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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05화 (205/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05화

그래, 천천히 대화를 이어나가자.

천천히…….

“돌았냐.”

다짐과는 전혀 다른 말머리에, 류인의 눈이 조금 커졌다.

“요약하자면 네가 단걸 먹을 때마다, 주변에서 이미지 깬다고 비아냥거렸다고?”

류인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학생 때부터 그러던 놈들이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 그랬고?”

“…….”

“컨셉충 같다면서 돌려 까고?”

“…….”

“너 남녀공학이었지. 그놈들은 안 봐도 다 남자였겠고.”

내 물음에, 류인이 입을 다물었다.

긍정이란 뜻이다.

동시에 분노한 오타쿠 자아가 날뛰기 시작했다.

‘이봐, 진정해라.’

나는 눈에 핏대를 세웠다.

이러지 않으면, 이해성의 생각이 그대로 나올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런데 이런 내 낯짝이 굉장히 화나 보이는지, 류인이 걱정 담긴 얼굴로 물었다.

“……해온아, 혹시 화났어?”

“아니.”

“화 많이 나 보이는-”

나는 류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에 달려 있는 욕실 안으로 이끌었고, 커다란 거울에 류인과 내가 비쳤다.

“이 얼굴로, 단걸 좋아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음, 깬다?”

싱긋…….

“다시 한번 묻는다. 너는 네 얼굴이 어떻다고 생각하지?”

“날카롭게 생겨서, 조금 무섭-”

싱긋…….

거울 속으로 나와 눈이 마주친 류인이 다급하게 입을 다물었고, 나는 화를 삭였다.

류인에게 화가 난 게 아니라, 그놈들에게 말이다.

다행히 덤덤한 놈이라 트라우마라기보다는 그냥 ‘그렇군’ 하고 받아들인 모양이지만…….

‘열 받는군.’

척 봐도 동급생들의 시기와 질투로 숱한 음모에 담가진 게 아닌가.

지금 당장 그 못난이들을 데려와 멍석말이를 시켜야 한다며 길길이 날뛰는 이해성을 제압하기 위해, 나는 눈에 더더욱 핏대를 세웠다.

“우선, 네 얼굴은 전혀 무섭지 않아. 단걸 좋아하는 것도 깨지 않고.”

고개는 끄덕이고 있다만, 믿지 않는 얼굴이었다.

이목구비 주차도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게 확실한 얼간이들에게 주야장천 헛소리를 들어댔으니 이럴 만도 하지.

애초에 이 녀석, ‘반전 매력’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게 틀림없다.

이 바닥 전문 용어로, ‘갭모에’ 말이다.

“해온아, 안색이 점점 안 좋아지는데…….”

시선을 올려 거울을 보지 않아도 내 눈깔이 흐려졌을 게 뻔했다.

실시간으로 속에서 천불이 일었다.

이 업계에서 매력 어필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다른 그룹은 캐릭터성을 팔아먹으려 일부러 반전 매력을 꾸민다.

그러니까 더 분통이 터지는 거다!

이 녀석은 반전 매력 요소를 천연적으로 다수 보유하고 있으면서!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동료를 생각해 주는 당신의 마음에 감동합니다!]

그걸 여태까지 꼭꼭 숨기는 만행을 저질러 왔기 때문에!

진작 알았으면, 자체 컨텐츠로 핑크 에이프런 입히고 디저트 먹방 시켰지!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뒷목을 부여잡습니다!]

비단 나뿐이 아니라, 오타쿠 자아까지 이 참담한 상황에 심각할 정도로 비통해하고 있었다.

“생각해 봐, 한수현같이 생긴 녀석이 에스프레소만 먹으면 어떨 것 같냐.”

“어른스럽구나……?”

“앞에 뭐가 빠졌는데.”

“어린 나이인데도 어른스럽구나……?”

“이봐, 날 화병으로 관짝에 넣고 싶은 심산이었다면 성공이다.”

“아니, 해온아.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어. 정말 모르겠어서…….”

나는 손을 들어 류인의 눈가를 가렸다.

“자, 눈 감고.”

곧이어 손바닥에 닿던 눈꺼풀이 내려앉는 게 느껴졌다.

“다시 한수현을 떠올려 봐. 어떻게 생겼지?”

“음, 수현이는…… 귀엽게?”

“그래, 그런 놈이 분위기 잡고 바에 앉아서-”

“수현이는 아직 미성년자…….”

“죽을래?”

“미안해.”

“상상만 해보라고, 상상만. 그래, 한수현이 아니라 한수현같이 생긴 성인이 독한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표정 변화 없이 연달아 들이켠다고 생각해 봐. 그리고 그 옆자리엔 네가 있어. 너는 그걸 보며 어떤 생각을 할 거냐.”

“그렇게 마시면 위장이 상할 텐데…….”

“죽을래?”

“미안, 정말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하다 보니.”

“그래, 다시 생각해 봐.”

“……의외다?”

“그래, 그거지.”

엎드려 절 받기 식으로 캐치한 키워드와 동시에, 나는 류인의 어깨를 붙잡았다.

“자, 그럼 같은 맥락으로 너한테 핑크 레이스 에이프런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냐?”

“음, 아니…….”

나는 곧바로 정색했다.

“틀렸어.”

그리곤 곧바로 말을 이었다.

“얼굴만 잘생겼으면 거적때기를 입어도 어울려. 애초에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를 논할 필요가 없지.”

이해성의 주장을 그대로 읊어주자, 류인의 얼굴이 조금 멍해졌다.

“하지만 사람은 편견이 있을 수밖에 없긴 해.”

“편견……?”

“그래. 네가 단것과는 거리가 멀게 생긴 것처럼.”

“역시 그렇…….”

쾅!

세면대를 내려친 나는 스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뭐가 역시 그렇지야?”

“하지만 해온이 네가 거리가 멀게 생겼다고…… 아야.”

류인의 등짝을 후려갈긴 나는 고개를 느릿하게 내저었다.

“네가 생긴 대로 놀면, 그저 잘생긴 놈이 되는 거지. ……하지만 생긴 대로 놀지 않는다면?”

나는 손가락으로 세면대를 두드렸다.

“다시 말해, 생긴 것과 거리가 먼 행동을 한다면? 게다가 그 종류가 팬들이 열광할 것이라면?”

나는 류인과 시선을 마주쳤다.

“굉장히 흥미롭기까지 한 잘생긴 놈이 되는 거지.”

“흥미로운……?”

“그래, 흥미로운. 이 바닥에서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고 있겠지.”

류인이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인 순간이었다.

후욱!

나는 류인의 양 볼을 움켜쥔 채, 거울에 가까이 붙였다.

“……읍, 해온아!”

“기억날지는 모르겠다만, 우리 첫 자체 컨텐츠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건 네 앞치마였어. 그 이유는 뭘까.”

“조금, 웃겨서……?”

“웃긴 거 볼 거면 개그 프로그램이나 보지 왜 우릴 보겠어.”

오타쿠 자아와 나는 동시에 정색했다.

“흥미로운 얼굴에, 흥미로운 요소가 더해지니 더 재밌는 거라고.”

“……!”

이윽고, 내가 이해성의 오타쿠 대백과에 수록되어 있는 갭모에 아이돌들을 줄줄 읊자, 류인의 얼굴이 충격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녀석의 멘탈이 반쯤 털려 보인다는 뜻이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녀석의 어깨를 붙잡았다.

자고로 사람은 이렇게 넋이 빠졌을 때 몰아붙여야 한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흐뭇해하지 말라며 기겁합니다!]

“알아들어?”

“어……?”

나는 류인을 짤짤 흔들었다.

“다른 그룹은 이런 갭모, 아니, 반전 매력을 주고 싶어서 난리인데, 너는 그걸 숨기고 있으니.”

쯧쯧…….

혀가 절로 튕겨지는군.

“마지막으로 묻는다. 네 얼굴로 단걸 좋아하는 건?”

“…….”

“하는 건? 대답해야지.”

“…….”

얼굴이 화르륵 불타오른 류인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스위치분들이 좋아하, 음. 좋아하셔.”

개비스콘이라도 들이켠 것처럼 편안해진 속에, 내 낯짝이 절로 온화해졌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류인의 얼굴이 미묘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해온이 네가 나를 이렇게 신경 써주고 있을 줄은 몰랐어. 지금까지 애들 몰래 과자나 그런 거, 먹인 것도 그래서였구나.”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그게 아니라며 경악합니다!]

“종방연 때도 그렇고, 통화도 들어서 다 알고 있었을 텐데, 지금까지 모른 척해준 것도 고마워.”

쿡! 쿡!

이게 무슨 소리냐 묻는다면, 내 양심이 찔리는 소리다.

그도 그럴 게, 예능에서 타이밍만 맞으면 바로 술술 불어버리려 했던 거거든.

참고로 지금도 그 마음엔 변함이 없다.

언젠가는 터뜨려 버릴 거란 뜻이다.

나는 최대한 무해해 보이게, 눈깔을 동그랗게 떴다.

“딱히 고마워할 정도는 아닌데.”

“아니야, 정말 고마워. 네 덕분에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양심이 찔리고 있는 게 맞는지 궁금해합니다!]

그때, 입을 달싹거린 류인이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오래 살아와서 조금…….”

류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인자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애들한텐 당연히 비밀로 해줄게.”

동시에 류인의 얼굴이 약간의 감동으로 물들었다.

자고로 이런 건 방송에서 터뜨려야지.

히죽…….

나는 헛기침하는 척, 입매를 가렸다.

“흠, 피곤할 텐데, 얼른 쉬어.”

드르륵-

류인이 방을 나서기 무섭게, 나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AMA도 무사히 끝냈고, 예능에서 터뜨릴 소재도 잡았으며, 류인의 틀려먹은 생각까지 고쳐주는 데에 성공했지만.

“하아아아아아아…….”

내 낯짝은 그다지 안녕하지 못했다.

피로로 찌든 몸도 그렇지만, 가장 골치 아픈 일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 * *

부르르-

유인성의 스마트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저장이 되지 않은 번호.

하지만 꿈에서 나올까 무섭기까지 한 숫자의 나열을 보자마자 유인성의 얼굴이 슬퍼지기 시작했다.

“이 미친놈은 왜…….”

동시에 속이 갑갑해진 유인성은 담배를 가지고 옥상으로 향했다.

“사람이 안 받으면 좀 끊어야 하는 거 아닌가……?”

유인성이 담배를 입에 물자, 전화가 끊겼다.

그리고 동시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통화 연결이 되는 것을 보니, 기내는 아니신가 보네요. 입국하셨나요?]

“…….”

[저는 입국해서 쉬고 있습니다.]

안 궁금해!

그리고 어쩌라는 거야!

유인성의 몸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이미 각인된, 또라이를 향한 공포였다.

[기자님이 바쁘시다면, 제가 톱스타패치 건물 쪽으로 갈 의향도 있는데 아무래도 내키지 않으시겠죠?]

바들바들…….

유인성의 주먹이 가련하게 떨리기 시작한 순간, 다시 한번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유인성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전화를 받았다.

- 기자님, 점심 식사는 하셨나요?

“아직 11시니까 아직…….”

아니, 내가 왜 이 새끼가 묻는 대로 대답해 주고 있는 거지?

심지어, 지금 내 목소리 비굴했지 않아?

갑작스레 깨달음을 얻은 유인성이 목소리를 깔았다.

“용건이 뭡니까?”

- 다름 아니라, 알아봐 주셨으면 하는 사람이 있어서요.

“제가 흥신소 직원인 줄 아십니까? 전 연예부 기자입니다! 기자!”

- 제가 제대로 찾아왔네요.

“예……?”

유인성의 입이 서서히 벌어지고 있었다.

“그, 허! 허, 나 참! 의 ……하! 저한테 그, 그!”

어이가 없으니 말문까지 막혔다.

사람이라곤 없는 옥상임에도, 유인성은 속삭이듯 말했다.

“밀리어스입니다! 밀리어스! 그쪽은 뭘 캐낸다 해도 터뜨릴 수도 없어요! 그런데 지금 저보고 의현 뒤를 캐라는 겁니까!”

- 뒤를 캐본다는 말은 조금 그렇네요. 제가 뭐…… 논란을 잡아 터뜨리려는 것도 아니랍니다. 친한 선후배 사이지만, 더욱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그래! 이미 친하잖아요? 둘이 친한 거 유명하잖아! 직접 물어보면 될걸!”

- 기자님.

성해온의 느릿한 목소리가 유인성의 고막을 울렸다.

- 아시잖아요? 제가 수줍음이 많은 거.

유인성의 혈압이 수직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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