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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44화 (144/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44화

- 으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건강하자? 특히 사랑하는 우리 멤버들은 더더욱.

언제 심각했냐는 듯, 최승하는 곧바로 해사하게 웃으며 능청을 떨었고, 우리는 새 숙소에 가기 위해 밴에 올라탔다.

‘……설마, 봤나?’

아니, 억측이다.

욕실 문단속도 제대로 했고, 뒤처리도 확실하게 했으니까.

……만에 하나 무언가를 봤다고 해도, 둘러대면 그만이다.

나는 조수석 창틀에 머리를 기대며 생각을 이어갔다.

최승하가 그 말을 했을 때, 다른 놈들도 입을 다물었다.

……암묵적인 동의.

남들이 보기에, 내가 그렇게 보이는 건가.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엔 그런 게 맞았다.

하지만 정말 뒈질 위기에 처해보고 나서야 느꼈다.

……살고 싶다고 말이다.

떠올려 보면 처음과 많이 달라지긴 했다.

고작 몇 달 전만 해도, 성해온의 인성 전적 탓에 이 녀석들과는 데면데면함을 넘어 사이가 안 좋기까지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나는 백미러로 놈들을 살폈다.

사실 이놈들은 이미 나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마음의 문을 닫고 있었던 건 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드디어 눈치챈 거냐며 당신을 비난합니다!]

……문제는 친구가 있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내 쪽에서 마음을 열었던 친구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시스템과 협상을 시도합니다!]

그 순간, 띠링 소리가 연거푸 울려 퍼지더니 퀘스트가 떠올랐다.

깜짝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동료애를 키워라!]

드디어 마음의 문을 열기로 결심한 당신!

인간 사이의 애정은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랍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도와드리겠습니다!

*세부 퀘스트를 클리어하세요!

성공 시 ▶ 2,000G

“……!”

성공 시 보상이 엄청나다.

퀘스트창에 떠 있는 *을 누르자, 곧바로 세부 퀘스트가 떠올랐고, 그것을 마주한 내 안광이 금세 메말랐다.

멤버들에게 사랑이 담긴 밥 차려주기 (0/1)

멤버들에게 진심을 담은 편지 작성하기 (0/5)

[존경해요] [최고예요] [사랑해요] 중 택1! 키워드 전해 듣기 (0/5)

정신이 나간 게 틀림 없다.

이게 어딜 봐서 친해지는 걸 도와주는 건데.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알찬 퀘스트의 내용에 감탄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헛기침을 내뱉으며 턱을 긁습니다!]

제발 감탄하지 마.

뿌듯해하지도 말라고.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수줍어할 거 없다며 손을 내젓습니다!]

“…….”

안색이 급속도로 칙칙해지고 있을 무렵, 매니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착했습니다!”

새로운 숙소에 도착한 것이다.

척 봐도 보안이 이전과는 견줄 수도 없을 만큼 좋아 보이는 곳이었다.

13층을 누르고 올라서자, 멤버들이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너, 너무 떨립니다!”

류인이 작게 웃자, 신유하가 고갤 끄덕였다.

“……나도, 떨려, 윤재야!”

“형님도 떨리십니까!”

“자아, 얼른 들어갑시다!”

최승하의 재촉에, 매니저가 웃으며 문을 열었다.

드르륵-

문이 천천히 열렸고, 녀석들의 입이 동시에 합 다물렸다.

“이, 이, 이게, 이게, 정말 저희 숙소입니까?”

혀가 꼬여 버렸는지 말을 더듬은 차윤재가 안 그래도 큰 눈을 부릅뜨며 신발을 벗었다.

나도 조금 놀랐다.

기대보다 좋은 숙소다.

사내놈 여섯이 살기엔 꽤 비좁았던 이전 숙소와 달리, 이번 숙소는 못 해도 40평대는 되어 보인다.

게다가 위치상 값이 꽤 비싼 자리일 텐데.

나는 조용히 명훈이를 떠올렸다.

‘돈 좀 썼군.’

[성좌, ‘황금의 신’이 어깨를 치켜듭니다!]

흐릿한 눈으로 메시지를 무시한 나는, 여기저기를 헤집고 있는 멤버들을 살폈다.

신유하도 눈을 빛내며 방문을 열어보고 있었다.

“와아~ 욕실이 세 개!”

최승하의 짤막한 외침에, 멤버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 세 개! 세 개! 정말이십니까!”

“욕실이 세 개? 어, 너무 좋은데…….”

말없이 숙소의 수압을 체크하던 류인마저 눈을 반짝였다.

그도 그럴 게, 이전 숙소는 작은 욕실이 두 개 있었다.

그 좁은 데서 덩치 큰 여섯 놈이 같이 씻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매일 아침 씻는 걸로 골치를 썩였다.

그런 상황에서 욕실이 세 개라니, 솔직히 이건 나도 좋군.

매니저는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말한 뒤 돌아갔고, 우리는 거실에 둘러앉았다.

아직까지 녀석들의 면면에 설레임이 깃들어 있었다.

새 숙소에 대한 평을 묻자, 곧바로 대답들이 튀어나왔다.

“……당연히! ……정말, 좋아요.”

“말이라고 하십니까! 저는 이렇게 좋은 곳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어, 나도 이렇게 좋을 줄은……. 조금 부끄럽네, 너무 들뜬 것 같아서.”

“이사는 가족의 큰 이벤트죠. 들뜨는 게 당연해요.”

“저도 좋아요. 방도 넓어졌고~ 윤재도 귀엽고~”

“형님……! 그만 좀 놀리십시오!”

“놀리는 게 아닌데!”

“맞습니다!”

“아닌데, 윤재가 귀여운 건데~”

“이익!”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입을 열었다.

“이제 방을 정해볼까.”

“좋죠~ 보니까 방 평수도 비슷비슷해서, 방은 아무거나 골라도 될 거 같아요. 룸메이트는 그대로 갈까요? ”

나는 최승하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자고로 룸메이트는 계속 바꿔줘야 하는 법.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해성이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으니 팬들의 니즈임은 확실하다.

“형! 어떻게 날 버릴 수가 있어요? 나는 배신감을 느껴!”

내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는 최승하를 간신히 떼낸 나는 흠, 소리를 냈다.

“간단한 게임으로 정할까.”

평소였으면 그냥 정하면 되는 거지, 굳이 게임까지 해야 할 일이냐고 말을 얹어야 할 한수현이 조용했다.

자연스레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한수현이 작게 중얼거렸다.

“가족 간의 화목함을 돋우는 게임은 나쁘지 않죠.”

“…….”

어쩌다가 저렇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나는 가방을 열어 무언가를 꺼냈다.

탁-

상자 위에 캠코더를 올려놓은 나는 입을 열였다.

“자, 시작할까.”

사실, 찍는대도 당장은 컴백과 맞물려 공개하지 못한다.

하지만 활동이 끝나고 생긴 공백기에 이런 정보가 담긴 브이로그가 올라오면 얼마나 좋아하시겠는가.

미리미리 찍어둘 필요가 있다.

* * *

우리는 6개월 정도의 주기로 룸메이트를 바꾸기로 했다.

류인과 차윤재, 최승하와 한수현이 방을 쓰게 됐고-

내 이번 룸메이트는 이 녀석이다.

“저, 조용해요……!”

“……? 그래.”

정해진 방에 들어와 짐을 푸는 와중에, 신유하가 눈을 빛냈다.

“잠꼬대도, 없고……! 이도 안 갈아요!”

“그래.”

“잘, 부탁드려요.”

“내가 해야 할 말이군.”

그 순간, 내 뇌리에 잠시 퀘스트가 스쳤다.

“흠.”

지금 이 방엔 나와 신유하 둘뿐이고, 첫 타자로 적절한 것 같기도 하다.

이 녀석과는 비슷한 걸 한번 해봤으니, 어려울 것도 없지 않겠는가.

[성좌, ‘황금의 신’이 경악합니다!]

[존경해요] 키워드는 심각하게 오글거리기 때문에, 나는 나머지 둘 중에 하나를 듣기로 결심했다.

[최고예요] [사랑해요] 중에, 이왕이면 전자가 덜 민망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나는 곧장 낯짝에 화사한 미소를 걸친 뒤, 신유하의 어깨를 붙잡았다.

“유하야.”

“네……!”

“넌 최고야.”

“……네?”

“최고라고.”

신유하의 안색이 당황으로 물들기 시작했으나, 나는 원래 양심이 없으므로 말을 이었다.

“나는 어떻지?”

“……형은, 멋있어요.”

이봐, 그게 아니다.

나는 다시 한번 방긋 웃으며 천천히 말을 꺼냈다.

“넌 최고다.”

“형, 형은 멋있어요!”

신유하는 양손까지 그러쥔 채로 눈을 빛냈다.

칭찬 릴레이나 하자는 게 아니었는데.

“흠.”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나는 신유하의 어깨를 부여잡고 벼를 탈곡하듯이 털어제꼈다.

“넌 최고다. 내가 방금 뭐라고 했지?”

“최, 최, 최고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더 이상 그런 꼼수엔 넘어가지 않을 거라며 어이없어 합니다!]

쓸데없이 발전했군.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예의 없는 언행을 지적합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귀엽기만 한데 뭘 그러냐며 핀잔을 줍니다!]

정리하자면, 신유하의 자의로 그 말이 튀어나와야 한다는 뜻이로군.

이 키워드가 안 먹힌다면, 다음 키워드로 넘어가면 된다.

나는 짐을 풀며 입을 열었다.

“난 우리 팀을 사랑해. 너는 어떻지.”

저도 우리 팀을 사랑해요, 와 같은 평범한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쩐지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

“……?”

느릿하게 고개를 든 나는.

휘이잉-

신유하의 아연실색한 얼굴을 마주치고 말았다.

“딸꾹……!”

심히 놀라기까지 한 듯, 신유하가 딸꾹질을 이어갔다.

“……네, 네?”

나는 다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그룹끼리의 애정 표현은 언제 해도 부족하지.”

“저번에도 갑자기, 사랑해라고…….”

회사 비상계단에서 떴던 정신 나간 퀘스트 말이로군.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수줍어합니다!]

나는 동태와 다를 바 없어진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오해다.”

“혹, 시 저를…….”

신유하가 나를 힐끔거리며 자신의 옷을 여미기 시작했다.

이봐, 지금 무슨 상상을 하는 거냐.

“저, 는 그 형을 조, 좋아하지만 그런 쪽으로는…….”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낄낄대며 100골드를 후원합니다!]

“……미안하지만 네가 생각하는 쪽은 아니다. 내 모든 걸 걸고, 아니야.”

“네…….”

이런 미친.

딱 봐도 안 믿는 얼굴이다.

내 실책이다.

워낙 나를 잘 따르는 녀석이니, 손쉬울 줄 알았다.

적어도 이전의 그 정신 나간 키워드는 언급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방심했다.

[성좌, ‘황금의 신’이 우리 아해를 놀래키지 말라며 대로합니다!]

당장 이 어처구니없는 오해를 풀어야 할 필요가 있다.

드르륵-

나는 곧장 방문을 열고 최승하를 불러냈다.

“팀의 리더로서, 사랑한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최승하가 눈을 곱게 접으며 웃었다.

“으음? 갑자기? 저도 사랑해요~”

[사랑해요] 키워드 성공! (1/5)

메시지창이 떠올랐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런 반응을 원한 거였다.

“형, 근데 왜 불렀어요? 갑자기 제가 그리워지시기라도 한 거예으브븝븝”

달라붙는 최승하의 입을 틀어막고 방 밖으로 내쫓은 뒤, 나는 신유하를 바라봤다.

“봤지.”

생각이 많아 보이는 듯한 녀석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야, 아니라고.”

환장하겠네.

“진짜 아니다.”

“믿어요……!”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저 인간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정신 나갔군.

이 퀘스트는 글렀다.

X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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