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35화 (235/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35화

화려하게 터지는 팡파르 속에서 메시지가 추가로 떠올랐다.

[당신은 다수의 신도들의 목숨을 지켜냈습니다!]

목숨?

다수의 신도?

……설마, 얘네?

도록 굴려진 내 눈이 멤버들을 담았다.

멤버들은 저마다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당장 날 부둥켜안기라도 하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방금 늑골이 어쩌고 하는 소리를 들어서인지 다들 내 몸에 손가락도 하나 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당장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듯이 말을 걸어왔다.

……심지어 눈가에선 눈물까지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회포는 조금만 이따가 풀도록 하자.

나는 잠시만 다가오지 말아달란 듯이, 손바닥을 내보였다.

방금 깨어난 걸 봐서 그런지, 멤버들은 몸을 달싹거리면서도 내 말대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비 맞은 강아지처럼 불쌍한 꼴을 보자니 마음이 아프긴 하다만, 어쩔 수 없다.

지금은 정신없이 갱신되는 메시지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거든.

[업그레이드 기준이 충족되었습니다!]

[교주의 아우라(S)]의 업그레이드가 시작됩니다!

[Loading……]

잠깐만, 대체 무슨 상황인지는 설명을 좀 해주고…….

하지만 내 바람과 다르게, 띠링! 소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내가 넋을 놓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순간이었다.

“.......!”

일순간, 시야가 백금빛으로 번쩍 물들었다.

[교주의 아우라(S)] ▶ [교주의 신성(SS)]

[업그레이드 완료!]

[7인의 대신도를 지정합니다.]

……뭔 신도?

대신도?

[Loading……]

[신도 지정을 위한 데이터가 추출됩니다.]

[당신에게 강력한 호감을 품은 이들이 대신도로 지정됩니다.]

촤라락-!

단숨에 펼쳐지는 타로카드처럼, 허공에 메시지가 줄지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해성]

[정의현]

[류인]

[신유하]

[최승하]

[차윤재]

[한수현]

“……?”

아마 나이순으로 정렬된 듯한 목록.

나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대가리를 빠르게 굴렸다.

사고가 나기 직전, 나는 [교주의 아우라(S)]의 히든 특성인 [당신에게 축복을!]을 사용했다.

그것도 아주 과하게, 피를 토해낼 정도로 무리해서 써먹었지.

그 결과로 이 녀석들은 목숨을 보전했다.

성좌의 말마따나, 내가 축복을 내리지 않았다면 반절은 목숨을 보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내 행동이, 이 특성의 무언가를 충족했다.

[당신에게 축복을!]도 내가 대가 없는 호의를 보였을 때 개화되지 않았는가.

그때처럼…… 내가 이 녀석들의 목숨을 구한 것이, 키가 된 것 같다.

그래.

여기까진 여차저차 이해했다.

근데 저 7인의 대신도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이해성은 대체 왜 끼어 있는 건데?

지금 나와 이해성은 별 사이가 아니다.

설마 이해온, 시스템이 말하는 빙의체…… 그러니까 원래 내 몸에서도 빅데이터를 뽑아낸 건가?

이해성과 나는 호감을 재고 따지는 게 무의미한 사이였다.

유일한 가족이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자면 납득이 안 가는 것도 아니지만, 이게 무슨 황당한…….

내가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그 순간이었다.

띠링!

[자애로운 교주는 신도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

이게 무슨 헛소-

욱씬!

나는 욱신거리는 옆구리를 짚었다.

“……?”

내 얼굴이 멍청해졌다.

분명 난 방금까지 새로 태어난 듯이 가뿐했는데?

순간적으로 어떠한 가정이 떠올랐다.

설마……?

나는 아직도 내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멤버들에게로 시선을 보냈다.

“음, 혹시.”

나는 지금 옅게 욱신거리는 왼쪽 옆구리를 가리켰다.

“지금 여기 아픈 사람?”

“……?”

내가 생각해도 뜬금없는 소리였기에, 멤버들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역시나, 내 과대망상이었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신유하가 조심스럽게 손을 든 것이다.

“저…… 아직, 멍이 덜 빠져서.”

“……! 왜 말 안 했어. 유하야.”

“많이, 안 아파서…….”

류인이 곧바로 신유하의 상의를 들어 올렸다.

정확히 내가 가리켰던 부위에 커다란 멍이 들어 있었다.

“어……?”

신유하가 알쏭달쏭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뭔가 갑자기 덜, 아픈…….”

[축하합니다!]

[한층 더 자애로운 교주가 되었습니다!]

[120포인트가 적립됩니다!]

미친 새끼들아.

나는 잠시 대가리가 정지됨을 느꼈다.

아하.

그러니까…….

내 신도, 아니, 그러니까 이 녀석들이.

어딘가 다치거나, 고통받으면…… 그걸 내가 함께 나눈다?

그 대가로 나는 포인트를 얻고?

이게 엿 같은 건지, 개이득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제대로 알려주겠다는 듯이 띠링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애로운 교주는 신도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욱씬!

나는 싱긋 웃었다.

“이번엔, 발목……? 발목 아픈 사람?”

“해온 형, 그걸 어떻게 아셨……?”

“…….”

[축하합니다!]

[한층 더 자애로운 교주가 되었습니다!]

[160포인트가 적립됩니다!]

……좋은 건가?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모습에 기함합니다!]

아니, 들어보란 말이다.

이 포인트는 성좌들이 침을 질질 흘릴 만큼의 값어치를 지녔다.

그게 이렇게나 쌓이는데, 괜찮은 거 아닌가?

심지어 온갖 통증엔 도가 터서, 이 정도는 간지럽지도 않은 것 같다.

그냥 통각을 나누는 정도라, 욱씬! 하고 마는 느낌이랄까.

[성좌, ‘황금의 신’이 우리 아해가 못 본 사이에 저렇게 수척해졌다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이봐, 나는?

[성좌, ‘황금의 신’이 당신을 유심히 바라봅니다.]

[성좌, ‘황금의 신’이 당신의 얼굴은 더 좋아졌다고 합니다.]

말이 되는 소리를.

미안하지만, 난 교통사고로 죽다 살아났다.

낯짝이 좋을 리가…….

내 시야에, 탁상 위에 놓인 거울이 들어왔다.

좋을 리가…….

……있네?

나는 다급하게 거울을 더 가까이했다.

“……?”

정말이잖아.

여전히 칙칙하고 흐릿한 낯짝이다만, 이 일이 터지기 전과 비교하면 한의원을 통째로 삼킨 얼굴이다.

나는 거울을 내려놓고, 아직까지 내 말대로 다가오지 않고 있는 멤버들을 살폈다.

……저 녀석들 얼굴이 더 심각한데?

다들 왜 이렇게 수척해?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이, 한수현이 달려왔다.

그리고 내 침대 위로 껑충 올라와 늑골이 닿지 않게, 내 목 부근을 껴안았다.

“해온 형.”

한수현답지 않은 어리광이었다.

심지어 이 녀석, 목소리가 떨리는데.

나는 한수현의 등을 토닥였다.

“그래.”

“깨어나 줘서 고마워요.”

그 말이 신호탄이라도 된 듯, 멤버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침대 옆에 걸터앉은 최승하가 내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와아. 진짜 성해온이네.”

“반말?”

“이 와중에 형은 그걸 따지고 싶어요?”

“당연하지. 이 유교 국가에서, 버릇이 없군.”

난 일부러 장난스럽게 대꾸한 뒤, 눈을 데굴 굴렸다.

최승하 이 녀석도 평소같이 능글대려는 것 같지만, 멘탈 깨진 게 티가 난다.

웬만해선 이런 티가 안 나는 녀석인데도.

‘어지간히 충격이었나 보군.’

조금 양심이 찔리는 것 같기도 하다.

“형, 얼른 다시 누우…….”

신유하가 내 가슴팍을 누르며 침대에 눕혀주려다가, 이내 눈을 크게 떴다.

“가, 가, 갈……!”

직역하자면 갈비뼈가 깨진 걸 까먹었다는 것 같은데.

“괜찮아. 안 아파.”

나는 피식 웃었다.

내 말을 철석같이 믿은 차윤재가 신유하의 맞은편에서 내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그걸 지켜보던 류인이 하하 웃으며 차윤재의 옷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윤재야. 해온이 방금 일어나서 정신없을걸?”

“흐흡, 죄, 죄헤, 송합니다아…….”

지금 류인과 최승하를 제외하면 다들 눈물범벅이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건 역시 차윤재였다.

“흑, 흐읍. 저는 형님이 사실 잘못되시는 줄 알았습니다!”

“내가?”

“눈도 안 뜨시고…… 정말 무서웠습니, 끕, 다!”

“피곤했나 보지.”

“형님은 이 상황에도 농, 농담을 하고 싶으십니까!”

“너는 그 상황에서도 클럽? 음주?”

나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휘파람을 불었다.

“음~ 멋진데.”

당연히 거짓말인 건 알고 있다.

“딸, 꾹……!”

“아주 미성년자가…….”

“저, 저, 미성년자 아닙니다!”

“너 19살이잖아.”

내 물음에 차윤재가 고개를 기울였다.

“형님이 누워 계시는 동안, 다음 해가 밝았습니다!”

투욱…….

류인이 건넨, 물이 들어 있는 텀블러가 내 손에서 떨어져 애처롭게 바닥을 누볐다.

그렇다

차윤재의 말도 안 되는 어그로는 의식이 깨어나는 틈에 어느 정도 들었지만, 해가 넘어갔다는 말은 듣지 못했던 것이다.

“오늘이 며칠인데?”

“1월 2일입니다!”

우리 사고가 난 날이 12월 23일이었으니까, 음…….

……10일을 처누워 있었다고?

등골이 오싹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멤버들이 옆에서 안정을 취하지 않고 뭘 하는 거냐며 난리법석을 피웠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모니터링을 이어가던 내 낯짝이 점점 눅눅해졌다.

아.

이거 생각보다…….

“형님, 끕, 많이 아프십니까?”

“내가?”

“예! 갑자기 얼굴이 나빠지셨습니다! 서, 설, 설마 아프신 겁니까!”

나는 동태와 다를 바 없는 낯짝으로 고개를 저었다.

지금 내 몸 상태는 최상이란 말이다.

아, 물론 체력이 최상이라고 하진 않았다.

원래 거지 같던 체력이, 계속 누워만 있었더니 더 거지 같아진 것 같거든.

정말 조금의 보탬이나 과장 없이, 온몸의 근육이 사라진 것 같다.

하지만 충돌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뛸 듯이 가뿐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드르륵-

병실의 문이 열린 것이다.

동시에 내게로 향하던 멤버들의 고개가 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안에 둘러싸인 나는 고개를 길게 빼내 휙휙 댔다.

‘안 보이는데.’

키가 멀대 같은 놈들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으니, 들어온 게 누구인지 보이지 않았다.

의료진?

소식을 들은 기획 3팀?

내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을 무렵이었다.

“해온아.”

이 목소리는…….

음.

정신 나간 새끼로군.

의현이라는 뜻이다.

나는 내 팔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신유하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신유하가 내게 시선을 보냈고, 나는 입 모양으로 속닥댔다.

“나는 저 문이 열리기 전부터 자고 있었어.”

“……! 혀, 형!”

당황한 신유하를 뒤로한 나는 곧바로 침상에 드러누웠다.

깨어나자마자 저 자식 상대할 기력은 없거든.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양심을 지적합니다!]

[성좌, ‘황금의 신’이 우리 아해가 곤란해하고 있지 않냐며 뒷목을 부여잡습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한결같은 당신의 태도에 흐뭇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나는 가늘게 뜬 눈으로 멤버들을 살폈다.

경악 섞인 신유하의 얼굴이 가장 먼저 들어왔고, 나는 눈을 휘어 접었다.

싱긋…….

뒷일은 너희에게 맡긴다.

나는 양심 없는 낯짝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꺼풀을 내렸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