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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21화 (221/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21화

당연히 매니저에겐 사전에 연락했다.

내가 언질도 없이 밖을 나다닐 정도로 생각이 없진 않아서 말이다.

장소를 알려주면 픽업하러 가겠다는 매니저의 문자에,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으니 홀로 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덜덜덜덜덜…….

“춥군.”

칼바람이 스칠 때마다, 몸이 저항 없이 떨렸다.

나는 택시를 기다리며 상태를 점검했다.

사실 충돌이란 게, W 형태의 패턴을 그리듯이…… 한 번 더럽게 아프면, 그 이후론 하락세를 그리며 살 만해진다.

호텔에서 이틀 내내 구른 탓인지, 지금은 나름 버틸 만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곧 스케줄에서 멤버들을 마주할 텐데, 그 녀석들을 속여먹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는가?

바로 낯짝 관리다.

그런고로 내 목적지는 샵이었다.

저질 체력으로 흐릿한 낯짝은 충돌을 겪기 전에도 365일 디폴트였다만…… 지금의 낯짝은 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멤버들이 지금 이 꼬라지를 보면, 스케줄이 끝나자마자 어떻게든 연행해 온갖 비타민과 홍삼을 입에 꽂으려고 들 게 뻔하지 않은가.

* * *

“와악! 괜찮으세요!”

“……예.”

젠장.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갑자기 세상이 핑 도는 바람에 그대로 넘어질 뻔했다.

길을 지나가던 고마운 분이 잡아주셨으니 망정이지, 그대로 넘어졌다면…… 이 개복치 몸뚱어리론 상상조차 하기 싫군.

“어휴, 다행이에요! 어, 근데 뭔가 얼굴이 익숙한 것 같기도…….”

여자가 고개를 느릿하게 갸웃거렸고, 나는 다급하게 화제를 돌렸다.

어차피 모자랑 마스크 때문에 얼굴 제대로 안 보인다.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만…….”

“모, 목소리도 뭔가 익숙-”

“콜록! 콜, 콜록! 쿨러억!”

나는 곧 뒈질 놈처럼 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내리깔기 시작했다.

“제! 콜록, 가, 목감기가 예…….”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의 훌륭한 음성 변조에 감탄합니다!]

“…….”

“사실 눈만 봐도 잘생기셔서 연예인인 줄 알았어요! 아이고, 많이 아파 보이신다…….”

“예에…….”

“조심히 살펴 가세요!”

“선생님도 살펴 가세요.”

나는 고마운 분께 목을 꾸벅인 뒤,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으음? 멤버들은요?”

샵 스태프가 주변을 휙휙 둘러보며 물었다.

“아, 오늘은 제가 근처에 일이 있어서 따로 왔어요. 애들은 곧 올 겁니다.”

“아하~”

스태프가 손을 까딱였다.

“그럼 해온 씨 먼저 해야겠다. 이리 와 앉아요!”

거울 앞에 착석한 나는 곧장 다음 계획을 실행했다.

칙칙…….

보란 듯이 어두운 분위기를 폴폴 풍기며 칙칙하게 찌그러져 있자, 샵 스태프가 눈치를 살피며 말을 건넸다.

“해온 씨, 무슨 일 있어?”

“아…… 아니요. 없습니다.”

대충 봐도 사연 있는 사람처럼 고개를 돌리자, 샵 스태프가 계속해서 물어왔다.

“지금 보니까 얼굴도 세상에, 너무 창백해. 무슨 일 있는 거야? 얼굴색 좋아야 할 비활동기잖아.”

“그게…….”

나는 망설이며 말문을 열었다.

미안하다.

유인성.

내가 꾸며낸 이야기를 들은 샵 스태프가 격분했다.

“세에에에! 상에! 톱스타패치! 알지, 알지! 그놈들이 해온 씨한테 달라붙어서 괴롭혔구나. 그래서 그거 걱정하느라 잠도 못 잔 거야?!”

……끄덕!

“음, 요새 잠을 잘 못 잤더니 꼴이 말이 아니죠? 다른 건 괜찮은데, 팬분들이 보고 걱정할까 봐 조금…… 하하.”

말끝을 아련하게 얼버무림과 동시에, 샵 스태프의 뒤에서 열정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걱정을 왜 해?! 해온 씨는 피부도 잡티 하나 없고 매끈매끈해서, 메이크업만 제대로 들어가면 마음고생한 거 아무도 몰라봐! 걱정 말아!”

“그리고 사실…… 멤버들한테도 아직 말을 못해서-”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스태프가 절대로 비밀을 지켜주겠노라 약속했다.

손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 나는, 처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게도 손에 가려진 입매는 히죽 올라가 있었다.

계획대로군.

* * *

‘놀라울 정돈데.’

무슨 마법을 부리신 건지, 창백하기만 하던 낯짝에 혈기가 돌고 있었다.

평소엔 메이크업 전후에 대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만, 지금만큼은 뼈저리게 느껴지는군.

나는 방송국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멤버들도 멤버들이지만, 우선적으로 이건 팬들이 볼 프로그램이다.

걱정할 거리는 최대한 만들지 않는 게 상책이다.

팬분들은 감이 좋으셔서, 얼굴만 보고도 알아채시거든.

이해성도 그랬고 말이다.

나는 얌전히 앉아 손을 쥐었다 폈다.

아까부터 은근하게 몸이 좋지 않다.

‘뭐, 못 참을 정도는 아니지만.’

식은땀이 얕게 배어 나온 손바닥을 바라보던 시선이 이내 옮겨졌다.

드르륵-

대기실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

내가 미리 와 있을 거라곤 생각 못 했는지, 멤버들의 면면이 다양한 감정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당황, 경악, 반가움, 섭섭…… 표정들이 아주 휙휙 변하는군.

[성좌, ‘황금의 신’이 어서 아해에게 대화를 붙이라며 재촉합니다!]

재촉을…….

공짜로?

성해온 인성은 원래 글러먹어서, 이 상황에서 입 꾹 닫고 휘파람이나 불어도 그러려니 할걸?

[성좌, ‘황금의 신’이 아픈 게 맞냐며 기겁합니다!]

[성좌, ‘황금의 신’이 100골드를 후원합니다!]

골드를 받고 할 말은 아니다만, 사실대로 불자면 이런 대가 없어도 원래 말을 걸려고 했다.

지은 죄가 있으니 말이다.

“왔냐?”

“왔냐아아~?”

성큼 다가온 최승하가 내 옆에 착석했다.

“형은 저희 보자마자 할 말이 그거뿐이에요?”

“밥은 먹었고?”

“하핫, 형은 말 자연스럽게 돌리기 선수라니까~”

최승하가 생글 웃으며 내 손목을 그러쥐었다.

“밥은 먹었어요?”

“시간이 몇 신데, 당연히 먹었지.”

“흐음, 뭐 먹었는데요?”

“카페에서 샌드위치.”

예상 질문엔 바로 반응할 수 있을 만큼 준비해 왔다.

“정말?”

내가 고개를 끄덕이려던 찰나, 최승하가 내 손목을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손목이 더 얇아진 것 같은데~?”

“착각이다.”

“흐으음~ 안색도~”

이 눈치 빠른 녀석이 더 캐내기 전에, 나는 최승하의 얼굴을 꾹꾹 밀어내며 시선을 돌렸다.

받은 골드값은 해야지.

“유하, 너는 먹었고?”

신유하가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차윤재가 사실을 전했다.

“아닙니다! 유하 형님은 형님의 걱정을 하시느라 제대로 드시지 못하셨습니다!”

“아니야, 윤재야……! 먹, 었어.”

내 작은 양심이 찔리고 있을 무렵, 망설이며 다가온 신유하가 내 옷자락을 꼭 붙잡았다.

“형…….”

[성좌, ‘황금의 신’이 어쩜 저리 귀여울 수 있냐며 고함칩니다!]

제발 조용히 해주길 바란다.

심지어 이해성의 오타쿠 자아와 하는 생각까지 비슷해서 미칠 지경이니까.

흐릿한 낯짝으로 고개를 젓다가 신유하를 응시한 내 얼굴에 경악이 물들었다.

이 녀석의 얼굴이, 정말 툭 치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기겁하며 녀석을 바깥으로 끌고 나온 나는 등을 토닥거렸다.

“울지 마.”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아무런 대가도 없이 동료를 위로해주는 게 진정한 동료애라며 흐뭇해합니다.]

나는 신유하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댔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동료애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 당신의 다음 대사를 기대합니다!]

“곧 녹화야. 울면 화장 번지는 거 알지? 울기만 해봐.”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뒷목을 부여잡습니다!]

[성좌, ‘황금의 신’이 뒷목을 부여잡습니다!]

쌍으로 난리군.

이 와중에도 신유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참으려는 듯 이를 악물었다.

난 그런 녀석의 양 어깨를 붙잡았다.

“그래서, 뭐가 그렇게 속상한데?”

“……제가 생각이 짧았, 던 것 같아요.”

“……?”

“형이……! 형도, 프로듀싱을 할 줄 아시는데…… 제가.”

나는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어버렸다.

특성을 구매해 유닛 곡을 만들었을 때, 나는 멤버들에게 다시는 할 일 없으니 입을 다물라고 입단속을 시켜놨다.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기간이 정해져 있는 특성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당시, 멤버들은 어처구니없는 오해를 했다.

이를테면, 내가 프로듀싱에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모종의 안타까운 이유로 그 모든 걸 내려놓은…….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군.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신유하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그래서 내가 그거 신경 쓰여서 가출했다?”

“아무리 생각, 해도 형이 배우셔야 하는 게, 맞아요.”

굉장히 사려 깊고도, 완벽하게 잘못 짚은 헛다리로군…….

“내가 하고 싶었으면, 내가 널 왜 거기 데려가? 아무도 접근 못 하게 하고 내가 혼자 다 배우지?”

“그야…….”

신유하가 고개를 들었다.

거짓말을 해본 적도 없을 것 같은, 선명한 눈동자가 나를 곧게 응시했다.

“형은, 다정하니까요.”

“…….”

대체 어느 포인트에서 그런 생각을?

내가 듣고도 믿기지 않는군.

“네가 그렇게 말하면 뒷목 잡을 사람이 한둘이 아닐 텐데.”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뒷목을 부여잡습니다!]

[성좌, ‘황금의 신’이 뒷목을 부여잡습니다!]

보아라.

사람은 아니지만, 이미 부여잡고들 계시지 않는가.

“네……? 뒤, 뒷목?”

신유하가 아리송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고, 나는 녀석의 이마에 딱밤을 내렸다.

“아……!”

깜짝 놀란 신유하가 자신의 이마를 손으로 가렸고, 나는 피식 웃었다.

“거짓말 아니고, 나는 전혀 관심 없어.”

내 낯짝이 점점 아득해졌다.

“다른 것만으로도 기력 딸려 뒈질 지경이니까…….”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하지만이야?”

난 신유하의 결 좋은 머리칼 위에 손을 올렸다.

“나중에 저작권료 벌면 나 맛있는 거 사주든가. 비싼 걸로.”

“……!”

신유하의 커다란 눈이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곱게 휘어진 눈꺼풀에 가려졌다.

* * *

그리고 나는 해결해야 할 게 신유하뿐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입 안 집어넣어?”

몇몇이 입을 삐죽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형님은 너무 하십니-!”

슥!

“으븝, 읍, 읍!”

차윤재 입에 비스킷을 욱여넣은 나는, 녀석의 입을 누르며 싱긋 웃었다.

“그래, 그렇게 집어넣어야지.”

스슥!

“나는 왜…….”

순식간에 입에 비스킷이 물린 류인이 중얼거렸고, 나는 멤버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속닥였다. 달콤아.

순식간에 입을 다문 달콤이가 눅눅한 얼굴로 비스킷을 바삭바삭 씹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나는 아쉬움을 삼켰다.

“흠.”

사실 규모도 그렇고, 오늘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달콤이를 나불대기 딱인데 말이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동료 간의 의리를 지키라며 괴로워합니다!]

나는 메시지를 못 본 척했다.

그리고 애초에, 말 꺼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프로그램은 대본이 빡빡하거든.

애드립을 위주로 넣어주는 프로그램이면 가능할 테지만, 이런 프로그램에선 불가능하다.

“해온아, 혹시 나한테 할 말 있어?”

비겁한 성공에 대한 욕망이 가득 담긴 시선을 느꼈는지, 류인이 작게 물었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안타깝게 됐다만.

언젠간 크게 터뜨려 주지…….

나는 대기실 내부를 살폈다.

<한 밤의 토크>

오늘 출연할, SBC의 프로그램이다.

아, 참고로 이 섭외는 운이 좋았다.

업계에서 인지도가 쌓였다지만, 아직 공중파에서 러브콜을 보낼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섭외가 들어온대도, 원래는 타 출연진과 함께…… 많아봤자 두셋?

그 정도의 인원만 섭외됐을 거다.

하지만 이번에 이 토크쇼에 단독 출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가 이끈 화제성.

최근에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의 버즈량을 몰고 온 게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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