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08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퇴근길 보던 사람들 진짜 단체 웃참챌했다고
- 진짜 이 정도면 하늘이 돕는 거임… 개그의 신이 해온이에게 축복을 내린 거임…
- 직캠에서 해온이랑 승하 뭐라고 떠드는지 너무 궁금함 tlqkf 나도 같이 알자
└ 얼굴이 잘생겨서 그런가 ㅈㄴ 훈훈한 이야기를 나눴을 것 같음
“…….”
내 안광이 사라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날개라도 달린 것처럼, SNS는 물론…… 온갖 커뮤니티까지 사진과 영상이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 라이트온 착한 이유 : 마지막까지 스위치들을 행복하게 해줌
- 누가 거기서 몸 날릴 생각을 하냐고ㅠㅠ 순간적인 판단 능력도 그렇고… 운동신경도 보통이 아니니까 가능했던 거임… 최승하 때문에 진짜 임종하고 싶어짐
- 깜짝 놀라서 눈 커졌다가 우다다 달려가는 랕온깅들 사랑하지 않는 법 모른다
U라이브 캡처본은 화질이 낮기라도 하지, 이건 눈물겹게도 음악방송 퇴근길이었다.
음악방송의 출근길과 퇴근길이란 무엇인가.
팬분들과 전문 데이터팔이들 손에서 온갖 고화질 데이터가 생성되는 때다.
그 참담한 현장의 사진이 고화질로 남았다는 뜻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 인기뮤직 라이트온 퇴근길 데이터 판매합니다 400장 보유 중
- 4K캠 영상 데이터 판매합니다 약 1분 20초 제시 디엠 주세요
- 데이터 삽니다 #인기뮤직 #라이트온 빙판 미끄러지는 부분 고화질 컷과 영상 데이터 둘 다 삽니다
눈물 나는 건, 이 데이터들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순식간에 팔려 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는 최선을 다해 자기합리화를 하기 시작했다.
우선 반응도 긍정적이고…….
뭣보다, 스위치분들이 즐거워하시면 된 거다.
즐거워하신다면…….
- 순정만화 남돌에 이어서 이건 뭐라고 불러야 함 대체? 로코 남돌? 이게 로맨스 코미디가 아니면 뭐냔 말이야
- 순정만화즈에 이어서 로코즈 좋다 로코즈로 하자
“…….”
스크롤을 내리던 내 낯짝이 조금 더 슬퍼졌다.
수상한 수식이 붙고 있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목격했기 때문이다.
- 아 순정만화즈랑 로코즈 포카 뽑아서 포꾸해야겠다 ㄷㄷ
- 나 아직도 웃음이 안 멈춰 미치겠네 아 ㅋㅋㅋㅋㅋㅋ 해온아 ㅋㅋㅋㅋㅋ 미안하다 ㅋㅋㅋㅋㅋㅋㅋ 깔. 깔. 깔. 깔!
어쩐지 비참해진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방문을 열었다.
드르륵-
그리고 보이는 광경에, 안광이 소멸되기 시작했다.
“…….”
내 방에 있을 이유가 없는 놈이, 내 침대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야야!”
내 시선이 닿자, 최승하가 허리 부근을 부여잡으며 우는소리를 냈다.
“네 방으로 안 가?”
“생명의 은인한테 너어어무 쌀쌀맞다!”
“등짝에 파스는 몇 장을 붙인 거야? 다치지도 않았으면서.”
“이렇게 시각적인 거라도 있어야, 형이 조금이라도 날 가여워해 주죠~”
“그딴 거 없으니까 네 방 가라.”
내가 손을 휘젓자, 최승하가 베개에 얼굴을 폭! 하고 묻었다.
“아고고, 삭신이! 나 죽네!”
“…….”
내가 입을 다물고 있자, 최승하가 계속해서 앓는 소리를 냈다.
“아고고! 아고고!”
저렇게 멀쩡한 등짝을 내놓고 말이다.
내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바라보자, 옆 침대에서 안절부절못하던 신유하가 벌떡 일어났다.
“제가, 처리할게요……!”
[성좌, ‘황금의 신’이 아해의 귀여움에 정신을 차리지 못합니다!]
……저 멘트가 귀엽다고?
심지어 지금 내 침대 위에서 이불을 꽉 움켜쥐고 버티는 최승하를 자비 없이 끌어내리고 있는데?
“악! 신유하 왜 이렇게 힘이 세!”
“나와, 얼른……!”
“어딜, 어딜 만지는 거야? 너 변태야? 유하야, 날 그렇게 만지고 싶, 읍, 읍.”
한 손으로 최승하의 입을 틀어막은 신유하가 녀석의 팔을 사정없이 침대 바깥으로 잡아당겼다.
“아픈데? 으음, 아픈데?”
“……! 네가, 내려오면 되는, 거잖아!”
“흐음,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네!”
“당당하게, 인정하지 마……!”
“어? 해온 형이 너 부른다!”
“……?”
“으하하, 신유하 바보. 이걸 속네!”
신유하의 시선을 돌린 뒤, 반쯤 흘러내리고 있던 상체를 다시 침대 위로 끌어 올린 최승하가 자신의 몸에 이불을 돌돌 말았다.
순식간에 신유하에게서 멀어진 최승하는 침대의 끄트머리에 찰싹 달라붙어 헤실 웃었다.
“……너희 뭐 하냐.”
혀를 끌끌 찬 내가 말을 이으려던 순간, 스마트폰이 반짝였다.
* * *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의 모습을 흥미로워합니다!]
현재 시각, 새벽 5시.
다른 녀석들은 전부 잠들었을 시간이다.
모자, 체크.
선글라스, 체크.
마스크, 체크.
여기에 누구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숙소에 굴러다니는 머플러까지 둘둘 감아주면…….
“흠.”
거울을 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하군.”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대체 어디가 완벽한 거냐며 할 말을 잃어버립니다!]
나는 발소리라도 들릴세라,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겼다.
들키기라도 하는 날엔 귀찮아진다.
‘어딜 가냐’부터 시작해 ‘같이 가자’까지, 안 봐도 훤하지 않은가.
심지어 차윤재는 아침잠이 없는 편이라 기상이 유난히 빠른 편이다.
원활한 작전 실행을 위해 더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나는 피곤에 찌든 눈을 껌뻑였다.
‘피곤해 뒈질 것 같군.’
얼굴을 완벽하게 가릴 용도로 선택한 머플러를 한 번 더 휘감은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 * *
아파트 바깥으로 나서자, 경비 아저씨가 나를 수상하게 바라보는 게 느껴진다.
연예인이 신기하신지 항상 말을 건네곤 하셨는데, 전혀 못 알아보고 계신 것이다.
역시 완벽한 분장이군.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뿌듯해하지 말라며 기겁합니다!]
나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아파트 내부에 위치한 벤치에 앉았다.
덜덜덜덜-
옷을 이렇게 껴입었는데도 춥다니, 정말 쓸모라곤 찾아볼 수 없는 몸뚱어리로군.
사정없이 떨리던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더럽게 춥네.”
잠시 마스크를 내리니, 뿌연 입김이 가득 나왔다.
“유인성…….”
나는 서슬 퍼런 낯짝으로 누군가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어제저녁, 유인성에게 온 연락의 내용은 이러했다.
- 진짜 거짓말이 아니고! 아무것도 캐낼 게 없다니까요!
- 기자님, 전화가 잘 안 들리네요…….
- 갑자기 목소리 무섭게 하지 마시고, 들어보세요. 제가 누굽니까? 톱스타패치의 유인성입니다. 유인성!
- 예예, 저는 라이트온의 성해온입니다.
내 대답에, 유인성이 다급하게 말을 붙였다.
- 모르실 수도 있겠지만, 제가 이 바닥에선 정말 알아주는 놈입니다. 못 잡아내는 게 없어요!
그거야 알고 있다.
유인성이 이 바닥에서 괜히 유명한 게 아니거든.
그러니까 더 어이가 없는 거다.
- 못 잡아내시는 게 없는데, 왜 이번엔……?
- ……! 모, 못 잡아낸 게 아니라! 잡아낼 게 없는 거죠! 클린! 클린! 뜻 모르십니까? 깨~ 끗하다! 정말 아~ 무것도 없다!
- 이 세상에 그렇게 깨끗한 놈이 어딨답니까? 기자님, 농담도 참 재미있게 하시네요.
- 돌겠네! 내가 이 말까진 안 하려했는데요!
유인성은 펄펄 뛰며 하나의 이야기를 건넸다.
- 내 직속 선배 중에, 밀리어스 뒤만 지독하게 캐는 선배가 하나 있어요. 터뜨리진 못해도, 워낙 대박이니 졸졸졸 따라다니는 거지.
유인성은 말을 이었다.
- 그런데 그 선배가 하는 말이 있어! 밀리어스 중에서 제일 무서운 게 의현이래.
하긴, 그 새끼 눈깔 돌아갔을 땐…… 나조차도 말문이 막힐 정도였으니.
어서 말을 이어보라는 듯 긍정하자, 신난 유인성이 입을 열었다.
- 예, 그 친구가 무서운 게 뭐냐면! 사람이 너무 흠잡을 게 없대! 바깥에 나도는 걸 쫓아다녀 봐도, 아~~ 무 것도 없대.
- ……그게 무서운 점이라고요? 그게?
- 그렇다니까요? 정말 사람이 무서울 정도로 흠잡을 게 없대!
- 기자님, 실례지만 밀러스 몇 기이신가요?
- 이런 미친! 기껏 정보 알려줬더니 무슨 소릴 하시는 겁니까?
- 예, 최애가 의현인 건 잘 알겠습니다. 그래서 몇 기신데요?
유인성은 수화기 너머로 뒷목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불손한 낯짝으로 다리를 달랑달랑 흔들었다.
“못 알아내면, 내가 알아내면 되는 거지.”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의 주도적인 모습에 찬사를 보냅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칭찬할 일이 아니라며 경악합니다!]
“저건가.”
마침, 기다리던 사람도 도착했다.
바로 택시였다.
오늘 하루 이 택시를 통으로 빌렸다.
뒤를 쫓아야 하는데, 매니저를 부를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드륵-
뒷좌석에 오르자, 인자하게 생긴 택시 기사가 말을 붙였다.
“오늘 날씨가 말이 아닌 겨. 춥지요?”
곧바로 히터를 높인 기사가 입을 달싹였다.
“……혹시 남편이 바람난 겨?”
“……?”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립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낄낄댑니다!]
상상조차 못 했던 당황스러운 질문에, 사고 회로가 조금 마비되는 기분 마저 드는군.
얼굴은 모자와 마스크, 머플러로 꽁꽁 싸매 전혀 보이지 않으니 그렇다 치고.
아무리 롱패딩으로 무장을 했대도 180cm에 가까운 키인데, 뼈대가 있지 않겠는가.
체격에 비해 마르긴 했대도…… 성별을 착각할 정도는 절대 아니다.
“내가 아가씨만 한 딸이 있어! 여기 내 딸인 겨!”
기사가 운전석에 달려 있는 자그마한 사진을 가리켰다.
“우리 딸내미 이쁘지? 키가 백, 백칠십…… 뭐였드라. 아무튼 운동혀.”
확실히 키가 크고 훤칠하시군.
그럼에도 나보단 훨씬 체격이 작으신데.
“내가 작년에도 이런 의뢰(?)를 받았어. 남편이 바람난 것 같다고. ……참, 뻔뻔한 낯짝을 숨겨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말이여.”
설마…… 내가 얼굴을 가리려 꽁꽁 싸맨 게, 이 편견 없는 기사님의 착각에 불을 지핀 건가.
추측하기론, 이전에 받았다던 의뢰인도 나와 비슷한 착장이었던 모양이지.
내가 입을 다물고 있자, 홀로 확신하셨는지 기사님이 작게 소리쳤다.
“써글 놈!”
“…….”
“증거 잡으면 무조건 갈라서야 혀! 아주 그냥…….”
기사의 눈에 분노로 비롯된, 증거를 잡고야 말겠다는 열정이 불타올랐다.
그리고 난 그 광경을 가만히 바라봤다.
호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며 펄쩍 뜁니다!]
이거 꽤…….
쓸 만한 오해지 않나?
괜히 입을 열었다가, 연예인이라는 신분이 발각되면 그것만큼 곤란한 게 없다.
게다가 지금 이 기사의 오해대로라면, 슬픔에 젖은 사람인 척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고 창밖만 바라보고 있어도 된다는 뜻 아닌가.
아련하게 고개를 30도가량 튼 나는.
끄덕……!
하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뒷목을 부여잡습니다!]
“걱정 말어! 내가 꼭 증거 잡아줄게! 출발해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