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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34화 (234/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34화

사고 당일.

성해온의 심정지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의료진들과 기획 3팀, 그리고 가장 먼저 깨어나 성해온의 수술을 지켜본 류인뿐이었다.

류인은 이것을 비밀로 부치려 했으나, 눈치 빠른 멤버들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멤버들은 의식을 찾기 무섭게 알아버렸다.

……성해온에게 심정지가 왔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사실을 유일하게 몰랐던 건, 차윤재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영원한 비밀은 없었다.

차윤재 역시 알아버렸다는 뜻이다.

* * *

가장 늦게 의식을 되찾은 차윤재는, 눈을 뜨자마자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이유?

이유는 모르겠다.

몸이 크게 아픈 것도 아닌데, 그냥 눈물이 쉴 새 없이 나왔다.

그리고 입원 이튿날.

차윤재는 우연히 의료진들의 대화를 듣게 된다.

“심, 심, 심정지……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니고…… 시, 심정지라고 하셨습니까?”

돌처럼 굳은 차윤재는 버벅거리며 되물었다.

성해온이 가장 많이 다쳤다는 건 차윤재도 알고 있었다.

지금도 성해온의 곁에서 한참을 울다가 나오는 길이니까.

하지만.

……심정지는 다른 수준의 일이 아닌가!

차윤재는 커다란 눈을 껌뻑였다.

이미 눈가가 따끔해질 때까지 울어서 그런 걸까?

눈물도 나지 않았다.

“어, 어…….”

입이 떨어지지 않을 뿐.

간신히 떨어진 입에선 이런 말이 나왔다.

“거, 거짓말이라고 해주십시오.”

당황한 의료진의 입이 떨어지려던 순간이었다.

“아닙니다! 아무 말도 하지 말아, 마세, 마…… 죄, 죄송합니다.”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한 차윤재가 링거대를 붙잡고 몸을 빙글 돌렸다.

차윤재의 떨리는 손가락은 예전에 저장해 놨던 정재진의 번호를 눌렀다.

뚜르르르.

통화 연결음이 흐를 때마다, 차윤재는 눈물을 꾹 참았다.

이놈의 바보 같은 눈물샘은 이런 상황에서도 정신을 못 차려!

어른스럽게.

해온 형님처럼, 내 용건을 제대로 전하고, 답변을 들어야 하는데!

차윤재, 정신 차려!

스스로를 나무란 차윤재는 눈에 힘을 줬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통화가 연결된 것이다!

- ……윤재 씨?

“끅, 끕…….”

결국은 터져 나온 눈물이 차윤재의 시야를 축축하게 적셨다.

이 멍청아!

입을 열어야지.

울지만 말고!

“해, 해, 끅, 흐흑…….”

차윤재는 숨을 꾹 삼켰다.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호흡 탓에, 히끅거리는 소리가 계속됐다.

“해온, 형님이. 정말…… 심, 끕, 심장이…….”

- …….

정정하거나 되묻지 않는 이 침묵이, 자신의 물음이 정답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 있습니까? 저, 저는 이렇게 멀쩡한데, 흑, 어, 어떻게 그런 일이.”

- 조수석으로 추돌이 일어나서 그렇습니다. 윤재 씨, 진정하세요. 해온 씨 수술도 잘됐고, 지금 일반 병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계십니다.

“저, 저도! 알고 있습니다! 흡, 어제 깨어나자마자 형님 얼굴도 봐, 봤단 말입니다!”

차윤재의 말간 볼을 타고,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 형님이, 제가, 흐허어엉…… 제가 눈도 뜨지 못했을 때! 하, 하, 하마터면…… 다시는…….”

- …….

수화기 너머 정재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자신도 이렇게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든데, 하물며 멤버들은 어떨지 예상조차 힘들었기에.

그저 정재진은 차윤재의 두서없는 이야기를 계속 들어줄 뿐이었다.

차윤재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정재진이 바쁠 거란 것도 알지만,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지 않고서는 죽을 것 같았다.

눈가가 잔뜩 부어 눈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어서야, 차윤재의 훌쩍임은 멎어들기 시작했다.

정재진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전한 차윤재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복 소매로 눈가를 벅벅 문질렀다.

“눈물은, 흡, 쓸데없다고!”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차윤재는 성해온 병실의 문을 열었다.

드르륵-

절대 울지 않겠다던 차윤재의 굳은 다짐은 성해온을 보자마자 붕괴됐다.

“혀어어, 형니이임!”

차윤재는 그 자리에서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엉엉 우는 차윤재를 달래주는 건, 차윤재와 별반 다른 꼴이 아닌 신유하였다.

하지만 이쪽은 그나마 점잖았다.

소리 없이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저는, 형님이 깨어나면 절대 조수석에 태우지 않을 겁니다. 조수석엔 아무도 못 타, 흑, 못 타게 할 겁니다.”

“응.”

신유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꼭, 꼭 그렇게 하자. 윤재야.”

“그리고 화를 낼 겁니다! 왜 이렇게 일어나지 않는 거냐고요!”

“그러자. 나도, 화낼게……!”

“제 애간장을 다 태우고 나서야 일어나실 건가 봅니다! 하여간, 심술궂으십니다!”

신유하는 차윤재의 등을 작게 토닥였다.

“형님은, 끕, 왜 이렇게 착하신 겁니까!”

신유하의 품에서 고개를 훽 떼어낸 차윤재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얼마나 우신 건지 얼굴이 말이 아닙니다! 세수하고 오십시오!”

신유하보다 어림잡아 두 배는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차윤재가 당당하게 병실에 딸린 화장실을 가리켰다.

최승하였으면 잔뜩 폭소하며 차윤재를 거울로 이끌었을 수도 있겠지만, 신유하는 그저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려줘서, 고마워. 윤재야.”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성해온의 입원 일이 두 자릿수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차윤재는 이제 울지 않았다!

울고 싶으면 꾹 참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울었다!

오늘따라 차윤재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예감이 좋았기 때문이다!

‘뭔가 오늘은 형님이 깨어나실 것 같아!’

드르륵-

손을 깨끗이 씻고 온 차윤재가 총총 걸어와 류인의 옆에 섰다.

“오늘 형님이 깨어나셨으면 좋겠습니다!”

히히 웃은 차윤재가 말을 이었다.

“의사 선생님들도 그러지 않으셨습니까! 다 정상이라고요!”

“응, 그렇지.”

“예! 매번 안색도 좋아지십니다! 우스갯소리지만, 사고 전보다 더 좋아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무슨 헛소리냐, 싶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었다.

성해온의 얼굴에 있던 상처들은 빠른 속도로 옅어져 이제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더군다나 충돌까지 사라졌으니, 안색은 이전보다 좋은 것이다.

부족한 영양분은 의료 기술이 채워주고 있으니 말이다.

류인은 차윤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성해온을 내려다봤다.

의료진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 사고에서 이렇게 멀쩡하신 건 천운이라고.

하지만 류인은 그럴 때마다 되묻고 싶었다.

그럼 해온이는요?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는 게, 좋은 것일지 나쁜 것일지 가늠되지 않는다.

그의 예감이, 만약 이 일을 기억해 낸다면 버틸 수 없을 거라고 외치고 있기 때문에.

“류인 형님!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응? 그냥.”

류인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자리는 인기가 많거든.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성해온에게 조잘조잘 대화를 붙이는 장소다.

“윤재야, 여기 앉아.”

“예!”

차윤재는 곧바로 성해온의 손을 끌고갔다.

손을 주무르는 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아프실 때, 들였던 습관 중 하나였다.

“형니임!”

차윤재는 속삭이듯 입을 열었다.

“얼른 눈떠서 혼내주십시오!”

차윤재는 일부러 성해온이 분노할 만한 주제를 꺼냈다.

이러면 자다가도 깨어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다른 형님들이 요즘 담배를 시작하셨습니다. 인생이 고달프신가 봅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라이트온에 흡연자는 0명이었다.

애초에 피우지도 않지만, 성해온이 담배 피우다 걸리는 놈들은 그날부로 인생이 끝일 거라고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차윤재는 평온한 얼굴의 성해온을 가만히 바라봤다.

더 센 걸 말해볼까!

방금 성해온의 눈꺼풀이 살짝 꿈틀거렸다는 걸 보지 못한 차윤재는 침음성을 흘렸다.

‘흠…….’

해온 형님이 가장 싫어하실 주제라.

차윤재는 옆을 지나가던 신유하의 손목을 붙잡았다.

“유하 형님!”

가던 길을 멈추고 허리를 숙인 신유하에, 차윤재는 작게 속닥였다.

“해온 형님이 가장 싫어할 말은 무엇이겠습니까?”

“으음…….”

심각하게 고민하던 신유하가 답을 내놨다.

“……탈선?”

“오오! 탈선이라면 무엇이겠습니까?”

“술, 담배, 연애, 클, 럽……?”

손가락을 접으며 중얼거리는 신유하에, 차윤재는 곧바로 상체를 훽! 돌렸다.

사실 차윤재는 클럽이 정확히 뭐하는 곳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해온이 언젠가 클럽에 갔다가 사진 찍힌 태오를 보고 혀를 끌끌 찼던 게 떠올랐던 것이다!

차윤재는 성해온의 귓가에 대고 입술을 뗐다.

“저희는 어제 단체로 클럽에 갔습니다!”

그 순간이었다.

움찔!

성해온의 손끝이 작게 떨린 것이다.

차윤재가 쥐고 있던 오른손이 아닌, 왼손이 말이다!

당연히 그걸 목격하지 못한 차윤재가 한 술 더 뜨기 시작했다.

“이성분이 아주 많은 클럽이었습니다. 형님이 질색하시는 이성 문제가 터지기 아주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움찔!

성해온의 왼손 끝이 다시 한번 떨렸지만, 차윤재는 계속해서 성해온이 극대노할 것들을 생각하는 데에 몰두했다.

“거기서 술을 진탕 마셨습니다! 형님은 누워 계셔서 모르겠지만, 해가 지났거든요! 제가 성인이 된 기념으로 클럽에서 음주가무를 했습니다!”

당연히 술은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았다.

차윤재는 계속해서 성해온의 손을 주물렀다.

“어떠십니까? 당장 눈을 뜨고 저를 혼내시고 싶지 않으십-”

주무르던 손에 가 있던 차윤재의 시선이 서서히 성해온에게로 옮겨졌다.

“니까아……?”

“……아?”

어라?

차윤재의 입이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거의 득음을 하는 것처럼, 차윤재의 비명 소리가 병실을 넘어 복도까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게.

성해온이……!

성해온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고개를 차윤재 쪽으로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해온의 눈매가 서서히 휘기 시작했다.

싱긋…….

그리고 계속해서 굳게 닫혀 있던 입술이 열리기 시작했다.

“뒈질래?”

드르륵!

차윤재의 비명 소리를 들은 의료진들이 다급하게 병실로 뛰어왔다.

“성해온 씨, 지금 여기 어디인지 아시겠어요?”

“……병원이요.”

“현재 통증에 대해 여쭤볼 거예요. 전혀 안 아픈 게 0이고, 죽을 정도로 아픈 게 10입니다. 지금 성해온 씨가 느끼는 통증 수치는 얼마나 됩니까?”

나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솔직히 전혀 안 아프다.

정말 하나도.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을 흐뭇하게 바라봅니다!]

아마 이 성좌가 무언가 조치를 한 것이겠지.

내가 상체를 일으키려 하자, 의료진이 급하게 만류했다.

“늑골에 금이 가셨어요. 그렇게 확 일어나시면 안 됩니다.”

뭐라고?

나는 빠르게 황당함을 숨겼다.

바로 0이라고 외쳤으면 X될 뻔했군.

내가 보기엔, 갈비뼈는 벌써 붙고도 남았다.

몸이 다시 태어난 것처럼 가뿐하거든.

“……음, 3 정도요.”

솔직히 불자면 0이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는 분위기였다.

차트지에 무언가 적은 의사는 이따가 다시 오겠다며 진료실을 나갔다.

드르륵, 탁!

그리고 문이 닫힘과 동시에 올망졸망한 얼굴의 녀석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녀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쉴 새 없이 갱신되는 시스템창의 메시지 세례에, 내 동공이 미친 듯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잠깐만, 이게 무슨 상황인데?

[업적을 계산 중입니다!]

[Loading……]

[이루 말할 수 없는 놀라운 업적!]

[축하합니다! 최초의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색색의 팡파르가 눈앞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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