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27화
트윗의 내용들은 이러하다.
- 성해온 정신 차려 ㅋㅋ 터뜨리기만 하면 아이돌 인생 골로 갈 거 갖고 있는데 너한테 정이 있어서 참고 있는 거야
- 해온이 이미지 메이킹 진짜 잘함 ㅋㅋ 프로 아이돌은 기강이 빠졌어도 순진한 빠들을 속일 수 있는 거구나~ 그렇구나~ 빠들은 ATM기구나~
- 터뜨릴까? 해온아 이거 보고 있어? 어떻게 생각해? 네 읍읍이랑 같이 보고 있니? 웅?
하나하나 의미심장한 느낌이다.
성해온의 잘못이 무엇인지 대놓고 명시하고 있진 않다.
하지만.
‘이 자식이 뭔 짓을 했길래?’라는 궁금증이 절로 들 내용이지 않은가.
“음.”
그런 연유로, 은근하게 관심까지 쏠리고 있었다.
그 관심에 부응이라도 하듯, 성해온 정신 차려 계정주는 의미심장한 트윗을 멈추지 않았다.
- 검은 모자에 검은 항공 점퍼에 ㅜ~ 해온아 그렇게 까맣게 입고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갔어? 읍읍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정확한 내 착장을 불고 있다.
끼워 맞춘 걸 수도 있겠다만, 이건 아마 진짜일 거다.
나는 숙소 앞에 포진되어 있는 인영들을 잠시 떠올렸다.
아마 그중 한 분일 테지.
“…….”
난 한숨을 삼켰다.
이렇게 되면, 사진까지 찍혔겠는데.
어떻게든 노출되기 싫어서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지랄을 떨며 나갔는데 말이다.
팽! 팽! 팽!
이게 무슨 소리냐고 묻는다면, 내 대가리가 회전되는 소리다.
이 사람, 계속해서 ‘읍읍이’라는 명칭과 나와 엮고 있다.
마치 내가 비밀리에 누군가와 만남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호텔로 향하는 걸 보고, 이성과 함께 있다고 확신한 거겠지.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얼굴을 내놨을 리 없다는 거다.
눈코입을 모두 가렸으니, 이 사람이 사진을 올린대도 신빙성은 그닥일 테다.
하지만 이 계정주가 자신의 말에 신뢰를 더하겠다는 식으로, 먹을 욕을 감수하고 사생인 증거를 추가로 공개하기라도 한다면?
이때부터 골치 아파지는 거다.
- 사생은 ㅈㄴ 싫지만 그럼 맞긴 한가 보넼ㅋㅋㅋㅋ 호텔이라니 ㄷㄷㄷ
이런 반응을 이끌어내기 딱 좋다는 뜻이다.
일반 대중들은 사생을 싫어한다.
하지만 그들이 폭로하는 정보엔 신뢰가 담길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는 이들이니까.
하필이면 장소도 논란에 불을 지피기 더할 나위 없는 호텔이 아닌가.
“흐음.”
당연히 이성은 찍히지 않았으니, 유야무야 넘어가겠다만…… 이미지 손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증거가 정확하지 않아도, 다수가 믿으면 그게 진짜인 것처럼 굳어지거든.
성해온 정신 차려 계정주에게 달린 멘션들을 확인해 보자.
- 애매하게 입만 털지 말고 증거 공개 ㄱㄱ
- 정병은 발 닦고 잠이나 자라
- 흥미진진
- 언니 사진 뿌려주세욘 ㅎㅎ
- 근데 찐이면 더 충격이다 ㅋㅋㅋㅋ 그 성해온인데
스크롤을 내리던 나는 눈을 데굴 굴렸다.
오늘 만들어진 계정인지라, 아직은 물밑에서 떠도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계정주의 훌륭한 어그로 실력과 퍼지는 속도를 감안했을 때, 이거 놔두면 백 퍼센트의 확률로 사진 퍼지고 논란 커진다.
나는 계산을 끝마치자마자, 최승하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나랑 뭐 좀 하자.”
* * *
그 시각.
곽덕배는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성해온을 타깃으로 나타난 계정 때문이었다.
참을 인 자를 그리며 내면의 화를 진정시키고 있던 곽덕배가 벌떡 일어났다.
[ LIGHT ON ] ●라이브 시작
오늘 날씨가 좋아요 (해 이모티콘)(하트 이모티콘)
“라, 라, 라이브.”
갑작스러운 알림에, 곽덕배는 분노가 씻겨지고 있음을 느꼈다.
오늘의 라이브 멤버는 성해온과 최승하였다.
어딜 가다가 켠 것인지, 별다른 장비가 없는 야외 배경이었다.
[ 스위치 안녕~! ]
햇살을 받은 최승하가 방방 웃으며 손을 흔들자, 댓글창이 곧바로 눈물로 물들었다.
[ 어디냐고요! 아하~ ]
댓글을 읽은 듯한 최승하가 곧바로 성해온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 형이랑 산책! 오늘 춥긴 한데, 햇살이 기분 좋네요~ 그쵸, 형? ]
성해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 스위치들은 뭐 하고 있었어요? 바깥에 나가실 분들은 옷 따듯하게 입어야 해요. ]
댓글을 읽은 듯한 성해온이 작게 웃었다.
[ 왜냐니, 당연한 걸 물으시네요. 스위치들이 감기 걸리면 제가 슬프잖아요. ]
“돌았나!”
한 남자의 앙큼함에 할 말을 잃은 곽덕배가 짧게 고함쳤다.
그리고 이어지는 광경에 곽덕배의 입이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 아아, 어디 가냐고요? ]
배경이 야외였기에, 어딜 가는 거냐는 질문이 도배 수준으로 많았다.
그랬기에, 성해온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시작했다.
[ 사실 어디 가는 게 아니라 갔다 오는 길이에요. 지금 숙소 가는 길이거든요. ]
[ 맞아요! 호캉스 갔다 왔어요! ]
이어지는 최승하의 발언에, 댓글창이 뒤집어졌다.
동시에 곽덕배도 뒤집어졌다.
곽덕배는 입도 다물지 못한 채, 눈을 부릅떴다.
“뭐, 뭐, 뭐야?”
[ 와아, 댓글 읽기가 힘든데요? 당연히 해온 형이랑 갔죠! 전 룸메즈의 우정이랄까~ 사진 보여달라고요? 보여줘도 되나? ]
최승하의 물음에, 댓글창이 마비됐다.
대부분 뭘 묻냐는 반응이었다.
- 당연이 되지 제발 보여다오
- 하루만 네 방의 침대가 되고 싶다는 가사에 처음으로 공감하는 중
[ ……? 너 사진 찍었어? ]
[ 당연하죠! 형 몰래! ]
당당한 최승하의 대답에, 성해온의 얼굴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 ……! ]
바로 그 순간이었다.
화면 속, 성해온이 갤러리를 뒤적거리고 있는 최승하의 행동을 막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스위치들도 날뛰기 시작했다.
- 누가 성해온 기절시켜
- Eng Plz
- 해온아 제발 부탁이다 가만히 있어주라
스위치들의 바람대로, 최승하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갤러리 탐색을 멈추지 않았다.
[ 저희 사실 요즘 단체로 좀비거든요. 하루 종일 잠만 자! 하핫! ]
짧게 웃은 최승하가 스마트폰을 번쩍 들어 올렸다.
성해온의 팔이 닿지 않을 높이로 말이다.
[ 아~ 그래서 호텔에서도 그냥 하루 종일 쉬기만 했어요. 침대에 누워 있는 건 똑같은데, 장소가 바뀌니까 뭔가 새롭더라고요. ]
말을 이어가다가, 사진을 찾아낸 최승하가 곧바로 화면에 들이댔다.
[ 해온 형 자는데 찍은 거라~ 머리카락밖에 안 보이지만? ]
[ 이걸 대체 언제 찍었……! ]
곤란하다는 얼굴의 성해온이 제자리에서 펄쩍 뛰며 최승하에게 팔을 뻗었다.
바로 그 순간.
톡!
성해온의 손가락이 액정에 닿았다.
그와 동시에.
사진이 촬영된 날짜가 화면 상단에 공개되어 버린 것이다!
스마트폰의 기능 중엔, 사진을 누르면 촬영 날짜가 떠오르는 기능이 있다.
그리고.
……최승하가 스위치들에게 보여준 사진의 날짜는 정말 이틀 전에 촬영된 것이었다!
“……!!”
단번에 그것을 캐치한 곽덕배의 동공이 확장됐다.
이건 조작도 불가능한 것이었다.
곽덕배의 얼굴에 웃음기가 스며들었다.
“역시 어그로였네!”
멤버랑 간 호캉스를, 여자 끼고 간 호텔처럼 날조했던 것이다!
어그로 때문에 분개하던 자물쇠 스위치들도 개비X콘을 들이켠 것처럼 편안해졌다.
- 알계 곧 계폭될 듯 등신
- 최승하 이름 최사이다로 바꿔 시발 속이 뻥 뚫리네
이미 성해온 정신 차려 계정엔 수많은 멘션이 달리기 시작했다.
곽덕배처럼 날짜가 공개된 사진을 포착한 스위치들이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 온니 ㅠㅠ 대체 뭘 본 거야 반만 보면 어떡해 다음부턴 제대로 확인하고 올려줘~^^
- 역겹다 갑자기 입 싹 다무는 것 봐라 입에 본드 붙였냐
곽덕배는 타임라인을 슥슥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 계폭하겠는데.
그리고 몇 분 뒤, 성해온 정신 차려 계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곽덕배는 싱글벙글 웃으며 중얼거렸다.
“난 또, 애들이 논란 보고 말한 줄 알았잖아.”
물론 호텔이라는 키워드는 최승하가 꺼냈지만, 성해온은 평소에 팬덤 반응도 잘 살피는 데다가 눈치까지 좋으니까…….
하지만 최승하를 뜯어 말리는 성해온의 얼굴엔 진심 200%의 당황이 묻어 있었다.
호캉스에 관련된 이야기만 꺼내려 했는데, 최승하가 협의 안 된 사진을 들이미니 당황한 바이브였다.
게다가 성해온은 무슨 일이 있으면 스위치들에게 구구절절 말하는 걸 좋아하니, 호캉스를 막 끝낸 듯한 지금 라이브를 켠 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평소 팬들과 소통도 안 하는 새끼가 난데없이 라이브 켜서 ‘저희 호캉스 갔어요!’ 하면 ‘어쩔?’과 같은 반응이 나오기 마련이지만, 성해온은 달랐다.
그는 스위치들에게 효자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망상이 심했다는 결론을 낸 곽덕배는 만개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암, 아무리 해온이여도 이것까지 챙길 순 없지!
* * *
“형은 진짜 무서운 사람이야!”
최승하가 파르르 몸을 떠는 척하며, 가련하게 자신의 팔을 슥슥 쓰다듬었다.
“…….”
“어떻게 내 스마트폰을 그렇게 갈취해서 뒤적거릴 수 있지?”
“…….”
호텔에서 찍어놓은 사진이 있을 줄은 몰랐지만, 월척이었다.
덕분에 잡음 없이 사건을 종결시킬 수 있었으니.
“게다가!”
최승하가 나에게 머리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라이브를 켜기 전, 지시했던 멘트들을 다시금 입에 담으며 황당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양심이 찔리는 관계로 입을 다물었다.
“심지어 그 연기 뭐예요? 난 사진 꺼내서 보이라길래 따른 건데, 무슨 연기를…… 이렇게 잘해? 누가 보면 내가 무뢰한인 줄 알겠어!”
“무뢰한이라, 틀린 말이 없군.”
“와아아아! 와아아아!”
말문이 막힌 걸로 추정되는 최승하가 실컷 어이없어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스마트폰 툭 친 거, 그거 의도한 거 맞죠?”
스윽…….
“자꾸 먼 산 바라보는 것 봐! 어이없어 죽겠어!”
눈치가 빠르군.
“저거 사줄게.”
나는 도로 맞은편에 있는 다코야키 트럭을 가리켰다.
“말 돌리는 것 봐!”
“먹고 싶은 대로 다 먹어도 돼.”
“음~ 백만 원어치 먹어야지!”
내 팔목을 붙잡은 녀석이 신호의 색이 바뀌자마자 신나게 발걸음을 옮겼다.
“애들 것도 사 가요. 좋아하겠다. 그쵸?”
“그래.”
나는 최승하의 뒤를 따르며 스마트폰을 살폈다.
성해온 정신 차려 계정은 방금 확인해 본 결과, 사라졌다.
만일 날짜 인증을 하지 않았다면.
- 해온아 급했어? 너 여자랑 갔잖아~ 내 계정 보자마자 만만한 승하 붙잡고 호텔 간 건가? ㅋㅋ 아님 옛날에 찍어놓은 거? ㅋㅋㅋ 읍읍이의 연막으로 쓰이는 멤버라니 ㅠ 승하가 고생이 많다~
이런 반응을 이끌어내기 딱 좋다.
하지만 조작도 할 수 없는 날짜를 보여줬으니, 어그로도 자연스레 자취를 감춘 것이다.
어느새 도보를 건너 다코야키 트럭 앞에 선 최승하가 눈을 반짝였다.
하지만 백만 원어치를 먹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도, 최승하가 고른 다코야키는 22,500원어치였다.
“백만 원어치 먹겠다더니?”
내가 농담 삼아 건넨 말에, 최승하가 푸핫 웃었다.
“아~ 제가 형 봐준 거죠!”
최승하는 웃으며 내 어깨에 팔을 걸쳤다.
그 순간이었다.
“……?”
눈앞에 흐릿한 뭔가가 나타났다 다시 사라진 것이다.
눈 깜빡한 사이 사라졌다는 표현이 옳을 정도로, 아주 찰나였다.
나는 바깥으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중얼거리듯 입을 벙끗거렸다.
“……시스템창?”
아니, 그럴 리 없다.
시스템과의 연결은 아직 복구되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정말 흐릿했던 무언가라서…… 내가 착각했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때마침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었다.
“형, 건너요!”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최승하가 다리를 성큼 뻗었고, 나 역시 걸음을 옮겼다.
횡단보도의 중간 지점 즈음이었다.
빠아앙!
경적 소리와 함께, 신호등의 파란불 쪽으로 향해져 있던 시선이 옮겨졌다.
“……?”
차량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급히 발걸음을 옮기려던 순간이었다.
화아악!
“……!”
의지와 상관없이 밀쳐진 몸뚱어리가 주저앉혀졌다.
저 정신 나간 차량의 노선이 아닌, 안전한 쪽으로 말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동공이 마구잡이로 떨리기 시작했고, 나는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최승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