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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49화 (149/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49화

기자 쇼케이스가 시작되기 전, 홀 앞에 모인 기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하, 오셨네요?”

“기삿거리가 없으니 이런 데라도 와야지요~ 요즘 뭐 재미난 거 없답니까?”

“김 기자님, 저는 엄연히 다른 신문사 소속입니다.”

“이 바닥은 서로서로 돕고 살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나눠 먹자는 것도 아니고, 공사다망한 유 기자님한텐 별거 아닌 정보 하나 달라는 거지. 유 기자님, 이거, 이거 하나는 알아주잖아?”

기자가 손가락 모양으로 원을 만들어 능청스레 흔들었다.

‘양심도 지랄 맞게 없는 새끼.’

유인성은 겉으로 하하, 웃으며 속으로 혀를 차댔다.

“나는 나이가 드니까 이제 뒤쫓는 건 못 하겠더라니까? 유 기자가 그런 거 하나는 끝내주게 잘하잖아.”

“칭찬 감사합니다만, 저도 요즘 비수기랍니다~”

대충 말을 회피한 유인성은 눈을 굴려 쇼케이스가 열릴 홀을 살폈다.

라이트온이라…….

요즘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는 것 외엔 별다를 게 없는 놈들.

조금 더 뜨면, 뒤를 캘 의향이 있지만 지금의 라이트온은 유인성의 관심 밖이다.

유인성은 함께 입장할, 카메라를 든 촬영 기자에게 말을 붙였다.

“이제 들어가시죠.”

* * *

“저 시, 심장이 너무나도 빠르게 뜁니다……!”

“사람은 원래 심장이 뛴다.”

“형님은 대체 언제 떠는 겁니까? 떨리는 일이 있긴 하십니까? ……세상에 떠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차윤재가 나를 보며 무어라 떠들 동안, SNS를 살폈다.

- 나 지금 걍 사시나무 됨 덜덜덜덜덜덜

- 경쟁률 무슨 일이었냐고 난 접속도 못 했다고 ㅅㅂ

- 나도 쇼케 보내 줘 제발

- 쇼케 가는 사람 질투 나서 고릴라처럼 가슴 ㅈㄴ 치는 중

실제로 쇼케이스는 티켓이 오픈되기 무섭게 매진됐다.

“흠.”

정말 반응이 오고 있긴 한 모양이지.

“근데 정말 떨리긴 하네. 꼭 무대 처음 하는 것 같다.”

류인의 말에 몇 놈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핫, 그러게요. 이쯤이면 적응될 때도 됐는데 어떻게 이렇게 매번 긴장되고 설레지?”

“팬분들이, 좋아해 주실지…….”

“유하 형, 당연히 좋아해 주실 겁니다. 저희 열심히 준비했으니까요.”

“응……!”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멤버들은 데뷔하고 겪었던 첫 무대보다 더 떨리는 것 같다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는 라이트온의 데뷔 앨범을 겪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만, 음.

떨렸다면, 아마 설렘보다는 수치심과 암담함이 뒤섞인 분노로 몸이 떨리는 거였을 거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의 음원이 짧게 맴돌았다.

“…….”

정신 건강에 좋지 않으니, 그만 생각하도록 하겠다.

나는 금세 흐려진 낯짝으로 고개를 털었다.

안 그래도 허여멀건 한 얼굴이 더 하얗게 질린 차윤재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는 이제껏 경험했던 무대 중에 가장 떨리는 것 같습니다……! 팬분들의 수가 가장 많아서 이런 걸까요? 너, 너무 떨립니다!”

나중에 연말 무대나, 콘서트에 서면 기절하겠군.

나는 대기실 바깥에 위치한 정수기에서 따뜻한 물을 떠 와 차윤재에게 건넸다.

“마셔라.”

“……! 가, 감사합니다!”

사실 긴장되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쇼케이스라는 위압감 있는 행사를 제외하고도-

MV, 무대, 음원.

이 세 가지가 한날에 공개되는데, 떨리지 않을 리 없다.

……게다가 오늘 오후 6시에 공개될 음원.

음원차트 50위 안에 들어야 하는 미션이 있는 만큼, 무척 신경 쓰인다.

솔직히 실망이 클까 봐, 별 기대 없이 어느 정도 마음을 비우고 있다.

진입 차트 50위 안에 드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진지한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등 뒤에서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처, 처, 청심환을 더 먹어야겠습니다!”

“으잉? 윤재, 아까도 먹었잖아.”

최승하의 반문에 차윤재는 가슴이 너무 떨려서 못 참겠다며 가방을 뒤적거렸다.

“……윤재야, 나도!”

익숙한 광경을 보며,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저놈들 막아라. 청심환 중독이다.”

“네.”

내 옆에 앉아 있던 한수현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터벅터벅 걸어가 단칼에 가방을 뺏더니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곤, 나를 힐끔 바라봤다.

설마 칭찬해 달라는 건가.

“……잘했다.”

짤막한 말에, 한수현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이 녀석, 좋아하고 있다…….

물론 미세하게 올라간 입꼬리로 웬만큼 자세하게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지만 말이다.

청심환이 든 가방을 뺏기고, 솜사탕을 물에 담가 버린 너구리처럼 허망한 표정을 지은 두 놈이 소파에 엎어져 앓는 소릴 내기 시작했다.

“흐어어……. 피도 눈물도 없는 놈……!”

“……너무, 떨려, 수현아…….”

청심환이 아무리 좋아도, 적당히 먹어야지.

부작용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나는 대기실 거울로 좀비처럼 돌아다니는 두 놈을 바라보다가, 작게 혀를 차며 매니저가 건네준 아메리카노를 들이켰다.

그 순간이었다.

띠링!

눈앞에 메시지가 떠오른 것이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에게 호의를 베풀지 말지 고민합니다.]

“……?”

난데없이 떠오른 메시지에 물음표를 띄우자, 띠링 소리가 연거푸 울려 퍼졌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한 성좌의 비좁은 아량에 혀를 찹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발끈하며 본신은 누구보다 아량이 넓다고 주장합니다!]

뭐 하는 새끼들인지 이젠 감도 오지 않는다.

하지만 불손한 내면과는 다르게 공손한 낯짝을 걸친 나는 빛나는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반짝반짝…….

내가 미치지 않은 이상, 이걸 거절할 리 없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옹졸한 한 성좌를 비난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본신은 옹졸하지 않다며 한 성좌를 째려봅니다!]

잘들 노는군…….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에게 대기실 바깥으로 나갈 것을 명합니다!]

우선 시키는 대로 해볼까.

드르륵-

대기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자마자, 내 동공이 미약하게 커졌다.

“……!”

공중에 미약한 빛줄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제 놀랍지도 않다.’

……심지어 약간, 화살표 모양을 띠고 있었다.

“저기로 가라는 건가.”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나는 조용히 길을 따라갔다.

긴 복도를 건너고, 왼쪽으로 꺾고, 갈라진 길에서 오른쪽.

그리고 또 왼쪽.

빛줄기는 점점 더 음습한 곳으로 나를 이끌었다.

“대체 어디까지 가려고.”

홀로 중얼거리며 빛줄기를 따라가던 그 순간이었다.

스륵-

곧 꺼질 촛불처럼 작게 일렁이던 빛줄기가 어느새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여긴 어디지.’

우두커니 따라 걷다 보니 생각보다 먼 길을 걸어와 버렸다.

“이거 원, 미아도 아니고.”

나는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주위를 둘러봤다.

스태프는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 없을 것 같은, 건물의 지하로 향하는 입구.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자신의 권능(權能)으로 당신의 기척을 없애줍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본신이 마련해 놓은 것에 숟가락을 얻는 행태에 발끈합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낄낄댑니다!]

나는 시끄럽게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손으로 휘휘 내저었다.

빛줄기가 사라지기 전, 가리킨 방향은 분명 이 아래였다.

게다가 기척까지 지워준다니.

‘뭐가 있기에?’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퀴퀴한 먼지 냄새가 가득한, 지하로 발을 내디뎠다.

얼마나 걸었을까,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이런 곳에, 누가 있다고?

나는 조용히 숨을 죽이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무대용으로 딱딱한 굽이 있는 워커를 신은 상태였는데 소리는 무슨, 마치 발이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아무런 기척이 나지 않는다.

‘신기하군.’

소리의 근원지에 가까워지자, 내 눈엔 이채가 깃들기 시작했다.

‘오호라.’

* * *

“……! 여기 잠깐만 기다리세요.”

옆에 앉은 촬영 기자에게 말을 내뱉은 유인성이 다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 그에겐 듣보 아이돌 따위의 쇼케이스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히힛.”

걸음을 옮기는 동안에도 자꾸만 웃음이 배어 나왔다.

그 월척이 드디어 걸렸구나!

사람이 없는 곳을 찾던 유인성의 눈에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들어왔다.

휙! 휘익!

“아무도 없지? 그럼, 이런 데 있을 리가 없지~”

자신의 명의로 개통된 게 아닌, 세컨드 스마트폰을 움켜쥐고 지하로 향한 유인성은 큼큼, 헛기침을 한 뒤 목소리를 바꿔 전화를 받았다.

발신인은 BK Entertainment의 아티스트를 관리하는 부서였다.

“예. 복사본이 있을 리가 없죠. 원본입니다.”

자신이 듣기에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위조된 목소리였다.

‘이걸 누가 알아채겠어?’

유인성, 이 똑똑한 놈.

“입금해 주시면 원본 바로 보내 드리고, 제 쪽에선 삭제하겠습니다. 트웰브는 아직 그, 상태가 위태위태한데 신인 여돌이랑 열애설이라니~ 이건 안 될 말이죠.”

아직 마약 사건의 여파가 가라앉지도 않은 시점에서, 열애설까지 합쳐지면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게 뻔했기에 BK는 역시나 자신의 예상대로 움직였다.

유인성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관리하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컴백도 얼마 안 남았죠? 이거, 이거 연락이 하루만 늦으셨어도, 아쉬운 대로 기자한테 팔아먹으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좋으십니다.”

그 기자는 나다, 이 바보들아.

유인성은 간신배 같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예, 예, 예, 그럼요, 그럼요. 다 명심했습니다. 뭐, 연애가 범죄인가요? 젊은 친구들이 그럴 수도 있지. 이해합니다. 원본이 담긴 USB도 퀵으로 보내 드릴게요. 당연하죠. 예, 예. 그럼 끊겠습니다.”

툭-

“으히히히.”

유인성의 입매 밖으로 웃음이 연신 삐져나왔다.

그도 그럴 게, 이렇게 큰 수확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비수기가 아니라 극성수기다, 이거야~”

일 년에 두어 번쯤? 이렇게 특종 중 특종은 회사에 넘기지 않고, 자신이 거래했다.

어차피 회사에 바쳐봤자, 기사로 터뜨리거나, 소속사와 거래 후 뒷돈을 챙기곤 한다.

연예부 기자 나부랭이로 명성 쌓아봤자, 기레기일 뿐.

어차피 결과는 같을 거, 이렇게 뒤에서 스스로의 잇속을 챙기는 게 훨씬 낫단 말씀!

“히히.”

BK에 보낼 원본을 최종 확인차 재생한 유인성은 방긋 웃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 트웰브는 아직 그, 상태가 위태위태한데 신인 여돌이랑 열애설이라니~ 이건 안 될 말이죠.

“……!!”

이건 자신의 목소리.

그러니까, 방금 BK와 통화를 나눴던 자신의 목소리다.

귀신이라도 마주친 듯, 화들짝 놀란 유인성이 고함을 질렀다.

“누구야!”

……대체 누가 녹음을?

분명 아무도 없었는데……!

오소소.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유인성의 온몸에 소름이 돋아올랐다.

- 연락이 하루만 늦으셨어도, 아쉬운 대로 기자한테 팔아먹으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좋으십니다.

‘X됐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삐질삐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떤 새끼야! 나와!”

분명 발소리는 아무것도, 안 들렸는데?

기자 생활하며 기척 파악하는 데는 도가 텄다.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를 만큼 맹탕이 아니란 소리다!

스윽-

천천히 몸을 돌린 유인성은 한 기둥을 바라봤다.

소리가 나오는 쪽은 자신의 뒤쪽이었다.

……그러니까 이 커다란 기둥 뒤에, 누군가가 있다는 소리다.

꿀꺽……!

침을 느릿하게 삼킨 유인성은 기자 쇼케이스 출입증인 명찰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타앗-

매가리 없이 풀린 출입증을 주머니에 구겨 넣은 유인성이 비릿하게 웃었다.

이것만 없으면 내가 기자인 걸 누가 알겠어?

그리고 입막음도 생각해 보니 별거 아니다.

‘돈을 나눠준다고 하면 입을 다물지 않겠어?’

이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설령 자신의 정체를 아는 이여도 딜을 걸어서 입막음하면 그만.

다른 얼빵한 기자 놈들과 다르게, 자신은 손익계산과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이다.

‘후우.’

숨을 크게 들이켠 유인성은 입을 열었다.

“저기요,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일단 나와보십시오.”

“…….”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자, 유인성은 확신했다.

‘아하~ 이 새끼 얼치기구나.’

목소리에 위압감을 담은 유인성은 피식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지금 겁내시는 겁니까? 허, 참. 내가 어이가 없어서.”

유인성은 어깨를 들썩거리며 입을 나불거리기 시작했다.

기둥 뒤에 있는 게 누구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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