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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67화 (167/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67화

척! 척! 척! 척!

지금 상황을 설명하자면, 양팔이 붙잡힌 상태로 옷이 입혀지고 있었다.

“죽을래?”

“해온 형, 병원에 가서 죽도록 하겠습니다.”

“괜찮다니까, 왜 유난이야?”

“형님! 감기도 초장에 잡으면 좋은 것 아닙니까!”

“맞아요, 형……! 주사, 한 번만 맞고-”

안타깝게도 신유하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퍼버버버버버벅!

“아야! 형님! 아, 아픕니다!”

“……으아앗!”

[성좌, ‘황금의 신’이 우리 아해에게 폭력을 쓰는 거냐며 경악합니다!]

“당연히 아파야지. 아프라고 때리는 건데, 이거 안 놔?”

“해온아, 혹시 일부러 얼굴만 피해서 치는 거야?”

“……?”

“응, 내가 당연한 걸 물어봤구나…….”

얼굴이 생명인 놈들인데, 얼굴을 칠 수야 없지.

퍼버버버벅! 퍽! 퍽! 퍽!

“와, 이 형 팔 못 쓰는데도 사람 잘 패는 것 봐!”

“맞을 짓을 하지 말든가. 다들 이 손 못 놔? 셋 셀 때까지 놔주면 한 번은 봐준다. 하나, 둘.”

“무, 무, 무섭습니다아아!”

“안 놔? 셋 셀 건데 안 놔? 그래, 오냐. 셋.”

퍼버버버벅!

“아아아악!”

“흐아아아아!”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고, 내가 쉬지 않고 협박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강제 외출 준비는 착실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지이익!

외투 지퍼가 올라가는 소리에 경악한 나는 폭행(?)을 멈췄다.

“X발, 잠깐만.”

이 짓을 신유하에겐 해봤어도, 내가 당할 줄은 몰랐단 말이다.

이놈들이 한꺼번에 달려드니 당해낼 재간이 없다.

“자아, 이제 가볼까요오~?”

방긋 웃은 최승하가 내 등을 밀기 시작했다.

질질질-

“……최승하, 놔라.”

“형 같으면 놓겠어요?”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아~ 이거 안타깝네요. 전 오늘만 살자는 주의라서!”

질질질- 탁!

순식간에 현관까지 끌려 나간 나는 필사적으로 문틀을 붙잡았다.

“…….”

“아앗, 눈빛에 베일 것 같아요!”

최승하는 ‘무서워라!’라고 덧붙이며 능글맞게 웃었다.

무섭기는, 퍽이나.

나는 동태와 다를 바 없는 눈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모자, 모자 더 깊은 거 가지고 와.”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이 와중에도 그런 생각을 하는 당신에게 감탄합니다!]

이 얕은 모자로 나가면, 100퍼센트의 확률로 사진 찍힌다고.

* * *

우르르 이동하는 허우대 좋은 남자 여섯에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마스크와 모자로 중무장한 허우대 좋은 남자 여섯에게 말이다.

“……연예인인가?”

매니저까지 부르면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 덕에, 걸어서 근처 병원으로 향하는 와중에도 이런 속닥거림이 어렵지 않게 들려왔다.

“해온아, 온 김에 포도당 주사 부탁드려볼까?”

류인의 나지막한 물음에 순식간에 황당해진 나는 고개를 휘저었다.

쓸데없이 병원에 온 것도 어이없는데, 수액까지 맞으라고? 어림도 없지.

진료실까지 따라오겠다는 놈들에게 협박성 미소를 지은 나는 홀로 진료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결과는 당연하게도.

“열이 심하시니, 며칠간은 야외 활동에 유의하시고 약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

“주사는 안 맞으신다고 하셨죠?”

“예.”

“그럼, 네. 바깥에서 처방전 받아 가세요.”

나는 작게 목례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 감사합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드르륵-

진료실 문이 조심스레 열리더니, 간호사분이 들어온 것이다.

“……어, 보호자님들이 무조건 주사 처방까지 해달라고 하시는데.”

이 정신 나간 놈들아.

* * *

“야, 저 사람들 뭔가 익숙하지 않냐?”

“그러게. 근데 딱봐도 수상해 보여.”

“연예인?”

“연예인 아니면 정신 머리 이상한 사람일 것 같은데, 다들 꽁꽁 싸맨 것 봐. 아직 저럴 날씨는 아닌데.”

“근데 가려도 잘생긴 게 연예인일 듯.”

병원에 왔다가 수상한 인영을 마주한 자매가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이 자매는 케이팝 경력직으로서 웬만한 연예인의 얼굴 정도는 꿰고 있었기 때문에, 진지한 토론이 열리는 건 순식간이었다.

“아, 누구지?”

“이걸 여기서 알면 초능력자지.”

“근데 진짜 지독하게 감쌌다. 하씨, 누구지…….”

괴로운 얼굴로 머리칼을 헤집던 이가 갑자기 상체를 바로 세웠다.

“……! 잠깐만, 라이트온 아냐?”

“언니 뭐야? 초능력자네.”

“아니, 저기 봐봐. 저 키 큰 사람, 방금 더운지 목도리 내렸는데 류인 아닌가?”

“그래? 난 못 봤어. ……목도리 내렸다고 지금 혼나고 있는 것 같은데.”

“……진짜네. 저 덩치가 구겨지면서 혼나니까 좀 웃기다.”

차윤재에게 타박 당하던 류인을 본 자매가 고개를 끄덕였다.

드르륵, 탁!

그리고 얼마 안 가 진료실의 문이 열렸고, 똑같이 꽁꽁 싸맨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 사람이 아팠나 봐.”

“아파? ……아픈 건가?”

동생이 고개를 기웃거렸다.

“……빡친 게 아니고?”

깊은 모자와 마스크로도 감출 수 없는 분노의 아우라가 병원 로비를 가득 채웠다.

파바바바바바바바박!

한 명이 다섯 명의 등짝을 후리기 시작한 광경은 가히 진기명기 수준이었다.

“죽을래?”

“아악, 형님! 잘못했습니다!”

“잘못한 걸 알아? 갑자기 뭔 놈의 주사야. 괜찮다니까.”

“저 형님의 아이디어입니다!”

“아앗! 배신자! 그걸 벌써 말하냐?! 형, 근데 주사 어디에 맞았어요?”

“미친놈아.”

“으하하학, 죄송해애요~!”

“어딜 도망 가? 저거 잡아.”

“네.”

명령을 받고 곧장 병원 밖으로 나간, 여섯 멤버들 중 가장 작은 멤버가 숨을 몰아쉬며 되돌아왔다.

“승하 형 벌써 저기까지 갔어요. 못 잡아요.”

“……열받네?”

분노를 삭이려는 듯, 그 자리에 멈춰서 머리칼을 쓸어넘긴 진료의 주인공이 결심한 듯 손짓했다.

“복수해야겠어.”

“어떤, 복수를……?”

“우리끼리 맛있는 거 먹고 들어간다.”

“……형님! 엄청난 복수입니다!”

“승하 형에게 최고의 복수가 틀림없어요.”

“하하, 그러게?”

난장판을 목전에서 마주한 자매는 조용히 속삭이기 시작했다.

“……쟤네 라이트온 맞아?”

“뭔가 분위기가, 영상에서 보던 것보단 좀 더 활기차네…….”

“사이는 좋아 보인다, 야.”

* * *

“와, 응원봉 진짜 잘 빠졌네요.”

생산 샘플로 나온 응원봉을 이리저리 살핀 이해성이 감탄하자, 정재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온 씨가 디자인한 거거든요.”

“……예? 이걸, 정말요?”

“사실 저는 매일 놀라요. 언제쯤 익숙해질 수 있을는지!”

정재진은 아득한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정말 대단한 분이에요. 어린 나이인데도 본받을 게 많은…….”

주절주절…….

“어떻게 그런 분이, 이건 정말 이 회사의 복입니다……!”

거의 성해온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기 시작한 정재진을 마주한 이해성은 확신했다.

음, 이 사람도 제정신은 아니구나.

이건 뭐, 거의 신도 수준이었다.

상사를 무시할 수는 없으니, 이해성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진짜 그분이 디자인하신 거예요? 너무 예쁜데요. 특히 이 겉면 디자인 감각이 대단해요.”

이 감탄은 진심이다.

겉면의 이 세련된 장식, 자세히 보면 LIGHT라는 글자를 형상화했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 알아보는 오타쿠를 마주한 정재진의 얼굴에 감동이 일렁였다.

“배우 쪽 사람들은 봐도 별 감흥 없어 하던데, 해성 씨는 알아봐 주시는군요! 해온 씨의 천재성을요!”

“……?”

결과적으로 성해온이 디자인한 거라니, 그쪽 칭찬은 맞다만…….

이렇게까지 좋아한다고?

자기 일도 아닌데?

“해성 씨도 기획 3팀인 이상 곧 알게 되실 겁니다! 해온 씨의 진면목을!”

아, 예.

어쩐지 떨떠름해진 이해성은 하하 웃었다.

“아! 해성 씨 입사 전 일이라 모르실 텐데, 응원봉 디자인 영상 찍었던 거 한 시간 전에 올라갔거든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

고개를 끄덕인 이해성은 자리로 돌아와 업로드되었다는 영상을 살피기 시작했다.

[ 해온) 이 모서리 부분이 뾰족하면, 안전상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조금 둥글게 커팅하고……. ]

“……대체 이런 걸 어떻게 알지?”

이해성의 황당함이 섞인 중얼거림은 이어지지 못했다.

[ 해온) 그리고 구성에 이걸 수납할 수 있는 응원봉용 파우치를……. ]

[ 해온) 아 그리고 무게는 손목에 부담이 가지 않을 만한 무게로 만들도록 하고, 그리고 또……. ]

“……?”

진짜, 뭐 하는 놈이지?

진지한 궁금증이었다.

원래 아이돌들이 이런 거에 관여하나?

‘할 리가 없지.’

- 해성아 진짜 제발 한 번만 라이트온 같이 하자 성해온 개천재라니까 왜 안 믿지?

순간적으로 곽덕배의 말이 뇌리에 스쳤다.

‘진짜 대단하긴 하네…….’

* * *

쾅!

곽덕배는 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내 아이돌이 얼굴도 노래도 랩도 예능도 잘하는 만능인 줄 알았더니 디자인에까지 소질이?”

“이야, 와중에 춤은 언급 안 하는 것 봐라.”

“뭐? 해온이 춤도 잘…… 어. 못 추진 않거든? 네가 뭘 알아!”

“근데 응원봉은 내가 봐도 쩔긴 하더라. 진짜 난놈이긴 한가 봐.”

일 년 전, 최애의 음주 운전 병크에 모든 아이돌을 내려놓고 투디판으로 떠난 친구의 감탄에, 곽덕배가 이마를 짚었다.

실제로 성해온의 디자인으로 탄생한 응원봉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정식 판매 공지 속 응원봉의 실사컷과 성해온이 그린 응원봉 도안이 90% 이상 일치했기 때문이다.

- 와 응원봉 실트 올랐다

이 일은 라이트온 팬덤을 넘어서 화젯거리가 되기 시작했다.

- 이건 인정해 줘야 한다 와 개쩌는데 진심으로

- 디자인에 의미도 두고 실용성까지 챙기는 게 진짜 대박임

- 덕질 안 해봤을 리 없다 ㅋㅋㅋ

아이돌이 공식 굿즈 디자인에 도전하는 컨텐츠는 찾아보면 몇 건 있을 정도로,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디자인 대부분이 실제로 채택된 경우는 거의 최초였던 것이다.

심지어 공식 굿즈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는, 응원봉 디자인을 말이다.

성해온의 도안은 그 정도로 정교하고, 완벽했다.

‘미친 천재 아이돌…….’

곽덕배는 눈을 질끈 감은 채 무언가를 꺼냈다.

부스럭, 부스럭…….

커다란 쇼핑백을 테이블 위에 올린 곽덕배가 신용카드를 꺼냈다.

촤라락!

앨범을 감싼 비닐이 경쾌하게 뜯겨져 나가기 시작했다.

과연, 프로다운 속도였다.

“무슨 앨범을 그렇게 많이 샀어?”

“나 순덕이잖아. 초동 도움되라고 샀지.”

“응, 팬싸 응모했구나.”

“이래서 눈치 빠른 오타쿠는 싫다니까.”

앨범의 포장을 벗겨낸 곽덕배가 눈을 질끈 감은 채로, 기도하듯 손을 포갰다.

“제발 해온이.”

“너 최애가 걔야?”

“당연하지 해온이는 말랑촉촉용안기존쎄블루베리아기니까.”

“그건 좀…….”

쾅!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친 곽덕배에, 순식간에 미소를 걸친 친구가 엄지를 들어 올렸다.

“성해온, 말랑촉촉용안기존쎄블루베리아기 인정합니다!”

“음~”

만족한 얼굴의 곽덕배는 앨범 속 포토카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확히 10분 뒤.

“미친…….”

음소거 비명을 지른 곽덕배가 아득한 얼굴로 포토카드들을 집어 들었다.

“내가 얼마나 깠는데, 해온이가 겨우 이만큼 나오냐. 심지어 중복이야. 확률상으로도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이건 나를 향한 국가의 음모가 틀림없다…….”

“너 막내들 자석이네~ 윤재 수현이만 몇 장이야. 교환 열심히 해야겠다.”

“교환이…… 안 돼……!”

“왜? 라이트온은 뭐, 딱히 단가 떨어지는 애도 없지 않나?”

“그게 아니라……! 요즘 해온이 유입 개많아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단 말이야……!”

곽덕배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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