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38화
논란의 시발점은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었다.
[이번에 사고 난 아이돌 근황]
주어 ㄹㅇㅌㅇ 맞음
(사진)
(사진)
다섯 멤버는 퇴원한 지 오래됨 최근 목격담 사진임
근데 보면 사진에 멤버 하나가 안 보임
-으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
사생은 사고 당일에도 성해온이 조수석에 탔을 거라 확신했다.
그리고 그 주장에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열댓 장에 달하는 사진을 연달아 첨부했다.
전부 다른 날의, 조수석에 타는 성해온.
마지막엔 사고 현장 속 조수석이 찌그러진 밴 사진이 첨부됐다.
그냥 사고 사진만 첨부되어 있다면? 질 나쁜 어그로로 치부됐을 거다.
하지만 매번 고정석처럼 조수석에 탄 성해온의 사진이 더해지니…….
이 게시글은 단숨에 어그로를 끌게 된다.
- 정병아 사고 현장 사진 비교하면서 논리적인 척하고 싶냐? 진짜 같이 살아 숨 쉰다는 게 끔찍하다 네 역겨운 의도가 너무 잘 느껴짐
- 진짜 별 등신 같은 새끼를 다 보겠네 ㅋㅋㅋ
당연하게도 스위치들은 대노했다.
본문 자체도 어그로를 잔뜩 키울 목적이었지만, 첨부된 라이트온의 목격담 사진 자체가 사생발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 씹ㅋㅋ 사생이잖아 이런 뇌피셜 개소리 퍼뜨리니까 좋아? 그런다고 관심받을 수 있을 것 같냐?
- 사생 말 믿는 사람 믿거다
하지만 우습게도 이런 점이 사람들에게 어떠한 ‘믿음’을 주기 시작했다.
사생을 혐오하는 사람이 봐도 성해온이 사고 당일 조수석에 탔다는 건, 무척 그럴듯한 가정이었으니.
- 사생은 나도 싫긴 한데 이 일이 욕만 할 게 아니지 않나; MH가 그 이후로 별다른 입장문 안 내는 건 팩트잖아 성해온이 지금 무슨 상태인지 아는 사람 있음 나와봐
└ 무슨 욕만 할 게 아니지 않나 ㅇㅈㄹ ㅋㅋㅋㅋㅋ 너 뭐 돼? 해온이 현재 상태가 어떻든 그걸 알려야 할 의무라도 있음?
- 쎄하긴 함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도 없는데 ㅅㅎㅇ 심정지 기사도 떴었자나 공식에선 아니라고 하지만 ㅎ 글쎄?
성해온의 일반병실행이 오피셜로 나온 상태였기에, 다수의 스위치는 이걸 사생의 헛소리로 치부하며 동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일부는 휩쓸리기 마련이었다.
- 일반병실로 옮겨지긴 했다지만 이렇게 소식 없는 거 보면… 아 불안함…
- 솔직히 사고 난 지 10일이 지났는데 코빼기도 안 보이는 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하고
- 진짜 큰일 난 거 아님?
성해온 사망설은 당연히 우스갯소리였다.
진짜 죽었으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사생의 어그로성 글로 인해, ‘죽진 않았지만, 심각하게 다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또 목소리를 키웠다.
안 그래도 불안했던 팬덤이 난장판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 * *
나는 당장 추가 입장문을 올리겠다는 정재진을 만류했다.
그건 절대 안 될 일이다.
생각해 봐라.
이 타이밍에 추가 입장문이 나온다면?
- 와 그럼 성해온 10일 만에 눈 뜬 거임? 얼마나 다쳤길래 그래?
내가 10일 동안 정신도 못 차렸다는 걸 공식에서 인정하는 셈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 요소를 제외한대도 마찬가지다.
의식을 찾은 지는 오래지만 뒤늦게 입장문을 올린다. 성해온은 몸 상태를 회복하고 있다!
-라는 내용으로 거짓 섞인 입장문을 내놓는대도 그렇다.
사실 퇴원한 멤버들의 목격담이 물밑에서 떠돈 순간부터.
아니, 심정지 관련 오보가 떴을 때부터 팬덤 내에서는 성해온의 상태에 관한 의문이 숱하게 떠돌았다.
사생발 사진이 우르르 뜨며 화력을 키운 건 오늘이 처음이지만, 논란은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는 뜻이다.
내가 의식도 못 차리고 있으니, 사측은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을 테고.
이 타이밍에 거짓 섞인 입장문을 텍스트로 내놔봤자…….
- 회복했으면 진즉에 입장문 내지 왜?
이런 의구심 섞인 분위기가 형성될 게 뻔하지 않은가.
그 과정에서 목소리 큰 어그로꾼 몇이 모여들면, 논란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 팬덤 분위기 ㅈ된 거 모를 리가 없었을 텐데 지금에야 입장문 올린다고? 연막 치는 거 아님? ㅋㅋㅋㅋㅋㅋ 성해온 지금 의식 차린 게 아니면 왜 지금까지 입 다물고 있었는데? ㅎㅎ
이런 내용으로 귀결될 거라 확신하겠다.
“음.”
그런고로, 나는 다른 방식을 선택할 거다.
팬들에게 가장 안심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내가 침대에서 발을 내딛자마자, 멤버들이 난리 법석을 떨기 시작했다.
“해온 형,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일어나시면 안 됩니다.”
“괜찮다니까. 다들 비켜, 비켜.”
나는 한수현을 옆으로 밀쳐놓고 욕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차윤재에게 붙잡혔지만 말이다.
“어, 어, 어딜 가십니까! 침상에서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소릴 듣지 못하셨습니까!”
“어디긴 어디야. 씻으러 간다.”
성좌 덕인지 뭔지, 그 오랜 시간 정신을 못 차린 것치고 상태가 좋다.
뻗친 머리만 제외하면, 당장 오늘 씻은 사람처럼 뽀송하다.
하지만 이 일을 타파하기 위해선 최상의 낯짝을 들이밀 필요가 있었다.
“아, 안 됩니다! 그렇게 혼자 씻으러 들어가시는 게 어딨답니까! 일, 일단 부축부터 해드리겠습니다!”
“멀쩡해.”
“절대 안 됩니다! 가만히 계십시오!”
나는 눈을 데굴 굴려 내 허리에 조심조심 팔을 감는 차윤재를 응시했다.
그냥 부축 정도는 하게 해줄까.
-라고 생각한 걸 30초 만에 후회하게 하는군.
나를 여든 먹은 노인네로 보는 게 틀림없는 차윤재가 한 발자국에 5㎝씩 전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봐, 그러다가 날 새겠는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비어 있는 오른쪽에 한수현이 붙었다.
“해온 형, 저희는 가족이 맞나요?”
갑자기?
물음표를 띄우는 것도 잠시, 나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자 생길라.
“그렇군요. 그렇다면…….”
한수현이 말꼬리를 늘리다가, 이내 말을 이었다.
“목욕 수발을 부끄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흰 가족이니까요.”
“뭐?”
정말 어이가 없어서 튀어나온 말이었다.
이 녀석들 눈엔, 내 멀쩡한 낯짝이 보이지 않는 건가?
“그러니까, 네가 날 씻겨주겠다고?”
“네.”
뭐가 문제냐는 듯한 한수현의 빠른 대답에, 나는 싱긋 웃었다.
그러곤.
퍽! 퍼벅! 퍽!
……병원에 주먹질 소리가 퍼짐과 동시에, 성좌의 경악 섞인 메시지가 터져 나왔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행동에 기함합니다!]
[성좌, ‘황금의 신’이 우리 아해가 놀라지 않았냐며 당신을 째려봅니다!]
신유하가?
나는 뒤를 돌아 힐끔 신유하를 바라봤다.
“형, 기운이 넘쳐 보여서, 보기, 좋아요……!”
아무리 봐도 좋아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심지어 맞고 있는 놈들도 그렇다.
한수현이 다행이라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해온 형, 손에 힘이 돌아오셨습니다. 아까 전에 포크를 흘리시기에 걱정이 컸는데…….”
“……그건 놀라서 그런, 하아. 됐다.”
여기서 변명이나 하고 있는 게 더 비참하다는 걸 깨달아 버린 나는 눅눅한 낯짝으로 놈들을 털어냈다.
금세 붙잡혀 버렸지만 말이다.
“우리 형~”
최승하가 불길할 정도로 화사하게 웃었다.
“또 씻다가 쓰러지면 어쩌려고?”
“……허.”
그래.
욕실에서 씻다가 쓰러진 전적이 있다는 게 문제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 같아도 죽다 살아난 놈이 눈뜨자마자 혼자 씻겠다고 나대면 정신 나갔냐고 할 것 같다.
타일에 머리 깰 일 있나.
나로선 억울하다만, 충돌이니 계약이니 줄줄 말했다가는 곧장 정신 병동으로 끌려가겠지.
그런고로, 나는 한 발자국 물러나 타협을 봤다.
머리 감는 것만 도움을 받기로 말이다.
“병원복이 젖지 않겠습니까?”
“여분 있으니까, 조금 젖어도 될 것 같아요.”
차윤재의 우려에 한수현이 답했고, 류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샤워기를 잡았다.
솨아아-
“해온아, 물 온도는?”
“괜찮아.”
“아프진 않고?”
“갓난아기 머리도 이렇게 조심스럽게 감기진 않겠는데.”
안광이 사라졌을 게 확실한 내 중얼거림에, 류인의 손끝이 주춤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어렵지…….”
“형, 내가 할까?”
최승하가 류인에게 속닥였고, 나는 다급하게 류인을 붙잡았다.
최승하가 바통을 넘겨받는다면, 겨우 머리 감는 걸로 안 넘어갈 게 뻔하다.
“무릉도원이다. 계속해.”
* * *
각종 어그로와 찌라시, 논란 등으로 스위치들은 매일매일이 전쟁통이었다.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던 와중이었다.
여태껏 잠잠했던 공계 알림이 울린 것이다!
LIGHT ON ⓥ
스위치, 잘 지내고 있어요? 스위치들이 너무 보고 싶어요. 원래 저까지 퇴원하고 라이브로 안부 전하려 했는데, 참기가 힘드네요.
저는 금방 퇴원할 예정이니 걱정 마세요. 완전 튼튼해요.
(사진)(사진)
(사진)(사진)
당연하게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 나 눈물 나 진짜로 어떡해
- 얘들아 너무 너무 보고 싶었어 진짜 사랑해 안부 전해줘서 고마워
- 천천히 와도 되니까 우리 걱정은 말고 회복에 집중하기!!
- 아 마음이 놓인다ㅠㅠ 성리더 사이에 두고 옹기종기 모인 거 왜 이렇게 귀엽냐 ㅋㅋㅋㅋㅋ
- 이런 말… 이 타이밍에 좀 그렇지만… 성해온 왜 이렇게 잘생겼냐? 노메이크업 맞냐고 진짜 웅장해진다… 이런 애를 가지고 멋대로 죽었느니 혼수상태였느니 지껄인 새끼들 다 대가리 박아
이 트윗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뉴스까지 출연했던 사고의 피해자, 관심이 안 쏠리려야 안 쏠릴 수 없던 것이다.
라이트온의 공계에 올라온 트윗은 순식간에 만 단위의 알티를 타기 시작했고, 기자들도 그것을 토대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라이트온, 우린 건강해요! 근황 공개]
[크게 다치지 않아… 조심스레 전한 라이트온의 지금]
팬덤의 분위기는 급속도로 안정되기 시작했다.
‘왜 지금에서야 사진 올려? 뭔 일 있었던 거 아니야?’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럴 만한 이유도 있었다.
무수한 찌라시와 어그로를 몰고 왔던 그 성해온의 얼굴이!
……너무나도 좋았던 것이다!
의심을 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 * *
“음.”
초 단위로 쏟아져 나오는 반응을 마주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러 아리송한 느낌으로 트윗을 올린 것이었다.
퇴원하면 안부를 전하려 했으나, 참지 못하고 지금 올린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를 꼽으라면, 내 상태가 굉장히 볼만했기 때문이다.
비꼬는 게 아니라, 진짜로.
정말 사고가 나기 전보다 안색이 좋은 수준이다.
게다가 옷 밖으로 보이는 곳들의 멍은 다 빠진 상태니…… 이렇게 사진만으로 봤을 땐 정말 멀쩡했다.
지금 이 논란의 중심은 다름 아닌 나다.
지금껏 드러나지 않은 내 상태로부터 시작된 논란.
그러니, 이건 나로 종결지어야 한다.
의식은 진작에 차렸으나 공식적인 행보만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내 때깔 좋은 낯짝은 어그로꾼들의 의혹을 칼같이 차단했다.
하지만 이런 방법에도 역효과가 있다.
- 명훈이 미친 노망났나 팬덤이 얼마나 걱정한 줄 알면서 진즉 공지 올렸어야지 tlqkf
바로 회사가 욕을 먹는다는 것.
하지만 명훈이는 처음부터 욕을 먹어왔으니 괜찮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전 MH의 구린 행보 탓에 팬덤의 믿음은 더더욱 굳건해졌다.
진작 깨어났지만, 구린 일 처리로 알리지 않았다!
……이런 가정은 너무나도 MH다웠던 것이다.
- 김명훈이 그렇지 뭐
- MH 요즘 일 잘하더니 이렇게 한 번씩은 과거로 회귀하는 일 처리를 보여주는구나 응응 사진 올려줬으니 살인은 참아줄게!
팬덤의 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다운되는 것보단, 회사가 욕 한번 먹고 지나가는 게 낫다.
모니터링을 마친 나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히죽…….
비열하게 올라간 입매를 숨기기 위해서였다.
당장의 논란도 잠재웠으니, 다음은 정신 나간 기자 처리다.
* * *
하지만 이 일은 성해온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성해온이 박철상을 조지기도 전, 누군가가 들고일어난 것이다.
다름 아닌.
스위치들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