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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59화 (159/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59화

그 시각, 물밑에서는 논란이 부풀고 있었다.

[남돌은 조금 뜨기만 하면 다 넹글 돌아버리는 것 같냐 ㅋㅋ]

라이트온 반응 오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 지랄임?

태도 무슨 일이냐고 ㅎㅎ

(영상)

화질 흐려도 보일 거 다 보이지?

혼자 퇴장하는 거 ㅅㅎㅇ임

빠들은 계속 쇼케 끝나고 그런 거라고 쉴드 치는데 지랄 금지

다른 멤버는 인사하는데 혼자 나간 게 자랑임?

논란의 시초가 된 이 영상은 쇼케이스에 참석한 이가 촬영한 것이다.

악개, 즉 악성 개인 팬이 말이다.

사실 개인 팬은 어딜 가나 있을 정도로 당연하고, 흠이 아니다.

사람이 어떻게 모든 멤버를 좋아하겠는가.

문제는 악성 개인 팬의 존재다.

라이트온은 기적과도 다름없는 전원 비주얼 포지션에, 멤버별 인기 척도도 나름 밸런스 있게 분포되어 있었다.

이 덕에 팬덤의 유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반대로 악성 개인 팬들의 기 싸움도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었다.

거의 모든 팬덤이 그렇지만, 악개는 인기 많은 멤버들 위주로 생성된다.

하지만 라이트온은 거의 전 멤버에게 생성되며, 격렬한 기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 해궁이가 맨날 하이라이트 파트 독점하는 거 ㅈㄴ 꼴 보기 싫네 진짜ㅋㅋㅋ 개짜증나ㅜ 우리 애한테 그 파트 반의반만 줬음 좋겠네

- 저 프사들은 맨날 해1오니 머리채만 잡네 진짜 한심 그 잡채

이 논란 역시, 성해온을 곱게 보지 않는 개인 팬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문제는, 라이트온을 눈엣가시로 보는 이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점이다.

경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굵직한 팬덤부터.

라이징의 낌새를 보이는 라이트온의 싹을 자르고 싶어 하는 이들까지.

그런 이유로, 논란은 빠르게 확산된다.

- 울 해궁이 머뷔 2년 차에 벌써 연예인병 왔누

- 해궁이 관상부터 쎄~ 함

- 걍 랕궁이들은 멸망시켜야 됨 분수도 안 맞게 개나대자너

- 이번 음원 사재기일 수도 ㅎ

└ 가능성 있음 ㅋㅋㅋ

이 기회를 타, 라이트온의 이례적인 음원 순위를 조작으로 몰아가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물론, 라이트온 팬덤이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 쇼케이스 참석했던 사람인데, 쇼케 다 끝나고 나서 퇴장한 거고요. 애 안색도 안 좋아 보였습니다. 제발 이상한 루머 생성하지 말아주세요.

- 나대네ㅋㅋㅋ 저 새끼들 하는 말만 들으면 쇼케 중간에 박차고 나간 줄 알겠음 아주

- 해온이만큼 팬들 잘 챙기는 애 없어요 유언비어 퍼뜨리지 마세요

하지만 논란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 누가 쇼케 끝난 거 모름? 다른 애들은 인사하고 있는데 혼자 처나간 게 아니꼽다는 거지 ㅋㅋ 아무리 컨디션이 안 좋아도 눈치 안 챙김?

이런 상황에서 몇몇 발 빠른 렉카 계정들의 주목까지 쏠렸다.

이들의 단골 소재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빠혐으로 비롯된 태도 논란.

요즘 언급량이 늘은 라이트온인 데다가, 소재까지 알맞은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조회 수가 꽤 잘 나올 거라는 소리.

렉카들은 실시간으로 해당 논란을 짜깁기한 뒤, 자극적인 편집과 함께 내보내기 시작했다.

[라이트온 성해온, 벌써 연예인 병? 팬들은 ATM기계가 아니랍니다!]

[열받은 팬이 공개한 라이트온 논란 ㄷㄷ;; 화제의 남돌 빠혐 논란 총정리!]

제목부터 이런 식으로 나왔다면, 어떤 내용일지는 안 봐도 뻔하지 않은가.

* * *

“……!”

밀려오는 구토감에 선잠에서 깨어난 나는, 나와 신유하 둘만이 사용하는 욕실로 향했다.

솨아아-

혹시라도 자고 있는 신유하에게 소리가 들릴까 물을 튼 다음, 변기를 붙잡았다.

“……우욱.”

헛구역질을 해봐도, 나오는 건 없었다.

그저 투명한 위액만이 꾸역꾸역 나올 뿐.

“우, 으읍,”

누군가가 내 안에서 난도질을 하고 있는 것처럼, 속이 뒤틀렸다.

제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나는 몇 번 더 헛구역질을 시도하다가, 이내 타일 바닥에 반쯤 쓰러졌다.

……지금 이 상태론 몇 시간 뒤 있을 사녹을 소화하지 못한다.

와중에도 구토감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우윽.”

대가리가 핑글 돈다.

나는 더 이상 아무런 생각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통증의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는 것만 느껴졌다.

체력 스탯을 올리지 않았더라면, 회까닥 기절했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차라리, 차라리 누워 있는 게 낫겠어.’

나는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이끌고 방으로 향했다.

울렁.

“……웁.”

또다시 치밀어 오른 구토감에 손으로 입을 텁 막은 순간, 침대 머리맡에 놓인 스마트폰이 반짝였다.

다시 욕실로 향한 나는 타일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메시지를 확인했다.

[걱정돼서 연락했어요.]

……의현?

해외에 있는 놈이, 왜 갑자기 나한테 문자를.

“우윽, 씹.”

생각할 틈도 없이 왈칵 올라오는 역겨운 구토감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때, 타일에 던져놓은 스마트폰이 다시 한번 반짝였다.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 텍스트 일부가 눈에 들어왔다.

[이런 건 금방 지나가기 마련이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죠?]

……무슨?

꼭, 무슨 일이라도 터진 것처럼.

울렁.

“우, 읍, 흐으…….”

정신이 흐려질 정도로 통증이 몰려왔다.

나는 잘게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SNS에 접속했다.

꽤 커다란 논란으로 번졌기에, 굳이 찾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금세 알 수 있었다.

“……아.”

평소였다면, 논란의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아냈겠지만 지금은.

“아, 우웁. 욱.”

머리를 변기에 처박은 나는 다시 헛구역질을 이어갔다.

“하아, 하아…… 읏.”

이제 숨까지 막히는 기분이다.

누가 내 목을 조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울렁거림이 더 극심해졌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메시지를 읽고도 답이 없으니, 스마트폰은 계속해서 반짝였다.

미안하지만 이제 텍스트를 읽을 힘도 남지 않았다.

그 순간, 전화가 울렸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자, 들려오는 목소리는 익숙한 것이었다.

- 괜찮아요?

나는 혹시 소리라도 새어나갈까, 나머지 한 손으로 입을 막은 채 헛구역질을 삼켰다.

- ……해온아, 괜찮아?

X발, 말 놓지 말라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겐 이 짧은 말을 할 기력도 남지 않았다.

말을 고르는 듯, 한참 정적이 흐른 뒤 수화기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오늘은 스마트폰 보지 말고, 녹화장에서도 괜히 움츠러들지 마.

실제로, 이런 논란이 터지고 팬들의 시선을 신경 쓰다가 공황장애가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더라.

아무래도 그걸 걱정하는 모양.

그럼 뭐 해? 이미 논란은 터졌는데 말이다.

게다가, 이건 변명할 수도 없었다.

내가 쇼케이스장에서 도망치듯 나온 건 맞으니까.

물론 후회 없는 선택이다.

거기 가만히 있었으면, 연예 1면을 장식했을걸.

하지만 원인 제공자가 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정말 최악이다.

첫 정규 앨범, 성공적인 첫걸음.

여기에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이 몇인데, 내가 다 망친 기분이다.

‘아니, 망친 게 맞지.’

죄책감이 속절없이 올라와 기분 나쁘게 꿈틀거렸다.

의현이 계속해서 무어라 말을 하는데,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진이 다 빠져 버려, 늘어진 상태에서 짤막한 말만이 선명하게 들려왔다.

- 도와줄까?

평소였다면, 개수작 부리지 말라며 무시해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지금은, 대가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 이건 다 내가 제정신이 아닌 탓이다.

“……맘대로 해.”

뚝.

나는 곧바로 전화를 끊고, 스마트폰을 아무렇게나 던졌다.

우선, 이 빌어먹을 통증부터 어떻게 해야 한다.

“……흐으.”

눈물 때문에 시야가 불투명했다.

약이나 휴식 따위로 사그라들 통증이 아니란 건, 내가 제일 잘 안다.

나는 제대로 떠지지도 않는 눈꺼풀을 억지로 끌어 올리며, 골드 상점에 접속했다.

[넥타르 포션(1%)]

신약(神藥) 넥타르가 1% 함유되어 있는 신비로운 포션!

▲ 일회성 아이템

▲ 넥타르 함유량에 따라 지속 기간/효과 차등

▲ 포션의 효능을 상회하는 질병/부상/통증은 완벽하게 치유 불가

나는 눈에 들어온 아이템을 재고 따질 겨를도 없이 구매했다.

아이템을 적용하자, 순식간에 통증이 줄어든 몸이 노곤해졌다.

“……피곤해.”

중얼거리듯 내뱉은 말과 동시에, 시야가 감겨왔다.

* * *

“……형!”

욕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룸메이트인 신유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 아요?”

욕실 문에 기댄 채로 눈을 뜬 나는, 서둘러 스마트폰을 살폈다.

2시간 정도가 흘러 있었다.

여기서 그대로 졸아버린 모양이지.

나는 곧장 몸을 일으켰다.

아직도 몸 상태가 좋진 않다만, 아까만큼은 아니다.

나는 곧장 괜찮다고 대답한 뒤, 거울을 응시했다.

……꼴이 말이 아니군.

식은땀으로 푹 젖은 꼴이, 이대로 나갈 수는 없겠다 싶어 세면대에 얼굴을 박았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칼을 수건으로 훑은 뒤, 욕실 문을 열었다.

어지간히 걱정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안절부절못하던 신유하가 나를 살폈다.

“형, 어디 아, 픈 건…… 안색이.”

이 녀석이 보기에도 꼴이 말이 아닌가 보군.

하지만 볼품없는 안색과 달리, 몸은 나름 살 만하다.

나는 신유하의 머리칼을 흩트린 뒤, 곧장 방으로 돌아갔다.

논란을 살피기 위함이었다.

이제 머리가 조금 차가워졌으니, 해결책을 강구해야만 했다.

“……!”

내 동공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현재 해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밀리어스.

그러니까, 한국 시간으로 새벽 한 시.

미국 시간으로 점심쯤일 때, 의현이 호텔에서 팬들과 소통하는 라이브를 켠 것이다.

[시차는 나름 적응됐어요. 밀러스 보고 싶어서 라이브 켰죠.]

[룸메는 없어요. 혼자 쓰고 있거든요. 요즘 근황이요? 밀러스 분들은 알 텐데, 제가 멤버들 빼고는 친구가 없잖아요. 근데 최근에 생겼어요.]

[으음, 말해도 될까요? 허락을 안 맡았거든요.]

의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논란을 알고 언급한 건지, 아닌지 모를 만큼 자연스럽게 말이다.

[아하하, 해온이랑 언제 친해졌냐고요? 맞아요. 저번에 친해지고 싶다고 했었죠? 제가 들이댔어요. 본받을 게 많은 동생이거든요.]

그러면서, 다른 스마트폰을 꺼내 저번 카페에서 찍은 셀카를 화면에 가져다 댔다.

‘……기어코 안 지웠었군.’

[이때도 연습 바쁘다면서 절 두고 가는 거 있죠? 음, 이번 라이트온 후배님들 노래 당연히 들어봤어요. 좋던데요?]

현재 생성된 논란은, 태도로 비롯된 논란.

사실 아무리 밀리어스여도, 평소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면, 이런 언급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의현은 연예계에서도 유명할 정도로 결점 없는 이미지.

인간이란 단순해서, 이런 사람이 보증하는 사람에겐 미약한 신뢰를 품게 된다.

[신인의 그건 달라도 다르더라고요. 하지만 질 수 없지. 저도 열심히 해서, 이른 시일 내에 밀러스 보고 싶어요. 하하, 물론 지금도 밀러스 보고 있지만. 아, 점심은 아직 안 먹었어요. 밀러스는 뭐 먹었어요?]

이 찬스를 놓치지 않은 팬들은, 라이트온의 팬사랑과 평소 성해온의 행실에 대한 내용이 담긴 글을 올리며 여론을 뒤집었다.

한 번 화력이 붙기 시작하자, 논란을 내세우던 계정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종적을 감췄다.

- 다들 갑자기 아가리 싹 닫는 거 ㅈㄴ 코미디네 강약약강의 표본이셔요

- 뜰 것 같으니까 별 날파리 같은 것들이 다 붙네 진짜

- 라이트온 진짜 떴다 성적으로 볼 것도 없음 저 정병들이 그냥 인간지표들임 ㄹㅇ

상황을 살핀 나는, 한숨을 삼켰다.

최대한 엮이기 싫었는데, 도움을 받아버렸다.

그것도 꽤 큰 도움.

사실 파고들면 이게 억지 논란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만, 지금이 라이트온의 컴백 첫 주라는 게 중요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어그로성이 짙은 잡음이 생긴다면, 그것만큼 타격받는 일도 없으니까.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아는 사이가 되어버렸군.

제대로 말린 기분이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에게 공감하며, 위로를 건넵니다!]

나는 혀를 차며, 작게 중얼거렸다.

“쯧, 이럴 거면 CF 받았지.”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뒷목을 부여잡습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흐뭇한 미소를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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