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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43화 (243/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43화

“형니이이임!”

차윤재가 빽 소리쳤다.

“그, 그런 소리를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 예로부터 말에는 힘이 있어서……!”

- ……뒈지겠군.

설마, 방금 이거?

작게 중얼거린 건데, 그걸 들었다니.

귀도 밝군.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차윤재의 턱에 커다란 호두가 박혀 있었다.

“…….”

엄청난 죄라도 지은 것 같은데.

나는 손을 휘적 저었다.

“안 죽어, 안 죽어.”

“하지만 형님의 안색이 말이 아니십니다!”

“너네도 다를 바 없어.”

“형님이 가장 심각하십니다!”

“…….”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낄낄댑니다!]

나는 흐릿한 낯짝으로 시선을 던졌다.

퇴원한 지가 언젠데, 이 녀석들 눈엔 내가 아직도 뒈지기 직전의 병자로 보이는 게 틀림없다.

내가 혀를 끌끌 차고 있을 무렵, 류인이 걱정 담긴 말을 건넸다.

“어제도 늦게 잤지? 병원에서 그러지 말랬잖아.”

“뮤비 공개가 너무 떨려서 잠이 안 오는 걸 어떡해?”

“거, 거짓말을 저렇게 뻔뻔하게! 형님이 어디 이런 걸로 긴장할 사람입니까!”

눈치가 빠르군.

그래, 기획팀에 넘길 게 산더미라서 오늘도 밤을 새우다시피 했지.

물론 야심한 시각에 업무 메일을 전송하면 정재진이 온갖 난리를 피울 게 훤했기에, 낮에 예약 발송했다.

정재진이 알면 비통해할 일이지만, 괜찮다.

몰래 하면 되니까!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의 명쾌한 해답에 흐뭇해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질색합니다!]

주변의 걱정과는 달리, 난 최상의 컨디션이란 말이다.

물론 체력은 쓰레기와 다를 바 없지만, 몸 하나는 가뿐하다.

일할 맛이 날 정도니 말 다 했지.

그 순간, 무릎에 무게가 실렸다.

“……?”

눈깔을 내리니, 내 무릎에 자신의 머리를 눕힌 채 헤헤 웃고 있는 최승하가 들어왔다.

내 입에서 꺼지라는 말이 나오기 직전.

콕!

최승하의 손가락이 내 옆구리를 찔렀다.

“형은 먹는 게 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열심히 먹는데…… 살이 하나도 안 찌는 것 같아.”

맞는 말이다.

이 녀석들이 하염없이 먹이기도 하지만, 나도 식욕이 돋는 터라 이것저것을 주워 먹는데…… 체중은 크게 늘지 않는다.

충돌이 길었으니, 기력 보충 타임을 주는 거겠지.

나는 칙칙한 낯짝으로 리모컨을 들었다.

그래.

올라온 뮤직비디오 해석 영상이나 봐볼 참이었다.

녹화해 놓은 연습 영상을 TV 모니터로 연결해, 다 같이 체크하며 피드백 시간을 가진 적은 꽤 있어도…… 이런 걸 같이 본 적은 없는데.

잠시 혼자 볼까 고민했다만, 이 녀석들도 좋아할 것 같지.

[SUB][Switch 뮤비해석] 넋 놓고 본 당신이 찾을 수 없었던 스토리!

나는 이러한 제목을 가진 영상을 눌렀다.

자막과 AI 보이스로 이루어진 영상이었다.

[ 저는 보자마자 너무 소름이 돋아서, 이렇게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저와 같은 추리를 하신 분이 계실까요? 바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

영상은 우리의 뮤직비디오를 되짚기 시작했다.

[ 뮤직비디오의 처음과 끝은 어둡고 컴컴한 공간입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죠. ]

화면이 두 개로 갈라지며, 뮤직비디오의 처음과 끝을 보여준다.

[ 처음은 라이트온이 빛 속에서 손을 뻗습니다. 마치 누군가를 구원해 주는 것처럼요. ]

나는 영상에 시선을 고정했다.

사실상, 세계관의 첫 시작으로 점철된 이전 뮤직비디오는 아직 제대로 된 해석이 없다.

온갖 의미심장한 떡밥이 들어가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아마 세계관이 연결되는 다음 뮤직비디오들이 등장해야 추측이 활발해지겠지.

그에 반해, 이번 는 단독으로도 여러 해석을 내놓을 수 있게 기획했다.

‘알아채 주셨으면 좋겠는데.’

이번 뮤직비디오의 기획은 나뿐만이 아닌, 멤버들과 함께했거든.

담아내고 싶은 메시지들을 가득 넣어서.

[ 하지만 마지막은 어떤가요? 마지막은 처음과 정반대였습니다. 처음엔 누군가를 ‘구원’해 줬던 라이트온이, 이번에는 누군가에게 ‘구원’받았습니다. ]

영상은 계속해서 해석을 이어갔다.

[ 처음에 어둠 속에 갇혀 있던 건, 많은 분들의 예상대로 스위치를 뜻할 겁니다. 그리고 뮤비 속 시간의 흐름은 어디인가요? ]

[ 다름 아닌 현재입니다. 뮤비가 공개된 게 1월이죠? 뮤비 속 계절도 눈이 소복히 쌓인 겨울이고요. 그리고 저는 여기서 한 가지 추측을 더해보겠습니다. ]

동시에 긴장감 넘치는 효과음이 추가됐다.

[ 마지막은 라이트온의 과거였다고. ]

“……!”

난리가 난 건 이쪽이었다.

차윤재가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커다랗게 떠올렸다.

“세, 세, 세상에 저걸 어떻게 알아차리신 겁니까?”

팬들은 아주 자그마한 실마리로도 복잡한 세계관을 관통하곤 한다.

이 정도는 눈치가 빠르신 분들에겐 기본일걸.

하지만 저 감동을 깨고 싶진 않으니 입을 다물도록 하자.

“…….”

펄럭! 펄럭! 펄럭!

차윤재가 내 팔을 부여잡고 짤짤 흔들기 시작했다.

“예? 심지어 저건 형님이 내셨던 아이디어 아닙니까! 형님은 신기하지도 않으십니까?!”

차윤재가 자신의 옷소매를 훅 걷어 올렸다.

“보십시오! 저는 벌써 닭살이 돋았습니다! 이렇게 바로 알아봐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한편, 차윤재의 팔에 닭살이 잔뜩 돋게 만든 영상은 계속해서 해석을 이어갔다.

[ 시점이 현재라고 확신하게 된 이유는 이것입니다. 뮤직비디오를 보시면, 멤버들은 계속 재킷을 입고 있습니다. 교복과 유사한 형태의 의상이니, 간편하게 ‘동복’이라 지칭하겠습니다. ]

영상은 수십 배속으로 빨리 감기 되며, 마지막 장면을 비췄다.

[ ▶▶▶▶▶ 03:20 ]

[ (바로 여기!) ]

흥분에 찬 자막이 이어졌다.

[ 여기 보이시나요? 저는 여기서 소름 돋았어요. 어둠 속에 갇힌 라이트온은 재킷을 입고 있지 않습니다. 교복으로 따지면 ‘춘추복’ 같은 차림새죠. ]

[ 뭐, 더워서 벗은 걸 수도 있지 않겠냐?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래! 라이트온도 사람인데 더우면 벗을 수도 있지! 그런데 아닙니다! 여러분, 혹시 이걸 캐치하셨나요? ]

뮤비의 마지막 장면이 클로즈업된다.

공간의 구석으로 말이다.

어지간해선 눈치채지도 못할 그곳엔.

벽걸이형 캘린더의 끄트머리가 보이고 있었다.

아주 살짝.

[ 거의 끝자락만 나와서, 날짜도 안 보여요. 하지만 달력의 마지막 줄! 양력 날짜 밑에! ]

흥분에 찬 목소리와 함께 장면이 더 확대됐다.

찾아내 보시라고 넣은 요소지만, 정말 끄트머리만 나온 탓에 오래 걸리겠군 싶었는데…… 이렇게 바로 찾아내는 분이 계실 줄이야.

[ 여기 음력 날짜! 캐치하셨나요? 맞습니다! 4월! 4월 달력입니다. 벚꽃을 봐야 할 4월에 눈? 있을 리가 없죠. 시점이 달라졌다는 확실한 증거입니다. 그리고 스위치 여러분. ]

영상에 호러틱한 BGM이 깔리기 시작했다.

슬쩍 옆을 보니, 차윤재는 이미 드라마에 과몰입한 사람처럼, 입을 터업 가리고 있었다.

……너는 다 알고 있으면서 왜 놀라는 거냐?

[ 4월, 생각나시는 거 없으십니까? ]

동시에 영상에 어떠한 사진이 떠올랐다.

인터넷에 공식적으로 등록되어 있는, 라이트온의 데뷔 일자를 캡처한 사진이었다.

[ 그렇습니다. 4월 6일! 라이트온의 데뷔일입니다. 마지막은 라이트온이 데뷔했을 시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허어억! 알고 보는데도, 정말 전율이!”

이 녀석, 방청 알바 같은 거 하면 끝내주게 잘하겠는데.

[ 어두운 곳에 갇혀 있었던 라이트온은 구원받은 것이죠. 누구한테? 여러분은 답을 알고 있습니다. ]

“스위치한테!”

영상으로 들어갈 기세인 차윤재가 대답했다.

아마 저 영상을 만든 사람도, 뮤직비디오 장본인이 대답하고 있을 거라고는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 그리고 하나 더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마지막 장면에서 성해온은 스위치에게 구원받을 것을 예상하고 있다는 겁니다. ]

어두운 공간 속에서 홀로 여유로운 얼굴이었던 내가 주목됐다.

[ 게다가 성해온이 들고 있던 촛‘불’은 속 세계관과 연관되어 있을 수도 있겠고요. ]

나는 작게 감탄했다.

이것까지 알아내시다니.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무렵이었다.

[ 끝난 줄 아셨나요? 성해온에겐 더 큰 비밀이 있습니다. ]

“……?”

순식간에 거실의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형님, 무슨 비밀이 있으십니까?”

미안하지만, 나도 모르겠다.

대체 무슨 비밀?

물론 뮤직비디오 속, 비밀을 가진 여러 요소가 나온 건 맞지만…… 이미 대부분 짚어졌잖아?

뭐가 더 있나?

……없을 텐데?

내 낯짝에 숱한 물음표가 가득 찼고, 영상은 빠른 속도로 되감아지기 시작했다.

[ ◀◀◀◀◀ 00:38 ]

[ 바로 여깁니다. 통창에 비치는 녹음, 아름답죠? 하지만 제 영상을 여기까지 보신 분들이라면 의문점을 찾아내실 수 있을 겁니다. ]

두둥, 소리가 뒤섞이며 화면이 확대됐다.

정확히 말하자면, 통창 밖의 나무로.

[ ……나무에 눈이 없다! ]

[ (소름이 ㄷㄷㄷㄷㄷ) ]

“……! 세상에! 저런 의미도 숨겨져 있던 겁니까? 저는 몰랐습니다! 제가 기획을 제대로 보지 않았던 걸까요?”

“아니요. 기획엔 저런 게 없었습니다.”

한수현의 답에, 차윤재의 눈이 더욱더 빛나기 시작했다.

기획은 다 같이 했지만 회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주로 나다 보니, 내가 추가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 와중에, 영상의 진행자가 목소리를 진지하게 깔았다.

멈춰주시면 안 될까요?

[ 성해온은 과연 어떤 비밀을 품고 있을까요? 추후에 공개될 세계관과 이어질 것 같은 건 저만의 착각일까요? ]

“…….”

나는 입을 다물었다.

눈이 쌓이지 않은 건…….

저 나무가 있는 바깥 위에 커다란 지붕이 있어서 그런 건데.

……이런 해석이 나올 줄은 예상 못 했다.

영상의 댓글을 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 성해온은 예상도 못 했습니다. 넋 놓고 보느라 하나도 못 알아챘는데 이렇게 나열하신 거 보니 무서울 정도로 치밀한 설계가 담겨 있었네요. 라이트온;; 대단합니다;; 진짜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성해온도 예상 못 했습니다.

심지어 우리가 의도한 기획들과 너무 잘 어우러져, ‘아닐 수도?’의 느낌이 아니라…… ‘이건 백퍼센트네!’ 수준이었다.

내가 봐도 말이다.

“저희한테 이 부분 기획을 미리 알려주지 않으신 것도, 서프라이즈로 공개하기 위해서였군요. 과연, 해온 형이십니다.”

이봐.

그거 아니야.

아니라고.

돌겠네.

“정말 대단하십니다! 보이십니까? 저 닭살이 아까보다 더 돋은 것 같습니다!”

“…….”

“해온 형은 언제나 큰 그림을 그리시곤 하니까요.”

“…….”

빠르게 대가리를 굴리던 나는, 이내 생각을 바꿔먹었다.

반응도 좋고.

첫 파트 가사랑도 잘 어우러지니까.

그냥 지금 이 시간부터 의도했던 걸로 하자.

순식간에 낯짝에서 당황을 지워낸 나는 싱긋 웃었다.

“뭐, 별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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