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46화
스윽…….
신유하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녀석의 동공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목적지가 여기?”
“……네!”
나는 빠르게 낯짝을 가다듬었다.
그러니까.
나를 정신과에 데려온 건가?
……대체 뭘 보고?
내가 수상한 짓을 했나?
하도 캥기는 게 많아서 특정도 안 되는군.
내가 다급하게 대가리를 굴리고 있을 무렵이었다.
“형, 잠깐 저랑 대화를…….”
나를 근처 벤치로 이끈 신유하가 자리에 먼저 앉더니, 어서 앉으라는 듯 시선을 보냈다.
털썩 주저앉자, 신유하가 나와 시선을 곧게 마주했다.
“많이, 당황스러우시죠?”
알긴 아는군.
당황스러운 걸 넘어 식은땀이 흐를 지경이다.
X발.
이게 무슨 어린애한테 돈가스 사주겠다 해놓고 병원 앞에서 배신 때리는 부모도 아니고.
이 나이 먹고 속다니.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라곤 생각했다만…….
정신과 엔딩은 꿈에서도 상상 못 했다.
나는 낯짝을 최대한으로 정돈하며, 신유하 쪽을 흘깃 응시했다.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어디 뭐라고 하는지 좀 들어볼까.
S+의 정신력 덕에 이 상황에서 이렇게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지, 아니었으면 벌써 표정 관리 못 했을 거다.
잠시 할 말을 가다듬는 듯하던 신유하가 내 두 손을 끌어 잡았다.
아주 다정하게 말이다.
“저도, 그런 적이 있어요.”
대체 뭐가?
“자다가, 숨이 턱 막히고…… 괴롭고…….”
“……?”
나는 만면에 커다란 의문을 띄웠다.
그러자, 무언가를 오해했는지 신유하가 손을 파닥였다.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멤버들은, 아무도, 몰라요. 형이 싫어할, 거 아니까, 아무한테도 안 말했어요.”
아.
설마.
머릿속에 어떠한 가정이 스쳐 지나갔다.
예를 들어, 이 녀석이 날 간호한 게 AMA가 처음이 아니었다든가?
이게 사실이라면, 충분히 오해할 만하다.
잠들었을 때까지 안 아픈 척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분명 끙끙댔을 거다.
신유하는 생각보다 섬세하고, 타인을 잘 관찰한다.
그걸 다 봤다면, 내 문제를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판단했겠지.
내가 몸이 아팠을 때, 간 병원마다 이상 없음을 발표했으니 더더욱 생각은 확고해졌을 테고.
“……형이, 우는 걸 본 적 있어요.”
나도 가지가지 하는군.
처자다가 눈물이라도 흘렸나 보지?
내 낯짝이 심각해진 걸 캐치했는지, 신유하가 내 귓가에 대고 속닥였다.
“저만! 본 거니까, 걱정 마세요! 저도 자다가, 가끔 일어나면.”
신유하가 자신의 눈을 짚었다.
“여기에 눈물, 자국이…… 사람은, 다 자면서 울, 어요!”
신유하다운 위로로군.
“이곳은…… 연예인분들이, 많이 다니시는…….”
“음음.”
“분명 비밀도, 새지 않는 곳, 일 테고…….”
“음음.”
“여기가 별로라면 다른 곳을, 나중에 저랑 같이…….”
정신과 데이트 신청이라니.
정말 로맨틱하기 그지없군.
나는 흐릿한 낯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형……!”
신유하가 내 소맷자락을 붙잡았다.
“왜? 예약해 놨다며. 얼른 가자고.”
“……?”
신유하의 얼굴에 의문이 스쳤다.
“숙소, 가는 게 아니고요?”
“숙소 갈까?”
녀석의 고개가 좌우로 휘저어졌다.
“감사해요! 저는 형이, 사실 화내실 줄…… 알았는데.”
[성좌, ‘황금의 신’이 우리 아해에게 화낼 생각 말라며 눈을 부릅뜹니다!]
낼 생각도 없었다.
대놓고 말도 못 하고, 여태껏 내 걱정으로 시름시름 앓았을 게 훤한데 여기서 어떻게 화를 내?
이 녀석이 언제부터 눈치챘는지는 모르겠다만, 모르긴 몰라도 속이 썩어 문드러졌을 거다.
이 순한 성격에 말이다.
“내가 상담받으면, 네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
잠시 고민하던 신유하의 고개가 들렸다.
“네……!”
그래.
이것만으로도, 시간을 쓸 이유는 충분하다.
상담이 뭐 대수라고.
게다가 이미 예약까지 잡아놓은 거,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굳이 부탁을 사용하지 않아도, 이 정도는 따라와 줬을 텐데.
나는 마스크를 끌어당기며, 프라이빗한 입구로 들어가는 신유하의 뒤를 따랐다.
기왕 일이 이렇게 된 거, 콩고물이나 떨어지면 좋겠는데.
예를 들어, 나를 너무나도 걱정한 신유하의 그림자가 옅어진다거나.
옅어지는…….
그런 거 말이다.
나는 비열하게 올라간 입매를 손으로 가렸다.
* * *
“어떻게 와주셨을까요?”
상담의 기본 멘트로 시작되는군.
나는 중후한 인상의 의사에게서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폈다.
과연, 연예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더니…… 보안이 철저해 보이는군.
프라이빗한 출입구부터 느꼈지만, 일반인은 코빼기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내가 벽에 붙은 화려한 액자 가격이나 생각하고 있을 무렵, 의사가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이 상담 내용은 해온 씨와 저만 아는 거예요. 우리 외엔 아무도 들어올 수 없고, 대화 내용을 듣지 못하니 걱정 마세요.”
상담은 가족 상담이 아닌 이상, 무조건 개별 진행이라더라.
지금 신유하도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예.”
내가 몸을 더더욱 바로 하자, 의사가 종이를 넘겼다.
사락-
상담을 기다리는 동안 작성했던 문답지였다.
“음. 해온 씨는 요즘 행복하신 모양이네요.”
내가 돌았다고 문답지에 우중충한 걸 체크했겠는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요즘은 스트레스도 없다.
충돌도 사라져서, 굳이 따지자면 살맛이 난다고나 할까.
“예, 행복합니다. 제가 잠을 가끔 설치는데 멤버들이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의사가 후후 웃었다.
“사이가 무척 좋으신가 보네요. 맞아요. 상담은 큰 문제가 없대도 받을 수 있는 거니까요.”
편안한 대화처럼 이루어진 상담은 물 흐르듯 진행됐다.
“음! 그래요.”
얼마나 지났을까. 의사가 대화를 끝내려는 듯이 웃었고, 나는 정중히 인사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제가 드릴 말씀인데요.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나는 꾸벅 목례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디어 끝났군.
“이제 다음 검사를 진행해 볼까요?”
“……예?”
내가 물음표를 띄우자, 의사가 몰랐냐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약해 주시면서 스트레스 지수 검사, 뇌파 검사도 함께 해주셨는데, 아닌가요?”
“……!”
나는 그만 헛웃음을 내뱉을 뻔했다.
그래. 상담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검사다.
대답만 다르게 해도 사이코패스가 일반인으로 나올 수 있고, 일반인이 사이코패스로 나올 수 있으니.
그렇기에 별생각이 없었던 건데…….
의사가 꺼낸 검사는 ‘객관적’인 지표를 보여주는 검사였다.
거짓을 입에 담고자 해도, 속일 수 없는 검사.
어떻게 보면, 신유하답군.
내 입매가 살짝 올라갔다.
“혹시 잘못 예약하신 걸까요?”
“아니요.”
오늘 하루는 신유하의 마음대로 따라주기로 했으니.
원하는 대로 굴어줘야지.
안심할 수 있도록.
“예약한 거 맞습니다.”
* * *
검사까지 끝난 뒤, 이 결과를 듣는 자리엔 신유하를 끌고 왔다.
검사 결과는 원한다면, 동행인과 함께 들을 수 있다더라.
그리고 뭣보다 걱정을 눈앞에서 씻어내 줄 필요가 있었다.
의사는 사람 좋은 얼굴로 미소 짓더니, 모니터에 결과가 담긴 사진을 띄웠다.
“뇌파는 정상이고, 스트레스 수치는 조금 높긴 해요. 하지만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니까요.”
“크게 우려할,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이 정도 오면 보통 심한 편입니다. 라고 말씀드리는데, 지금 이 정도는 사실 보통 일반인의 정도라고 할 수 있어요. 요즘은 스트레스 없는 사람이 드무니까요.”
당사자인 나보다 신유하가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고, 의사는 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당연하게도 최종 결론은 커다란 문제 없음이었다.
타악-
진료실의 문을 닫고 나오자마자, 나는 신유하에게 속닥였다.
“이제 믿어?”
나는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을 줄줄 내뱉었다.
“자면서 앓았던 건 몸 컨디션이 별로였어서. 그리고 운 건…….”
나는 신유하와 눈을 마주치며 피식 웃었다.
“슬픈 꿈이라도 꿨나 보지. 이제 걱정 끝났으려나?”
“네……!”
싱긋…….
“그럼 이번엔 내가 네 시간 사도 돼?”
“제…… 시간이요……?”
당황한 신유하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건, 어디다가 쓰실…….”
어리둥절한 얼굴을 뒤로한 나는 곧바로 데스크로 척척 걸어갔다
그리고.
“이 친구도 예약 부탁드려도 될까요?”
“……!”
놀란 상태로 굳은 신유하가 뻐끔뻐끔 입을 열었다.
“……형!”
아니, 뭐.
딱히 뒤끝은 아니고.
상담 실력이 좋으시더라고.
* * *
상담하다가 울기라도 했는지, 신유하가 벌건 눈가를 쓱쓱 쓸어내렸다.
“운 거 다 아는데, 아닌 척이야?”
“안, 울었어요……!”
“정신과 데이트도 나쁘지 않네.”
“형……! 놀리지, 마세요!”
“어땠어?”
간단한 물음과 동시에, 종이컵을 쥔 신유하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게, 상담에서 걱정되는, 일이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
“저, 사실…… 어제 뮤직비디오 나온, 이후로 반응, 을 못 보겠어요.”
“……한 번도 안 봤다고? 어제 하루 종일 애들이 너 붙잡고 있었잖아.”
신유하가 고개를 주억였다.
“한 귀로, 듣고, 흘렸어요…….”
어쩐지.
뮤직비디오와 그 해석본을 다 같이 볼 때도, 안색이 새하얀 것이…… 영혼을 어디다가 판 사람처럼 굴더니.
그럼에도 반응을 한 번도 안 봤다는 건 충격적인데.
신유하의 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형들이랑 애들은 착, 하니까, 분명 칭찬해 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녀석이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건 태어나서 처음 본다.
나는 신유하의 손에서 안타깝게 찰랑이는 녹차를 뺏어 들었다.
“신유하.”
호명과 함께, 신유하의 시선이 내게 고정됐다.
“그럼 선생님이 네 기분도 물어보셨겠네.”
당시의 기분을 묻는 것은 상담의 기본이니까.
신유하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다시 물었다.
“뭐라고 대답했어?”
“즐거웠, 다고! 너무 과분한 기회여서 처음엔…… 조금 부담됐지만, 그걸 잊을 만큼, 즐거웠다고. 그렇게, 대답했어요.”
눈을 반짝이던 신유하의 목소리가 점차 작아졌다.
“하지만, 오늘 음원이…… 공개되잖아요? 저한테, 실망하시는 건 괜찮은데, 혹시라도, 멤버들한, 읍읍!”
나는 이 와중에도 멤버들을 걱정하고 앉아 있는 신유하의 입을 틀어막았다.
“첫 번째, 네가 즐거웠으면 된 거야.”
“…….”
“두 번째, 팬들은 절대 너에게 실망 안 해. 우린 더더욱.”
“……!”
신유하의 눈이 동그래졌다.
여기까진 진심이었다.
그 극악무도한 스케줄에 맞춰준 것만 해도 감사할 지경인데.
게다가 곡까지 좋고.
“마지막으로.”
나는 신유하의 어깨를 툭툭 쳤다.
“어깨 펴. 정식 활동도 아닌데 부담 가질 필요가 있나? 음원 떠도 다를 거 없어.”
이건 거짓말이다.
이건 당장 신유하를 진정시키기 위한 용도일 뿐, 사실 음원이 뜨면 난리가 날 게 뻔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곡 정보.
그게 음원 사이트에 등록되면 보이거든.
곡을 만든 게 신유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팬덤은 제대로 뒤집힐 거다.
그리고 그 거센 파급력을 기반으로…….
다음 계획을 실행할 거다.
히죽.
나는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