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60화 (160/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60화

“……형, 괜찮아요? 안색이 너무 안 좋은데.”

나는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뭐, 피곤해서 그렇지. 너희 안색도 안 좋아.”

“하핫! 그래요? 하긴~ 애들도 요새 많이 못 잤으니까.”

내 어깨에 팔을 걸친 최승하가 말을 이었다.

“근데 내가 봤을 때, 형은 스마트폰을 줄여야 해. 그거 때문에 피곤한 거야.”

끄덕! 끄덕! 끄덕!

멤버들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위아래로 주억거리기 시작했다.

아하.

이 녀석들, 내가 잠든 사이 불거졌던 논란을 알고 있나 본데.

그럼 해결됐다는 것도 알 텐데, 혹시라도 내가 상처받을까 봐 이러는 모양이지.

하여간, 순해 빠진 놈들.

“해온 형은 스마트폰을 아주 많이 보는 경향이 있으시니,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멤버들끼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좋겠네요.”

“마, 맞습니다! 저희 밴에서 끝말잇기라도 하는 건 어떨까요? 아니다. 오늘을 스마트폰 없는 날로 지정하는 겁니다.”

“음, 아이디어 좋은데? 그럼 우리 오늘 다 스마트폰 숙소에 두고 갈까.”

“류인 형님은 어제도 깜빡하고 스마트폰을 두고 가시지 않으셨습니까! 나 참. 하여튼 간에 이렇게 덜렁대셔야, ……가 아니라.”

평소와 같이 잔소리를 이어가다가, 번뜩 정신을 차린 걸로 추정되는 차윤재가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 좋습니다! 스마트폰을 두고 갑시다!”

나는 피식 웃으며 등을 돌렸다.

“다 봤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

“보다시피 멀쩡하니까. 해결도 됐고.”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멤버들이, 마치 새끼 오리들처럼 내 뒤를 졸졸 따라왔다.

매니저가 대기 중인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와중에도.

반짝반짝…….

굉장히 부담스러운 시선이 닿았다.

“그럼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형님은 의현 선배님과 언제 친해지신 겁니까? 분명 이전엔 저희에게베벱.”

나는 밴에 있던 빵을 차윤재의 입에 욱여넣었다.

“형밈머무하십미다!”

멋진 사회인의 법칙 제1장.

할 말 없을 땐 일단 웃어 보여라.

싱긋…….

내가 만면에 미소를 띠자, 멤버들이 필사적으로 시선을 피하며 다른 소리를 시작했다.

조수석에 앉은 나는, 매니저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붙였다.

“어제 연락을 못 받아서 죄송합니다.”

“주무시나 보다, 했어요. 일은 다 처리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행이군.

내가 부탁한 일인데, 정작 연락을 못 받다니.

이건 저번 주쯤부터 기획한, 팬들을 위한 이벤트다.

사실 금액에 관련된 건 내가 처리하고, 이름만 같이 올리고 싶었으나…….

- 형님! 그럴 수야 없습니다. 다, 당장은 돈이 없지만 정산을 받자마자 갚도록 하겠습니다!

- 오! 너무 좋은 생각인데요? 저도 참여할게요.

- 저도 참여, 시켜주세요……!

- 나도 꼭 하고 싶어.

- 해온 형은 역시 남들과는 다르시군요. 저도 좋습니다.

이렇게 나오더라.

- 그럼 정산 끝나고 줘. 그때 받을게.

말은 이렇게 했다만, 절대 안 받을 거다.

이 녀석들의 코 묻은 돈을 뺏을 생각 따윈 없으니까.

그리고 금액을 말하는 것 자체가 이 녀석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게 뻔해서, 나는 금액을 한껏 내려쳐서 말했다.

사회 경험도 없는 놈들이, 이런 단가를 자세히 알 리 없으니.

- 으하하, 이 형은 정말 착한 그짓말쟁이네! 저도 몰래 같이 낼게요. 어때요?

- 해온 형, 저희를 위해 그렇게 말씀해 주신 거겠죠? 따뜻한 마음에 감동받았습니다. 가족이란 역시 이런 거군요. 당장 지금은 없지만 정산받으면 꼭 갚을게요.

근데 이 두 놈은 알아채더라.

‘쓸데없이 눈치만 빨라 가지고.’

* * *

“안녕하세요, 라이트온입니다!”

“안녕하세요, 라이트온입니다!”

방송국에 입장하자마자, 익숙하게 허리를 숙여댔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전 활동보다 방송국 사람들이 우릴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

이전엔 10번 인사해서 8번 씹혔다면, 이젠 5번 씹히는 정도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이 정도면 장족의 발전이다.

아, 오늘은 두 번의 사전 녹화를 진행한다.

‘수록곡을 할 수 있게 되었거든.’

라이트온의 인지도가 높아지긴 했는지, 방송국 측에서 먼저 제안했다더라.

참고로 이전 활동 때는 우리 측에서 먼저 요청했으나, 묵살당했었다.

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흠.”

오늘 날씨가 굉장히 쌀쌀해서, 걱정이군.

새벽 사녹에 참여하는 팬들은 당연하게도 노숙행이다.

이해성의 기억이 옮겨져 오면서, 사녹은 팬들에게도 무척 힘든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심지어…….

“나, 날씨가 너무 추워서 큰일입니다! 팬분들은 어쩌고 계실지!”

“그러게, 너무 걱정되는데. 몇 시간째…….”

“형들, 저흰 열심히 해요. 기다린 게 전혀 아쉽지 않을 만큼.”

“응, 좋은 생각이야……! 열심히, 하자!”

저번에 사녹에 대해서 대강 설명해 준 것뿐인데, 거의 세뇌 식으로 교육이 된 모양인지 다른 놈들까지 안절부절못하며 걱정을 이어갔다.

그때, 한수현이 커다란 가방 속에서 알약이 가득 든 투명한 케이스를 꺼냈다.

탈탈…….

한수현은 대기실을 돌아다니며, 멤버들의 손바닥에 다양한 영양제를 얹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본 내 안색은 미묘해졌다.

“내 것만 수북해 보이는 건, 착각일까.”

“착각이 아닙니다. 다른 형들은 5알이고, 해온 형은 11알이니까요.”

저번에 차윤재도 그렇고, 이 어린놈들은 틈만 나면 연장자 암살을 시도하는군.

“이유는?”

“해온 형, 거울을 보지 않으셨나요?”

“샵에서 봤는데.”

“지금 해온 형은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아요.”

“투욱~”

한수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최승하가 검지로 내 옆구리를 찔렀다.

그 동시에.

털썩…….

몸이 정말 기울더니, 아래로 무너졌다.

하지만 타이밍 좋게 팔로 허리를 감싼 최승하 덕에 추하게 넘어지거나 하진 않았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폭소합니다!]

놀리는 걸 맨입으로?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낄낄대며 200골드를 후원합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한 성좌의 옹졸한 마음을 비난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분개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100골드를 후원합니다!]

에게…….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지금 본신을 놀리는 거냐며 분기탱천합니다!]

나는 떠오르는 메시지에서 살며시 시선을 돌렸다.

“형! 미안해요! 진짜 쓰러질 줄은 몰랐지! 안 아파요?”

아플 리가.

애초에 넘어지지도 않았는데.

……지금 아픈 건 나의 자존심이다.

정말 세게 민 것도 아니다.

그냥 쿡 찔렀다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근데 이렇게 낫에 베인 볏짚처럼 쓰러질 줄은.

평소에도 체력이 안 좋긴 했다만, 이 정돈 아니었다.

확실히 개복치는 개복치라는 건가.

와르르-

영양제를 한 움큼 입으로 털어 넣은 나는, 꿀꺽 삼켰다.

* * *

휘이잉-

“여기서 얼어뒤지면 상암동 망령되는 건가? 개추워. 진짜 얼어 뒤지겠는데데덷.”

“롱패딩 입을걸. 와, 새벽 기온 진짜 미쳤네. 이가 달달 떨린다.”

팬들의 고통 섞인 수군거림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리고 그 구석 어딘가에 롱패딩으로 무장한 채 앉아 있던 곽덕배는 손을 샥샥 비볐다.

‘춥긴 춥네.’

한겨울 사녹도 마다하지 않는 고인물로서, 이 정도 날씨는 참을 만하지만 춥긴 하다.

게다가 타오르는 분노로 인해, 추위가 덜 느껴지고 있었다.

‘미친놈들…….’

처음에 불씨를 생성시킨 건, 해온이에게 악감정이 있는 타 멤버의 악개였으나 각종 할 일 없는 놈들이 부채질을 했다.

쇼케이스를 1열에서 봤던 곽덕배는 알 수 있었다.

‘해온이 진짜 표정이 안 좋았단 말이야.’

그럴 애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곽덕배는, 몸 상태가 이상했겠거니 바로 알아챘었다.

아마 대부분의 팬이 그러했을 거다.

여태껏 성해온의 행실을 봤을 때, 빠혐? 나태? 그런 건 전혀 어울리지 않으니까.

새벽 내내 키보드 대결을 펼친 곽덕배는 손에 입김을 불어 넣었다.

‘해온이가, 의현이랑 친하긴 한가.’

자신도 (구)밀러스로서 의현의 성격 정도는 잘 안다.

‘근데 걔가, 그렇게 다른 그룹 멤버를 챙길 애가 아닌데.’

논란을 알고 언급한 건지, 우연의 일치인진 알 수 없다.

……덕분에 논란이 빠르게 사그라들었으니 고맙긴 하다만.

악플을 비롯한 악의성이 다분한 루머를 스포츠같이 즐기는 이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들이 활개를 치던 상황에서, 의현이 그런 말을 하니 죄다 입을 다문 것이다.

‘지들도 애초에 억까인 걸 알고 있었던 거지.’

곽덕배는 혀를 찼다.

의현이 바른 생활 아이돌의 대표주자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해온의 태도가 나쁠 리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그렇다.

의현은 팬들도 놀랄 만큼, 그 어떤 병크도 터뜨리지 않는 아이돌이다.

연애? 태도? 불화? 빠혐?

이런 커다란 걸 제외하고도, 의현은 작은 병크 하나 터뜨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청정.

하지만 곽덕배가 보기에, 의현은 항상 이상했다.

‘꼭 무언가에 쫓기는 것처럼 사는 것 같았단 말이야.’

곽덕배는 더 이상 의현에 대한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저건?

저 멀리서 박스를 든 팬 매니저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분, 오늘 라이트온이 역조공을 준비했습니다!”

벌떡!

냅다 자리에서 일어난 곽덕배가 감격한 얼굴로 팬매의 말을 경청했다.

“사녹 끝나고 커피차도 올 거고, 도시락도 나눠 드릴 테니까 받아 가세요!”

보통 음료와 도시락은 공방 현장에 들고 갈 수 없으니, 사전녹화가 끝나고 배부한다.

팬들의 활기찬 외침이 이어졌고, 팬 매니저는 커다란 박스를 열었다.

“도시락이랑 별개로, 여러분 배고플까 봐 라이트온이 빵도 보냈어요. 여기, 손난로도요.”

곽덕배는 입을 터업, 가렸다.

‘뭐지? 개천재 아이돌인가?’

사녹 첫날부터 역조공도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좋은데, 손난로라니.

게다가 허기를 채울 빵까지?

곽덕배는 감격한 얼굴로 팬 매니저가 나눠주는 빵과 손난로를 받았다.

‘돌았나.’

개깜찍한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이런 걸 준비하는 애들인데, 무슨 태도 논란이야. X발.’

순식간에 그라데이션 분노가 일었던 곽덕배의 눈가가 이내 촉촉해졌다.

‘……이걸 어떻게 먹어?’

그때, 독심술사가 틀림없는 팬매가 벅차오른 얼굴의 팬들을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라이트온이 여러분 꼭 먹으래요. 그렇죠?”

팬 매니저의 물음에, 라이트온의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안 드시고 안 쓰시면 애들이 속상해할걸요? 열심히 준비했거든요. 팬분들이 좋아할 거라고.”

지이익-

……조용히 포장을 뜯은 곽덕배가 입에 빵을 넣었다.

그야말로 눈물 젖은 빵이었던 것이다.

* * *

그 시각, 대기실 안.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메시지들에 내 눈이 동그래졌다.

“……!!”

[당신의 순수한 호의에 다수의 신도들이 감격합니다!]

[교주의 아우라(S)] 히든 특성의 최소 조건이 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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