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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39화 (239/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39화

팬들이 분노의 정점을 찍는다면?

심지어 그런 이들이 한둘이 아니라면?

- 박땡땡 죽이러 감 ㅇㅇ

- 진짜 이게 기레기다 이게 기레기야 지금껏 욕했던 기레기들아 미안하다 진짜 기레기는 이런 건데

- 내 동생 철상이 개패고 싶음 이러면 고소 안 당함? ㅋㅋㅋ 철상아 그렇게 살지 마라

라이트온 여섯 멤버의 근황이 공식적으로 공개되기 무섭게, 스위치들이 폭발했다.

눌러두고 있던 게 터진 것이다.

- 팩스 총공 계정 생겼다

- 다들 배경 검은색으로 설정하시고 흰 글씨 혹은 붉은 글씨 쓰세요 잉크 많이 나가게 ㅎㅎ

코리아 연예를 향한 팩스 총공은 물론이오, 박철상의 개인 메일로도 총공이 이어졌다.

- 고소당할 수 있으니까 다들 워딩 조심하기야! 미국 사는 77살 철상이 배불려 주지 말자!

지금 스위치들은, 그 어느 때보다 똘똘 뭉쳐 있었다.

박철상을 조지겠다는 일념하에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스위치들은 해시태그 총공을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실시간 트렌드를 장악하게 된다.

실로 어마어마한 파급력이었다.

이건 의외의 지원군들이 동참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바로 타 팬덤.

도를 넘은 추측성 기사에 대한 악감정은 온 팬덤의 공통분모였다는 점이 맞물린 것이다!

* * *

“난리가 났네요.”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이어가던 이해성이 읊조리자, 정재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기 불능이겠네요.”

“일반인 출입 통제 구역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더니 병원 측에서 그쪽 복도의 CCTV를 보여줬습니다.”

이해성이 말을 이었다.

“정말이던데요. 박철상이 기웃거리다가 내부를 본 모양입니다. 찰나라서 촬영은 확실히 못 한 것 같고요.”

사실 여태껏, 기획 3팀 인원들은 의료진 중 하나가 말을 흘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중환자 처치실은 일반인의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되는 곳이니까.

“의료진 뒤를 밟았을 줄은…… 하필이면 복도에 아무도 없었어서 막은 사람도 없었고요.”

“제가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신 거죠?”

“예. 확신을 담아 말씀하셨으니까요. 저는 CCTV를 요청하면서도, 아닐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정재진의 대답을 들은 이해성의 입이 벌어졌다.

“……그러니까, 그 CCTV를 살펴달라 부탁한 게 성해온 씨라고요?”

이해성의 얼굴에 놀라움이 물들자, 정재진이 주접을 다다다 내뱉기 시작했다.

숨도 쉬지 않고 성해온에 대한 칭찬을 이어간 그의 얼굴이 조금 칙칙해졌다.

“해온 씨는 심성이 너무 고우세요. 저 같으면 절대 고소 취하 따윈 해주지 않을 텐데…….”

* * *

한편, 정재진이 말하는 ‘심성이 너무 고운’ 당사자.

성해온은.

히죽…….

침대에서 홀로 히죽대고 있었다.

정재진은 다른 의미로 해석한 것 같지만, 고소 취하는 순전히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

‘진짜 재판까지 가서 심정지였던 거 밝혀지면 어쩔 건데?’

그럼 내 쪽이 X되는 거다.

스마트폰 화면으로 시선을 돌리자, 굉장히 상쾌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스위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코리아 연예를 두들겨 패고 있는 것 말이다.

역시 스위치들이다.

사실 고소 협박까지만 가도, 코리아 연예 정도의 소규모 신문사라면 간판 내렸을 거다.

하지만 여론으로 이렇게 매장된다면?

그쪽 신문사는 사업체 이름을 바꾸든, 대표를 바꾸든, 회생 불가라고 할 수 있겠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자신의 가슴을 탕탕 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어깨를 으쓱댑니다!]

나는 허공에 떠오른 메시지를 흐릿한 낯짝으로 살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전혀 감사해 보이지 않는 당신의 얼굴을 지적합니다!]

나는 곧장 눈깔에 가증스러운 생기를 더한 채, 허공으로 시선을 던졌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헛기침합니다!]

그래, 이 성좌가 박철상이 응급실 바깥에서 나를 목격했었다고 알려줬다.

하지만 의문이 하나 있다.

“흠.”

그 빌어먹을 신문사가 내 기사를 내린 순간부터 지금까지 박철상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

그래, 잠적.

미래를 예감한 건지, 뭔지는 몰라도…….

“뭐, 알 바 아니지.”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드르륵-

병실의 문이 열린 것이다.

당연히 멤버들일 거라 생각한 나는 고개를 느릿하게 돌렸다.

“왜 이렇게 일찍…….”

그리고 문 앞에 선 인영을 마주한 나는 미간을 설핏 찡그렸다.

저번에 이 녀석에게 할 일 더럽게 없는 놈이라는 평가를 내렸던가?

정정하겠다.

할 일이 없어도 아주 더럽게 없는 놈이다.

척! 척!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침상에 누운 나는 이불을 스르륵 목까지 끌어당겼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황당해합니다! 지금 그걸 속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묻습니다!]

아니.

의현이 등신도 아니고 이거에 속아줄 리 없지.

그냥 꺼지라는 뜻이다.

기분이 나빠지면 알아서 나가겠지.

클라이맥스로 눈꺼풀까지 차분히 내리자,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아하하.”

“…….”

“해온이는 나만 보면 잠이 와?”

흐음, 소리를 낸 의현이 이내 내 침대 옆에 걸터앉았다.

“안 일어나면, 같이 찍은 사진을 SNS에-”

“일어났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양심에 기함합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흐뭇한 미소를 짓습니다!]

사실 이 녀석에 대한 정의를 아직까지 내리지 못해서 말이다.

이 녀석이 대신도…… 그래, 그걸로 선정되지 않았나.

이전에 써먹었던 거짓말 탐지 아이템 하나로는 조금 미심쩍었으나…….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이 녀석이 내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 말이다.

나는 생긋 웃고 있는 의현을 응시했다.

이 녀석은 내가 성해온이 아닌 걸 알고 있다.

원래 성해온과 무슨 사이인지는 몰라도, 가까운 사이였던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게 따지자면, 처음에 나에게 적대감을 보였던 게 말이 된다.

지금 태도를 바꾼 이유는…… 아마도 그리움?

나는 의현을 빠르게 훑었다.

그래, 알맹이가 어떻든 상관없다고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 녀석은 지금 나를 통해 그 빈자리를 메꾸려 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을 이어가고 있을 무렵, 의현이 전화를 받았다.

“음, 잠시만. 해온아.”

그리고 벌어지는 광경에 나는 이 새끼가 제정신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기 시작했다.

이 녀석의 매니저가 양손에 쥐기도 힘들 만큼 쇼핑백을 들고 왔기 때문이다.

그를 향해 살짝 목을 까딱인 의현이 곧바로 병실의 문을 닫았다.

“요즘 잘 먹는다며.”

대체 어떻게 아는 건데?

의현이 넓은 1인 병실에 있는 테이블에 음식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다양한 음식이 가득 찼고, 소파에 앉은 의현이 웃었다.

“나도 잘 먹는 거 보고 싶은데.”

“병원 밥 먹을 건데.”

“오는 길에 아침 식사는 가지고 오지 말아달라고 말씀드렸어.”

“…….”

동태일 게 틀림없는 눈깔을 껌뻑이자, 의현이 입을 열었다.

“혹시 입맛이 없나?”

“네가 가면 돋을 것 같은데.”

“어쩌지.”

의현이 눈을 곱게 접어 웃었다.

“난 네가 다 이거 먹는 거 보고 나갈 건데.”

“……허.”

내가 헛웃음을 뱉자, 의현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아직 침대에 앉아 있는 나를 부축해 가려는 듯, 허리에 손을 끼웠다.

물론 내가 쳐냈지만 말이다.

“멀쩡해. 내일 퇴원이고.”

“으음.”

“사실 산책이라도 하고 싶은데…….”

의현이 창밖을 힐끔 응시했다.

“사진이라도 찍히면 곤란하니까, 그렇지?”

“네가 안 오면 되는 건데.”

“멤버분들은 항상 일찍 오시지? 20분쯤 뒤에 오시려나…… 같이 먹으려고 안 먹는 거야?”

대체 그 시간대를 어떻게 꿰고 있는 거냐.

나는 칙칙한 낯짝으로 음식과 의현을 번갈아 바라봤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과 입맛 떨어지는 얼굴이라.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의 효과로군.

내가 이딴 생각이나 하고 있을 무렵, 의현이 스마트폰을 흔들었다.

“오늘 네 병문안-”

저 새끼, 또 일부러…….

“먹으려고 했다.”

말허리를 싹둑 끊어먹은 나는 흐릿한 낯짝으로 젓가락을 들어 초밥 하나를 입에 넣었다.

맛은 있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쇼핑백에서 다른 음식을 꺼내던 의현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진 것이다.

마치 찌릿한, 두통을 겪고 있는 것처럼.

잠깐만.

찌릿한…… 두통……?

내 눈깔이 의현에게로 굴러갔다.

[자애로운 교주는 신도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어.”

X발.

내가 이마를 부여잡자, 의현이 내 어깨를 붙잡고 부축했다.

“일단 누울래? 의사 불러올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물컵을 흔들었다.

닥치고 물이나 따르라는 모션이었다.

금세 물컵이 채워졌고, 나는 녀석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너.”

“응, 해온아.”

“머리 아프냐?”

“……!”

내 말과 동시에, 의현의 눈이 동그래졌다.

“혹시 날 걱정해 준 걸까?”

“겠냐?”

내 불손한 낯짝과 언행을 자신만의 꽃밭 필터로 거른 것이 분명한 의현의 얼굴이 화사해졌다.

무슨 포인트에서 좋아하는 건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의현이 자신의 밝은 밀색 머리칼을 살짝 들어 올렸다.

이마의 부분에, 꿰맨 자국이 있었다.

“여기 다쳤거든.”

[축하합니다!]

[한층 더 자애로운 교주가 되었습니다!]

[170포인트가 적립됩니다!]

“……?”

서둘러 당황을 숨긴 나는 낯짝을 관리한 뒤, 입을 열었다.

“별로 안 궁금한데.”

의현의 눈매가 약간의 호선을 그렸다.

“네 사고 소식 들은 날, 빨리 가려고 속도 높이다가 사고 났어.”

주르륵…….

저항 없이 열린 입에서 물이 흘러나왔다.

축축해진 턱을 다급하게 훔친 나는 뭐 이딴 또라이가 다 있냐는 얼굴로 의현을 응시했다.

“아, 걱정 안 해도 돼. 다른 차량이랑 부딪힌 건 아니라서.”

내가 그거에 놀란 것 같냐고.

황당하다는 얼굴을 하자, 의현의 낯짝이 가증스러워졌다.

“지금까진 아픈 줄도 몰랐는데, 네가 알아봐 주니까 어리광 피우고 싶은 건가? 아프네.”

이봐, 눈은 왜 내리까는 거냐.

하나도 안 불쌍하니까 눈깔 올려.

“해온이 네가 걱정할까 봐 말 안 했는데, 이렇게 바로 알아채 줄 줄은 몰랐어.”

나도 알고 싶어서 안 게 아닌데.

“걱정까지 해주고.”

내가 언제?

의현이 흉터 부근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늦게 사라졌으면 좋겠다.”

“…….”

나는 칙칙한 낯짝으로 고개를 저었다.

역시 정신 나간 새끼와는 말을 섞으면 안 된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자신이 사 온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던 의현이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나를 빤히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해온아.”

“왜.”

“도와줄까?”

시선을 올리자, 여유로운 낯짝이 들어왔다.

도와준다라.

이건 라이트온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걸 테다.

커다란 논란은 넘겼다지만, 팬덤 분위기는 전과 같지 않기 때문에.

아직까지 물에 젖은 솜처럼 축축 처져 있으니까.

며칠 전만 해도 굉장히 혹할 수도 있는 제안이었다만, 지금은 아니다.

나한테도 생각이 있거든.

지금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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