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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65화 (165/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65화

“무, 무슨 문제가 있는 게 확실합니다!”

신유하가 차윤재의 입가에 손가락을 다급하게 가져다 댔다.

“윤, 윤재야 쉿. 쉿……!”

“하지만 형님!”

“……이건 정말 모르겠네.”

류인마저 고개를 저었다.

그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어느 성좌의 취향이 듬뿍 담긴 분홍색 편지지.

……한마디로, 성해온에게 받은 편지란 뜻이다.

숨이 넘어갈 기세인 차윤재가 희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시, 심지어 내용이! 내용이 따, 따뜻합니다! 게다가 길기까지……!”

물론 처음부터 따뜻하고 길었을 린 없다.

대충 휘갈겨 썼다가 그건 인정해 주지 않겠다는 성좌의 말에 이를 바득 갈며 다시 쓴 편지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내막을 알 리 없는 멤버들의 의문은 커져만 갔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착!

편지를 열어 내용을 살핀 차윤재의 얼굴이 점점 아득해졌다.

그걸 조용히 지켜보던 류인이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편지 쓰기가 취미라든가……?”

동시에 헛소리라는 눈빛이 모여들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 형님의 성격을 아시지 않습니까!”

“흐음, 메시지도 귀찮아서 잘 안하는 형인데 편지……?”

“말도, 안 되는…….”

“가족끼리 편지 정도는 주고받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편지를 손에 쥔 채, 홀로 멀뚱히 그것을 몇 번이고 읽는 한수현을 제외한 모두가 혼란에 빠졌다.

“음. 이럴 게 아니라, 내일 해온이한테 물어보자.”

과연, 연장자다운 면모였으나 멤버들은 펄쩍 뛰었다.

“지, 지, 직접 말입니까? 이 형님이 어디가 아프시다거나! 안 좋으시다거나! 무슨 큰일이 있으신 거라면 어, 어, 어떡합니까!”

당장에라도 성해온을 관짝에 넣을 기세인 차윤재가 어버버거리자, 신유하가 조용히 손을 들어 올렸다.

“혹시, 깜짝 카메라 같은 건……?”

“오, 오오! 그럴듯합니다! 사실 저희도 모르는 새에 촬영이 되고 있었다거나!”

……엄청난 헛다리였다.

* * *

같은 시각, 나는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올리며 중얼거렸다.

“춥다.”

나는 피곤한 눈을 껌뻑이며 퀘스트창을 불러냈다.

[동료애를 키워라!]

드디어 마음의 문을 열기로 결심한 당신!

인간 사이의 애정은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랍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도와드리겠습니다!

*세부 퀘스트를 클리어하세요!

성공 시 ▶ 2,000G

언제봐도 열받는 퀘스트에 혀를 차며 세부 퀘스트를 누르자, 창이 하나 더 떠올랐다.

멤버들에게 사랑이 담긴 밥 차려주기 (0/1)

멤버들에게 진심을 담은 편지 작성하기 (5/5)

[존경해요] [최고예요] [사랑해요] 중 택1! 키워드 전해 듣기 (5/5)

이제 밥만 차려주면 끝이다.

‘이거야 껌이지.’

그나저나…….

“어디 갔지.”

침대에서 기어 나온 나는 방문을 열고 두리번거렸다.

룸메이트인 놈이 방에 들어오지도 않고 있었기 때문.

게다가 다른 놈들도 오늘따라 왜 이렇게 조용한 건지.

평소라면 거실에 몇 놈이 늘어져 있어야 하는데, 텅 비어 있는 게 조금 이상하다.

“……?”

그 순간, 류인과 차윤재의 방에서 들려오는 걸로 추측되는 소리에 고개를 살짝 기울인 나는 이내 납득했다.

‘놀고 있나 보군.’

다들 젊어서 그런가, 참 체력이 좋아.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나이도 별다를 거 없다며 황당해합니다!]

이게 어딜 봐서 21살의 몸이란 말인가.

당장 공원으로 뛰어나가서 노인분과 팔씨름을 해도 내가 질 거다.

쯧쯧…….

나는 미련없이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폭삭 누웠다.

조금이라도 자고, 내일 일어나서 할 일을 해야지.

* * *

삐비비빅! 삐비비빅!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일어난 나는 작게 하품하며 조용히 방 밖으로 나섰다.

오늘은 새벽 사녹이 없어서, 꽤 여유로운 날이다.

나는 프라이팬을 꺼낸 뒤 냉장고 문을 열어 재료를 꺼냈다.

이전 몸에서도, 간단한 요리 정도는 직접 했으니 자신 있다.

* * *

번뜩!

밤새 성해온을 걱정하다가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차윤재가 눈을 번쩍 떴다.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던데, 그 편지는 대체 뭐란 말인가.

“후우…….”

입매 사이로 자꾸만 한숨이 새어나왔다.

“한숨 쉬면 복 나간댔는데…….”

어젯밤, 진짜 깜짝 카메라는 아닐까 멤버들과 숙소 곳곳을 뒤졌으나 카메라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순식간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차윤재가 결연하게 주먹을 쥐었다.

‘형님께 꼭 내 마음을 제대로 전해야지.’

힘든 일이 있는 거라면, 같이 해결하자고 말이다!

“……우린 한 팀이니깐!”

힘차게 다짐하며 문고리를 잡아당긴 순간이었다.

차윤재의 얼굴이 점점 경악으로 물들었다.

* * *

“혀, 혀, 혀, 형님.”

들리는 소리에 상체를 빙글 돌린 나는 차윤재와 눈을 마주쳤다.

일찍 일어났군.

“……?”

아연한 얼굴로 내게 다가온 차윤재가 프라이팬 안에 담긴 밥을 볶던 주걱을 빼앗았다.

휙!

대단한 거라도 빼앗은 듯, 주걱을 손에 꼭 쥔 차윤재가 눈을 질끈 감았다.

“무, 무슨 일이 있으신 겁니까? 솔직히 말해주십시오!”

“그거 줘. 탄다.”

“지, 지금 볶음밥이 중요합니까!”

“중요하지.”

“안 중요합니다!”

“정말?”

“사, 사실 음식은 소중합니다…….”

주걱을 다시 강탈한 나는 볶음밥을 빠르게 저었다.

조금 눌어붙었지만, 이 정도는 오히려 맛있을 거다.

“……왜, 왜 안 하던 짓을 하시는 겁니까! 걱정됩니다!”

빽 소리를 지른 차윤재가 속사포로 말을 이었다.

“저희 할머니가 그러셨습니다! 사람이 안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고…… 어제 편지도 그렇고, 가, 갑자기 왜 이러시는 겁니까! 혹시 어디가 아프신 겁니까? 말 좀 해주십시오!”

아하.

요컨대, 안하던 짓을 하니 미친놈처럼 보였다 이 말이로군.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정확하다고 합니다!]

“아픈 곳은 없어.”

나는 동태와 다를 바 없는 눈으로 멘트를 다다다 꺼내기 시작했다.

“그룹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고, 큰일이 터지기 전 잘해주는 것도 아니다.”

“그, 그럼 설마 깜-”

“깜짝 카메라 같은 것도 아니다. 내가 정신이 나가지 않은 이상, 쉬라고 만든 숙소에서 너희의 동의도 받지 않고 촬영을 진행할 리 없지.”

어느덧 대화 소리를 들은 멤버들도 거실로 나온 상태였다.

다들 귀신이라도 본 듯, 프라이팬에 담긴 음식과 그 앞에 서 있는 날 바라보고 있었는데…….

샤라락-!

곧장 가식적인 낯짝을 걸친 나는 그릇에 볶음밥과 국을 담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일찍 눈이 떠져서 만들어 봤어.”

화사하게 웃은 나는 말을 이었다.

“뭐해? 얼른 앉아.”

“형, 자, 잠시만요. 내가 자다 일어나서 헛것을 보는 건가.”

“그럴 리가.”

나는 놈들을 모두 앉힌 뒤, 숟가락을 쥐여줬다.

“어서 먹어.”

너희들이 이걸 입에 넣어야 퀘스트가 완료된단 말이다.

“……수현이에 이어서, 이번엔 해온이가 밥을 해주네.”

류인의 말에 한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이니까요.”

유일하게 평정을 유지하고 있는 한수현이 볶음밥을 입에 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이 어때.”

얼굴을 보니 맛이 괜찮은 것 같은데.

“해온 형, 설탕 넣으셨나요?”

나는 곧장 대답했다.

“김치볶음밥은 신김치가 들어가니 설탕을 반 스푼 정도 넣으면 더 맛이…….”

“제 생각엔, 착각이 있었던 게 아닐까 해요.”

볶음밥을 크게 한술 떠 입에 넣은 한수현이 그것을 망설임 없이 삼키더니 말을 이었다.

“설탕 병과 소금 병을 착각하셨다거나.”

“……?!”

나는 다급하게 프라이팬에 남은 볶음밥을 입에 넣었다.

사아아-

……뇌가 저릴 정도의 짠맛.

X됐다.

진짜 소금을 넣은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걸 두 스푼이나 먹은 녀석이 신기할 정도의 맛이다.

“……해온아, 오늘 정말 감동이다.”

오호, 밑밥을 까시겠다.

류인이 입을 달싹이며 말을 이었다.

“그, 볶음밥은 지금 바로 내가 다시 만들게.”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류인에게 다가갔다.

꾸우우욱-

“……해온아.”

자신의 어깨를 강하게 짓누르는 압력에, 류인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나는 싱긋 웃으며, 느릿하게 입술을 뗐다.

“한 입씩만 먹자…….”

이 짓을 다시 할 기력 따위 없거든…….

내가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멤버들의 안색이 새하얘졌다.

“형님! 과한 나트륨은 몸에 좋지 않으븝, 윽! 냠, 으읍! 어읍!”

볶음밥의 맛을 제대로 느껴 버린 차윤재의 비명을 지나, 나는 신유하의 어깨를 잡아 숟가락을 들이밀었다.

“……형!”

“유하야, 아.”

[성좌, ‘황금의 신’이 분개합니다!]

그 와중에도 착해 빠진 신유하는 스스로 입을 벌려 지옥의 볶음밥을 받아들였다.

[성좌, ‘황금의 신’이 비통해합니다!]

[성좌, ‘황금의 신’이 당신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합니다!]

싱긋…….

화사하게 웃는 얼굴로 남은 놈들을 바라보자, 헤헤 웃은 최승하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음! 잘 먹었습니다아~”

“뭘 먹었는데……?”

“형의 사랑? 으, 읍, 읍, 읍.”

꾹! 꾹! 꾹!

입술을 꾹 다문 최승하의 입가에 숟가락을 마구잡이로 들이밀자, 최승하가 경악 섞인 얼굴로 펄쩍 뛰었다.

“알겠어. 안 먹일게.”

나는 처연한 낯짝으로 숟가락을 내렸다.

“정말요? 제가 형 사랑하는 거 알, 으베벱. 어윽!”

페이크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그걸 믿냐며 최승하를 안타까워합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감탄하며 100골드를 후원합니다!]

최승하의 배신감 섞인 눈빛 뒤로, 나는 마지막 타깃을 향해 걸어갔다.

“해온아.”

류인이 고개를 들어 나와 시선을 마주하더니 작게 웃었다.

“……음, 나는 내가 먹을게.”

난장판을 직관하며 스스로의 운명을 받아들인 류인이 볶음밥을 입에 넣는 순간, 내 눈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퀘스트 클리어!]

[성공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히죽.

등을 돌린 상태로 작게 미소 지은 나는 김치볶음밥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전 두세요. 먹을 거예요.”

“너 이거 다 먹으면 죽어……!”

최승하의 속닥거림에도 불구하고, 한수현은 묵묵히 볶음밥을 씹었다.

“이 녀석 물을 1리터는 마시는 것 같습니다!”

“…….”

마음 속 작은 양심이 울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한수현의 접시를 뺏었다.

“물배 차면 연습 힘들어.”

“…….”

차마 물 없이는 먹기 힘든지, 한수현이 말을 얹지 않았다.

* * *

- 응원봉 판매 공지 떴어요!

- 당장 구매

- 두 개 사서 하나는 보관용으로 둘까…?

- 드디어 팔아주는구나 명훈아

MH의 전적을 아는 고인물들은 응원봉에 대해서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응원봉이 나와봤자, 그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대다수라는 뜻이다.

하지만 공지 속 응원봉은 팬들의 그런 생각을 뒤집었다.

- 빠깍지가 아니라 요즘 나온 응원봉 중에 제일 예쁘지 않냐? 이상하게 꾸민다고 실용성 ㅈㄴ없게 생기지도 않았고 볼품없지도 않음

사실 이 응원봉의 다사다난한 역사를 짚어보자면, 시간을 조금 거슬러가야 한다.

……성해온이 기획팀을 쥐어짜 내 디자인을 갈아엎은 그때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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