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53화 (153/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53화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지금 설마 긴장한 거냐며 낄낄댑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며 수군댑니다!]

“지금 시각은 6시 57분, 진입 순위 공개 3분 전입니다!”

진행자의 멘트에,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큰 기대를 안 한다지만-

……목숨이 걸린 미션인데 떨리지 않을 리 없다.

오후 6시 정각,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그런고로, 3분 뒤 7시 차트에서 이번 앨범의 진입 성적이 결정된다는 뜻이다.

유입된 팬의 수도 상상을 초월하는 데다가, 인지도 자체가 가파르게 상승했기에 도무지 순위를 예상할 수 없다.

‘……욕심내서, 60위 정도로 진입하면 좋겠는데.’

그렇게 되면, 운이 따라줄 경우 이번 앨범에서 미션을 클리어할 가능성도 있다.

“라이트온 여러분, 떨리시나요?”

나는 진행자의 물음에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곁눈질로 주변을 살피니, 차윤재는 거의 헤드뱅잉 수준으로 머리통을 위아래로 흔들고 있었다.

“자, 리더님! 원하시는 진입 순위가 있으십니까?”

샤라락!

곧장 가식적인 낯짝을 걸친 나는 화사하게 웃었다.

“차트에 들든 안 들든, 오늘 너무 행복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은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연히 거짓말이다.

방금 저 말은 진심이 한 톨도 담기지 않은, 완벽한 허언이니까.

목숨이 걸려 있는 데다가, 한번 살고 싶다고 자각하니 사람이 굉장히 간절해지더라.

현재 라이트온은 망돌치고 가파르게 주가를 올리고 있으니 차트에 못 들 리는 없을 테지만, 만에 하나 못 든다면?

숙소에 틀어박혀서 혼자 울 거다.

제발 60위.

아니면 70위라도…….

나는 웃는 얼굴 아래로 간절히 기도했다.

“하하하, 팬 여러분들도 떨리시는 모양입니다. 자 이제 50초 정도 남았는데요. 10초가 남은 순간부터 저희 다 같이 카운팅해 볼까요?”

나는 낯짝에 은은한 미소를 걸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자, 15초 남았습니다. 이제 10초! 10! 9! 8!”

진행자의 카운팅을 따라, 팬들이 목소리를 높여 숫자를 세어나가기 시작했다.

긴장감에 심장이 느릿하게 박동했다.

“4!”

“3!”

“2!”

“1!”

팬들의 카운팅 소리가 끝나고, 홀엔 정적이 흘렀다.

스마트폰이 없는 우리는 그저 두리번거리며 눈치를 살필 뿐이었고, 순위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모양인지 팬석에서는 스마트폰 화면이 반짝이고 있었다.

사아아-

그리고 가장 놀라움을 삼키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나였다.

‘……?’

카운팅과 동시에, 그러니까 아마도 7시 차트가 갱신됨과 동시에.

축하합니다! 미션 클리어!

성공 보상으로 10,000골드가 지급됩니다.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YES]◀

[NO]

이런 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렇게 진입 차트로, 50위 안에 들어갈 거라고는 절대…….

목숨을 연명했다는 안도감도 분명히 차올랐지만, 그보다는 놀라움이 더 컸다.

‘정말, 예상도 못 했다.’

나는 조용히 주변을 둘러봤다.

아직도 홀 내는 정적에 휩싸여 있었고, 멤버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음표를 띄우고 있었다.

그리고 진행자의 입이 열렸을 때, 현장은 초토화됐다.

“35위! 35위, 차트인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악!!”

홀이 떠내려갈 듯, 팬들의 어마어마한 함성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멤버들의 입이 벌어졌다.

“마, 말도…….”

“울지 마아아악!!!”

차윤재의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흘러내리자, 팬석에서는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이고, 아이고, 우리 윤재 또 울어.”

최승하가 익숙하게 티슈를 건네받아 차윤재를 부둥켜안았다.

……사실, 차윤재와 신유하의 눈물 바람은 미션 클리어 창이 떴을 때부터 예상했다.

예상치도 못했던 건 바로 저쪽이다.

한수현의 눈에서 눈물이 미친 듯이 흘러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

신유하는 류인이 챙기고 있었고, 한수현의 옆자리인 나는 다급히 일어나 티슈를 받아 들었다.

한수현은 티슈 서너 장을 뽑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닦…….

파바박!

눈가 메이크업을 공들여 했다면 샵 스태프한테 등짝을 얻어맞았을 게 분명한 모양새로 눈을 벅벅 닦아낸 한수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고갤 들어 올렸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울지 마! 울지 마!”

팬석에서 단합해서 ‘울지 마’ 세 글자를 복창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는 놈한테 울지 말라고 다독이면 그칠까?

……아니다.

더 서러워진다.

“……끄흡, 흐어어어엉.”

차윤재는 거의 오열 수준으로 눈물을 빼내고 있었고, 신유하는 역시나 음소거로 몸만 들썩이며 바짓자락을 적시고 있었다.

그리고 한수현은 아예 의자를 빙글 돌려 등을 돌린 채로 티슈를 적시고 있었다.

“이거 어떡해요. 라이트온 멤버분들은 정말 상상도 못 했던 결과인가 봅니다.”

진행자가 짓궂게 차윤재를 빤히 바라보며 질문을 날렸다.

“……흡, 끅, 저, 전혀, 상상도, 흐흡.”

말을 다 잇지도 못하는 차윤재를 대신해 마이크를 올린 건 류인이었다.

“어…….”

잠깐의 뜸을 들인 녀석이 입술을 달싹였다.

“솔직히 정말 예상도 못 했어요. 어, 음. 사실 아직도 안 믿겨요. 저희 몰래카메라, 아닌 거죠?”

자신도 말문이 막히는지 잠깐 마이크를 내려 숨을 몰아쉰 류인이 말을 이었다.

“……힘든 것보단 설렘이 더 컸거든요. 다른 애들도 같을 거예요.”

나는 곧장 류인의 말을 받아쳤다.

“맞아요. 색다른 무대를 팬분들께 보여 드릴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좋았어요. 저도 사실 류인이 말대로 아직 안 믿기는데…….”

안 믿기는 건 사실이다.

진입부터 35위라니.

……이건 예상 밖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스위치, 고마워요.”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함성 소리 끝에, 마이크를 든 진행자가 멘트를 이었다.

“이거, 라이트온과 스위치 서로가 [고마워요] 하는 상황, 이거 뭔가요. 이게 진정한 이심전심인가요? 자, 이제 스위치가 맡겨놓은 게 하나 있죠~ 바로~”

……곧바로 우리는 눈물 젖은 애교릴레이를 하게 됐다.

특히 차윤재와 신유하가 끅끅대면서 한 애교의 반응이 강렬했다.

하지만 비웃을 수 없었다.

눈물겹게도 내 순서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수현과 나만이 남아 있다는 소리다.

진행자가 스케치북에 써 둔 애교 멘트를 따라 하면 되는 것이었다.

자신의 멘트를 본 한수현이 눈을 질끈 감더니, 이내 드문드문 입을 열기 시작했다.

“흐, 움, 수현이, 치즈…….”

톡톡

내가 팔을 건드리자, 한수현이 고개를 까딱이며 나를 바라봤다.

“……? 띠드 버거라고 해야지. 저기 띠드라고 적혀 있잖아.”

내 정정에 이를 바득 간 한수현이 심호흡을 한 뒤, 다시 입을 열었다.

“……띠, 드 버거 사주세요~”

“와아아아아아악!”

그리고 나는 그 업보를 곧장 돌려받게 된다.

[해온이 꿍꼬또. 기싱 꿍꼬또.]

“…….”

스케치북에 쓰여진 글귀에 실시간으로 할 말을 잃어버렸다.

다른 놈들은 죄다 관객석을 향해 3연속 윙크, 기껏해야 볼을 부풀리며 주먹을 가져다 대는 거였다.

난해해 봤자, 한수현 정도를 생각했는데.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미리 관람료를 지불한다며 100골드를 후원합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낄낄댑니다!]

“…….”

나는 아이돌이다.

나는 아이돌이다.

나는 아이돌이다.

3번 정도 자기암시를 건 후에야, 나는 말문을 뗄 수 있었다.

“해, 해온이.”

질끈!

1분 뒤, 나는 모든 이들의 놀림감이 되었다.

“으하핫, 우리 형 무슨 귀신 꿈을 꿨길래~? 아주 안색이 창백하네~”

“……푸하하! 엄청 무서운 꿈을 꾸신 게 분명합니다!”

이제 눈물을 그친 차윤재까지 합세했다.

싱긋…….

관객석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개를 틀어 멤버 몇 놈을 빤히 응시하자, 놈들의 입이 곧장 다물렸다.

“자, 이제 대망의 마지막! 오늘 이 쇼케이스에 참석하신 여러분, 뮤직비디오 말고 보실 게 남았지 않으십니까? 라이트온의 , 지금 바로 만나보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악!!”

어마어마한 함성과 함께 시작된 무대는 순식간에 끝이 났고, 나는 놀란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

무대가 끝나기 무섭게, 처음 보는 종류의 메시지가 다발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으로 신도를 만났습니다!]

[다수의 신도가 깊은 감명을 얻습니다!]

[포인트 정산 중…….]

[Loading…….]

……포인트?

특성 아래에 존재하던 P가, 추측대로 포인트였던 모양인데.

[성좌, ‘황금의 신’이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다수의 성좌들이 속닥거립니다!]

동시에 시끄러울 정도의 띠링 소리와 함께, 성좌들의 메시지도 연거푸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그것들을 힐끔거리다가, 이내 시선을 거뒀다.

‘……지금은 여기에 집중하고 싶다.’

곡의 마무리와 동시에 어둠이 찾아온 무대 위.

주위를 둘러보니, 멤버들의 얼굴엔 열기가 가득 차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악!!”

잠깐의 정적 끝에, 무대 아래에서도 우릴 덮칠 만큼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앵콜! 앵콜! 앵콜!”

누군가가 시작한 앵콜에, 다른 이들이 입을 모으며 어느샌가 거의 모든 이들이 외치고 있었다.

스태프들은 팔로 엑스자를 그리며 의사 표현을 했고, 그걸 캐치한 진행자가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여러분, 즐거우셨나요? 아쉽게도, 벌써 시간이 훌쩍 지났어요. 이제는 라이트온과 작별할 시간입니다. 내일부터 TV에서 볼 수 있겠지만요!”

적절한 유머 섞인 대답에, 팬들은 아쉬워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타앗-

무대 위에서 멤버들의 시선이 맞부딪혔고, 나는 웃으며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그럼, 한 곡 더 해볼까요?”

“조, 좋습니다! 하고 싶습니다!”

“나도 좋아, 여러분은요?”

류인의 물음에, 무대 아래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좋아’로 추정되는 단어였으나, 비명과 환호로 뒤섞여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아래에서 스태프가 정색하고 있었으나, 알 반가.

어차피 예상했던 시간은 지났고, 쇼케이스에서 이전 곡을 하는 건 흔치는 않아도 종종 있는 일이다.

나는 조금 젖은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입꼬리를 올렸다.

미션이 해결돼서인지, 아직 이해는 가지 않지만 내게 대가 없는 무한한 애정을 주는 이들 앞에 서 있는 탓인지.

지금 나는, 아무래도.

……즐거운 것 같다.

스태프에게서 사인을 받은 건지, 진행자가 밝게 웃으며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자! 그럼 라이트온의 을 마지막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악!”

끊임없는 함성 소리와 함께 앵콜 무대도 끝이 났다.

연달아 진행된 무대에, 폐부가 한계까지 팽창했다가 줄어들기를 끊임없이 반복했다.

“후…….”

흥분감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진행자가 마무리 멘트를 쳤고, 퇴장 사인이 들어왔다.

팬석을 향해 허리를 숙이는 순간이었다.

두근!

“……?”

갑작스러운 통증에, 나는 가슴께를 움켜쥐었다.

두근!

이상하다.

뭔가, 잘못됐다.

나는 다급하게 눈을 굴렸다.

여기선, 여기선, 안 된다.

두근!

심장이.

……아니.

이건 심장이 아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몸이 울리는 거다.

……마치 영혼이라도 분리되려는 듯이.

두근!

몸이 울릴 때마다, 흐릿해진 시야가 여러 개로 조각처럼 나눠져 어지러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둔탁하고도 강렬한 고통에,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멤버들은 퇴장이 아쉬운지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고, 나는 곧장 등을 돌렸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백스테이지를 향했다.

당장이라도 쓰러져 버릴 것만 같다.

……시야가 잔뜩 뭉개져,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입안 여린 살을 콰득, 깨물자 비릿한 맛과 함께 잠시나마 시야가 트인다.

‘버텨, 자연스럽게 행동해.’

관객석과 무대에서 보이지 않을, 어두운 공간으로 몸이 들어간 순간.

주르륵-

양쪽 코에서 붉은 선혈이 흘렀다.

“……아.”

몸의 중심이 무너짐과 동시에.

시야가 그대로 점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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