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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87화 (187/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87화

수상하다.

그것도, 아주.

나는 망설임 없이 류인에게 다가갔다.

“너.”

“어?”

“왜 자꾸 피해?”

“……내가?”

“어.”

“안 피했어.”

“있잖아.”

나는 만면에 미소를 띤 채, 류인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너 거짓말엔 재능 없어.”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건 당신의 전문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짓습니다!]

몸을 흠칫 떤 류인에, 나는 조용히 속닥였다.

“빨리 말해봐. 뭔데?”

“그…… 오해야, 해온아.”

“지금도 동공 난리 났네. 봐, 거짓말 못 친다니까.”

“너무 빤히 쳐다보니까 그렇지.”

웃기고 있군.

신유하나 차윤재면 몰라도, 이 녀석은 눈 좀 마주친다고 동공에 지진을 불러일으키는 놈이 아니다.

확실히 뭐가 있는데.

나는 흠, 소리를 내며 추궁을 이었다.

“연애?”

이게 사실이라면, 이 녀석을 굴비처럼 거꾸로 매달아 정신교육을 시킬 것이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생각에 경악합니다!]

드물게 당황한 얼굴의 류인이 손을 내저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저번에 계단에서 본 거 아직도 오해하는 건 아니지? ……음, 나 정말 관심 없어.”

잠깐만.

이런 멘트를 듣고 있자니, 어쩐지 드라마 속 연인의 바가지를 긁는 포지션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영 뭐 하다.

“아니라니 다행이군. 그럼 뭔데?”

“…….”

“나 잠깐 편의점 좀 갔다 올게.”

오호라.

……피하시겠다?

그 후로, 이 녀석과 나의 쫓고 쫓기는 신경전이 시작됐다.

* * *

“형님들 대체 뭐 하시는 겁니까?”

수상한 기류를 눈치챈 차윤재가 나와 류인을 번갈아 바라봤다.

“예? 하지만 계속. 어라. 류인 형님이 그새 사라졌습니다!”

“쯧.”

“해온 형님이 무언가 잘못하신 겁니까?”

“아니.”

“그럼 류인 형님이? 그럴 리가 없는데.”

“…….”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자연스럽게 원인이 나라고 생각하나 본데.”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그럴 만하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형님! 왜 갑자기, 눈빛이 이렇게 흐려지신…….”

“아무것도 아니다.”

“그나저나 어디 가십니까!”

“도망간 놈 잡으러.”

드르륵-

내가 연습실 문을 열자마자, 앉아 있던 녀석이 벌떡 일어나 연습을 재개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목을 뚜둑 꺾었다.

……허어?

저놈 봐라?

숙소에서도 얼마나 잘 피해 다니는지 아주 놀라울 정도다.

지금도 내가 쳐다보고 있는 게 거울에 보일 텐데, 애써 무시하는 것 좀 보라. 등짝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싱긋 웃으며 류인에게 다가간 나는 으스스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잠깐 얘기 좀 할까.”

“음, 나는 연습을…….”

이번에도 빠져나가려던 류인이 다급하게 외쳤다.

내가 이 녀석의 등짝을 무자비하게 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만! 잠깐만 해온아.”

질질질-

“내가, 내 발로 나갈게. 내가 나가게 해줘.”

“또 튀려고?”

“안, 음. 안 튈게. 사실 이전에도 튄 게 아니고…….”

“튄 게 아니고? 그게 튄 게 아니고?”

“……일단 나갈까.”

연습실 복도로 나간 나는 근처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말문을 열었다.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아니, 사실 정말 별거 아닌 일이라.”

“별거 아닌 일?”

“그래서 말할 생각도 없었는데, 네가 눈치가 너무 빨라서 자꾸 쫓아오니까, 나도 모르게…….”

“아하, 너도 모르게 피했다?”

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뭔데?”

“어쩌다가 연습실 바닥에 네 스마트폰이 켜져 있어서 시선이 갔는데, 음…….”

“……?”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 이런 걸 신경 썼다는 게 좀 그렇잖아. 생각해 보니까 너랑 난 동갑이고 그럴 만한데.”

류인이 커다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겨우 그걸로 혼자 고민한 것도 민망한데, 해온이 네가 자꾸 추궁하니까 더 민망해져서…….”

그 시각, 나는 감탄했다.

이봐, 이해성. 진정해라.

오타쿠 자아가 물개박수를 치고 있으니, 이건 먹힐 만한 소재다.

프로그램에서 나불거릴 만한 에피소드 하나 생겼다는 뜻이다.

나는 재킷 속에 있던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이걸 목격하자마자, 최승하의 등짝을 열 대쯤 후려갈기고는…… 귀찮아서 나중에 바꾸려고 미루고 있었는데, 이걸 본 모양이군.

지금 보니, 이 녀석 입장에선 신경 쓰일 만하다.

외관과 달리 생각보다 섬세한 녀석이니, 자신이 내게 무슨 실수라도 한 게 아닐까 신경 쓰였겠지.

나는 연락처 화면을 켜, 녀석의 앞으로 내밀었다.

[류인]

[♡♡짱짱 승하♡♡]

[♡우리 유하♡]

[♡우리 윤재♡]

[♡우리 수혀ㄴ]

“우선 인간적으로, 내가 이렇게 저장할 사람 같냐.”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이봐, 넌 편견을 좀 가져야겠는데.

나는 어이없다는 얼굴을 지워낸 뒤, 입을 열었다.

“이거 최승하 짓이야. 저번에 내가 혼내고 다시 바꿔놨는데, 또 이래놨네. 심지어 이거 안 보여?”

저장된 한수현의 연락처를 들이민 나는 혀를 끌끌 찼다.

“봐, 얘한텐 오타에 하트도 하나 빼먹었잖아. 아마 네 거까지 바꾸려다가 나한테 들킬까 봐 튄 거겠지.”

“……음.”

“이제 해명이 돼?”

“그…….”

뭐라 말을 하려던 듯, 입을 열었던 류인이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응.”

짧은 대답을 마친 류인이 빛과 같은 속도로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장 쫓아가서 놀리자고 제안합니다!]

미안하지만, 언젠가 예능에서 터뜨릴 거다.

히죽…….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동료 간의 의리를 울부짖습니다!]

의리?

그런 거 없다.

* * *

그리고 서울의 한 카페.

“뭐? 내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레전드 홈마 GK?”

“지금 내 앞에서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이, 스위치계의 웃수저 레전드 곽덕배?”

휘이잉…….

“그만하시죠.”

“근돌 님도 즐기셨으면서.”

그렇다.

오늘은 팬사인회 때 계정을 공유한 둘의 첫 만남이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드디어 만나네요. 내적 친밀감으로 따지면 이미 속으론 제 절친이셨어요.”

곽덕배의 말에, 근돌이 끄덕였다.

“제 말이요. 어떻게 그렇게 자주 마주치죠? 어디 갈 때마다 마주쳤잖아요.”

그리고 두 오타쿠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제가 말했지만 어이없네요. 어디 갈 때마다 마주친다? 이 우연 같다는 뉘앙스의 전제부터 틀린 거였어. 어느 스케줄이든 둘 다 가니까 마주치는 거야…….”

“팩트폭력을 멈춰주시겠어요.”

팩트로 온몸을 후드려 맞은 듯한 얼굴이 된 곽덕배가 아득한 얼굴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그나저나 근돌님, 저 사실 제안하고 싶은 게 있었어요.”

“왠지 알 것 같아요.”

“저희 지하철 광고 투어하러 가실래요? 여기 근처에도 몇 개 걸렸던데.”

“좋죠. 근데 근데 진짜 인기 많아졌네요. 새삼…….”

“그렇죠? 정말 라이트온의 성장 과정에 대해서 떠들라고 하면 2박 3일 잠도 안 자고 말할 수 있는데, 잠깐만 이게 아니고.”

“의식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건 오타쿠 종특인가 봐요. 저도 그렇거든요.”

근돌의 대답에, 몹시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곽덕배가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광고 보고 같이 생일 카페 가실래요? 제가 여기 리스트 쫙 모아놨는데.”

“그 말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초면부터 생카 고? 하기엔 머쓱하니까.”

“생카 고?”

“고.”

* * *

안 돼. 정신 나간 놈들아.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고심하기 시작합니다!]

“고심하긴 뭘 고심해. 하지 마.”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훌륭한 생각이 났다며 눈을 크게 뜹니다!]

제발 감아…….

이 성좌가 왜 이러는 걸까?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선 조금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 * *

“저 잠깐 물 좀 떠 올게요.”

드르륵, 탁-

한수현이 연습실 밖으로 나가기 무섭게 눈빛을 교환한 라이트온 멤버들이 후다닥 모여들었다.

“빨리 모여요! 급하다, 급해!”

그러니까, 내일이 한수현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비활동기면 몰라도, 이렇게 바쁜 활동기엔 어쩔 수 없이 케이크 하나로 축하해 주고 넘어가곤 한다.

그래서인지, 케이크라도 끝내주게 정해보겠다는 열망이 이 녀석들의 눈에서 일렁였다.

“흐으음, 수현이는 무슨 케이크 좋아하지? 막상 떠오르는 게 없네? 다 나름 잘 먹었던 것 같고.”

“저희에게 아직 알려준 적이 없습니다. 제가 전에 슬쩍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차윤재가 순식간에 얼굴에서 표정을 거둬내고 한수현을 연기하기 시작했다.

“그냥 있으면 먹는 거죠. 별로 안 따져요. ……라고 했습니다!”

“똑, 같아……!”

“방금 윤재 뒤에 수현이 흐릿하게 보였는데.”

“각설하고! 역시 기본이 짱이죠. 생크림으로 갑시다.”

“아닙니다! 어린 친구들은 초콜릿 생크림을 더 좋아할 겁니다!”

“그러는 윤재, 너는 고구마 케이크 좋아하면서!”

멤버들이 이렇게 속닥거리고 있을 때,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귀를 쫑긋거립니다!]

이때부터 불길함이 스치기 시작했다.

‘설마.’

절대 안 된다.

안 그래도 연말 시즌이라 바빠 뒈지기 직전인데, 이 성좌가 정신머리가 있다면 얌전히 있어줘야 한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오늘에야말로 훈훈한 동료애로 가득한 현장을 보고야 말겠다며 눈을 번들거립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시스템과 협상을 시도합니다!]

“…….”

* * *

그래, 대충 이렇게 된 일이다.

[동료들과 함께 동료의 생일을 축하하자!]

역시 가장 좋은 건 서프라이즈겠죠?(*^^*)

동료가 눈치채지 못하게 파티를 준비해 보세요!

생일을 맞은 이를 제외한 모든 동료와 함께 준비해야 인정됩니다!

(※ ‘한수현’이 눈치챘을 시, 미션 실패!)

성공 시 ▶ 400G

실패 시 ▶ AMA 레드 카펫에서 넘어지기

눈앞에 떠오른 창을 본 나는 동태 같은 낯짝으로 눈을 껌뻑였다.

AMA 레드카펫에서 넘어지는 페널티라니, 솔직히 평지에서 넘어진다고 뒈지는 것도 아니고, 죽을 만큼 쪽팔린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요즘 모니터링을 하면서 느낀 건데.

- 성해온 진짜 타고난 스타성이라니까 그냥 입만 열어도 웃기잖아 여기서 포인트는 본인이 딱히 개그를 의도하지 않았다는 거임

- 난 슬플 때마다 순정만화남돌 움짤 봐 요즘에

이런 반응이 한두 개가 아니다.

여기서 레드 카펫까지 더해진다면?

질끈!

역시 안 되겠군.

나는 퀘스트를 받아들인 뒤, 각자 연습 중인 멤버들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오늘은 바쁜 구희승이 연습을 자율로 돌리고 불참한 탓에, 연습실엔 우리 여섯이 전부다.

“흠.”

나는 조용히 눈알을 굴려 한수현을 바라봤다.

우선, 이 녀석을 어떻게 떼어놓냐가 관건이겠는데.

다른 놈들이었으면 속이기 쉽겠지만, 한수현의 눈치는 만만치 않다.

들키면 바로 퀘스트 실패, 망신살 적립이다.

꿀꺽…….

나는 느릿하게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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