희연은 뭐가 문제냐는 듯이 그 잔 위에 맥주를 부었다.

굳이 비율로 따지자면 소주 7, 맥주 3 정도였다.

……보통 반대 아닌가?

PD가 직접 건넨 술인데 뺄 수도 없으니, 나는 남희연이 웃으며 건넨 잔을 들었다.

‘더럽게 쓰군.’

내가 잔을 비우는 순간에도 곧바로 여러 잔을 제조하려 하기에 막아섰다.

“저희 멤버들이 술을 못 먹어서, 맥주로 주시겠습니까. 여기 이렇게는 아직 미성년자입니다.”

차윤재와 한수현을 가리키자, 남희연이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출연진들 정보야 다~ 꿰고 있답니다.”

그러면서 신유하를 빤히 바라보길래, 급히 화제를 돌렸다.

“PD님, 저기 뒤에 PD님을 기다리는 분들이 저렇게 많은데 저흰 신경 쓰지 마시고-”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희연이 샐쭉 웃었다.

“아하, 체할 것 같으니 저리 가라~?”

‘눈치가 빠르군……!’

망설임이라곤 없이 정곡을 찌른 말에 조금 놀랐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인성 대결이 펼쳐지는 거냐며 기대감을 내비칩니다!]

나는 곧바로 눈을 접으며 해사하게 웃었다.

“그럴 리가요, 저희는 PD님과 이렇게 독대하는 게 영광이죠.”

“그래요? 그럼 그 영광 누리게 해드릴게.”

그렇게 말하며 남희연은 맥주잔에 가득 따른 소주를 반절이나 들이켰다.

나는 웃고 있는 눈 아래로 남희연을 가늘게 응시했다.

지금까지 먼 거리에서 마주친 적은 있어도, 이렇게 가까이서 대화를 하는 건 처음이다.

제작진들은 호감이나 비호감으로 나누기 힘들 만큼 애매하다.

‘특히 이 사람은 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단 말이지.

결과론적으로만 놓고 보자면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이자 득이 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따져보자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초반부터 악편용 땔감으로 섭외한 데다가 실제로 편집에 장난질들을 쳐대서 욕을 질릴 만큼 먹게 해줬기 때문.

아마 우리가 얼치기처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면 이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득이 되긴커녕, 독이 되었을 게 뻔하다.

하지만, 먹인 욕을 상쇄시킬 정도로 좋은 편집을 해준 적이 많다는 게 의문스러운 포인트다.

‘흠.’

나는 비즈니스용 미소를 걸치고 운을 뗐다.

“PD님이 애써주신 덕분에 프로그램이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네요. 재밌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주셔서-”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희연이 입을 열었다.

“크큭, 큭. 아, ‘척’ 안 해도 돼요.”

흥미롭다는 얼굴의 남희연은 말을 이었다.

“재밌어요.”

“예?”

“재밌다고. 난 성해온 씨가 재미있어. 마음에 들어요.”

“감사합니다. 이거 PD님께 인정을 받다니…….”

가식적인 낯짝을 걸치고 수줍게 말하자 남희연이 푸하하, 웃었다.

“하나도 안 좋아 보이는데!”

이렇게 필터링 없는 사람은 또 처음이군.

“거기, 신유하 씨. 고기 좀 많이 들지?”

말릴 새도 없이 신유하에게 말을 걸길래 긴장했는데, 꽤 정상적인 대화였다.

그쪽이 가면 알아서 먹을 수 있을 텐데.

“지금 ‘너만 가면 알아서 먹을 텐데’ 뭐, 이런 생각 했죠?”

“그럴 리가요.”

정말 귀신같이 맞추는군.

남희연은 흐음, 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근데 있잖아, INT는 왜 나온 거야?”

……지금 저게 쌈 싸 먹으면서 할 이야긴가?

너무 대놓고 물어봐서 나도 잠시 벙쪘다.

한수현조차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남희연을 힐끗 응시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직구였다.

사아아-

서늘한 정적이 흘렀고, 당연하게도 신유하는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와중에 남희연은 내가 했던 말을 깔끔하게 잊었는지 정신 나간 비율의 소맥을 세 잔씩이나 제조하더니 류인과 최승하, 신유하 앞으로 내밀며 싱긋 웃었다.

최승하는 도로록, 눈을 굴리더니 방긋 웃으며 자신 앞으로 온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옆에 있는 잔까지 연속으로 들이켜는 데 2분도 걸리지 않았다.

“제가 술을 좋아해요, PD님!”

류인 앞에 놓인 잔까지 손을 뻗은 녀석의 행동은 제지되었다.

“괜찮아.”

류인이 최승하의 팔을 저지하더니, 자신 앞에 놓인 잔을 들이킨 것이다.

음, 두 놈 모두 술이 꽤 센가 본데.

얼굴 낯이 변하거나 하는 놈이 없었다.

방금, 내가 했던 말은 취소하겠다.

“……다.”

어쩌면 이렇게 멀쩡한 얼굴로 주사를 부릴 수가 있는 거지.

Nnet 윗선으로 보이는 남자가 회식 장소에 방문했고, 남희연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그쪽 테이블로 이동했다.

‘분명 혀도 찼지.’

쯧쯧, 소리 똑똑히 들었다.

문제는 이놈이었다.

“……다.”

계속 ‘다’라는 글자만 드문드문 반복하는데, 역시 그건가.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이건 아주 곤란하다.

여태껏 류인을 지켜본 결과 흡연은 하는 것 같지 않았지만, 꼭 술 취하면 담배 찾는 놈들이 있지 않은가.

심지어 출연진들이 모인 회식, 이 밖으론 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편의점에서 담배 사는 게 찍혔다간 그대로 X된다.

“……다.”

하지만 고장 난 기계처럼 같은 단어만 반복하는 이놈을 그대로 두기도 곤란했다.

“음.”

나는 지나가던 서버를 붙잡았다.

“혹시 여기 직원용 통로가 있을까요? 뒷문이라든지.”

* * *

다행히도 식당의 주방 쪽에 뒷문이 있었다.

서버는 앞문 쪽이 포화 상태인 걸 인지하고 있는지, 별다른 질문 없이 직원용 통로로 안내해 주더라.

‘아무도 없군.’

이쪽 통로 앞을 지키는 사람은 없어서, 무척이나 한적했다.

나는 옆의 놈을 노려봤다.

걸음걸이가 조금 느려졌긴 하지만, 보통 생각하는 취객처럼 비틀거리거나 하진 않는다.

“……다.”

“……쯧.”

낯빛도 정말 멀쩡한데, 어이없다.

“……다.”

“담배 사줄 테니까 입 다물어.”

“……다.”

왜 최승하가 이놈 술잔을 대신 비워주려 했는지 절실하게 이해가 되는군.

“……다.”

“조용히 해.”

“응…….”

휙! 휙! 휘익!

편의점 앞에 선 나는 고개를 미친 듯이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주변에 아무도 없나?’

짤랑!

“이게 무슨 지랄인지 모르겠군…….”

나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류인의 옷자락을 끌었다.

담배? 당연히 사줄 생각 없다.

술 취해 가끔 피우는 거라도, 그 습관까지 끊어내야 한다.

‘어디서 사진이라도 찍히면 무척 곤란하니.’

드르륵-

나는 냉장고 문을 열어 숙취해소제 3병을 손에 쥐었다.

‘……저놈은 2병을 먹일까.’

한 병을 더 쥔 나는, 계산대로 직행했다.

“계산해 주세-”

수상한 기류에 고개를 돌린 내 동공이 확장됐다.

“……!!”

“……다.”

그러니까, 지금 내 시야에 들어온 광경을 설명하자면.

선입견은 미안하지만, ……생긴 것 때문에 당연히 담배라고 생각했다.

‘담배가 아니고 단 거였나.’

지금 류인 품엔, 편의점에서 파는 온갖 달달한 디저트가 한 아름 올려져 있었다.

마카롱부터 크림빵, 크림이 들어간 찹쌀떡, 딸기 생크림 샌드위치, 치즈 케이크, 티라미수 케이크, 초콜릿 쿠키.

“……그만 사라.”

“다…….”

“그만.”

“……응.”

이 정도 부피면 식당에 다시 들고 가기도 민망했다.

류인은 아쉬운 얼굴로 품에 안겨 있는 디저트와 매대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계산을 마치기 무섭게, 류인이 편의점 바깥에 위치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원형 테이블에 산 디저트를 소중히 내려놓은 녀석은 눈을 느릿하게 껌뻑이더니 마카롱을 집어 들었다.

“…….”

이 새끼 뭐 하는 놈이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보기만 해도 단 것들을 연신 입으로 넣는 류인을 바라보는 내 안광이 서서히 메말라 가는 게 느껴졌다.

나는 류인을 자리에 두고 편의점에 다시 들어갔다.

“흠.”

돌이켜 보니 그 녀석은 매번 아메리카노 종류만 마셨던 것 같지.

계산을 마친 나는 류인의 앞에 커피를 내려놨다.

“마시면서 해라.”

마카롱을 와삭 씹던 류인이 내가 건넨 아메리카노를 뚫어질 듯 쳐다봤다.

류인은 이내 그것에서 시선을 거두더니 마카롱을 다시 와삭 씹기 시작했다.

설마.

“……이거냐.”

해장용으로 구매한 2+1 행사를 하던 딸기우유와 초코우유를 늘어놓자, 류인이 곧바로 초코우유를 들이켰다.

“…….”

진짜 생긴 거랑 다르게 노는군.

사실 나는 이 녀석이 단 걸 먹는 꼴을 본 적이 없다.

다른 놈들이 대기실에서 허구한 날 과자를 까먹을 때도, 이 녀석은 그런 것에 눈길을 주지 않았으니까.

그 많은 디저트를 위장 안에 욱여넣은 류인은 이제 졸려 하기 시작했다.

“정말 가지가지 한다…….”

굳이 거울을 보지 않아도 이미 내 눈빛만은 동태의 그것과 다를 바 없어졌다는 게 느껴졌다.

매니저를 호출한 나는 류인을 밴에 대충 욱여넣어 두고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이미 장내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엔 취기가 얼큰하게 올라와 있었다.

“어이! 리, 리더는 테이블 돌며 술 한 잔씩은 받아야지!”

혀까지 꼬인 음향 감독이 내 손에 술잔을 쥐여줬다.

‘진상…….’

튀어나오려는 경멸의 눈빛을 눌러둔 채 방긋 웃었다.

“예.”

쉴 새 없이 채워지는 잔을 연거푸 들이켰다.

지금에야 알게 된 사실은, 성해온은 술이 꽤 세다는 것이다.

못해도 3병은 마신 것 같은데, 열이 오르긴커녕 그냥 물이나 마신 것처럼 멀쩡하니까.

원래 나도 술을 못 먹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뭐, 나쁠 거 없는 체질이니까 좋은 건가.

술을 한 잔씩 받고, 구석진 자리에 착석하자 최승하가 귓속말로 소곤댔다.

“류인 형은요?”

“밴에.”

안심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최승하가 웃었다.

“그 형, 평소엔 술 안 먹거든요.”

나는 최승하의 말에 고개를 얕게 끄덕였다.

본인 스스로 알코올을 멀리하는 이유를 아주 잘 알 것 같았다.

무르익어 가는 회식 분위기 속에 미성년자들은 집으로 보내자는 의견이 나왔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미성년자 둘과 남희연의 질문 공세에 진즉 체한 것 같은 신유하까지 숙소로 보내니, 남은 건 나와 최승하, 둘뿐이었다.

스윽-

나는 시끌벅적한 내부를 둘러보며 혀를 찼다.

시간은 벌써 새벽 2시를 넘었다.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었다.

‘전생에 술 못 처먹고 죽은 귀신이 붙은 게 틀림없다.’

오히려 주사가 있다면, 평소에 사람들한테 엉겨 붙는 최승하에게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 녀석은 조용했다.

‘술이 들어가니 말수가 적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흠.”

앞으로 시끄러울 때마다 입에 술을 꽂아야겠어…….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경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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