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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86화 (186/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86화

현재 컨디션을 말로 설명해 보자면.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얼굴을 지적합니다!]

그래, 그다지 안녕하지 못하다.

비 좀 맞았다고, 바로 감기 기운 획득이라니.

개복치 상태의 영향도 있겠지만, 충돌이라기엔 그냥 이 몸 상태가 구린 것 같다.

뮤직비디오 촬영 때, 수영장에 빠졌다고 며칠 골골댔을 정도로 원래 이 몸의 체력 자체가 하찮으니까.

그리고 감기가 올 것 같을 땐, 그냥 약 먹고 푹 자면 괜찮아진다.

나는 칙칙한 낯짝으로 주방을 뒤적거렸다.

여기 어디 감기약이 있었던 것 같은데.

최승하가 별의별 유난을 다 떨며 사둔 약이 한 트럭이었다.

“여깄군.”

몇 개의 약을 꺼낸 나는 식탁에 앉았다.

토독, 톡.

알약을 하나씩 꺼내는데,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졌다.

“형님?”

차윤재였다.

지금 시간이 새벽 3신데, 이 녀석은 잠도 없는 건가.

고개를 이리저리 갸웃거리며 다가온 녀석이 식탁에 있는 약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눈을 부릅떴다.

“형님! 이게, 으븝, 으브브! 으붑부!”

“그래, 그렇게 좀 다물고 있어.”

“읍! 으븝!”

한 손으로 차윤재의 입을 막은 나는, 다른 손으로 약을 털어 넣고 물을 삼켰다.

“그냥 감기 기운 올까 싶어서 미리 먹어두는 거니까, 유난 떨지 마.”

“아, 그런 거였군요!”

그 순간, 차윤재의 눈이 커졌다.

“아!”

“아?”

“생각났습니다!”

“뭐가.”

“잠깐만, 기다려 보십시오!”

냉장고를 연 차윤재가 커다란 통을 꺼냈다.

“생강차를 타드리겠습니다!”

“나 생강 싫어하-”

싫어하는데, 라고 말을 끝마치려던 순간이었다.

“할머니가 타주신 겁니다!”

“있으면 내가 다 먹어버려서 싫어해.”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당신의 뻔뻔한 모습에 기함합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흐뭇한 얼굴로 바라봅니다!]

“……! 오오, 형님은 생강을 좋아하시는군요! 기다려 보십시오! 아주 맛있게 타드리겠습니다!”

포트에 물을 끓여 청과 섞은 차윤재가 그것을 내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는 평가가 궁금하다는 듯, 잔뜩 눈을 반짝였다.

내 입에서 ‘맛있다’라는 글자가 튀어나오기 무섭게 차윤재가 손뼉을 맞부딪혔다.

“입맛에 맞으신다니, 다행입니다! 이 청은 설탕이 아니라, 꿀로 담근 것이라 감기에도 무척 좋을 겁니다! 아, 그래! 그래야겠습니다!”

“……?”

“매일 아침마다 제가 차를 타드려야겠습니다! 이렇게 좋아하실 줄은!”

“…….”

* * *

무언가가 사라지는 소리가 들린다면…….

그건 아마도 내 안광이 사라지는 소리일 것이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낄낄댑니다!]

“아~ 몸이 굼뜨다, 굼떠~! 너희 이래서 돋보일 수 있겠어? 엉? 해온아. 안 그래?”

다시 해보겠다는 내 말에, 구희승이 고개를 저으며 안무를 직접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 부분에선 호흡이 중요해. 이렇게 했다가, 탁! 이 부분에서 끊어줘야 한다고. 알아들어?”

못 알아듣겠는데요.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그 발언을 내뱉으면 골드를 후원하겠다 약속합니다!]

하루 종일 굴려질 일 있나.

절대로 사양이다.

“이해한 거 맞아? 해봐.”

“예.”

내 안무를 본 구희승의 입꼬리가 사정없이 꿈틀거렸다.

“해온이는 참…… 신기하단 말이야. 분명 다 따라가고 있는데, 묘하단 말이지. 못 추는 건 아니거든? 아닌데. 햐~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나는 만면에 은은한 미소를 띤 채, 구희승을 응시했다.

‘언젠가 꼭 한 대 치고야 만다…….’

“어휴. 내가 아이돌 여럿 키워봤지만, 너 같은 놈은 처음이다. 근데 그래도 해온이는 이게, 가르치는 맛이 있어. 굴리면 결국 다른 애들만큼 해내거든~”

그런 점이 제법 신기하다며 구희승이 말을 이었다.

“주는 대로 받아먹는 제자를 키우는 흐뭇함이랄까?”

구희승이 나름의 애정을 담아 내 어깨를 퍽퍽 두드림과 동시에-

털썩…….

처량하게 연습실 바닥으로 고꾸라진 나를 본 구희승이 당황한 얼굴로 팔을 휘젓기 시작했다.

“뭐, 뭐야? 나는 진짜 어깨만 두드렸어!”

“거짓말! 어떻게 어깨만 두드렸는데 사람이 이렇게! 비참하게!”

“승하 형, 근데 진짜예요. 좀 세게 두드리시긴 했지만 제가 거울로 분명…….”

“너네.”

안광을 잃은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음산한 목소리에, 멤버들의 동작이 모두 멈췄다.

“연습이나 해라…… 그냥 잠깐 더워서 누운 거야.”

“11월에요?”

“어, 해온아. 연습실이 따뜻하긴 하지만…….”

“해온 형, 추위 많이 타시잖아요.”

할 말을 잃은 나는 먼 허공으로 시선을 보냈다.

“그냥 가끔 차가운 연습실 바닥에 눕고 싶을 때가 있어.”

“하긴! 형님은 연습실 바닥을 좋아하시니까요! 매일 틈만 나면 구석에서 기절하듯 주무시지 않습니까!”

차윤재의 순수한 이해에, 어쩐지 더 비참해진 나는 누운 채로 손을 펄럭였다.

“알아들었으면 다들 꺼져…….”

몸을 낮춰 바닥에 엎어져 있는 나와 눈을 마주친 구희승이 빙그레 웃었다.

“나도 꺼질까?”

“…….”

“자아, 제자야. 일어나 볼까?”

누가 당신 제자야.

당신 같은 스승이면 난 스승 없어.

“캬, 기분이다.”

구희승이 난데없이 몸을 빙글 돌렸다.

“오늘은 내가 너 전담 마크 해준다. 특 별 히!”

쿠구궁!

참고로 이건 내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다.

X발,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이.

난 오늘 뒈졌다는 예감이 밀려들어 왔다.

안 그래도 체력이 후달리는데.

그 순간이었다.

내 옆에 있던 탓에, 대화를 모두 들은 신유하가 구희승의 앞을 막은 것이다.

“아, 안 돼요……!”

[성좌, ‘황금의 신’이 현기증을 느낍니다!]

“유하?”

고개를 까딱인 구희승이 신유하와 눈을 마주쳤다.

“오호라, 왜 안 되는데?”

“해온 형, 안색이……! 그 연, 연습을 적당히, 해야…….”

“그럼 유하가 대신 할래?”

순식간에 얼굴이 밝아진 신유하가 고갤 끄덕였다.

“……네!”

[성좌, ‘황금의 신’이 눈을 질끈 감습니다!]

“이거 어쩌나, 아무리 그래도 연습은 해야 하는데?”

“…….”

“동료를 위해주는 모습에 나는 굉장히 감동받았다!”

구희승의 커다란 외침에, 각자 연습을 하고 있던 멤버들의 시선이 하이에나처럼 몰려들었다.

“설마 휴식?!”

“휴식! 휴식 시간을 주십시오!”

씨익.

“한 시간 안에 안무 다 딴다, 실시! 휴식은 그 후에 준다.”

“사탄…….”

“해온아, 뭐라고?”

“사랑하는 스승님이라고요.”

“그래, 우리 사랑스러운 제자님은 나랑 저쪽으로 가서 오붓하게 연습해 보실까?”

* * *

띠리리릭-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열린 도어락.

하지만 경쾌하지 않은 낯짝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그리고 현관을 넘자마자, 도미노처럼 엎어지기 시작했다.

“죽겠다아아아…….”

“몸, 몸이 안 움직입니다…….”

“안무 세 개를 진짜 이틀 만에 다 땄네, 하하…….”

마지막 말을 마친 류인이 얼굴을 바닥에 박았다.

이 녀석들도 이럴 정도라면, 과연 나는 어떨까?

“해온 형, 살아 계신 거 맞죠?”

“우리 형 죽었어(?) 안 돼!”

거실에 엎어진 내 어깨를 붙잡고, 아침드라마라도 찍는 양 펄럭펄럭 흔들며 우는 척을 하는 최승하의 등짝을 후린 나는 비척비척 일어났다.

그리고 그때, 신유하가 바깥에서 커다란 박스를 안고 들어왔다.

“으응? 스티로폼 박스? 뭐지?”

“이거 택배, 류인 형한테……!”

“아, 부모님이 보내주셨나 보다.”

“와아아, 류인 형 부모님이 뭐 보내주신 거예요?”

“응. 너희가 맛있게 먹었다고 전해 드렸더니 신나셨나 봐…….”

실제로 류인의 부모님은 틈만 나면, 반찬을 보내주시곤 한다.

머쓱한 얼굴의 류인이 박스의 테이프를 뜯었다.

지이익-

그리고 그 안엔, 엄청난 양의 게장이 들어 있었다.

“……어, 게장 좋아해?”

“없어서 못 먹죠!”

“저도 없어서 못 먹습니다!”

“너흰 있어도 그만 먹어라.”

내 말에 최승하와 차윤재가 동시에 고개를 홱홱 돌렸다.

“너무해!”

“너무하십니다!”

“합창하냐?”

내가 피식대자, 신유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하게 들어, 맞았어.”

“유하 형님까지!”

“쟤도 요즘에 해온 형이랑 룸메 되더니 이상해졌어!”

“입.”

“넵!”

“엄마 아빠가 손이 좀 커서…… 매번 다 먹느라 힘들지 않아?”

“……?”

정말 황당하다는 얼굴의 차윤재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요리 실력이 엄청나셔서, 매일 먹어도 전혀 질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사할 뿐인데요!”

“그래? 다행이다.”

“류인 형 부모님 얼굴 뵙고 싶다! 항상 이렇게 맛있는 거 보내주시고!”

“오! 정말 궁금합니다! 류인 형님을 닮으셨을까요?”

“어, 우리 부모님은…….”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던 류인이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음. 나중에.”

“꼭 얼굴 보여주세요! 아니면 숙소로 놀러 오시라고 해도 좋고!”

“하하, 전해 드리면 좋아하시겠다.”

“근데 이거 오늘 먹어도 돼요?”

최승하의 물음에, 류인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걸 막은 건 나였다.

“지금 시간이 몇 신데. 내일 아침에 먹어.”

“으으음?!”

“예에에에?!”

내 말과 동시에, 최승하와 차윤재의 얼굴에 물음표가 띄워졌다.

“게장이 왜 밥도둑인데! 시간 따져가면서 도둑질할 거면 도둑 타이틀은 빼야지!”

“맞습니다! 오늘은 연습도 많이 해서 먹어도 괜찮습니다!”

싱긋…….

“연말 무대가 곧인데.”

“먹어도 살 안 쪄요! 심지어 연습하면 다 빠지는데!”

“형님 말이 백번 옳습니다!”

둘이서 아주 쿵짝이 잘 맞는군.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림없지.

내가 무어라 입을 열려던 순간, 차윤재가 번뜩인 생각이라도 있는지 눈을 빛냈다.

“그리고 형님은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하지 않으셨습니까! 허기지실 게 분명합니다!”

이런 속이 뻔히 보이는 수에 당하는 사람이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다.

한수현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내 팔을 잡아들었다.

“해온 형, 조금만 먹고 들어가세요.”

터업, 드르륵, 착!

순식간에 의자에 앉혀진 내가 대충 정색 섞인 낯짝을 걸치려던 찰나였다.

“나는 됐, 어븝.”

대체 언제?

위생 장갑을 낀 채, 게살을 발라낸 신유하가 우물쭈물하며 내 주둥아리에 음식을 꽂은 것이다.

평소 기척이 없는 편이라는 건 알았지만, 어이없다 못해 놀라울 지경이다.

입에 있는 음식물을 으적 씹어 넘긴 나는 옆에 붙은 놈들을 탈탈 털어냈다.

그리고는 한수현에게 시선을 던졌는데,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이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절대 한 그릇 이상 못 먹게 할게요. 제 방은 주방 옆이고, 잠귀도 밝으니 자신 있어요.”

“……?”

아직 말도 안 했는데, 대체 어떻게?

심지어 내용까지 내가 하려던 말과 정확히 일치해 무서울 정도다.

충격받은 얼굴의 최승하가 커다란 스티로폼 박스를 껴안았다.

그러고는 게장이 담긴 박스의 양 옆면이 귀라도 되는 듯이 살포시 가리더니…….

“어떻게 이 친구를 면전에 두고 그런 망발을! 듣지 마!”

“……말을 말자.”

시끌벅적한 놈들을 뒤로하고 방에 들어온 나는 침대에 다이빙하듯 누웠다.

“…….”

안 아픈 곳이 없군.

온몸을 두들겨 맞은 기분이다.

“잠이나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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