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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00화 (200/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00화

“잠만, 뒷목이…….”

치솟는 혈압을 느낀 곽덕배가 뒷목을 주물렀다.

- 방금 해궁이 실수한 거 봤냨ㅋㅋㅋㅋㅋㅋㅋ

└ ?? 어디서? 난 못 봤는데

└ 마지막 고음 ㅇㅇ 원래 더 내질러야 하는 파튼데 꺾임

└ 알고 보니 진짜 그렇넼ㅋㅋㅋ

- 아 ㅈㄴ 웃김 보컬 천재라고 기고만장했던 스위치들 지금 민망해서 죽으려고 할 듯

“죽어야 할 건 너다~!”

곽덕배는 최소 밝기로 켠 스마트폰의 스크롤을 내리며 분노했다.

실수한 건 맞다!

맞는데, 큰 실수는 아니었다.

노래 여러 번 들어본 사람 아니면 눈치도 못 챌 만큼 사소한 실수!

하지만 평소 어떻게든 라이트온을 물어뜯으려 벼르고 있던 이들이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진짜 얘네도 할 짓 더럽게 없나 보다. 저번에 그 예능에서 명예의 전당 오른 뒤에 어그로 더 붙은 느낌인데.”

“근돌아.”

“어?”

“천재에겐 항상 그림자가 따라붙는 거야…….”

“미친놈 진짜 싫다…….”

근돌의 질색을 가볍게 한 귀로 흘린 곽덕배가 가수 대기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해온이 괜찮아 보이지?”

“엉, 멀쩡해 보이는데? 근데 진짜 별 실수도 아니었어서…… 저게 맞긴 함. 괜히 기죽은 거 찍히면 까들만 신나지.”

* * *

반짝반짝…….

나는 걸칠 수 있는 최대한의 생기를 눈깔에 걸친 채, 리액션에 온 기력을 쏟았다.

가수 대기석 위에 카메라가 몇 댄데, 여기서 시무룩하게 앉아 있는다?

스스로 목을 닦고 단두대에 앉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고로, 난 아까부터 가장 최상의 낯짝을 유지하고 있다.

“아무래도 저 형님 눈빛이 수상합니다! 혹시 너무 큰 충격을 받으신 게 아닐까요!”

“윤재야……! 들리, 겠어……!”

이 녀석들이 이렇게 속닥일 정도로 말이다.

나는 무대로 시선을 고정했다.

올타임과 댄스팀의 콜라보 무대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끝나자마자 새로 편성된 서바이벌 프로그램, .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미약한 댄서들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이다 보니 실패할 거라는 여론이 우세했으나, 그 예상을 뒤집고 흥행에 성공했다.

남희연 PD에게 만남을 청했을 때부터, 나는 이 프로그램을 끌고 올 작정이었다.

중요한 건, 얼마나 매력적으로 포장하느냐.

- Nnet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 변화를 준다면 어떨까요.

- 이 쓰레기 같은 이미지를 어떻게?

- ……PD님이 그런 말을 하셔도 되는 건가요.

- 뭐 어때, 틀린 말 한 것도 아니고. 어차피 사람들은 그거 알면서도 재밌어서 보는 거잖아.

- 이미지 자체는 바꿀 수 없겠지만, 긍정적인 프레임 하나 덧씌워서 나쁠 건 없죠.

- 호오? 긍정적인 프레임?

- 예, 이왕이면 결정권 있는 분들이 좋아하실…… 언론 플레이 하기 최적화된 타이틀로요.

같은 해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두 서바이벌.

그리고 Nnet이 개최하는 AMA.

- 경쟁이 아닌, 화합.

- 아하하하!

화합이라, Nnet 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지만 고상하신 윗분들은 이런 거에 환장하는 경향이 있다.

그걸 노리고 던져봤던 건데, 바로 픽스된 걸 보면 윗분들의 마음에 쏙 든 기획이었던 모양이지.

지금 올타임의 무대가 1부의 마지막이다.

우리의 스페셜 무대는 2부에 예정되어 있고 말이다.

의 출연팀도 여섯인 관계로, 부가 나뉘었다.

1부에서 4~6위를 차지한 팀들의 콜라보 무대를.

2부에서 1~3위를 차지한 팀들의 콜라보 무대를 편성한 것이다.

화합이라곤 하지만, 무대도 순위별로 묶은 게 참 Nnet답군.

* * *

“드디어 마지막 무대!”

“승하야, 옷은 제대로 입고 신나하자.”

류인이 옷걸이에 걸린 상의를 최승하의 목에 걸쳤다.

“에이, 저희끼리 있는데 뭐 어때요.”

나는 내면으로 류인에게 감사를 전했다.

안타깝게도 내 안엔 오타쿠 자아가 있단 말이다.

지금도 난리치는 걸 간신히 넣어놨다.

쯧쯧…….

“어라? 제 몸을 왜 그렇게 열렬히 보시는 거예요?”

“형님, 저게 어딜 봐서 열렬한 눈빛입니까? 암만 봐도 죽어 있는 눈빛입니다!”

이봐, 다 들린다.

“…….”

수줍은 낯짝을 걸친 최승하가 팔을 엑스자로 교차해 본인의 몸을 가렸다.

“그렇게 보고 싶으면 보여 드릴 수는…….”

그 꼴을 바라보고 있던 류인이 고개를 절레 저었다.

“……승하야, 팔 슬금슬금 내리지 말고 이거나 마저 입자. 팔 들고.”

“에잉.”

바로 그 순간이었다.

노크 소리와 함께 시끌벅적한 대기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드르륵-

자리에서 일어난 내가 문을 엶과 동시에, 안에 있던 멤버들과 밖에 선 이들이 동시에 허리를 접었다.

……웃긴 광경이군.

“저희가 늦게 도착해서…… 대기실에 있으시다기에 바로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Frightless]

프라잇리스, 오늘 우리와 스페셜 무대를 함께 하게 될 댄스팀이다.

스페셜 무대가 픽스되자마자, 우리는 곧장 연습에 들어갔다.

- 해온아! 발이 스읍, 느리다……? 댄스팀이랑 같이 꾸리는 무댄데, 이거…… 스읍.

- …….

물론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조져지는 건 나였고 말이다.

- 댄스팀에서 멋진 안무도 제안해 주셨으니, 내 임무는 너희가 그분들에게 뒤지지 않도록 코칭하는 거겠지?

- 선생님, 그분들은 평생 춤만 추신 분들인데 조금은 뒤져야 하지 않을까요.

- 어어, 해온아. 방금 뭐라고 했어?

- 빨리 연습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이다음은, 온갖 비명의 콜라보였다.

내가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과거 회상이나 하고 있을 무렵, 프라잇리스의 리더가 상기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희는 사실 백업으로만 AMA에 와봤지, 이렇게 무대에 설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거든요. 저희가 욕심이 많았는지, 안무도 어렵게 짰는데…….”

너네가 생각해도 어려웠구나!

당장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하고 싶은 마음을 구겨 넣은 나는 가식적인 낯짝을 걸쳤다.

“전혀요. 괜찮았습니다. 안무도 너무 좋았어요. 그렇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멤버들이 긍정적으로 호응했다.

쑥스러운지 입을 달싹인 프라잇리스의 리더가 볼을 긁적였다.

“……! 그렇게 말해주시니 감사하네요. 사실 안무가 너무 어려울까 싶어서, B버전도 만들어놨었는데…… 합동 연습 때마다 너무 소화를 잘하셔서 꺼내지도 않았다니까요. 허허.”

어이, B안이 있는 거였냐.

그런 게 있으면 진작 말을 하라고.

진작.

진작!

내 낯짝이 실시간으로 침침해지기 시작했다.

댄스 능력치가 높은 놈들은 금세 소화했다만, 나 같은 경우는…… 소화가 될 때까지 굴려졌다고 보는 편이 옳다.

쿡! 쿡!

눈을 데굴 굴리니, 차윤재가 손가락으로 내 옆구리를 찌르고 있었다.

“형, 형님! 지금 눈빛이 그것입니다!”

“…….”

내가 못 알아들었다고 생각하는지, 녀석이 다급하게 내 귀에 대고 속닥였다.

“동태! 동태입니다!”

“…….”

그래.

이미 엎어진 물인데 열받아해 봤자 무슨 소용이겠는가.

비록 연습 기간 동안 뒈질 뻔했지만…….

뒈질 뻔했지만…….

“혀, 형님! 눈! 눈!”

차윤재의 숨이 넘어가기 전에 다시 반짝이는 안구를 걸친 나는 프라잇리스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출연진 대기실은 따로 있는 관계로, 프라잇리스가 우르르 빠져나가자 대기실이 한적해졌다.

“흠.”

환복을 마친 나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무대를 마치고 나서는 정신이 없었던 관계로 반응 모니터링을 하지 못했다.

스마트폰을 들어 올린 나는 빠른 속도로 스크롤을 내렸다.

역시, 예상대로다.

절찬리에 조롱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 아 ㅋㅋㅋㅋㅋㅋㅋㅋ 해궁이 실수 보자마자 터짐

- 응응 스위치들아 팩트만 정리하자면 생방 무대에서 해궁이가 실수했어요 응응

- 보컬 잘한다고 여기저기서 부둥부둥 해주니까 나댔다가 멸망한 거네

의도한 건 아니다만, 어쩌다 보니 라이트온이나 성해온에게 악감정을 품은 팬덤이 꽤 된다.

그런 이들이 말을 얹으니, 사실상 큰 실수가 아니었음에도 신명 나게 조롱받고 있었다.

……스위치분들이 말이다.

- 아~ 속이 다 시원함 스위치들 개나대는 거 꼴보기 싫었는데 조용해진 것 좀 봐라 ㅋㅋㅋ

……면목이 없을 정도다.

여러 어그로의 총집합이었던 을 이겨낸 스위치들은 ‘무시’라는 최고의 전략을 펼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어그로들의 기세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크든 작든, 내 실수임이 자명하니까.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어 합니다!]

동정은…….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을 동정하며 100골드를 후원합니다!]

그래, 이거다.

눈을 가느스름하게 뜬 채 허공을 빤히 바라보자, 메시지가 갱신됐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양심을 지적합니다!]

지적을.

공짜로?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냐며 펄펄 뜁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아주 귀여운 인간이라며 한 성좌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그런 말이 아니었다며 경악합니다!]

계속해서 난리를 피우던 성좌가 이내 진정했는지 하나의 메시지를 추가로 보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위축되지 말라며 당신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위축?

누가.

내가?

지금 내 눅눅한 낯짝의 이유는 빌어먹을 체력 때문이다.

카메라 앞에서야 표정 관리를 하지만, 대기실에서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으니까.

고작 악플 몇 개로 위축될 리 없다.

오히려…….

아마도 호선을 그리고 있을 입매를 가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얘들아.”

분주한 백스테이지 속, 들려오는 목소리에 상체를 반쯤 돌리자 류인이 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마지막까지 파이팅하자.”

“예! 좋습니다! 형님들도, 수현이 너도! 파이팅입니다!”

“으응! 윤재, 너도 파이팅……!”

“……역시, 연습을 조금 더 했어야 하는-”

“막내야! 거기서 더 하면 죽어~!”

“안 죽어요. 승하 형, 떨어지세요. 머리 세팅 망가집니다.”

나는 한수현에게 붙은 최승하를 떼어내 주며 무대 쪽을 응시했다.

이윽고 무대에 오르라는 스태프의 사인이 떨어졌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무대에 발을 내디딜 때마다, 띠링 소리와 함께 기다리고 있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 지금 이 무대가 미션에서 제시됐던 세 번째 무대다.

즉, 미션 클리어라는 거지.

[축하합니다! 미션 클리어!]

[성공 보상이 지급됩니다!]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보상을 적용시켰다.

[보컬 스탯을 선택하셨습니다!]

[해당 스탯의 업그레이드가 진행됩니다!]

나는 히죽 웃으며 발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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