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32화
“이야! 조회 수 끝~ 내주는데!”
박철상은 숨을 쉴 때마다 늘어나는 조회 수에 비싯 웃었다.
그길로 병원에서 나온 박철상은 곧장 회사로 돌아와 기사를 올렸다.
자신이 목격한 성해온의 상태를 써서 말이다!
- 방금 기사 떴다 어떡해 ㅅㅎㅇ 심정지래 (링크)
- 일단 신문사가 듣보라서 별 신빙성을 못 느낌
- 미친 이런 거 기사 써도 되는 거임?
- 안타까운 사고로 청춘이 저버렸군요… 아마 음주 운전자겠지요. 강력 처벌해야 합니다…
“반응 좋고~”
여태껏 올렸던 기사들 중 단연 최고였다.
웃던 박철상이 쯧, 소리를 냈다.
정작 라이트온 팬덤은 자신의 기사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식 입장을 기다리겠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
마침, ‘그’ 공식에서도 연락이 왔다.
MH 말이다!
비릿한 미소를 지은 박철상은 스마트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어디 비는 것 좀 들어볼까?
물론 내려줄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 당장 기사 내리십시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법적으로 대응할 것입니다!
박철상은 MH에서 걸려온 전화, 그러니까…… 정재진의 목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비웃음을 삼켰다.
마침 소속사도 전혀 거리낄 게 없는 소속사지 뭐야?
일방적으로 통화를 종료시킨 박철상은 콧노래를 불렀다.
“흠, 흠~ 흠~ 응?”
그런 박철상이 멈칫했다.
익히 아는 번호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신문사와는 체급 자체가 다른, 톱스타 패치.
그중에서도 유명한 유인성.
‘혹시 사진 같은 거 있으면, 사려고 컨택했나?’
당연히 중환자실 사진은 못 찍었지만, 난리가 났던 병원 내부 사진은 무음카메라로 몇 장 찍었다.
박철상은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문 게 특종이긴 한가 봐?’
유인성 같은 인사가 나한테 직접 연락까지 하고!
박철상이 싱글벙글 웃으며 전화를 받은 순간이었다.
- 미쳤습니까?
“예?”
초장부터 날라온 말에, 박철상의 입이 벌어졌다.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이지?
“아~ 혹시 팩트 아닐까 봐 그러시는 건가요? 죄송하지만, 팩트입니다. 제 두 눈으로 봤-”
- 그걸 말하는 게 아닌데요.
“……예?”
- 아무리 기레기 소리 듣는 기자여도, 할 게 있고 못 할 게 있지 않겠습니까? 뭐, 연예인들 연애하는 거나 캐고 다니는 제가 이런 소리 하니 좀 우스우시겠지만…….
유인성은 질린다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지금 그쪽 기사 퍼 나르는 신문사들 리스트 보이세요?
박철상은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실제로, 자신이 기사를 써 내리자마자 다른 신문사에선 별다른 팩트 체크도 없이 기사를 훔쳐갔다.
- 다 그쪽 같은, 삼류…… 아니, 등급도 나누기 귀찮은 신문사들뿐이죠?
박철상은 발끈하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의 손가락만 바삐 마우스 커서를 움직일 뿐이었다.
메이저한 신문사나, 연예 쪽에서 이름이 높은 신문사들은 전혀 자신의 기사를…….
이 사실을 깨닫자, 박철상의 몸이 굳었다.
왜?
- 이봐요. 우리가 그걸 못 봐서 안 올린 것 같습니까?
유인성은 비웃듯이 말을 이었다.
- 그딴 기사는 못 올리는 게 아니라, 안 올리는 겁니다. 그쪽 신문사 수준도 알 만하네요.
“이런, 씨-!”
- 아 욕은 됐고요. 이 일 계속하고 싶다면, 일 치기 전에 달린 머리를 좀 사용해 보는 게 좋을 겁니다. 내가 보기엔 영~ 그른 것 같다만.
박철상이 욕을 한 바가지 내뱉기도 전에, 전화가 뚝 끊겼다.
“……! 뭐 이딴 새끼가 다 있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박철상은 주먹으로 책상을 쾅! 소리 나게 쳤다.
“별 X같은 새끼들이!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을 할 것이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작은 상가 건물.
그런 구식 건물의 4층에 위치한 코리아 연예 신문사의 문이 열린 것이다.
오늘은 올 사람이 없을 텐데?
“누구…… 어?”
상체를 빙글 돌린 박철상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 바닥 종사자는 모를 수가 없는 얼굴.
“다, 당신이 여긴 왜…….”
의현이었다.
* * *
“……최초 기사 내려갔습니다!”
누군가의 외침이 기획 3팀에 울려 퍼졌다.
“뭐?”
정재진은 뜻밖의 이야기에 눈을 홉떴다.
“아니, 그, 안 내릴 것처럼 굴더니……?”
정재진의 손끝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사고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부터 이 떨림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병원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당연하다.
소수정예인 기획 3팀을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있는 정재진은 움직일 수 없으니까.
“규모가 작은 신문사니, 저질러 놓고 보복이 무서워서 내렸을 수도 있겠습니다. 질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으니까요.”
“……!”
“최초 기사가 내려가니 퍼 나른 신문사들도 줄지어 기사 삭제하고 있습니다.”
말을 마친 이해성의 얼굴에 환멸이 스쳤다.
팩트 체크도 없이 기사나 퍼 나르다가, 먼저 물어온 놈이 삭제하니까 이제야 쫄려?
기획팀에는 병원의 상황, 그러니까 팩트가 전해진 상태였다.
놀랍게도 심정지는 사실이었다.
이해성은 멘탈을 다잡았다.
“저는 공식 입장을 수정해 올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기획 3팀원들의 시선이 이해성에게 꽂혔고, 이해성은 말을 이었다.
“오보라고 공식 입장을 내는 거죠. 저희 쪽에서 먼저 못을 박는 겁니다. 추가로, 법적인 조치를 하겠다고도요. 기사가 다시 올라온대도, 한번 내려갔던 기사는 신빙성이 없어요. 병원 측에서도 침입한 일반인이 없었다고 하니, 아마 의료진들의 대화를 훔쳐 듣거나 흘겨본 게 전부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팀원들은 입을 떼지 못했고, 그 공간에서 유일하게 고개를 끄덕인 건 정재진이었다.
“어차피 의료진들은 환자 개인 정보를 사사로이 입에 담지 못하죠.”
“예. 바로 재판행인데다가, 설령 정신 나간 누군가 입을 연다 해도-”
이해성의 눈에 확신이 감돌았다.
“코리아 연예의 기사가 내려가며 이미 대중의 반응은 그 기사를 질 나쁜 어그로로 인식했죠. 이후엔 누가 입을 연대도 그와 같은, 질 나쁜 어그로로 치부될 겁니다.”
“……!”
“그 인식에, 저희는 공식 입장으로 쐐기를 박아줘야 합니다.”
지금 성해온의 상태가 호전되어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는 소식까지 전해 들었으니,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지금 이 기사로 가장 피해를 볼 이는, 다름 아닌 성해온이다.
아이돌은 이미지로 먹고사는 직업이다.
과도한 동정 여론은 언제까지나 성해온의 발목을 잡을 게 뻔하지 않은가.
그렇게나 아이돌 활동에 진심인 사람에게, 최대한의 도움이 되고 싶었다.
어떻게든.
[이하 엠에이치 엔터테인먼트 공식 입장 전문]
금일 일어난 일에 대해 당사의 입장을 전합니다.
확인 과정을 거치다 보니 늦어진 점, 죄송합니다.
오늘 오전, 스케줄을 위해 이동하던 라이트온의 차량은 역주행하던 차량과 사고가 났습니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현재 성해온을 포함한 당사의 아티스트는 일반 병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정밀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언제나 아티스트의 케어에 신경을 기울이겠습니다.
또한, 떠돌기 시작한 심정지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과 무관함을 전해 드립니다.
아티스트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악의적 비방, 명예훼손 등은 아래 메일로 제보 바랍니다.
…….
* * *
탁, 탁, 탁!
이해성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급한 불이 꺼진 뒤, 정재진은 자신을 병원으로 보냈다.
택시에서 내려 병원으로 달려가는 와중에도 이해성은 의문을 느끼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이렇게 마음이 쓰이는 거지?
……아니, 사람이 다쳤으니 마음이 소란스러운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정도를 넘어섰다.
이상했다.
병원과 가까워질 때마다, 기분이…….
고개를 절레 저은 이해성은 상념을 털어냈다.
그리고 미리 병원에 와 있던 다른 팀원이 전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 여기도 난리예요. 의료진들도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아니…… 사실, 성해온 씨가 크게 다쳐서 막 제대로는 못 들었는데 난리가 났어요. 의사들은 긴급수술로 수술방 어레인지한다고 하고, 아 죄송해요. 저도 이쪽 단어를 잘 몰라서.
심정지까지 올 정도였으면, 보통 심각한 정도가 아니었을 거다.
하지만 팀원이 전한 이야기는 의외의 것이었다.
- 그리고 이건 저도 의사들 얘기하는 거 엿들은 건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래요. 맥박 돌아온 후에 바로 CT를 재개했는데…… 상처 부위 제외하면 별다른 이상이 안 보인대요.
- ……심정지까지 될 정도였는데, 그게 말이 돼요?
- 그러니 이상하다는 거죠……! 의사들도 이런 케이스는 처음이라면서 수군대더라고요.
그 순간, 이해성의 시야에 의사들이 들어왔다.
이해성은 곧장 신분을 보였다.
계약 당시 사측에 보관된 성해온의 가족 관계 증명서를 보니, 그는 가족이 없었다.
그런고로, 성해온의 보호자는…… 성해온 본인이었다.
의식이 없는 지금은 성해온과 확실한 접점이 있는 회사.
그러니까 지금 당장의 보호자는…….
이해성, 자신이었다.
이해성은 쉬지 않고 달려와 헐떡거리는 숨을 삼키며, 의사를 재촉했다.
이해성의 신분을 확인한 의사는 안경을 치켜올렸다.
“급한 수술은 마쳤습니다.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운이 좋았습니다. 차량 파편이 몸을 찔렀는데, 정말 폐를 찌르기 직전에 멈췄거든요.”
“……!”
이해성의 피가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별다른 이상이 없기는 무슨.
괜찮은 게 아니었잖아.
“위치가 아주 안 좋았거든요. 호흡할 때마다 파편이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서 찌를 위치였는데…….”
말끝을 늘린 의사가 이해성과 시선을 마주했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 밖에 없는 케이스였습니다. 수술은 잘 끝났고 일반 병실로 옮겨졌으니, 곧 깨어나실 겁니다.”
* * *
“환자분! 환자분! 지금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
“환자분!”
타악!
팔에 꽂힌 주삿바늘을 뽑아내듯이 빼낸 한수현이 눈을 치켜올렸다.
“환자분, 지금 발목 아프시죠? 살짝 금이 갔어요. 일주일 정도면 붙을 건데, 지금은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그럼 낫는 속도도 더뎌져요.”
“비켜주세요.”
“혹시 뭐 필요한 게 있으시면 말씀 주세요. 저희가 가져다 드릴게요.”
“비키라고요.”
드르륵-
그새 말을 전한 모양인지, 병실에 의사가 들어왔다.
의료진들은 잘됐다는 얼굴로 곧장 한수현의 어깨를 잡아 눌렀다.
의사는 방긋 웃으며 한수현에게 다가왔다.
“환자분, 잠깐 체크 좀 할게요. 우선 고통을 0부터 10중에 체크하자면 어디쯤이실까요?”
“…….”
의사는 눈을 도록 굴렸다.
아까 깨어난 류인이라는 환자도 이런 얼굴이었는데…….
뭔데 이렇게 멘탈이 나가 보여?
……꼭 가족이 죽은 걸 눈앞에서 보기라도 한 것 같은 얼굴이다.
“환자분, 일단 여기가 어딘진 아시죠? 병원입니다. 저는 의사고, 체크를 좀 할게요. 0부터 10중에 말씀해-”
“0이요. 비키세요.”
“환자분.”
곧바로 한수현을 막아선 의사가 멈칫했다.
무슨 18살짜리 눈빛이 저렇게 살벌해?
그리고 0은 무슨 놈의 0이야?
아무리 많이 안 다쳤대도, 발목이 나갔는데!
“환자분.”
의사는 다시 한번 비즈니스 미소를 지어 보이며, 차근차근 입술을 뗐…….
의사의 동공이 커지기 시작했다.
쿠당탕!
링거가 달려있는 링거대와 선반을 모조리 엎은 한수현이 다시금 의사와 시선을 마주했다.
“비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