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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04화 (204/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04화

식사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류인 형님의 요리 실력이 부모님을 닮으신 건가 봅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맞아. 형이 요리 잘하, 는 건 부모님, 을 닮았나 봐……!”

“내 말이~ 류인 형이랑 평생 같이 살아야겠다~!”

멤버들의 호들갑 속에서 젓가락질을 시작한 내 눈이 동그래졌다.

“……!”

이 녀석들의 말대로, 유전인 게 틀림없는 맛이었기 때문이다.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맛있는데.’

원래 집밥은 호불호가 갈린다던데, 갈릴 리가 없는 맛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지금 속으로 하는 맛 평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반짝반짝…….

내가 음식을 입에 넣을 때마다, 계속해서 시선이 닿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빛나는 안광을 걸쳤다.

“너무 맛있는데요.”

그리고 난 방금의 내 발언이 엄청난 실수였음을 깨닫는다.

안 그래도 탑처럼 쌓여 있는 음식 위에, 음식이 더 쌓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빠, 해온이 그렇게 많이 못 먹어.”

내 앞접시로 향하던 젓가락질을 멈춘 남자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많이 먹어요! 류인이 친구들은 내 자식이나 다름없지!”

“……자식이요?”

한수현의 눈이 묘하게 반짝였다.

“그래! 자식! ……아, 이런 말은 조금 실례인감?”

남자가 머쓱하게 뒤통수를 긁적였고, 한수현이 식탁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을 와다다 쏟아내기 시작했다.

“전혀 실례가 아닙니다. 이런 말은 조금 그럴 수도 있겠지만, 류인 형의 부모님이시면 제게도…… 흠, 가족의 가족은 가족이니까요.”

이봐, 그게 무슨 논리냐.

내가 물음표를 띄우고 있을 무렵, 심각하게 감동받은 것 같은 남자가 에이프런을 펄럭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현 군!”

나는 한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감동의 물결 속에서, 빠르게 작전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차마 저 애정 담긴 시선 아래서 밥을 남길 수는 없을 것 같단 말이지.

아무리 나여도 말이다.

“형님, 왜 밥을 저한테, 억.”

말을 마치기도 전에 허벅지를 가격당한 차윤재가 억울하다는 얼굴로 시선을 보냈다.

나는 부부의 시선이 한수현에게 머물러 있을 때를 노려, 접시에 든 음식을 다른 녀석들에게 나누기 시작했다.

사실 이미 배가 터질 지경이라서 말이다.

그나마 오늘 속이 조금 괜찮아서 이 정도 먹은 거다.

‘맛있기도 했고.’

몸 상태가 이렇게 되고 나서는, 음식이 잘 받지 않아서, 이걸 다 먹었다가는 하루 종일 변기나 붙잡고 있어야 할 거다.

사실 먹은 걸 토해내는 것도 익숙해진지라, 별 상관은 없다만…… 이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을 뱉어내긴 싫거든.

빛과 같은 속도로 젓가락질을 하던 와중, 최승하와 눈이 마주쳤다.

시선이 닿기 무섭게 최승하가 조용히 눈을 접어 웃었다.

바로 능글대며 일러바칠 줄 알았는데, 평소보다 배는 많이 먹은 걸 눈앞에서 봤으니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모양이지.

내 앞에 산처럼 쌓여 있던 음식들을 대부분 비우는 데에 성공했을 무렵이었다.

한수현과 부부의 감동 섞인 대화가 끝난 것이다.

텅 빈 내 그릇을 본 남자가 눈을 빛내며 밥솥으로 다가가 주걱을 들었다.

동시에 남자의 입술이 벌어졌다.

분명 ‘한’으로 시작되는, 그래.

한 그릇 더, 를 외칠 것 같은.

……벌떡!

“큭, 쿨럭! 읍, 깜, 큭, 깜짝 놀랐습니다!”

“윤재야, 여기 물.”

내가 난데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옆에서 얌전히 밥을 씹던 차윤재가 가슴을 탕탕 치며 류인이 건넨 물을 마셨다.

샤라락!

곧장 가식적인 낯짝을 걸친 나는 곧바로 핑크 에이프런을 입은 중년에게 다가갔다.

“아버님!”

당찬 걸음으로 남자의 앞에 선 나는 고무장갑을 빼앗았다.

“주세요! 제가 하겠습니다!”

“설거지 내가 할 건데! 고무장갑 이리 줘요. 그리고 얼른 앉아요. 내가 금방 한 그릇 더-”

“이번엔!”

다급하게 말을 끊은 나는 최대한 선량한 눈깔로 부부와 눈을 마주쳤다.

“……?”

“제가 보답으로 맛있는 차를 타드리겠습니다.”

내 제안에, 남자가 주걱을 흔들었다.

“아니에요. 우리는 바로 가봐야 해요. 가기 전에 밥이랑 반찬 더 꺼내주고 먹는 것 좀 보고 갈-”

“아버님.”

“응?”

“지금은 배도 찼고, 뭣보다 아껴 먹고 싶어서요. 마음 같아서는 당장 제 배 속으로 넣어버리고 싶지만, 참겠습니다.”

“……! 그렇게 맛있었어요?”

“예,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단언컨대 올해 최고의 식사였다고나 할까요.”

“그럼 집에 가서 더 해가지고 내가 택배로……!”

“하아아아아아아…….”

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아버님!”

조금 화난 듯한 어조에, 남자의 눈이 동그래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저희가 염치가 있지! 보내주시는 반찬도 감사한데, 그런 수고까지 더할 수는 없습니다! 자꾸 그러시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가만히 안 있으면 뭘 할 거냐고 묻습니다!]

나도 모른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뒷목을 부여잡습니다!]

자고로 이런 건, 논리가 없어도 당당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나는 남자의 손을 붙잡았다.

“이 가녀린 손에 물을 묻힐 수야 없지요! 설거지도 제가 할 테니, 고무장갑을 탐내지 마세요.”

“내, 내 손이 해온 군 손보다 두 배는 큰 것 같은데!”

“가냘픕니다! 저는 느껴집니다. 아버님의 여린 내면이…….”

“……!”

남자의 얼굴이 잔뜩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감동받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과한 감동을 받았는지……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무서워졌다.

“히이이이이익!”

놀란 차윤재를 진정시키려는 듯, 신유하가 녀석의 어깨를 토닥였다.

“유, 윤재야, 놀라지 마, 끕.”

이봐, 네가 더 놀란 것 같은데.

* * *

“뒈질 것 같군…….”

입털기로 식사를 더 이어가지 않았는데도, 오랜만에 무리해서 그런가 속이 말이 아니다.

침대에 대자로 드러누운 나는 눈을 껌뻑이며 천장을 바라봤다.

- 여보, 내가 가냘파요?

- ……그래, 가냘파. 불면 날아가겠어요.

그래도 참, 특이하신 분들이었다.

마지막엔 류인과 커플티인 걸 기념하고 싶으시다기에…….

- 아버님, 제 특기가 사진 촬영입니다. 식사에 대한 보답은 안 되겠지만, 성심을 다해 찍어드리겠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단체 사진은 어떨까요?

- ……해온 군!

- 윤재야, 유하야, 놀라지 말고 숨 쉬어. 우리 아빠가 좋아서 그래…….

사진을 마지막으로, 부부는 미련 없이 떠났다.

냉장고를 가득 채우는, 일용할 양식을 남긴 채 말이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드르륵-

방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온 것이다.

안 그래도 내가 가려고 했는데, 제 발로 찾아와 주셨군.

“……해온아, 우리 부모님 때문에 당황했지.”

“아니, 재밌으시던데.”

200% 진심이다.

솔직히 근 몇 년간 만난 인간들 중에 가장 재밌으셨다.

그런 부부 아래에서 이렇게 덤덤한 녀석이 나온 게 신기할 정도니까.

그나저나,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나는 침대를 팡팡 쳤다.

“앉아.”

“어……?”

류인의 고개가 약간 모로 기울어졌고, 나는 비열하게 올라가려는 입매를 손으로 가렸다.

“거실에 쿠키 있는데, 가져다줄까.”

“아니, 괜찮아.”

“사진 보니까, 어렸을 땐 좋아했던데.”

“그야…… 그 나이 땐, 다들 좋아하잖아. 입맛은 바뀌기도 하고.”

입을 달싹인 류인이 등을 반쯤 돌렸다.

“그럼, 푹 쉬어. 해온아.”

호오라.

말을 피하시겠다.

“거짓말.”

나는 녀석의 등짝을 응시하며 말을 뱉었다.

“좋아하잖아?”

“……해온아, 전부터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나 진짜로 단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이 자식, 말이 길어진 걸 보니 당황했다.

게다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니.

그야 만취해서 기억을 잃었으니 모르겠지.

어?

모르겠지.

내가 자기를 둘러메고 밴까지 개고생을 했다는 것도.

어?

모르겠지.

- ……다.

- ……그만 사라.

- 다…….

- 그만.

- ……응.

아직까지 멀쩡한 낯짝으로 ‘단것’을 중얼거리며 편의점 디저트 칸을 쓸던 이 녀석의 모습이 선명하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류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야비하게 올라간 입매를 가린 나는 녀석의 귓가에 대고 속닥였다.

“달콤아.”

“……!”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류인이 얼어붙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간신히 평정을 되찾은 듯한 류인이 목을 가다듬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해온아.”

저번부터 느꼈다만, 거짓말에 재능이 없군.

나는 뒷걸음질 치는 류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달. 콤. 아.”

“……그걸, 어떻게.”

“전부터 알고 있었어. 네가 통화할 때 들렸거든.”

물론 거짓말이다.

엿들었다는 걸 실토할 수는 없지.

부모님에게 전화만 오면, 자리를 피하거나 음량을 최대한 줄여놓고 속닥이듯이 통화하길래…… 사이라도 나쁜가 했더니, 전혀.

부모님들이 달콤이라 부르는 게 부끄러워서 그런 게 틀림없다.

그리고 내 예상은 아마 정답인 것 같다.

류인이 눈에 띄게 당황하며, 붉게 타들어 가는 얼굴을 가렸기 때문이다.

“……그게 들렸어?”

“내가 귀가 좀 좋아. 다른 놈들은 못 들었을 테니 걱정 말고.”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의 청산유수한 거짓된 언행에 감탄합니다!]

“그건 그냥 부모님들 애칭이셔. 더 자세히 말하자면 태명…… 그런 거지.”

“와, 그렇구나.”

내가 믿는다고 생각하는지, 류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런 녀석이 고개를 끄덕이기 무섭게, 나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단건 왜 안 좋아하는 척하는 거야? 달콤아.”

“……어렸을 때 좋아한 건 맞는데, 지금은 아니야.”

싱긋…….

“기억나?”

내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한 발자국씩 다가가자, 류인이 슬금슬금 시선을 피했다.

“우리 종방연 회식날…….”

이때, 안타깝게도 스마트폰을 식당에 두고 온 탓에 증거 사진을 찍지 못했다.

하지만 언젠가 예능에서 터뜨릴 목적으로 영수증 사진을 뒤늦게 찍어놨었지.

스윽…….

스마트폰을 들어 올린 나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말랑촉촉 순우유 100% 롤케이크, 새콤달콤 환상궁합 딸기와 청포도 마카롱-”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극악무도한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미안하지만, 아직 반도 안 읊었다.

이 녀석이 순순히 인정할 때까지, 공개 처형은 계속될 거란 소리다.

화르륵!

힐끔 시선을 올려보니, 류인의 얼굴은 이미 불타오르고 있었다.

나는 화사한 낯짝으로 말을 이었다.

“생크림이 가득 딸기 샌드위치, 두 가지 맛 말랑 당고, 천연 꿀이 가득한 허니 듬뿍 크림빵, 커스터드 푸딩. 트리플 치즈 케이크, 떠먹는 마스카포네 티라미수 케이크.”

터업……!

귀까지 붉어진 류인이 내 주둥아리를 틀어막았다.

“뭐야. 네가 뭔데 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말을 이으려던 나는 류인과 시선을 마주쳤다.

그러곤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기억났구나.”

“……!”

“그럼 내가 목 막힐까 봐 평소에 좋아하는 ‘척’하던 아메리카노를 사다 줬더니, 깜찍하게 고개를 저으며 단 음료를 찾은 것도 기억났어?”

나는 눈을 곱게 접어 웃었다.

“멀쩡한 얼굴로 인사불성이 된 널 짐짝처럼 둘러메고 밴까지 간 것도, 다?”

“……미안, 내가 그런…… 음.”

끊겼던 필름이 실시간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는 모양인지, 류인이 마른 얼굴을 수차례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히죽…….

나는 다시 한번 침대의 옆자리를 두들겼다.

“앉아.”

자, 이제 무슨 이유로 그렇게 좋아하는 걸 숨겼는지 알아볼까.

계속된 회유 끝에 류인의 입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고, 들려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내 입이 벌어졌고, 오타쿠 자아까지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나는 류인의 맞은편에 섰다.

‘이해성, 진정해라.’

내가 해결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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