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28화 (228/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28화

차량은 과속으로 도보를 지나쳤다.

당연하게도, 아직까지 보행자 신호였다.

그리고 그것을 가까스로 피한 최승하가 눈을 껌뻑였다.

“와아…… 큰, 일 날 뻔했네에!”

잠시 숨을 고른 듯한 최승하가 곧장 무릎을 털고 일어났다.

나는 최승하에게로 향했다.

손이 얕게 떨리고 있었고, 다리엔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충돌이 온 것도 아닌데, 사고회로가 꽉 막힌 기분이었다.

나는 최승하의 어깨를 잡아 세게 돌렸다.

순식간에 최승하와 나의 시선이 맞부딪혔다.

“……너 미쳤냐?”

나오는 말이라곤 이것밖에 없었다.

이 새끼는 제정신인가?

왜 나를 밀어줘?

자기가 먼저 피해야지.

왜 나를?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가 가득찼다.

심지어 차량은 내 쪽으로 향하고 있었어서, 최승하는 한두 발자국만 뒤로 물러서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굳이 날 밀겠다고, 그 위험한 곳으로 기어들어 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최승하가 상체를 약간 숙여 나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아하!”

최승하가 알아챘다는 듯이 밝은 목소리를 냈다.

“내 걱정 했구나~?”

“걱정?”

“지금 형 얼굴 어떤 줄 모르죠?”

최승하가 눈을 접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근데 화는 내지 말아요. 저도 사실 지금 심장이 너무! 떨리거든요!”

당연히 떨리겠지.

차에 치일 뻔했는데.

최승하가 내 손을 끌어당겨 본인의 심장께에 얹었다.

“진짜죠?”

말 그대로, 놀란 심장이 빠르게 박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심장 상태도 별 다를 바 없을 거다.

튀어나올 지경이니까.

“…….”

나는 입을 달싹거리다가 이내 꾹 말아쥐었다.

“다음부턴 그런 정신 나간 짓 하지 마.”

“하핫, 제 운동신경 알잖아요? 멋졌다. 최승하~”

최승하가 실없게 웃으며 대화 주제를 자연스럽게 전환했다.

“그나저나, 방금 그 차는 이 대낮부터 뭐였을까요? 음주운전? 그런 사람들은 면허를 뺏어버려야 하는데~ 음.”

말을 잇던 최승하가 멈칫했다.

내가 말없이 그 자리에 섰기 때문이다.

“많이 놀랐어요?”

한달음에 다가온 녀석이 물었고, 내 입술이 천천히 뜨였다.

“41가 9O53.”

“……?”

“41가 9O53.”

“형 그건 또 언제 외운-”

나는 언젠가 그 차를 본다면, 꼭 앞판을 깨버리리라 다짐했다.

마음 같아서는 신호 위반으로 범칙금과 벌점을 때려 버리고 싶었지만, 그 와중에 사진을 찍을 정신이 있었을 리가.

내가 칙칙한 낯짝으로 계속 차량 번호를 중얼거리자, 최승하의 웃음보가 터졌다.

“으하하! 그래, 이래야 형이지!”

방금 요단강 건널 뻔한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텐션이었다.

아무리 최승하가 밝아도, 이런 상황에서까지 저러는 녀석이 아니다.

……아마 내가 걱정하는 것 같으니 저러는 거겠지.

“형! 근데~”

최승하가 헤헤 웃으며 손목에 걸린 비닐을 달랑거렸다.

다코야키가 잔뜩 든 비닐이었다.

“이건 살린 것 같죠?”

* * *

숙소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최승하가 내 귓가에 속닥였다.

“형 근데.”

“……?”

“저 자백할 게 있어요.”

“뭔데.”

“아까 라이브에서 팬들 보여줬던 사진이요.”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왜?

“사실 그거 단톡방에 보내서 애들 놀렸어요.”

스으윽…….

내 시선이 최승하에게 꽂혔다.

“정신없어서 못 봤죠? 제가 형 단톡방도 나왔는데~ 하핫, 이런 게 바로 완벽범죄?”

“음음.”

어디 더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주억이자 최승하가 고개를 절레 저었다.

“이게 근데 어쩔 수 없었거든요. 애들이 형 걱정을 너어~ 무 많이 하고! 저도 외박의 알리바이가 필요하고~?”

띵!

때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최승하는 상체를 빙글 돌렸다.

“하지만! 제가 몰래 찍은 사진으로 라이브에서 위기도 넘겼으니, 오히려 형은 저한테 칭찬을 해줘야 하는 거죠!”

말을 마친 최승하는 냅다 튀기 시작했다.

띠리릭- 쾅!

순식간에 도어락이 열렸고, 현관문은 빛의 속도로 닫혔다.

그리고 사라진 인영을 우두커니 바라보던 내 눈매가 서서히 휘기 시작했다.

싱긋…….

넌 뒈졌다.

* * *

“흑흑…….”

내가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등짝을 얻어맞은 최승하가 거실에 엎어졌다.

“정말…… 맞을 때마다 슬퍼…… 너무 안 아파서……!”

“…….”

나는 눅눅해진 낯짝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최승하가 중요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싸늘한 공기가 전신을 휘감았다.

……삐죽!

몇몇 녀석들의 입이 댓 발 튀어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유까지 짐작된다.

생각해봐라.

이건 내가 혼자 가출한 것과는 다르다.

멤버들이 몇 번을 물어봐도 불지 않았던 호텔 위치였다.

그런데 최승하와 같이 이틀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이건 이 녀석들 입장에서야 서운할만 하다.

실상은 하루 기절, 하루 입원이었지만 말이다.

나는 시선을 힐끔 돌렸다.

아까부터 심각할 정도로 내 등짝을 쿡쿡 찌르는 암울한 기운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와 시선을 마주친 한수현의 고개가 스윽, 옆으로 돌려졌다.

……왜 저렇게 구석탱이에 처박혀 있는 건데?

환장하겠는 건 눈이 마주친 뒤, 한수현의 주변 공기가 더더욱 어두워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중얼중얼…….

“……?”

무언가 중얼거리는 것 같은데,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나는 물음표를 띄우며, 몸을 조금 더 가까이 붙였다.

“해온 형은 아무래도 연배가 비슷한 승하 형이 편하시겠죠. 게다가 저와는 다르게 말도 재밌게 하시는 데다가…… 그렇군요. 말하면 말할수록 해온 형이 이해됩니다. 아까 라이브 알림이 떠서 잠시 확인했는데 호캉스라는 것, 참 재밌어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서운한 건 아닙니다. 저는 그 정도로 속이 좁지 않으니까요.”

이봐.

좁은 것 같은데.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

사실 놔두면 알아서 풀리겠지만, 망돌의 그림자가 있었던 그림자 위험군 녀석들은 멘탈을 케어해 줄 필요가 있었다.

나는 한수현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닥였다.

“다음엔 가족 여행 갈까.”

가족이라는 키워드에 임팩트를 담아 말하자, 한수현의 눈에 서서히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가족이라면……?”

“당연히 우리지.”

“……!!”

커다란 눈동자에 순식간에 반짝임이 더해졌다.

이 녀석도 은근히 쉽단 말이지.

해결이군.

이 와중에 최승하는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차윤재를 놀려먹고 있었다.

“호텔에서 룸서비스를 시켜 먹었는데 말이야~ 뭘 먹었냐면, 소고기 짬뽕이 유명하대서 그거랑 햄버거랑~”

“하, 하나도 궁금하지 않습니다!”

“매트리스는 얼마나 부드럽고 폭신하던지~ 하루만 자려고 했는데 너어어~ 무 좋아서 이틀이나 자버렸지 뭐야!”

삐죽……!

차윤재의 입이 조금 더 튀어나왔다.

“이틀씩이나! 재밌으셨…… 습니까?”

따지자면 이틀 중에 하루는 내가 기절한 상태로 흘렀다만…….

“아니? 윤재가 없어서 별로 재미는 없었어! 다 같이 갔으면 몇 배로 재밌었을 것 같은데!”

“거, 거짓말 치지 마십시오!”

“우린 밖에서도 멤버들 생각밖에 안 나서 이것도 사 왔는데? 응? 응?”

최승하가 능글거리며 다코야키가 잔뜩 든 비닐을 내밀었다.

“어엉? 윤재 입꼬리 풀리는데? 꿈틀거린다. 어! 진짜 풀린다!”

최승하가 차윤재의 입에 동그란 다코야키를 집어넣었다.

“형님, 업.”

강제로 입이 닫힌 차윤재가 우물거리며 눈을 치켜떴고, 최승하는 푸하하 웃으며 다른 멤버들의 입에도 하나씩 집어넣기 시작했다.

마지막 타자는 나였다.

“아아!”

“됐다.”

“어? 이러면 나 다시 라이브 켜서 스위치들한테 말ㅎ-”

“됐냐.”

고개를 숙여 나무 꼬치에 끼인 다코야키 한 알을 입에 넣은 나는 느릿하게 음식을 씹었다.

속이 울렁거려서 음식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만, 오늘 이 녀석에겐 여러 도움을 받았으니.

“형, 잠깐만 저 좀 봐요.”

“……?”

들리는 목소리에, 숙였던 얼굴을 들어 올리기 무섭게…….

“으하하, 형 볼 빵빵해졌네요.”

이 자식이 꼬치에 다코야키를 세 알이나 꽂아 내 입에 넣은 것이다.

“…….”

바로 그 순간, 최승하가 귓가에 속닥였다.

“맛있어요? 차례대로 순한맛, 중간맛, 매운맛이었는데!”

“너가트면 마시 느껴지겐냐.”

“갑자기 너무 귀여워졌는데~? 맨날 입에 뭐 넣어놔야겠다.”

싱긋…….

“미안합니다!”

나는 혀를 끌끌 차며 옆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신유하를 응시했다.

“할 말 있어?”

“……! 아니, 요! 없어요!”

“나 없이 잠은 잘 잤고?”

“……형!”

장난삼아 말하자, 신유하의 얼굴이 화르륵 타올랐다.

나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먼저 들어간다. 아.”

멈칫한 나는 상체를 빙글 돌려 멤버들을 응시했다.

“다들 적당히 먹어. 내일 촬영이잖아.”

“……! 예! 맞습니다!”

입안 가득 다코야키를 넣고 씹던 차윤재가 꿀꺽 삼킨 뒤, 꼬치를 내려놨다.

“그만 먹어야겠습니다! 오늘 샐러드만 먹으려 했는데, 형님이 갑자기 들이미시는 바람에!”

“어어? 윤재 누구보다 맛있게 먹어놓고?”

“마, 맛있긴 했습니다…….”

“다들 늦지 않게 자고.”

* * *

말을 마친 성해온이 곧장 방으로 들어갔고, 신유하는 약간 멍한 얼굴로 성해온이 사라진 곳을 바라봤다.

성해온과 최승하에 대한 섭섭함이 넘실거렸던 숙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기를 되찾았다.

주된 대화는 첫 CF에 대한 긴장이었다.

“이걸 먹어버렸으니, 내일 얼굴이 붓진 않을지 염려됩니다!”

차윤재가 펄쩍 뛰며 숙소 이곳저곳을 바삐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패딩을 걸쳤다.

“잠깐 걷고 오겠습니다!”

“에엥? 밖에 엄청 추워! 감기 걸리면 큰일인데?”

“하, 하지만!”

“이왕 먹은 거 하나만 더 먹는 게 어때~? 어차피 지금 시간이 일러서, 이거 먹고 굶으면 내일 안 부을걸?”

차윤재의 귀가 사정없이 펄럭이기 시작했고, 최승하는 차윤재를 이끌어 앉혔다.

사실 라이트온 멤버들은 전부 체중이 마른 편이라, 굳이 굶을 필요는 없었다.

“자, 윤재 아아~”

“아, 안됩니다!”

“윤재 형, 그냥 먹어요. 이 정도도 안 먹으면 내일 힘없어서 촬영 못 해요. 어제저녁부터 굶으셨잖아요.”

다코야키를 한 알 입에 넣은 한수현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윤재 형은 지금 굳이 체중을 조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약간 감동받은 듯한 차윤재가 눈을 크게 떴다.

“저, 정말……?”

“전 거짓말 안 해요. 아무리 형들이래도 화면에 부하게 나올 정도로 체중이 느시면 바로 말씀드릴 겁니다.”

거실은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찼다.

그도 그럴 게, 첫 CF니까.

얼굴에 미소를 걸친 신유하는 한숨을 속으로 삼켜냈다.

그 미묘한 분위기를 알아챈 류인이 신유하의 등을 두어 번 두드렸다.

“유하야.”

“……!”

“뭐 보고 있었어?”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신유하는 다급히 스마트폰을 뒤로 숨겼고, 굳이 추궁할 생각이 없었던 류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하 너도 얼른 먹어봐. 맛있는데?”

“네……! 먹을, 게요!”

신유하는 애써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마트폰 화면엔 신유하의 검색 기록이 남아 있었다.

[정신건강의학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