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98화 (198/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98화

아직 조명이 켜지지 않은 어두운 무대.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무대 위에 멤버들이 올라오기 무섭게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곽덕배는 하나의 결론을 도출해 냈다.

‘비행기값 뽑았다’라는 중대한 결론을 말이다.

핏되는 검은색 바지와 어우러지는, 화이트 컬러의 제복…….

게다가 널널한 사이즈의 재킷 위, 강하게 묶은 벨트로 허리의 라인이 잘 드러나기까지 하는 정신 나간 의상이었다.

제복을 싫어하는 팬이 있을까?

일단 여기 두 오타쿠는 아니었다.

“미쳤나 봐…….”

“돌았나 봐…….”

곽덕배는 입을 다물지 못한 채로 무대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흥분이 가라앉으니, 하나의 사실을 깨달았다.

“……?”

지금 무대 위엔 다섯 멤버뿐이었던 것이다.

아직 조명이 들어오지 않아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고인물 오타쿠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해온이가 없는 것 같은데.’

하지만 의문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 FLAME, MM FLAMMMM-E MM, MMM-

“……!”

무대의 시작과 함께, 색다른 인트로가 고막에 꽂혔기 때문이다.

원곡과는 다른 트랩비트가 매력적으로 늘어졌다가 빨라졌다를 반복하며 곡의 텐션을 아슬아슬하게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낮은 채도의 조명이 수차례 깜빡였다.

기형적인 대형을 선 멤버들을 넘어서, 단숨에 무대의 가장 앞으로 나온 최승하가 허공을 응시하듯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화르륵──!

불길이, 아니, 화염이 공간을 휩쓰는 듯한 강한 사운드가 뒤섞였다.

놀라운 건, 최승하의 몸에서부터 불길이 시작되는 것처럼…… 커다란 대형 전광판에서도 화염 연출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마치 불길에 잡아먹힌 것처럼 말이다.

‘잠만, 기절 직전인데.’

처음부터 휘몰아치는 퍼포먼스에, 모두가 눈을 떼지 못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

완전한 암전이 찾아옴과 동시에, 음원까지 끊어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관객석이 술렁였고, 곽덕배의 얼굴엔 경악이 깃들기 시작했다.

고요한 공간 속에서.

[the beginning of a flame]

[a flame that burns and burns, Right here.]

원곡엔 없던, 내레이션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이건, 굴러가면서 들어도 성해온의 목소리였다.

‘영어 발음까지 끝내주는 게 말이 되는 거냐고.’

……곽덕배는 걍 울고 싶었다.

하지만 이 광경을 1초라도 놓칠 수 없었던 곽덕배는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그 다짐은 곧바로 붕괴된다.

‘미친놈들아.’

곽덕배가 입을 터업, 가렸다.

그도 그럴 게, 지금 곽덕배의 시야에 들어오는 건!

구조물에 앉은 성해온이었기 때문이다!

와이어를 연결한 모양인지, 어슴푸레한 빛이 스며든 무대에서 서서히 내려오는 성해온은 그냥 미쳤다는 말만 나올 정도였다.

퍼버벅…….

주체할 수 없는 벅참에, 곽덕배는 이마를 연타했다.

‘오타쿠 암살 사건.’

구조물의 모양새가, 무려 왕좌 형태였기 때문이다.

이게 왜 쩌는 연출이냐고 묻는다면. 의 파이널 무대의 왕좌 엔딩과 이어지는 느낌이었기 때문에!

마치, 라이트온이 을 통해 왕좌를 공고히 했다는 의미 같지 않은가!

두근, 두근, 두근.

곽덕배의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 * *

“……!”

와이어가 연결된 구조물에 앉은 내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리허설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그런 와중에 공중에 떠오른 지미집 여러 대가 붉은빛을 반짝이며 나를 촬영하고 있었다.

나는 화면에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입안 여린 살을 깨물었다.

지금은 미리 녹음해 놓은 내레이션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곧, 내 파트다.

내 파트가 끝날 무렵엔 구조물이 무대 바닥에 가까워지게끔, 하강 속도를 설계했다.

파트를 마무리 지으며, 자연스럽게 왕좌에서 일어나 무대 쪽으로 걸어 나가는 식으로 말이다.

나는 연습했던 모션대로 팔걸이에 팔을 괬다.

동시에, 아마 나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구조물이 끼긱거리며 흔들렸다.

나는 속으로 헛웃음을 삼켰다.

이거, 내 파트 끝날 때까지 못 버티겠는데.

리허설이나 사전 녹화라면 곧바로 이상을 제기하겠지만, 이건 지금 생방송이다.

나는 힐끗 눈을 내리깔았다.

무대와의 높이가 상당했다.

당연한 일이다.

아직 내 파트는 시작도 되지 않았으니까.

나는 침을 느릿하게 삼켰다.

* * *

“와아아아아아아아악!”

사방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고, 곽덕배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미친…….”

꽤 높이가 있는 상황에서, 성해온이 무대 쪽으로 뛰어내린 것이다.

착지자세까지 자연스러워, 모두가 퍼포먼스의 일종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곽덕배는 눈을 반짝이면서도, 한편으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대는 매트 같은 장치 하나 없이 딱딱했는데, 아무리 연습을 했대도…… 저게 괜찮은가?

하지만 걱정을 이어갈 새도 없었다.

퍼엉─!

무대 양쪽에 설치된 불기둥이 화려하게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듯이 말이다!

‘자본 냄새 무슨 일인데!’

명훈이의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고픈 상태가 된 곽덕배는 이를 꽉 깨물었다.

- 한계를 넘은 limitless

타오르는 mm-

류인을 본 곽덕배가 서둘러 코밑을 훑었다.

‘다행히 인권은 잃지 않았네…….’

힐끗 옆을 보니, 근돌은 이미 이성을 잃은 채 연사를 갈기고 있었다.

곽덕배의 최애 파트가 지나갔고, 동시에 무대 바닥에 드라이아이스가 자욱하게 깔리기 시작했다.

안개처럼 연출되는 그거 말이다!

동시에 검은 복장을 입은 댄서 여럿이 등장했다.

하얀 색상의 제복을 입은 라이트온과 대비되는 인영들이었다.

그것을 마주한 곽덕배는 입을 틀어막았다.

‘명훈이 진짜 노망났나 봐…….’

아까 오프닝부터 화려했던 터라, 중간 부분 퍼포먼스는 기대하지 않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게 노망이라면, 착한 노망 아닐까?’

곽덕배는 내적으로 물개박수를 치며 시선을 고정했다.

커다란 무대가 비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의 댄서들과 함께 라이트온의 댄스 브레이크가 시작됐다.

그리고 성해온을 유심히 보던 곽덕배의 얼굴에 작은 의문이 떠올랐다.

‘해온이,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가?’

뭔가 표정이 묘하게 굳어 있는 게…….

하지만 저 고난도 안무를 멀쩡히 소화하는 걸 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지?

곽덕배는 의문을 떨쳐낸 뒤, 무대에 시선을 고정했다.

* * *

그 높이에서 착지할 때부터 감수하리라 작정했던 거지만, 발목이 제대로 나갔다.

온갖 통증을 앓고 사는 처지상, 참는 데엔 도가 튼 데다가 정신력까지 있으니 버틸 수 있는 거지. 보통 사람이었으면 이미 무대에서 구르고도 남았을 거다.

사실 나도 그러고 싶을 정도로 정신 나간 통증이라서 말이다.

차라리 발목을 잘라 버리고 싶을 정도로 통증이 몰려왔다.

나는 입안 살에서 피가 날 정도로 깨물었다.

포션을 사면 될 일이지만, 무대 도중엔 불가능하다.

눈짓으로 컨트롤하며 아이템의 선택과 구매를 마쳐야 하는 시스템상, 카메라가 사방에서 따라다니는 이 상황에서 가능할 리가.

점막이 터진 입안에서 비릿한 맛이 났고, 나는 눈깔에 힘을 줬다.

별 지랄을 다 하며 티를 안 내고 있으니, 무대를 보는 이들도 모를 테다.

구조물에서 무대로 착지할 때 멤버도 단체 퍼포먼스를 소화하고 있었으니, 이 녀석들도 내가 리허설과 다르게 행동했다는 걸 모를 거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욱씬!

전기로 지지기라도 하는 것 같은 신경통이 온몸으로 퍼졌고, 나는 이를 악물었다.

제목부터 드러나는 컨셉답게, 댄스 퍼포먼스의 주제도 ‘불’이다.

댄스 퍼포먼스를 위해 들어온 이들이 양옆으로 퍼지자, 차윤재와 신유하를 센터로 댄스 퍼포먼스가 시작됐다.

나는 미리 연습했던 대로, 한 댄서에게서 장치를 받아 차윤재에게 넘겼다.

차윤재가 타이밍 좋게 장치를 조작하자, 그 위에서 불길이 화르륵 타올랐고 함성이 터져 나왔다.

- 드디어 마주친 경계선

break it, break it

그치지 않는 함성 속에서, 그 불길을 이어받은 건 한수현이었다.

우측 모서리에 선 한수현이 메인 카메라와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flame

이제 겁날 리가 없지

한수현이 카메라를 붙잡고 옆으로 넘기는 모션을 취했다.

휘익─!

그 손짓에 따라 왼쪽으로 넘어간 카메라가 내 앞에서 멈췄다.

그래, 내 파트의 시작인 것이다.

참고로…… 지금 내 상태는 정말 한계였다.

‘진짜 뒈질 것 같군.’

- 눈부실 정도로 선명한 light

기계적으로 음을 짜내면서도, 스스로의 상태가 정상이 아님이 느껴졌다.

발목은 이미 감각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아이템을 믿고 있으니 이 지랄을 떠는 거지, 일반인이 이 지랄을 떨었다면 아마 후유증으로 평생 아이돌 생활 못 해먹을 거라고 확신하겠다.

눈앞이 핑글핑글 돌았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함성이 이명처럼 들릴 지경이니 말 다 했다.

그래도 이어지는 파트만 마무리하면, 완벽하게 끝낼 수 있다.

짧게 호흡을 고른 나는 무대로 시선을 고정했다.

* * *

“와~ 후배님들 무대 진짜 잘하네?”

“그니깐. 상상 이상인데? 경연 프로그램을 해서 그런가 퍼포먼스가 각이 잡혔네.”

작게 휘파람을 분 밀리어스의 멤버가 시선을 살짝 돌렸다.

“그렇지 않냐, 의현…… 으흐흠.”

말을 끝마치지도 못한 채, 민망하게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다시 정면으로 고정했지만 말이다.

……분위기가 왜 저래?

서늘한 기세에 순간적으로 말문이 턱 막힐 정도였다.

영리한데다가, 위치에 대한 자각까지 있는 녀석이라 그런지 고개는 살짝 숙이고 있었다.

그런고로 팬들의 카메라에 이 얼굴이 찍히진 않을 것 같다만…….

무대 잘하고 있는데 왜?

‘설마, 후배 견제라도 하나?’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있나.’

여태껏 봐온 의현은 그럴 성격이 아니다.

게다가 라이트온을 견제한다는 것 자체가 좀, 말이 안되는 거지.

‘모르겠네.’

결론을 내지 못한 그는 눈 앞의 무대나 마저 보기로 결심했다.

“……!”

깔끔한 고음에, 상체가 절로 세워졌다.

‘노래 진짜 잘하네?’

그가 감탄하고 있을 무렵, 옆자리에 있는 멤버가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아, 후배님들 첫 시상식이랬나? 좀 긴장했나 보네.”

“왜요? 잘했는데?”

“너 들어본 적 없구나.”

“제 인생이 공사다망한데 어떻게 다 챙겨 듣겠어요~”

“원래 저 파트 지르는 파트야. 중간에 꺾였어.”

“……? 저게 꺾인 거라고요?”

언뜻 놀라움이 뒤섞인 자신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멤버가 말을 이었다.

“나는 원곡을 몇 번 들어봐서 알아챈 건데, 자연스럽게 끝내서 안 들어본 사람은 실수인 거 모를 수도 있겠다.”

“에이~ 뭐, 저 정도 실수야 괜찮죠.”

“그렇지. 근데도 마음이 좋진 않네. 저땐 작은 실수여도 마음에 크게 남잖아?”

“오~ 마음이 따뜻한 우리 형님…… 엥?”

대화를 이어나가던 자신의 입이 다물어졌다.

의현이 자리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너 뭐, 어디 가. 야, 야!”

뭐라 말릴 틈도 없이 의현이 가수 대기석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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