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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34화 (134/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34화

싱글벙글한 김민성이 떠난 뒤, 멤버들은 곧장 내게로 모였다.

당연하게도 이 녀석들은 내가 아이템을 사용한 사실을 모른다.

비밀번호를 언뜻 봤다고 둘러댔으니, 그렇게만 생각할 뿐.

“형님! 어, 어떻게, 해결하셨습니까?”

“그래.”

나는 사악하게 웃고 있을 게 분명한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렸다.

* * *

나는 망설임 없이 증거물을 정재진에게 발송했고, 당연하게도 회사는 반쯤 뒤집어졌다.

곧장 회사로 호출당한 우리는, 대표실로 직행하기 전에 정재진을 만났다.

“여러분,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사측에서 먼저 알았어야 하는 건데요.”

“저희도 몰랐는 걸요.”

내 대답에 정재진의 안색이 더욱더 새파래졌다.

“당연히 매니저는 교체될 겁니다. 증거가 워낙 확실하니까요…….”

한숨을 내쉰 정재진이 말을 이었다.

“해온 씨가 증거를 잡았다는 사실은 그 아무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대표님에게도요. 그저 사측으로 제보가 들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나는 속으로 감탄을 삼켰다.

보면 볼수록 정재진은 쓸 만한 실무진이다.

안 그래도 증거를 찾아낸 게 이쪽이라는 건 비밀로 부쳐달라 할 생각이었는데.

원래 김민성같이 별 볼 일 없고 열등감에 찌든 놈들이 회까닥 돌면 일을 치는 법이니까.

바로 그 순간, 정재진이 허리를 푹 숙인 채 말을 이었다.

“……정말 죄송스럽습니다, 여러분.”

“아, 아, 아닙니다! 이건 그 아무의 탓도 아닙니다!”

당황한 차윤재가 손을 내젓자, 멤버들도 말을 얹었다.

분위기가 조금씩 풀려가고 있는 와중에, 정재진의 스마트폰이 반짝였다.

문자를 확인한 정재진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대표님 호출이십니다.”

드디어 올 게 왔군.

고층에 위치한 대표이사실로 향하자, 비서가 꾸벅 눈인사를 건넸다.

“바로 들어가시면 되겠습니다.”

드르륵-

무거운 문이 천천히 열리자, 대표이사실 안에 있는 명훈이가 시야에 들어왔다.

익숙한 헛기침 소리와 함께 대표가 말문을 열었다.

“……미안하구나.”

“……?”

조금 의외다.

사건이 사건이니만큼, 매니저가 떨궈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명훈이가 먼저 사과를 건넬 줄은 몰랐는데.

그리고 대표는 뜻밖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놈은 얼굴도 본 적 없는, 내 먼 친척이다. 매니저 일 하나는 잘 하니, 데려가 달라고 하도 애원을 해서 나섰는데…….”

명훈이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매니저 일을 해봤다는 것도 알고 보니 거짓말이었고, 제출한 서류까지 죄다 조작이었다. 하지만 이건 모두 내 부주의고, 명백한 내 책임이야.”

친척이었다니?

……게다가 아무리 먼 관계라 해도, 그 김명훈이 친척을 이렇게 금방 잘라낸다고?

“그런 천하의 썩을 놈을 너희 옆에 세워둔 내가 면이 서질 않아, 정말 미안하구나…….”

갑작스럽게 형성되는 미묘한 분위기에 나만 놀란 게 아닌지, 멤버들의 눈도 커졌다.

대표는 스스로도 열이 뻗치는지 그라데이션 분노를 시작했고, 나는 그런 명훈이와 눈을 마주쳤다.

“대표님.”

모두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서류까지 조작했다면, 대표님이 어떻게 알아챌 수 있으셨겠어요. 다만.”

나는 신뢰의 낯짝을 걸친 채로 말을 이었다.

“회사 차원에서 고소를 진행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 *

“대표, 대표님이 그런 말을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떨떠름한 낯으로 숙소에 들어온 차윤재가 작게 읊조리자, 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사실 나도 좀 놀랐네.”

“하핫, 고소까진 상상을 못했는데 으음~ 속이 시원한 것 같기도 하고요? 게다가 컨셉 유출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최승하가 나와 시선을 마주치더니 말을 이었다.

“형, 대단해요. 어떻게 그것까지 알아냈어요?”

“우연이다.”

눈을 빛내며 질문 폭탄을 날려오는 최승하의 얼굴을 치우며, 나는 명훈이를 떠올렸다.

입만 열면 자랑이 튀어나오는 데다가 아이돌 업계를 알지도 못하는 명훈이는 여전히 재수가 없긴 하다만,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실제로 내내 명훈이는 생색을 낼 뿐, 해달라는 건 다 해줬기도 하고.

‘돈이 꽤나 나갔을 텐데도.’

이제야 정신을 차린 건지, 아님 우리에게 가능성을 본 것인지 몰라도 무척 기꺼운 일이다.

아까 전 고소를 언급한 것은, 솔직히 반신반의였다.

친인척 관계라는데, 해줄지도 의문이었고.

‘안 하겠다 했어도 내가 찔렀겠지만.’

하지만 대표는 생각 외의 답을 내놓았다.

- 크흠, 사실 이미 절차를 밟고 있다. ……그놈이 산업스파이와 다를 게 무엇이더냐! 얼마나 나 김명훈이와 너희를 무시하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겠냔 말이야!

굉장히 의외였다.

보고가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텐데, 벌써 절차를?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매니저를 자르는 처분으로 넘어가자고 할 줄 알았다.

- 흠! 사람이 말이야. 사업을 하려면 겨우 그런 걸로 흔들려선 안 되는 법이야!

-로 시작하는 김명훈의 인생 강연을 30분쯤 듣고 나서, 그는 말을 이었다.

- 안 그래도 김 비서에게 법률 자문을 맡겨놨으니, 너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내 이름 석 자를 걸고 확실하게 처리할 테니.

대표는 고소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돈만 많은 바보 같다가도, 가끔 사업가적인 면모를 보여준단 말이지.

고장 난 시계가 들어맞는 주기가 점점 짧아져 가고 있는 건 확실했다.

조용히 생각을 이어가던 그 순간이었다.

나는 흐릿한 낯짝으로 스마트폰을 들었다.

“흠.”

나는 곧장 전화를 받았다.

- 어, 해온아. 그, 혹시, 회사에서 무슨 이야기 들었니?

- ……너네는 나 믿지? 너희들이 회사에 이야기 좀 잘해주라. 그게 나는 진짜 아니거든. 다 오해야.

무슨 헛소리를 하나 들어볼 요량으로 잠자코 있자, 김민성이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해온아, 사실 내가 이것까진 안 말하려 했는데 사실 내가 대표님이 아끼는 친척이야. 어차피 안 잘려. 네가 지금 이런 태도로 나와서 득 될 게 전혀 없다니까? 그리고 내가 뭐가 아쉬워서 정보를 팔아. 그럴 리가 있겠어?

지랄하는군.

살핀 결과, 꽤 많이 챙기셨던데.

우리의 정보를 팔아먹어서 말이다.

그리고 애초에 대표가 김민성을 아끼는 게 사실이라면, 김민성은 굳이 이렇게 내게 연락하지도 않았을 거다.

‘명훈이가 본인을 친척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는 거지.’

나는 미소 짓고 있는 얼굴과 상반되는 아련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친척분이신지는 몰랐네요.”

이미 대표에게 모두 들었다만, 나는 모르는 척을 하며 말을 이었다.

“……저는 그저 소속 아티스트고, 사실상 별 힘이 없습니다.”

- 그, 그러니까 내 말은, 회사에 말 좀 잘해달라는 거지. 너희가 날 잘 따랐잖아? 하하. 얼마 전에 옷 선물도 주고, 그치.

“그럼 매니저님도 대표님께 직접 말씀을 올려보시는 게 어떨까요. 저희도 말은 해보겠습니다. 멤버들에게도 잘 말해볼게요.”

- 해, 해온, 해온아. 정말이지? 정말? 나는 진짜 너네밖에 없다.

“아, 저 지금 대표님께 전화가 들어오는데.”

- 으, 으응! 끊어! 끊어야지!

툭.

통화를 곧장 끊어낸 나는 히죽 올라가는 입꼬리를 손바닥으로 숨겼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의 이런 면모를 흡족해합니다!]

사실 매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바쁜 서바이벌 기간에 매니저를 터뜨리면 혼란만 야기할 뿐이니, 차근차근 직무 태만의 증거를 모으고 있었다.

‘서바이벌도 끝났으니, 조만간 쫓아내려 했지.’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정말 저 인간의 편에 서줄 생각이 있는 거냐고 묻습니다.]

그럴 리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말할 생각은 없다.

그저 김민성이 불안과 희망 속에서 더 헤엄치길 바라는 마음이다.

‘최대한 고통스럽게.’

원래 빛 하나 없는 어둠에서 죽어가는 것보다 희미한 빛 한 줄기가 내려오는 어둠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죽어가는 게 배로 절망스러운 법이거든.

그렇다고 뭐, 미안한 감정은 전혀 들지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팔리는 정보로 멤버들이 불안에 떨 때, 매니저는 어땠는가.

- 이야, 지독하다. 번호 바꾸자마자 바로 알려지네? 너희가 뜨긴 떴나 보다!

자기가 우리의 정보를 팔아놓고,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굴었다니 지금 생각해도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대표, 아니, MH는 이미 김민성을 끊어냈다.

‘그것도 아주 확실하게.’

김민성은 머지않아 본인이 저지른 일들을 무거운 법으로 돌려받을 거다.

전과 기록을 가지고 새로운 직장?

어림도 없다.

허세에 찌든 무능력한 놈, 출소 후에 새 인생을 살고자 한대도 쉽지 않겠지.

툭툭

한수현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리자, 녀석이 큰 눈을 깜빡였다.

“수고했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수현의 고개가 약간 기울어졌다.

“……? 형이 다 한 건데요. 제가 뭘 했나요.”

“아니, 네 공이 크다. 너희들도 수고했어.”

이 녀석의 눈치가 빠르니 그게 어딘가 수상한 은어라는 걸 알아챈 것이지, 보통 일반인은 알아채지도 못했을 것이다.

“뭐야? 분위기가 왜 이렇게 좋아요? 막내는 왜 이렇게 입을 꾹 다물고 있고? 흐으음, 수현이 이 얼굴은 지금 부끄럽다는 얼굴인데? 내가 수현이 전문가잖아.”

“부끄럽긴 누가 부끄러워요.”

“수현이가?”

할말을 잃은 한수현이 입을 다물자, 최승하가 헤실 웃었다.

“우리 오늘 파티할까요! 맛있는 거 시켜서!”

“그럴까.”

“좋은 생각이십니다! 저도 무척 배가 고픕니다!”

“나도, 좋아……!”

“막내는? 막내는?”

“……저도 좋아요.”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따뜻한 분위기에 흡족해하며 100골드를 후원합니다!]

짠!

우리는 배달 음식을 사이에 두고 잔을 맞부딪쳤다.

“와아아~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최승하가 마치 건배사라도 하는 듯 입을 열자, 차윤재가 피식 웃었다.

“형님, 그게 주스 들고 할 말입니까?”

“으음, 윤재, 술도 못 먹으면서.”

“몇 개월만 지나면 저도 성년입니다……!”

차윤재는 숙소 관련된 일로 계속 겁게 질려 있으면 어떡해야 할까, 고민한 게 무색할 정도로 금세 기운을 되찾았다.

“그나저나 일이 잘 마무리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저는 심장이 너무나도 두근거려서…… 아직까지 과하게 뛰는 듯합니다!”

곧장 차윤재의 가슴팍에 손을 얹은 최승하가 흠, 소리를 냈다.

“하핫, 진짜 빨리 뛰네!”

“나도 긴장하긴 했었나 봐. 어, 조금 떨리네.”

류인이 말을 얹자, 최승하가 상체를 휙 돌려 류인을 바라봤다.

“아! 냉장고에 맥주 있는데, 마실까요?”

나는 다급하게 최승하의 말을 잘라냈다

“술은 다음에.”

“으으음? 왜요~ 오늘 딱인데, 혼자 먹으면 외롭잖아요. 형들은 술도 잘 마시면서.”

잠시 류인의 술주정을 떠올린 나의 낯짝이 흐릿해졌다.

최대한 저 녀석의 입엔 알코올을 묻히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다.

“내일 스케줄도 있고.”

“흐음, 그러네요. 그럼 다음번에 같이 마셔주세요!”

“그래. 맥주 정도라면, 괜찮-”

“……안 괜찮아.”

류인의 말을 끊은 내가 침침한 얼굴로 중얼거리자, 류인이 나를 바라봤다.

“해온아, 왜……?”

스윽…….

의문 섞인 시선을 피하는 순간, 스마트폰이 반짝였다.

정재진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내일 스케줄부터는 새로운 매니저가 함께할 거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생각보다 빠르다.’

당연히 임시 매니저를 붙여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메시지를 바라보고 있던 순간이었다.

“어라! 나 이 얼굴 오랜만에 보는데.”

주스가 든 잔을 내려놓은 최승하가 내 쪽으로 상체를 가까이 대더니, 눈을 접어 웃었다.

“웃는 얼굴! 하핫, 이렇게 웃으니까 얼마나 보기 좋아요?”

“……!”

설마 내가 웃고 있었나.

이제 그 낯짝을 안 봐도 된다는 생각에 기뻤나 보군…….

나는 곧장 표정을 정돈하며, 입매를 매만졌다.

드디어 가장 거슬리던, 썩은 싹을 완벽하게 잘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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