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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40화 (240/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40화

“드디어.”

나는 흐릿한 낯짝으로 기지개를 켰다.

오늘은 내가 정신을 차린 지 4일 차이자, 퇴원일이다.

마음 같아선 눈을 뜨자마자 퇴원하고 싶었으나, 병원 측에서 반려했다.

멤버들의 유난도 한몫했고 말이다.

셀 수도 없이 많은 검사를 속행했고, 그 모든 검사에서 이상 없음이 뜨고 나서야 퇴원 일자가 잡혔다.

일주일은 더 있는 게 어떻겠냐고 끈질기게 달라붙는 녀석들의 등짝을 몇 대나 갈겼는지 모르겠군.

나는 잠시 어제를 회상했다.

천만다행으로 의현과 멤버들은 마주치지 않았다.

하지만 입원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이 자식들이 더 질척거리는 게 아닌가.

- 자고 가겠습니다! 병수발을 들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 내일 퇴원인데 수발은 뭔 놈의 수발이야.

- 하지만 형님의 안색이 여전히 좋지 않으십니다! 다크서클 좀 보십시오!

- 이건 그냥 원래 체력이…… 됐다. 나가, 나가.

- 형니이임!

- 해온 형, 저도 여기서 하룻밤 묵고 싶습니다. 내일 퇴원 절차도 도와드리고…….

- 됐고, 다들 열 시간 자고 와. 열 시간. 이하로 자면 뒈진다.

- 해온아, 여기 과일 좀 먹어볼래?

- 무슨 과일을 이렇게 호화롭게 써는 거냐. 그리고 두 시간 전에 먹었는데, 또?

- 종류가 다양하면 좋으니까…… 그리고 과일 많이 먹으면 좋잖아. 아, 딸기도 있는데 잠깐만 기다려, 읍, 읍!

- 난 이걸로 충분하니까 달콤이나 먹어.

- …….

- ……넌 왜 또 기어들어 와?

- 하핫, 애들은 보내고~ 저는 몰래 빠져나왔어요. 형이랑 같이, 악! 이 형, 힘이 더 세졌어! 아야! 아야! 내 등 헐겠어요!

- 최, 승하!

- 아앗! 유하 너 어떻게 알고 뒤를 쫓아왔어!

- 형, 신경 쓰이게, 하지 말고, 얼른 나와……!

- 유하는 나만 미워해! 안 가! 나 여기서 잘래!

- 예, 매니저님. 성해온입니다. 여기 한 놈 잡아가세요.

입원 기간 동안 매일같이 벌어졌던 전쟁이다.

이제 이 짓도 끝이군.

나는 누가 오기 전에 짐을 싸둘 요량으로 침대에서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이었다.

타악!

병실의 불이 꺼진 것이다.

갑작스레 찾아온 어둠에 나는 주위를 차분하게 살폈다.

대충 예상이 가는군.

퇴원이라고 뭘 준비한 모양이지?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콧김을 내뿜습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흐뭇한 얼굴로 200골드를 후원합니다!]

드르륵-

문이 열리며 멤버들이 우르르 들어오기 시작했고, 류인의 손엔 커다란 케이크가 들려 있었다.

커다란 케이크라고 해서 3호 사이즈나 4호 사이즈…… 이딴 걸 말하는 게 아니다.

무려 3단 케이크였다.

내 낯짝이 눅눅해졌다.

대체 이런 건 어디서 주문하는 거냐.

누가 보면 내가 결혼이라도 하는 줄 알겠군.

결혼식장이나 돌잔치, 기업 행사 같은 데서나 볼 법한 비주얼이었다.

타이포로는 퇴원을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멤버들의 얼굴이 희미한 촛불에 비쳤다.

굳이 정의하자면.

……기쁜 얼굴인가?

퇴원이 뭐라고, 별걸 다 기뻐하는군.

난 피식 웃으며 케이크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후.”

……뭐.

퇴원하는 기분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 * *

척! 척! 척! 척!

내 앞접시에 음식이 산처럼 쌓이기 시작했다.

당연히 전부 이 녀석들의 짓이다.

한정식집이라 반찬의 가짓수가 많았는데, 그걸 다 내 앞으로 슬금슬금 밀어 넣고 있었다.

“너넨 맨밥만 먹으려고?”

안광이 사라졌을 게 분명한 내 말에, 멤버들이 움찔했다.

쯧쯧…….

반찬들을 제자리에 돌려놓은 나는 떡갈비 하나를 베어 물었다.

그런 내 낯짝이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도 적응이 안 된다.

분명 익숙한 맛의 음식일 텐데, 이렇게 맛있게 느껴진다니.

젓가락질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열심히 먹던 나는 멈칫했다.

뭔가…….

너무 조용하지 않나?

식기 부딪히는 소리도 내 쪽에서만 나는 기분이다.

나는 고개를 서서히 들어 올렸다.

“……!”

그리고 입에 있는 걸 뱉을 뻔했다.

반짝반짝…….

굉장히 부담스러운 시선들이 내게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다급하게 물을 들이켜며, 낯짝을 험악하게 만들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동료애에 찬물을 끼얹는 당신의 행동을 비난합니다!]

내 낯짝을 마주한 몇몇 녀석이 몸을 파르르 떨었다.

하지만 최승하에겐 어림도 없었는지, 녀석이 헤헤 웃으며 자신 몫의 떡갈비를 내 앞접시에 올렸다.

“형에 대한 내 마음!”

“반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온 대답과 함께 떡갈비를 되돌려 놓자, 최승하가 상처받은 얼굴을 했다.

“와아아! 사람 마음을 이렇게!”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멤버들이 내 앞접시 위에 떡갈비를 우르르 올려놓기 시작했다.

“해온아, 이것도 먹어.”

“승하 형님 떡갈비보다 제 것이 좀 더 큽니다! 이걸 드십시오!”

“반품, 안 돼요……!”

미래를 예감한 신유하의 작은 외침에, 한수현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식품류의 반품은 까다로운 편이니까요.”

나는 녀석들의 바람을 이뤄주지 않았다.

전부 되돌려 놨다는 뜻이다.

더는 못 먹는다.

이 녀석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느라 식사를 반도 못 했을 때, 열심히 먹어젖힌 나는 이미 포화 상태였다.

그럼에도 올망졸망한 시선들은 떨어질 줄을 몰랐다.

나는 물음표를 띄웠다.

평소에도 먹이는 데에 진심이긴 한 녀석들이었다만, 오늘따라 더 심각하지 않은가.

내 표정을 읽었는지, 최승하가 내 귀에 대고 작게 속닥였다.

“형이 오늘따라 잘 먹으니까…….”

“……?”

최승하가 활짝 웃었다.

“이 참에 더 먹이고 싶은 거지~”

하기야.

이 녀석들은 허구한 날 밥도 못 처먹던 내가 이렇게 잘 먹으니 신기하겠지.

나는 대충 답을 내놨다.

“앞으로도 계속 잘 먹을 거다.”

“와아, 진짜요? 약속?”

“그래.”

……나는 이 약속을 해서는 안 됐다.

* * *

드르르르르르륵!

우당탕!

탕!

드르르륵!

방문 너머, 주방에서 들려오는 아찔한 소리에 절로 청각이 곤두세워진다.

“…….”

숙소에 도착하기 무섭게 최승하가 날 방에 밀어 넣고 싱글벙글 나간 것부터가 묘했는데 말이다.

“해온 형은 열량을 더 섭취해야 하시니, 이걸 넣는 게 어떨까요.”

“오! 좋은데~”

문밖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이봐, 너희들.

대체 뭘 만들고 있는 거냐.

“에휴! 이 형님도 참! 그렇게만 갈면 너무 씁쓸하지 않겠습니까? 이걸 더 넣는 게 좋겠습니다!”

“그런가? 일단 넣자!”

“아냐, 승하야. 이건 이렇게…….”

드륵, 드르륵!

드르르륵!

믹서기 소리가 원래 이렇게 호러였던가.

대체 무엇이 생성되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저벅, 저벅.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더는 못 먹는다.

자는 척하자.

자는 척…….

쿡! 쿡!

“…….”

쿡! 쿡!

계속해서 몸을 찌르는 손가락에, 흐릿한 낯짝으로 눈을 뜨자 시야에 멤버들이 들어왔다.

죄다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저희가 갈았어요! 사랑이 담긴 으음, 특제 주스?”

나는 눈을 데굴 굴려, 최승하가 내민 컵을 응시했다.

“토마토랑 딸기랑 사과랑 야채랑, 음~ 어쨌든 좋아 보이는 건 다 갈았어요!”

대충 봐도 그래 보인다.

“자고 일어나서 마실게.”

“마시고 주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차윤재의 말에 무어라 반박하려는 순간이었다.

“됐, 억.”

내 입이 열린 순간을 틈탄 최승하가 주스를 꽂아 넣은 것이다.

“자아~ 꿀꺽 꿀꺽!”

“…….”

내 의지와는 하등 상관없이, 입으로 액체가 들어오고 있었다.

이게 무슨 <체험! 병간호의 현장!>이란 말인가.

나는 그 와중에도 맛을 평가했다.

주스의 맛은…….

심각하게 떨떠름한 맛이었다.

대체 뭘 넣었길래 이런 맛이?

나는 흐릿한 낯짝으로 머리를 내뺐다.

“이따가 마실래. 주방에 둬.”

“하지만 해온 형, 안색이 아직까지 좋지 않으세요.”

한수현의 말에, 내 낯짝이 더욱더 흐려졌다.

지금 내 몸 상태는 최상이다.

낯짝이 흐린 건, 거지 같은 체력 때문이고 말이다.

멤버들을 간신히 내보낸 나는 침대에 엎어졌다.

휴식은 오늘까지다.

내일부턴 아주 바빠질 거다.

할 일이 많거든.

* * *

이른 아침부터 신유하를 깨운 나는 녀석을 어디론가로 이끌었다.

장소는 강찬혁의 작업실이었다.

[성좌, ‘황금의 신’이 이 건물을 보니 또다시 그날이 떠오른다며 눈을 질끈 감습니다!]

이번엔 신유하를 버리고 튈 생각이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성좌, ‘황금의 신’이 불신 섞인 눈초리를 보냅니다!]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무시한 나는 신유하의 손목을 붙잡고 지하로 내려갔다.

처음 숙소에서 나올 때만 해도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던 녀석이, 어느 정도 눈치챘는지 내 옷소매를 다급하게 붙잡았다.

“……! 형, 설마…….”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네가 생각하는 설마가 맞을걸.

드르륵-

작업실의 문이 열렸고, 오늘도 여기서 밤을 새운 모양인지 퀭한 얼굴의 강찬혁이 우릴 반겼다.

“해온 씨! 유하 씨!”

나는 손에 들린 커피 캐리어를 달랑이며 웃었다.

“잠깐 대화 가능하실까요, 프로듀서님.”

“해온 씨라면 언제든지 좋죠.”

나는 강찬혁에게 무언가를 건넸고, 그걸 마주한 신유하의 얼굴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이것까진 예상 못했나 보군.

하긴, 당연한 일이다.

숙소에서 몰래 빼내 온 거니까.

[성좌, ‘황금의 신’이 뒷목을 부여잡습니다!]

어쩐지 익숙한 데자뷰로군.

나는 양심 없는 낯짝으로 신유하의 시선을 무시한 채, 강찬혁과 눈을 마주쳤다.

“프로듀서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최대한 빠르고, 멋지게 만들고 싶거든요.”

나는 아직까지도 얼이 빠져 있는 신유하를 내 품으로 훅 끌어당겼다.

“이 친구랑 같이요.”

* * *

대화 내내 안절부절못하던 신유하가 나를 바깥으로 이끌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 좁은 틈 사이에 선 신유하가 걱정이 잔뜩 담긴 얼굴로 나를 응시했다.

딱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겠군.

“회사 허락도 없이 진행해도 되는 건가, 하고 있지?”

“……!”

신유하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말을 이었다.

“내가 갑자기 끌고 와서 당황했어?”

신유하가 고개를 붕붕 저었다.

“형이라면, 언젠가 이럴 수도 있겠다고…… 어느 정도, 예감을…….”

“…….”

믿음이긴 믿음인데.

약간 내 쪽이 슬퍼지는 믿음이군.

“회사는 걱정 말고.”

나는 건물의 벽에 등을 기대며 작게 웃었다.

“할 수 있겠어?”

“제가,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역으로 들어온 물음에,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당연한 걸 왜 물어?”

“……!”

신유하의 얼굴에 미소가 퍼지기 시작했다.

* * *

신유하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답지 않은 긴장이 스며들었다.

시야엔 MH 사옥이 들어왔다.

명훈이나 정재진을 보러 온 거라면, 긴장할 이유도 없다.

이해성이 온 이후, 기획 3팀과는 메일로만 소통했다.

만날 일이 있으면, 정재진을 불러냈지.

“후우.”

나는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오늘은 이해성과 정식으로 만나는 날이다.

내 쪽에서 이해성을 본 적은 셀 수도 없이 많다.

거의 매일 출석 도장을 찍듯 기획 3팀을 기웃거렸으니까.

어차피 이해성은 나를 그냥 성해온으로 볼 텐데도.

……이상하게 심장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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