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30화 (130/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30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분위기에 백기를 든 건 내 쪽이었다.

“이거나 구워 먹자.”

나는 마시멜로와 비스킷, 초콜릿을 챙겨 나왔다.

당장 이 어색함을 없애 버리고 싶었다.

‘그 얼굴들은 뭐지.’

자기들이 먼저 낯간지러운 말을 꺼내놓고, 내가 무슨 말을 했다고 그런 얼굴을 한단 말인가.

‘친구가 있어봤어야 알지.’

이럴 줄 알았으면 친구들이랑 좀 어울려 보는 건데.

척! 척! 척! 척!

쇠꼬챙이에 마시멜로를 하나씩 꽂은 뒤 멤버들의 손에 쥐여줬다.

“……어, 해온아. 나는 왜 세 개나?”

류인이 고개를 우로 기울이며 물었다.

다른 녀석들의 꼬챙이엔 마시멜로가 한 개뿐.

오직 류인의 것에만 세 개가 있었다.

‘음. 왜인지 몰라도 비밀로 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지.’

나는 입을 꽉 다물고 먼저 모닥불에 마시멜로를 가져다 댔다.

“맞습니다! 류인 형님은 단 걸 안 좋아하시는데!”

차윤재의 말에 다른 놈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쯤이면 내가 그때 헛걸 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래도 이런 데 왔으면 이건 먹어야지.”

“그, 그건 그렇습니다! 이렇게 구운 다음 초콜릿에 과자까지 함께 먹어보는 건 처음입니다!”

신기한 눈으로 구운 마시멜로를 비스킷 사이에 끼워 입에 넣은 차윤재가 정확히 3초 뒤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 혀, 형님들도 어서 드셔보십시오! 정말 맛있습니다!”

“그러게~? 맛있다.”

“……응.”

신유하도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형은 안 먹어요?”

“어, 음.”

류인이 노릇하게 구워진 마시멜로를 손에 든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진짜 맛있는데~”

능글맞게 웃은 최승하가 직접 과자 안에 끼워 넣더니 류인의 입에 밀어 넣었다.

“……!”

조금 놀란 눈으로 입에 들어간 것을 느릿하게 씹은 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맛있네.”

이렇게 말하고는 다시는 손을 대지 않았다.

‘흠.’

나는 말없이 마시멜로를 류인의 입에 꽂아 넣었다.

“해, 해온아. 이게 무슨.”

답지 않게 당황한 류인이 나를 바라봤다.

“뭐가.”

내 당당한 태도에 할 말을 잃어버렸는지 류인이 그저 입에 들어간 것들을 조용히 씹어 삼켰다.

슥!

“아니, 진짜 괜찮아.”

스슥!

“저기 해온아.”

스스슥!

“갑자기 왜, 읍.”

입에 마시멜로가 8개쯤 강제로 들어간 류인이 이제는 정말 황당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이 정도면 됐나.’

단 걸 좋아하는 걸 숨기고 싶어 한다면, 내가 억지로 밀어 넣어주면 되는 것 아닌가.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기함합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의 지혜에 감탄합니다!]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내 몫의 마시멜로를 입에 넣었다.

‘달군.’

* * *

10인용으로 설계된 커다란 텐트에 이불을 펴고 누웠다.

“불 끌게요~”

타악!

최승하의 말과 동시에 불이 꺼졌다.

“좋은 말로 할 때 저리 가라 …….”

“아하핫. 좋은 말로 안 하면 어떻게 되는 건데요?”

퍽!

“으음, 진짜 말로 안 한다는 뜻이었구나…….”

중얼거린 최승하가 데굴 굴러 내게서 멀어졌다.

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껌뻑였다.

특성을 활성화한 것만으로 잠이 안 온다는 게 신기하긴 하군.

이거라면 앞으로 구희승에게 굴려질 때도 조금은 덜 고통스러울 것 같다.

‘불면은 나의 힘, 비활성화.’

스르륵, 눈꺼풀이 감겼다.

* * *

다음 날 아침, 차윤재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눈을 껌뻑였다.

“……예?”

스윽-

스태프들은 짐짓 사악한 얼굴로 그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하자면, 평소 아침잠이 없는 편인 차윤재는 가장 먼저 기상했다.

바람 좀 쐴 겸 텐트 밖으로 나온 순간, 스태프들이 뭔가를 쑥덕이더니 자신에게 다가온 것이다.

“제, 제가 어떻게! ……못 하겠습니다!”

차윤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스태프들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털기 시작했다.

“이런 기회 흔하지 않아요. 가장 일찍 일어난 상이라고 할 수 있죠!”

“사, 상……?”

“윤재 씨가 못 하겠다면 다음으로 기상하는 분께 넘겨 드려야죠. 아쉽네요…….”

심각하게 고뇌하던 차윤재는 스태프의 손에 있는 걸 받아들였다.

그리고.

“해, 해보겠습니다……!”

결연하게 등을 돌렸다.

* * *

‘이 형님이 가장 잠귀가 밝으시지.’

텐트 안으로 진입한 차윤재는 성해온에게 살금살금 다가갔다.

덜덜덜덜

막상 행동으로 옮기려니 손이 떨릴 지경이었다.

꿀꺽.

평온한 성해온의 얼굴을 내려다본 차윤재는 이내 눈을 질끈 감았다.

‘이 형님은 도저히……!’

고개를 도리질 친 차윤재는 옆에 누운 인영에게 눈길을 보냈다.

‘그래, 이 형님부터!’

차윤재는 손을 뻗어 최승하의 얼굴에-

슥슥!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검정색 매직펜이 최승하의 얼굴 위에서 곡선, 직선, 점을 그었다.

‘……완벽해!’

강아지(?)를 그려 넣은 차윤재는 뿌듯한 얼굴로 펜을 뗐다.

그 순간이었다.

“재밌어……?”

“흐아악!!!”

읊조리듯 낮고 조용하게 울려 퍼지는 최승하의 목소리에 차윤재는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언제까지 긋나 했네. 수염같은 거 그린 거 보면 고양이 그렸나?”

“……개, 개개개를 그렸습니다! 어, 어, 언제 일어나셨습니까?”

“윤재가 반쯤 그렸을 때~”

속삭인 최승하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스으윽-

이내 주위를 둘러본 최승하가 곧장 손짓했다.

“이 형부터 해야 해…….”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성해온의 얼굴이었다.

“제, 제가 도전해 봤는데 도, 도저히 심장이 두근거려서 불가능했습니다!”

“나한테 맡겨.”

진지한 얼굴로 펜을 가져간 최승하가 고개를 숙여 성해온의 얼굴에 펜을 가져다 댔다.

“혀, 형님, 자, 잠깐만! 깨실 것 같습니다!”

“쉿.”

톡-

“……!!”

“깨, 깨지 않으십니다!”

“이 형 피곤한 날엔 업어 가도 몰라. 핫! 잠깐만, 뭘 그려야 하지?”

“동물을 그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내 얼굴에 강아지를 그렸댔지? 음.”

고민하던 최승하가 이내 선을 긋기 시작했다.

“뭘, 뭘 그리시는 겁니까?!”

성해온의 얼굴엔 상상도 못 할 것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50분 뒤, 텐트 안은 경악에 휩싸인다.

시작은 눈을 뜬 한수현이었다.

방긋 웃는 최승하를 마주한 한수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 형 얼굴이 그게 뭐예-”

벌떡!

말을 다 잇기도 전에 불길함을 느낀 한수현이 다급하게 일어나 거울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

한수현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건 다른 멤버들도 다를 바 없었다.

“……아.”

얼굴에 사슴이 그려진 신유하가 아연한 얼굴로 볼을 매만졌다.

“나는 뭐지.”

“형은 음, 고양이!”

최승하가 생긋 웃자, 차윤재가 정정했다.

“이 형님이 늑대를 그리려다가 망친 결과물입니다!”

“너 그걸 말하면 어떡해!”

이렇게 난장판인 분위기에서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스스슥!

아직까지 눈을 감은 채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성해온에게로 말이다.

“…….”

“저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음, 나도.”

“……저도.”

한수현에 이어 류인과 신유하가 시선을 급히 돌렸다.

“……! 다들!”

얼굴에 배신감이 어린 최승하가 고개를 끼긱 돌려 차윤재를 바라봤다.

“윤재만 얼굴이 깨끗하네?”

“……예? 예?”

해사로운 미소를 지은 최승하가 척척, 이부자리에 다시 누웠다.

“난 일어난 적이 없는 거야.”

“자, 잠깐만요! 형님! 형님이 그리시지 않으셨습니까!”

애처로운 차윤재의 외침을 뒤로하고 최승하가 눈을 감았다.

* * *

촤악!

나는 거센 손길로 얼굴을 문댔다.

세 번쯤 세수하고 나니 얼룩이 지워지기 시작했다.

‘그 자식들, 가만두지 않겠다.’

자는 사이에 그런 짓을 벌이다니.

- 히이익! 형님! 제발 그렇게 웃으실 거면 차라리 욕을 해주심이!

- 정말 미, 믿어주십시오! 시작은 저였지만 낙서한 건 저, 저 형님입니다!

- 하하, 왜 용일까…….

- 으음, 형은 용처럼 근엄하니까?

- 보십시오! 이 형님이 그린 겁니다! 저는 용 같은 건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 저는 윤재한테 말한 걸 전해 드렸을 뿐! 제 얼굴이 보이지 않으시나요? 저도 선량한 피해자랍니다!

- 으, 으윽! 저, 저 인간도 형님이라고!

“흠.”

나는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며 생각에 잠겼다.

‘분명 스태프가 시킨 거겠지.’

차윤재 성격상, 그런 걸 먼저 시도할 리 없다.

‘예능적으로 잘 뽑히긴 했겠군.’

열받긴 하지만 재밌게 뽑혔으면 괜찮다.

내가 그런 걸로 뒤끝이 있을 정도로 마음이 좁은 사람은 아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발언을 믿지 못합니다!]

욕실 밖으로 나가자, 두 놈이 내 눈길을 미친 듯이 피했다.

나는 차윤재에게 다가가 말을 붙였다.

“좋은 아침이네.”

잠시 망설이던 차윤재는 이내 고개를 들었다.

“……예! 예! 조, 좋은 아침입니, 히익!”

만면에 미소를 띤 나를 마주한 차윤재가 빛과 같은 속도로 뒷걸음질 쳐 사라졌다.

“아침 준비를 도우러 가겠습니다!”

그리고 어느샌가 다가온 최승하가 내 어깨에 팔을 걸치더니 벙글 웃었다.

“하핫~”

“하하.”

“하하핫!”

“넌 안 가?”

“저는 형이랑 여기서 분량을 쌓아보도록 할까요~”

싱긋…….

“는 장난이고~ ……가려고 했답니다! 얼른 아침 준비 도와야겠다!”

* * *

한참 뒤, 텐트 주위를 어슬렁거리다가 안으로 들어가니 둘이 투닥거리며 아침밥을 만들고 있었다.

척 보니 어제 남은 고기와 야채들로 볶음밥을 만드는 듯 보였다.

그 옆엔 신유하가 서 있었고, 차윤재가 볶음밥이 담긴 숟가락을 그에게 들이밀었다.

망설이다가 그걸 받아먹은 신유하의 안색이 급속도로 흐려졌다.

나는 급하게 등을 돌렸지만, 최승하가 조금 더 빨랐다.

“형~ 이거 맛 좀 봐주세요~”

최승하가 헤실 웃으며 숟가락을 입에 들이밀었다.

꾹! 꾹! 꾹! 꾹!

“어라? 입이 왜 안 열리지? 이상하다.”

“정신 나간 놈, 업.”

주변에 카메라가 없음을 확인하고 욕이라도 하려 입을 뗀 순간 숟가락이 입안으로 들어왔다.

“…….”

알 수 없는 맛의 볶음밥을 목구멍으로 넘긴 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간은 누가 했어.”

“윤재가!”

대화가 저기까지 들렸는지 차윤재가 펄쩍 뛰었다.

“가, 같이 했습니다! 저 형님은 사람을 이상하게 몰아가는 데에 재주가 있으십니다!”

그때 세수를 마치고 다가온 류인이 참혹한 주방 광경을 눈에 담았다.

“……내가 할게.”

“예? 형님! 아닙니다! 오늘 아침은 저희가!”

“맞아요! 저희가 대접할게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게 틀림없는 둘 사이에 낀 신유하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럼 우리, 아무도, 못 먹어…….”

조용한 팩트 폭력에 두 놈이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 * *

그렇게 완성된 볶음밥을 입에 넣자마자 작은 감탄사가 나왔다.

“아까 먹었을 땐 이걸 과연 먹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맛있어요!”

진실의 입이 열렸으나, 카메라 앞 답게 귀여운 목소리였다.

나는 한수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깐 진짜 짜고 달았는데.”

“어어? 두 분이 그러시면 저희도 상처를 받는답니다?”

“받든가…….”

내 말에 최승하가 올망한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입가에 가져다 대더니, 휙! 고개를 돌려 차윤재를 응시했다.

“윤재야! 우리가 함께 만든 볶음밥이 이런 취급을!”

“형님은 받으셔도 됩니다!”

“역시 내 편은 말랑한 수현이밖에 없구나…….”

“……? 여기 수현이가 저 빼고 또 있어요?”

그리고 이 영상은 며칠 뒤 공개되며, 팬덤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게 된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